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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의 최저선

영국 커뮤니티케어의 시사점

본문

사회복지서비스와 책임성의 문제

최근 들어 사회복지서비스 또는 지역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사회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발맞추어 공공부조 차원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강화되고 응급지원제도가 준비되고 있다. 그리고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서는 이용자들의 접근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이 실시되고, 사회복지협의체의, 주민생활지원부서와 주민복지·문화센터 등이 도입되었다.

이런 변화와 함께 최근의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의 예산을 보면, 2001년에 8천547억 원이던 것이 2004년에는 1조4천57억 원으로 증가하였으며, 전체 사회복지예산에서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의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1년 32.6%에서 2004년에는 39.9%로 증가하였다(강혜규, 2005).

이러한 변화와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는 여전히 사람들의 최소한의 지역사회 생활을 담보하는 공공서비스로서의 책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미신고 시설에서의 불법 감금, 강제노역, 체벌, 성폭행 등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정신지체인에 대한 금품갈취, 여성정신지체인에 대한 성폭행 사건등도 지속적으로 보고 되고 있어, 우리나라에는 과연 지역단위의 복지서비스 전달 장치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더욱 한심한 일은 많은 경우 이런 일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의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에 사는 정신지체여성이 주변 사람의 적절한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의 성폭행 상황에 방임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하여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본인인가, 아니면 이웃인가? 지자체는 여기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 있는가?

여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며, 이는 지역단위의 사회복지전달체계의 맥락에서 작동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체계는 최저 수준 이상의 지역사회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어야 하며, 이 방식에 의하여 지방정부에 일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에서 살고 있는 취약한 성인의 인권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의 커뮤니티케어와 관련 장치, 영국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 지역사회보호-편집자)의 개요

▲영국버밍엄 지방정부의 홈페이지. 이곳에서 커뮤니티
케어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 커뮤니티케어는 1990년에 제정된  A국민보건서비스와 커뮤니티케어법 B(National Health Service and Community Care Act, NHSCCA)에 근간을 두고 있는 복지서비스 제공방식이다.

영국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적인 요소는 첫째, 효율성의 증진과 이용자의 선택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사회적 서비스 영역에서의 시장기제 도입이다.이 기제에 의해서 서비스 구매자와 제공자를 분리하였다.

둘째, 지방정부의 책임과 권한이 크게 강화되었으며, 지방정부의 역할도 과거의 직접 서비스 제공자에서 서비스의 욕구사정, 서비스 구매, 서비스 비용 지불 등의 역할로 변화하였다.

셋째, 사회복지서비스의 탈 사회화(privatization)이다. 이는 이전에는 대부분이 국가 및 지방정부에 의해서 운영되던 사회적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줄여가고, 대신에 개인이나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의 구성 비율을 늘려가는 정책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넷째, 지역단위의 보편적인 욕구 접수 및 평가체계의 수립과 케어매니지먼트(Care Management. 사례관리-편집자)를 통한 서비스 전달과 관리이다.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모든 성인은 해당 지방정부의 일원화된 창구에 서비스 욕구에 대한 평가를 신청하며, 평가 결과에 따라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경우 지방정부 사회서비스국이 운영하는 조직에 의해서 서비스가 일괄적으로 관리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이외에도 직접 지불, 이의제기 절차 등도 영국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적인 요소들로 언급되는 것들이다.

영국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적인 기제라고 할 수 있는 시장기제의 도입에 관련된 쟁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다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며, 여기서는 지역사회 생활의 최저수준 확보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내용만을 다룬다.

지방정부 전달체계와 평가받을 권리(right to assessment)

지방정부가 개입해야할 서비스 욕구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과정인 평가과정(assessment process)은 지방정부가 잠재적 서비스 이용자를 인지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인지하는 계기는 본인이나 가족, 이웃, 친척 등의 신청이 있거나 지방정부가 직권으로 욕구가 있는 것으로 인정한 경우 등 다양하다. 지방정부의 전달체계는 중앙정부의 지침에 의해서 각 지방정부가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최근의 *버밍엄 카운슬* 의 경우 전체 지역을 4개 권역(중, 동, 남, 북)으로 나누고 각 권역을 단위로 평가 및 서비스 팀을 설치하고 있다. 각 권역별 팀을 보면 신체장애팀, 지적장애팀, 노인 1팀, 노인 2팀, 노인 3팀 등을 운영하고 있고, 청각장애우와 같이 서비스 대상자의 수가 많지 않은 영역은 카운슬 전체지역을 담당하는 1개의 청각장애팀을 두고 있다. 이들 팀들은 모두 버밍엄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국에 소속되어 있으며, 이 일을 수행하는 주요 인력은 사회복지사들이다.

 커뮤니티케어의 초기 평가에 대하여 마샬(Marshall)의 개념을 적용하면 평가받을 권리는 사실상 장애우들에게는시민적 권리에 속한다(Rummery,2002). 영국의 경우 평가받을 권리는 사법체계를 통해서 보장되고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이다.

1986년 장애인법(Disabled Persons (Services, Consultation and Representation) Act)의 s.4에 의해서 장애우들은 자신들의 욕구에 대하여 평가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1948년 국민부조법(National Assistance Act)상의 ‘장애우’의 정의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다시 말해서, 장애우의 경우에는 본인이나 가족, 친척, 이웃 등의 신청이 있으면, 지방정부에 소속한 직원은 현재 어떤 조건에서 살고 있는지, 방임이나 학대 등의 심각한 문제는 없는지, 지방정부의 사회복지서비스가 필요한지 등에 대하여 필수적으로 평가하여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이는 장애우의 지역사회생활의 최저수준을 방어하는 보편적, 일차적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처무능력 상태에 대한 조치

지방정부 사회서비스국에 소속한 사회복지사가 지역사회에 사는 장애우나나 노인이 심각한 학대, 방임, 부적절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 어떤 일이 진행되는가는 지역사회생활의 구체적, 최종적 방어선과 관련된 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동이 학대나 방임 상황에 있는 경우는 커뮤니티케어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아동보호체계에 의해서 국가가 학대나 방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정신장애로 인하여 특별한 무능력 상태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경우는 정신보건법이 정한 절차에 의해 국가가 가족과 분리하는 등의 긴급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그리고 노령, 정신지체 등의 이유로 취약한 상태에 있는 성인들의 경우는 다소 복잡한 관계가 설정된다.

대체로 학대나 방임 상황을 가장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지방정부에 소속된 사회복지사들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강제분리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조치의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초기 발견자로서의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Brayne & Carr, 2003).

지방정부의 사회복지사가 이런 문제를 발견하게 되면 강제적 분리를 법원에 의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지방정부가 임명한 담당자(일반적으로 보건부서에 소속한 의료 담당자)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이 담당자는 정밀한 확인절차를 거쳐서 강제적인 분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관계된 법원(magistrate"s court)에 명령을 요청해야 한다(Brayne & Carr, 2003).

국민부조법(National Assistance Act)에는 강제분리의 기준이 제시되어 있는데, ‘심각한 만성질환, 노령, 쇠약, 신체적 불능 등을 경험하고 있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스스로 돌볼 수 없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적절한 케어를 받고 있지 않은 사람’인 경우이다. 법원에 의한 통상적인 분리 명령은 3개월 동안 유효하며, 법원이 이 기간을 갱신해서 연장할 수 있다. 그리고 분리 기간이 종료되면 본인의 의사에 의해서 그 장소에 계속 거주할 수도 있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학대나 방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최저수준의 지역사회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전달체계가 이를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공공과 민간의 사회복지전달체계가 나름대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 체계의 능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안들이 지역사회에서 지적 능력의 저하, 판단 능력의 부족 등으로 주변으로부터 학대를 받거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방임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 대하여 최소한의 시민으로서의 지역사회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를 보면 일차적인 안전장치는 욕구에 대한 평가를 받을 권리이며, 이차적인 장치는 구체적인 법령상의 기준과 법원의 결정에 의하여 필요한 경우에 분리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의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해 볼 때, 이런 두 가지 방식의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후자의 분리조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제도 마련은 좀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평가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사회복지사업법 33조에 규정되어 있는 ‘서비스 신청 권리’가 실제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 법에서는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와 친족 그 밖의 관계인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보호대상자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2003년 법 개정에서 추가된 내용이며, 2004년 9월에 후속 시행방안이 제정되었으나 실제로는 거의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일차적 방어선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평가받을 권리가 실제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것이 법률상의 권리임을 선언하고 사법체계를 통해서 보장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신청한 욕구에 대한 평가 방법이나 구체적인 처리절차와 기준 등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정부지침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버밍엄 카운슬*: 2001년 기준으로 버밍엄 시티 카운슬의 인구는 977,087명이며, 면적은 267.8㎢이다. 우리나라와의 비교를 위하여 구로구를 보면 2004년 기준으로 인구는 416,020명이며, 면적은 20.11㎢이다. 이렇게 보면 버밍엄 시티 카운슬의 인구는 서울의 2~3개 구의 인구를 합친 것과 비슷하며, 면적은 서울의 10개의 구를 합친 면적과 비슷하다.

관련문헌
강혜규. 2005. “통합서비스 관점에서 본 한국 사회복지서비스의 제도적 특징”. 사회복지정책대토론회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통합』자료집.
김용득(2005). “영국 커뮤니티케어의 이용자 참여 기제와 한국 장애인복지서비스에 대한 함의”. 『한국사회복지학』, 57(3): 363-387.
Brayne, H and Carr, H. 2003. Law for social workers. Oxford.
Rummery, K. 2002. 김용득 역(2005). 『장애인의 시민권과 영국의 지역사회보호』. 서울: EM커뮤니티. 

작성자김용득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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