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싼 속내
본문
사립학교법 개정은 사회 정의(正義)를 위한 것
국회는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이다. 시대의 변화나 사회의 요구에 따라 수없이 많은 법이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도 하며, 또 새롭게 고쳐지기도 한다. 그런데 국회에서 법이 만들어지고 고쳐지는 경우를 따져보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정의(正義)’ 때문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단지 옳은 방향이기 때문에 법을 만들고 고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이나 강도는 처벌하는 것, 교통사고를 내면 벌을 받도록 하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각 정당 지지 세력의 이해관계 때문에 법이 고쳐진다. 법을 고치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이익을 보는 경우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지난 국회에서 8.31 후속대책으로 통과된 ‘부동산법’ 같은 경우다. 이 법이 개정되면 누가 도움이 되고 누가 손해를 보겠는가에 따라서 각 정당들의 입장이 달라지는 것이다.
특정 정치 세력이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고자 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정당의 역할이다. 따라서 후자의 경우는 많은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그러한 논란을 통해 정치도 발전하고 사회도 발전하게 되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일 것이다.(물론 이 경우에는 결과에 ‘승복’하는 정상적인 문화가 지배할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가 오늘 논의하고자 하는 사립학교법은 사회의 정의를 세우고자 하는 첫 번째 영역에 포함되는 법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의 운영과 관련한 내용을 정한 법으로 학생들의 ‘교육’ 관계되는 법이다. 이번에 개정된 사립학교법의 주 내용은 사학재단의 전횡으로부터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나라당이 사학법인 쪽 입장을 ‘고집스럽게’ 대변했고 장외투쟁 등을 하면서 사립학교법을 정쟁으로 몰고 가 사립학교법이 후자에 포함되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억지는 또다시 국민들은 양극단으로 갈라놓았으며,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만들었다.
사립학교법이 개정된 뒤에도 이처럼 사회적 논란이 가시지 않고 곧바로 거대 야당에서 재개정 이야기가 나오는 황당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사회정의’를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로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오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개방형 이사제’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원들이 지난 1월 9일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비리사학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감사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 오마이뉴스 남소연)
개방형 이사제는 쓴 ‘약’과 같은 것
소위 ‘개방형 이사제’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왜 필요한 것이며 사학법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인가? 그리고 한나라당과 사학법인측은 왜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인가? 사학법인측은 이 제도를 아마도 독약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방형 이사제는 죽어가는 사립학교를 살리려면 반드시 먹지 않으면 안되는 쓰디쓴 ‘약’과 같은 것이다.
사립학교는 설립자가 재산을 출연하여 학교법인을 설립하는 순간, 그 재산은 설립자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법인의 소유가 된다. 따라서 최근 터져 나오는 것과 같은 각종 사학비리를 예방하고, 공공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생의 등록금과 정부의 지원으로 성장한 사립학교가 그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겨우 2% 이하의 재단전입금을 가지고 사학법인측이 사학운영의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98%의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국가와 학부모도 참여를 보장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생각을 기본으로 개정 사립학교법에 소위 ‘개방형 이사제’라고 하는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그 내용은 현재 7인 이상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는 사립학교 법인의 이사에 대해 이 중에서 1/4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초중등학교) 또는 대학평의원회(대학)에서 2배수 추천하도록 하고 있으며, 추천 인사 중에서 이사회가 선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즉, 학교 구성원에게는 2배수 추천권을 줌으로써 구성원들의 학교 참여에 대한 권한과 교육에 대한 책임성을 높여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개방형 이사제는 사립학교 법인 이사회에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추천권만 일부 보장되는 개정된 법 조항으로는 사실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은 현저하게 적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과 사학법인측은 극렬하게 반대하며 난리를 치고 있다. 왜 그런지는 사립학교 운영과 관련된 일부 드러난 사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경기도의 모 고등학교에서는 몇 년 전에 이미 죽은 사람이 버젓이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이사회 회의록에 날인을 한 사건이 있었다. 또 모 고등학교의 학교장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 학교장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또다른 학교에서는 이사장 친인척이 법에 규정된 숫자보다도 더 많이 참여해 전횡을 하는 등 학교를 엉터리로 운영한 사례가 줄줄이 발견되었다. 이들 대부분의 학교에서 회계 부정은 기본이었다.
이 지경에서 학생들 교육이 제대로 되었겠는가? 이런 학교들은 어떻게 하면 매점과 급식에서 학생들로부터 이익을 얻을까를 더 먼저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학부모들로부터 ‘발전기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낼까를 먼저 고민하는 등, 학생 교육은 뒷전이었다. 결국 이러한 사립학교의 전횡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다.
그런데 개방형 이사제가 도입되면 더 이상은 이런 일을 벌리기 힘들어 질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가 추천한 사람이 이사회에 참석하게 되면 제일 먼저 열리지 않던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열리게 되는 등 허위로 이사회 회의록을 조작하던 행위가 사라질 것이며, 매점과 급식의 공개 입찰이 이루어져 정상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러한 것도 학부모와 학생의 적극적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제 사학법인 입장에서는 좋은 날이 다 간 셈이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또 일부이지만 집안 식구들끼리 주무르다가 누군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불안 하겠는가? 때문에 그들 입장에서 사립학교법을 쓴 ‘약’이 아니라 먹으면 죽는 ‘독약’ 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학교를 폐쇄한다’는 등 극렬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구성원의 ‘참여’는 투명사회로 가는 자연스러운 시대의 반영
그러나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사립학교는 교육경쟁력을 상실해 죽게 될 것이다. 더욱 큰 문제 사학법인이 죽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보는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과 사학법인 측이 무엇을 주장하고 어떻게 행동하더라도 사학의 투명성확보는 세계적 추세다. 이미 유럽의 사학들은 동문들이 개방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며, 미국의 예일대학과 일본의 와세대 대학들도 동문 및 지역인사 들의 참여가 보편적이며 개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예일대학교는 이사 19명 중 동문 6명, 당연직 3명(총장, 주지사 및 부지사), 이사회 선출 10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본의 와세다 대학은 이사 14인 중 교직원 10명, 동문 3명, 총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제는 전교조를 이사로 선임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할 것이고 결국 학생들에게 이념교육을 시킬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은 “좀 더 과도하게 나아가면 19세로 선거연령을 낮춘 현 정부의 의도와 맞물려 있어 사학교육법은 장기집권 음모다. ‘국가 정체성’을 지켜야 하고, 이를 위해 장외투쟁을 벌인다.”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정도면 과장이 지나쳐 망상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을 법하다.
사회는 점차 투명화되고 민주화되고 있다. 구성원이 의사결정단계에 참여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사회 문화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제도화 하는 단체나 기구들은 각종 경쟁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사립학교도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음모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수 많은 집단과 단체가 있으며, 그로 인한 사회적 병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물론 사회 모든 곳이 한 번에 투명하게 되지는 못할 것이다. 사립학교법도 몇 년에 걸친 논의와 토론 속에서 이루어진 결정체다. 그동안 고통 받은 수많은 학생과 교사, 직원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제 부족하지만 사립학교법을 토대로 개방형 이사제의 취지가 사회 곳곳에서 실현되어 구성원의 참여를 통한 부조리를 척결하고 투명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여준성(열린우리당 교육위원회 간사/ 정봉주 의원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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