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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매번 기도합니다. 이번 일이 정말 마지막이길”

정신지체장애우 철수씨 어머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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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아톤’, ‘진호야 사랑해’의 주인공을 기억하시는 분 많을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폐’하면 떠올릴 정도로 두 이야기는 작년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두 이야기를 통해 대중들은 ‘자폐’를 바라봤고, 감동을 했다.

하지만 어쩌면 위의 두 이야기는 특별히 잘 꾸며진 ‘성공기’일지도 모른다.
뻔한 말이지만, 영화와 오락프로그램은 어쨌든 현실과는 다르니까. ‘말아톤’이나 ‘진호야 사랑해’에서 받은 감동과 이웃에 사는 정신적 장애우들을 대하는 것은 또 별개니까 말이다.

기자는 얼마 전 정신지체 3급이며 자폐가 있는 한 청년(20. 김철수-가명)의 어머니를 만나, 최근 철수 씨에게 일어난 사건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현재 철수 씨는 이웃에게 고소를 당해 벌금형에 처해질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나 철수 씨의 어머니는 정말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냐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기자는 인터뷰를 하면서 정신지체 장애우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아이에게는 자폐와 정신지체 장애가 있어요.
우리 가족이 여기 아파트에 입주한지는 5년 됐는데요, 저는 입주 후 첫 반상회 때 가서 솔직히 밝혔어요. 겉보기엔 멀쩡하게 생긴 애가 갑자기 중얼대거나 춤추거나 하면 지나가다가 놀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우리 아이에게 자폐가 있으니까 이해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다행히도 주민들이 부모 입장에서 많이 보살펴주더라고요. 우리 철수는 광고지에 대한 집착이 있어요. 철수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광고지가 보물이에요. 그래서 우편함에 꽂힌 광고지를 빼다가 가슴에 품고 돌아다니곤 해요. 그러다보면 우편물이 끼기도 하겠지요. 아무리 말려도 듣지를 않아요. 어떻게 해요. 그게 장앤데.그러니까 얼마 전에 일어난 일이예요.

아이에게는 자폐와 정신지체 장애가 있어요. 우리 가족이 여기 아파트에 입주한지는 5년 됐는데요, 저는 입주 후 첫 반상회 때 가서 솔직히 밝혔어요. 겉보기엔 멀쩡하게 생긴 애가 갑자기 중얼대거나 춤추거나 하면 지나가다가 놀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우리 아이에게 자폐가 있으니까 이해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아이에게는 자폐와 정신지체 장애가 있어요. 우리 가족이 여기 아파트에 입주한지는 5년 됐는데요, 저는 입주 후 첫 반상회 때 가서 솔직히 밝혔어요. 겉보기엔 멀쩡하게 생긴 애가 갑자기 중얼대거나 춤추거나 하면 지나가다가 놀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우리 아이에게 자폐가 있으니까 이해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다행히도 주민들이 부모 입장에서 많이 보살펴주더라고요. 우리 철수는 광고지에 대한 집착이 있어요. 철수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광고지가 보물이에요. 그래서 우편함에 꽂힌 광고지를 빼다가 가슴에 품고 돌아다니곤 해요. 그러다보면 우편물이 끼기도 하겠지요. 아무리 말려도 듣지를 않아요. 어떻게 해요. 그게 장앤데.그러니까 얼마 전에 일어난 일이예요.

같은 동 12층에 사는 아가씨가 와서는 우편물을 내놓으라고 하더군요. 철수가 우편함에 왔다갔다하니까 분명히 가져갔을 거라면서 현관까지 들어와 다짜꼬짜 그러더라고요. 아가씨는 와서 내놓으라고 하지, 몸이 달아서 철수에게 막 야단을 쳤죠. 내놓으라고. 철수 가 안 가져갔다고 그러대요. 그치만 사람이 앞에 딱 버티고 찾는데, 최대한 성의는 보여야겠다 싶어서 철수 서랍도 뒤지고 난리를 쳤어요. 그러자 철수가 화가 나서 안 가져갔다고 소리 소리 지르더라고요. 앞에 사람은 서 있지, 우편물 달라고는 하는데, 얘는 없다고 그러지, 없으니까 그냥 가세요, 할 수도 없고. 난감하더라고요. 그래도 부모로써 최선을 다한 건데, 철수로써는 정말 화가 났던 모양이에요.

철수가 갑자기 제 머리채랑 그 아가씨 머리채를 확 잡는 거예요. 아이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제가 난리를 쳐서 금방 놓기는 했는데, 그 아가씨도 얼마나 놀랐겠어요. 하도 경황이 없어서 아래층 사는 알고지내는 네 엄마를 불렀어요. 병원 좀 같이 가자고. 일단 철수가 머리채를 잡았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걱정이 되고, 그리고 얼마나 미안해요.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알고 지내는 네 엄마도 들은 얘기예요.

제가 지어낸 말이 아니고. 글쎄 그 아가씨가 철수가 발로 차고 깨물려고 했다는 거예요. 물렸으면 자기는 동맥이 끊어져서 죽었을 거라나. 벽돌로 쳐서 죽일 것 같았다, 칼로 찔러 죽일 것 같았다고 난리를 치고. 정말 돌 것 같았다니까요. 물론 철수가 감정 조절이 안되서 머리채를 잡은 거는 잘못한 거죠. 그렇지만 왜 하지도 않은 행동을 두고 거짓말을 하는지. 그리고는 고소를 했더라고요. 부녀회에 아는 엄마들이 중재해주려고 그 집에 찾아갔는데, 문도 안 열어줘요.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죠. 용서해달라고. 그래도 고소를 취하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그

 집 사람들이 우리 애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원망스럽긴 했지만, 어쩌겠어요. 잘못했으니 빌어야죠. 그치만 너무 완강하길래, 제가 혹시나 싶어서 물어봤어요. 돈을 요구하는 건지, 사람 속내는 모르니까요. 그 집에서 하는 말이, 다른 거 필요 없고 철수를 격리 수용시키라고 하더군요. 판결로 우리 철수를 격리수용 시키는 것이 목적이래요.

철수가 남의 우편물에 무슨 흑심이 있어서 그러겠어요? 애가 장애 때문에 그런 걸 어떻게 하면 좋은가요. 주변에서 조금만 배려하면 되는데. 자폐 때문에 감정 조절이 잘 안되기는 하지만, 내버려두면 피해를 주진 않아요. 아니 막말로 다리 한 쪽 짧으면 절을 수 밖에 없잖아요. 철수는 생각이 안되는 게 장앤데 아무리 빌어도 안된대요.

무조건 격리수용 시키래요. 정말 억울해요. 그렇게 따지자면 저도 할말은 있어요. 아니 우리 애가 가졌다는 증거라도 있나요? 아무리 그 전에 우편함에 있는 광고지 빼간다고 해도 철수가 가져갔다는 증거가 있냐고요. 그 집 사람들이 억지 부리는 대로 하자면 저도 할말은 있다고요.

그래요. 어쨌든 우리 애가 잘못했지만, 그런 것이 다 분노가 되더군요. 애가 너무 불쌍해서 잠을 못자요. 원망스럽고, 속상하고...

철수 씨는 광고지를 좋아한다. 너무나 아낀단다. 철수 씨는 아침마다 오리털 파카 안에 모아온 광고지를 한아름씩 소중하게 안고 주간보호센터에 간다. 그리고는 센터 근처에서 리어카로 종이를 모으는 할머니에게 드린다고.

센터에서 받은 작은 상도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가슴에 꼭 품고 있단다. 칭찬 받고 싶은 마음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 잘했다는 칭찬 한마디에 마음이 기우는 것이 사람 속내다. 철수 씨도 다를 것 없다. 아니, 어쩌면 다를지도 모르겠다. 철수 씨는 누구보다 자기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니까. 혹시 맘을 드러내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받을까, 비웃음을 살까 계산하지 않으니 말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철수가 무슨 낙이 있어, 그렇다고 친구가 있겠어요. 철수는 집 근처에서 지하철 타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취미예요. 그런데 어쩌다 경로석에 앉았나봐요. 우리 집 바로 앞 지하철 역에서 벌어진 일인데, 경로석에 앉았다고 할아버지가 혼을 내키면서 지팡이로 쿡쿡 찌른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근처 사시는 분이고, 이미 우리 철수도 알고 있었더라고요. 철수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도. 그러면 철수가 경로석에 앉았어도 그려러니 하고 내버려 두실 것이지, 약주까지 하시고 지팡이로 쿡쿡 왜 찌르셨을까 몰라. 자폐 있는 애들은 상황 파악도 잘 못하고 예민한데, 철수 판단으로는 위협적인 상황일 수 있고, 지팡이도 흉기로 느껴졌을 텐데 어쨌든 철수가 지하철에서 내린 할아버지를 확 밀어버렸네. 팔십 넘은 노인네가 무슨 힘이 있나, 선로로 뚝 떨어진 거예요. 어이구 큰일 날 뻔 했죠.

우리 애가 밀어서 다친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해 드려야죠. 그치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가만히 있는 애를 왜 툭툭 건드리냐는 거예요. 원인 제공은 거기서 해놓고 왜 우리만 가해자로 몰려야 하나요. 철수가 큰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장애가 있다는 것도 알면서, 왜들 그러시는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내버려 두면 이런 일이 안 생기는데...

철수가 할아버지를 밀면 선로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겠어요? 선로로 떨어지면 어떻게 된다는 생각이나 하겠어요? 그런 판단을 못하는데  그래서 아침마다 기사처럼 집 앞에 차 대기시키고 있다가 병원이고, 한의원이고 죄다 모시고 다녔어요. 천만 다행히도 병원에서는 물리치료나 좀 받으면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물리치료도 받으시고, 침도 맞으시고, 용도 넣어서 보약도 해드렸어요. 시계 필요하다고 하셔서 시계도 사드리고, 안경 깨졌다고 하셔서 그것도 맞춰드리고. 그런데 안경점에 모시고 갔더니, 경주 무슨 석이라나 뭐라나 그걸로 해달라고 그러시대요. 예전에 굉장히 유명했던 거라나.

그러시더니 이번엔 돈을 달래요. 과정을 지켜보던 아는 사람들도 이러다간 생사람마저 잡겠다고 할 정도였어요. 어떻게 해요, 어쨌든 돈도 드렸죠. 아마 총 삼백만 원은 족히 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애가 밀은 거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해야죠. 그렇지만 정말 우리만, 우리 철수만 가해자인가요?

철수 어머니는 죽어서 해결될 일이라면 골백번도 더 죽고 싶다고 말했다.
그이는 지금은 그나마 대응이라도 하는데, 본인이 죽고 나면 철수는 어떻게 살아갈는지 앞이 안 보인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이의 바람은 한가지다. 이게 끝이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그래요. 매번 기도해요. 이번 일이 마지막이길. 하지만 어디 그렇겠어요. 내가 아무리 간절히 바래도 세상이 우리 철수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테지요. 어쩌면 두말 세말 할 필요도 없을지도 몰라요. 우리 사회에서는 정신지체나 자폐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죄인 취급 받으니까요. 정말 대책이 안서네요. 억울해도 호소할 곳도 없고...

세상은 우리 아이 장애를 이해해 주려고 하지를 않아요. 사람들이 딱 한번만이라도 장애를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이해해줄 수 있을 텐데.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잖아요. 누구도 내일을 알 수 없는 거. 우리 철수는 초콜렛 하나만 받아도 너무나 행복해하는데. 그러니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겠어요.”

작성자최희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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