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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성폭력은 우리의 일상이다!!”

쏟아지는 성폭력 처벌 방안들, 피해자 인권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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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날인 지난 3월 8일 오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구치소 교도관의 여성 재소자 성추행 사건을 규탄
하는 집회가 열려 사회·인권 단체 회원들이 성추행 교도관
의 사법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명백한’ 성폭력,  ‘그렇지 않은’ 성폭력 ?
연쇄성폭력, 초등생 성폭력 살해 사건, 군대 내 성폭력, 국회의원 성추행, 여성재소자 성폭력 사건들이 숨이 가쁠 정도로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들을 충격에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은 최근 들어 새삼스럽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성폭력은 우리 일상에서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있어왔다. 보통 성폭력이라 하면 흉악하고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이 저지르는 끔찍하고 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초등학생같이 순결하고 보호해야 할 것 같은 어린이에게 하는 성폭력, 더구나 끔찍하게 죽음으로 모는 성폭력은 용서받지 못할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로 온 국민에게 지탄받는 대상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폭력은 극악무도한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위에 있는 너무나 평범한 이웃, 선배, 친구, 동료, 직장상사 등 아는 사람에 의해서 행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성폭력을 ‘성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친근한 관계에서 할 수 있는 스킨쉽 정도로 생각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예쁘고 귀여워서, 또는 내가 좋으면 상대방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중심인 사고가 만연하고, 옷을 야하게 입어 남성의 성충동을 유발했으니 남성은 잘못이 없다고 합리화하는 피해자유발론 등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기제는 넘쳐난다. 게다가 대상에 따라 성폭력을 ‘해도 될’ 여성과 ‘하지 말아야 할’ 여성으로 이분화하기까지 한다. 음식점 여종업원에게, 술집 여종업원에게, 성매매여성에게는 돈을 지불했으니 성적 서비스를 요구하고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할 정도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데 익숙한 것이 대부분 남성들의 문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석한 여기자를 성추행하고 음식점 여주인인줄 알고 ‘실수했다’고 변명한다. 그리고도 모자라 실수로 착각하지 않았다면‘여기자’와 같이‘해서는 안 될’ 대상에게 성추행 같은 행동은 결코 하지 않았을 거라고 강변까지 한다.
성추행 국회의원을 제명하라는 여론이 들끓는 와중에도 정작 가해자는 아무 말이 없고 한 동료의원은 “‘사소한 말 한마디의 실수’,‘아름다운 꽃을 보면 누구나 그 향기에 취하고 싶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고 싶은 것이 자연의 순리’이자 ‘인간의 에로스적 사랑의 욕구’ 표현이다.”라는 글을 자신의 홈피에 올려 성폭력에 대한 불감증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또 다른 동료 남성은 폭탄주가 문제라며 폭탄주 술잔을 망치로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는 해프닝을 벌이고, 한 술 더 떠 모 남성 장관은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한 실수이니 국민들이 술을 덜 먹게 해야겠다’고 하며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사소화한다.
‘명백한’성폭력은 무엇이고 ‘명백하지 않은’ 성폭력은 무엇인가?  어린, 순결한 여성에게 가해지거나, 피해자가 충격으로 자살까지 해야 하는, 죽을 만큼 극악무도한 행위만이  ‘명백한’성폭력이란 말인가?
성폭력은 여성의 순결을 훼손하는 정조의 죄가 아니다.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성적 행동을 물리적으로 강요하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폭력이며 범죄다. 

▲여기자 성추행 파문의 주인공인 최연희(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의원이 지난 20일 잠적 22일만에 나타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 의원은 끝내 법원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 성추행에
관한 판단을 유보해 달라며, 의원직 사퇴 뜻이 없음을 밝혔다.
ⓒ오마이 뉴스 가해자에게는 너무나 가벼운, 관대한 법 집행

피해자들은 힘든 재판과정을 거치면서 가해자가 처벌받을 것이란 기대를 하지만, 이와는 달리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된다. 성폭력 사범 30% 정도만이 1년 정도의 실형을 선고받는다.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가해자를 지나치게 배려하는 양형으로 초범인 경우는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금방 풀려날 것을 예상해 보복이 두려워 고소를 못하는 경우도 있고, 대면하기조차 두려운 상황에서 검찰이 고소인에게 가해자와 합의를 종용하기도 해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히는 경우도 많다.
성폭력은 개인끼리 알아서 해결해야할 사사로운 일이 아니다. 가해자에 대한 단호한 처벌을 함으로써 국가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해서 겪는 피해자의 상처를 보듬고 가해자가 또 다시 범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다.
성폭력 가해자들에게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여성비하, 이중적인 성의식 등 왜곡된 성의식이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폭력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었는지 진정으로 반성할 수 있도록 가해자들이 교정교육을 받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집행유예를 받은 저위험군 성폭력범에게만 수강명령이 내려지고 실형을 선고받은 고위험군 성폭력범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번에 초등학생 성폭력사건이 터지고 나서 교도소 내에도 교정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법무부와 협의 중이라고 하는데, 전자팔찌 법안 등 선정적인 대안에 앞서 교정 교육 등을 강화해 재범방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형법과 성폭력특별법에서도 13세 미만 아동과 장애우의 경우 양형에서 가중 처벌되지만, 7년 이상의 양형을 내림으로써 실질적으로 집행유예가 되지 않고 실형을 받도록 하여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가해자 인권 논란에 실종된 피해자 인권
성폭력범죄로 집행유예를 받은 가해자인 줄도 모르고 비디오가게에 갔다가 동네 가게 아저씨한테 살해당한 초등학생의 죽음은 가해자의 인권침해 논란에 밀린 반쪽짜리 신상공개제도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제대로 된 신상정보 열람제도만 시행되었어도 예방할 수 있었던 일이기에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이와 관련해 이미 2005년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청소년대상 재범자의 사진까지 포함한 신상정보를 청소년위원회에 등록하고 지역주민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논의된 바 있었다. 그러나 당시 개정안 내용이 ‘주홍글씨다, 성범죄자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다, 이중처벌이다, 가해자와 가해자 가족의 인권도 보호해야한다’는 인권침해 논란에 밀려 등록정보를 피해자와 가족, 대리인과 교육기관의 장에게만 열람을 허용하고 지역주민은 자신의 거주지에 살고 있는 성범죄자의 정보를 열람할 수 없는 반쪽짜리 제도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성폭력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미국의 매간법처럼 등록정보를 주민이 알 수 있도록 하여 성범죄자의 재범에서 예방할 수 있도록 한 원래의 입법취지를 살려 재개정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청소년 대상 재범자뿐만 아니라 초범, 집행유예자까지 대상을 포함하고 모든 성범죄자로 대상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피고인(가해자)의 인권이란 수사재판과정에서의 인권, 교도소 등 구금시설에서의 인권, 변호사 등 조력을 받을 권리로서의 인권이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로부터 가해자의 가족, 이웃, 동료 등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며 누구의 인권도 지켜주지 못한다.

성폭력 고소율  겨우  6%
성폭력피해자들은 용기를 내어 고소를 해도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심각한 2차 피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사건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는 것도 힘들어하는 피해자에게 경찰이나 검찰은 사건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피해 당시의 상황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구체적인 질문을 하기도 하고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증거를 요구받는다. 피해자 자신이 비난받을 일이 아님에도 우리사회의 성에 대한 이중적인 사고로 인해 도리어 비난을 받거나 자신의 피해사실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피해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일에도 무성의하기 일쑤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만을 보고 있다고 생각할 만큼 피해의식이 깊은 피해자에게 본인의 이름을 크게 소리 내어 부를 때 피해자의 심장은 오그라드는 것 같다고 호소한다. 수사담당자로부터 피해자의 인격권이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현실에서 고소를 결심하고 재판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경찰과 검찰에서는 2차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자보호를 위해서 다양한 제도들을 시행하고는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특성을 감안해 경찰과 검찰에서는 분리된 별도의 여성전용조사실이나 다기능조사실 등을 마련하고’ 피해자와 신뢰 있는 자의 동석을 허용하거나 여경이 조사를 담당하기도 한다. 여러 번 반복 진술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진술녹화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어야만 제도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수사 재판과정에서의 2차 피해가 없도록 수사담당자에 대한 인권교육이 선행되어야 성폭력 고소율 6%라는 현실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 인권존중이 핵심
가해자가 진정으로 사과했다면 법적으로 고소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많은 피해자들이 말한다. 발뺌하고 부인하고 도리어 피해자를 비난하기까지 하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로 피해자들의 상처는 더욱 커진다. 이들의 진정어린 사과는 피해자의 치유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가해자의 사과와 더불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정당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고 괴로워하는 피해자에게 신뢰를 회복시키고 후유증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피해자들을 위한 의료지원과 법률적인 지원,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 심리를 비공개로 하고, 가해자의 위협이나 합의 종용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써 성폭력범에 대한 구속수사를 확대하고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 등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형사사건에서 고소인인 피해자는 원고가 아니라 증인의 위치이고 검사가 원고가 되어야 한다. 가해자인 피고인은 변호인을 선임해서 조력을 받는 반면 검사가 알아서 잘 해결해주겠지 하는 피해자의 기대와는 달리 수많은 사건 속에서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은 사적인 사건으로 치부되어 사소한 일이 되고 만다. 기소율이 50%를 넘지 않고 기소가 되지 않으면 현실에서, 정작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한마디 말도 해볼 수 있는 기회조차 받지 못하면서 갖게 되는 무력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피해자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현재의 법률 지원제도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친고죄 폐지, 고소기간 공소시효 폐지, 법적 지원, 교정교육 실시, 처벌 강화 등 제도적인 문제가 개선되더라도 우리사회의 왜곡된 성의식 - 성폭력을 하더라도 실수라고 말하면 넘어갈 수 있는 남성중심적인 사회,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고 돈으로 서비스를 사는 것을 정당화하는 성문화, 보호해야할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이 따로 있는 이분법적인 잣대, 피해자유발론으로 범죄를 정당화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이중적인 성의식 - 과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성폭력 근절에 대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성폭력 문제는 더 이상 가해자나 피해자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교육과 제도개선 의식 전환을 통해서 성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 임재련(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


 

작성자임재련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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