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추방에 짧은 생을 마감한 고 코스쿤 셀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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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의 위정자들이나 법 집행자들에게 있어서는 인간의 존엄성마저 ‘미등록’된 상태를 말하는 것 같다. 그들은 입만 열었다하면 ‘인권의 원칙’에 입각해서 법을 집행하고 있다고 한다.
인권은 인간은 누구나 다 존엄하며, 피부색, 국적, 성별 등에 상관없이 모두가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를 말한다. 그렇다면 미등록 이주노동자란 이유로 인권의 기본적 원칙들이 유예되거나 무시된다면, 그것은 반인권적인 것이다.
지난 2월27일 새벽4시30분께 터키 이주노동자 코스쿤 셀림씨(27)가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6층 보호실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손 한 뼘 겨우 들락날락할만한 화장실 채광창을 뜯고 18m 높이 1층 화단으로 뛰어내렸다. 셀림씨는 죽기 전날인 26일 일터가 있는 화성시 발안에서 휴일을 맞아 시내에 나왔다가 강제단속에 붙잡혔다. 그는 단속반원들에게 “집에 돌아가기 싫어요.”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풀어달라고 간청했다고 한다. 이날도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는 수원과 발안에서 일제히 강제단속을 벌여 이주노동자 44명을 강제 연행했다. 셀림씨는 중국인, 필리핀인, 베트남인 등 함께 붙잡혀온 이주노동자 5명과 수감됐다.
2평도 채 안 되는 보호실에 6명의 이주노동자들과 살을 부대끼며 하룻밤을 보냈던 셀림씨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터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에게 단속추방은 생존권을 빼앗는 것이다. 낯선 땅으로 가서 돈을 벌겠다던 그의 푸른 꿈은 좁은 보호실 안에 갇혀 버렸다. 셀림씨는 동 트기 전, 비좁은 보호실에서 답답함과 절망과 체념을 넘어서 새벽녘 푸른빛을 따라갔다. 함께 울어줄 가족도, 친구들도 없는 낯선 땅에서 27살의 짧은 생을 접었다. 그리고 그는 죽어서 꿈에서도 그리워했던 땅으로 돌아갔다.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비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강제단속으로 연행된 중국인 이주여성노동자가 조사를 받다가 4층 유리창을 뚫고 떨어져 사망했다. 단속추방정책은 매년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을 다치게 하고 죽게 만들고 있다. 강제단속을 피해 4층 창문에서 떨어져 인대가 끊어진 이주노동자, 철로에 몸을 던진 이주노동자, 강제단속의 공포와 절망 속에서 숨진 이주노동자만 해도 100여명이 훌쩍 넘는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매일매일 강제단속의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불안과 공포는 꿈속에서조차도 자유롭지 못하다. 미란다원칙 고지 등 최소한 법에서 요구하는 절차마저도 ‘미등록’이란 이유로 무시되는 게 당연시 되는 현실에서, 그래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뒤로 미뤄둔 채 버텨가며 살아가는 게 바로 이주노동자들이다. 강제출국을 눈앞에 두고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게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셀림씨의 죽음에 대해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한다. 도의적 차원에서 위로금과 장례비용을 책임지면서 셀림씨의 죽음을 종결지었다. 정말 그런가. 단속추방정책이 셀림씨와 같은 이주노동자들을 매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연행시 어떠한 법적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1인당 0.3평밖에 안 되는 외국인보호실은 강제 연행된 이주노동자들의 불안과 절망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 2월 27일 새벽, 일제 단속에 강제 연행됐던 터키 이주노동자 코스쿤 셀림씨가 수원 출입국관리사무소 6
층 보호실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사진은 당시 그가 떨어지면서 깨진 창문 모습. 셀림씨의 죽음은 단속추방정책과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반인권적 환경이 얼마나 이주노동자들의 삶의 옥죄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주노동자 활동가들과 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8일 셀림씨 추모제를 하면서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유리벽 사방에 그동안 단속추방으로 숨진 100명의 이주노동자들 이름을 하나씩 하나씩 붙였다. “이주노동자 죽이는 강제단속 중단하라.” “더 이상 죽이지 마라”며 절규했으나, 여전히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입으로는 ‘인권’을 운운하면서 몇 푼의 돈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에 책임을 다했다는 식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란 신분이 인권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 셀림씨를 비롯해 이주노동자들을 죽이는 단속추방정책이 중단될 때에 비로소 이주노동자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받는 것이다.
부디 사람 차별과 단속추방이 없는 곳에서 편히 잠드소서.
글 노영란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사진제공 다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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