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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를 내건 부산 아펙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세계의 자유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특별성명과 부산 로드맵을 발표하며 11월 19일 폐막했다. 부산 아펙은 시장과 기업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줄 것을 요구하는 정상들과 관료, 기업인들의 잔치였다.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료·교육·문화·식량 등 유·무형의 공공적 재화들을 교역의 대상으로 삼아 사유화시키고, 오는 12월 세계무역기구(WTO) 홍콩 각료회의에서 이러한 세계질서를 강화하는데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 아펙의 결론이다. 그들은 말한다. 탈규제화, 개방화, 민영화의 물결로 교역이 활성화되면 그만큼 세계는 잘살 수 있다고. 과연 그런가?
유엔 경제사회국(DESA)에서 발표한 ‘2005 불평등의 빈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선진국 국민 10억 명이 차지한 반면, 나머지 20%를 놓고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50억 명이 경쟁하고 있다고 한다.
73개국을 분석한 결과 1980년대 이후 빈부격차가 줄어든 국가는 9개국에 그친 반면, 심해진 국가는 48개국이었단다. 전 세계 노동자의 1/4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세계 64억 인구의 53%가 절대 빈곤선의 기준인 하루 2달러도 되지 않는 생활비로 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국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상위 20%의 소득은 3.1% 늘었지만 하위 20%의 소득은 34%나 감소했다. 불평등 정도를 알려주는 지니계수는 1997년 0.283에서 2004년에는 0.310로 증가했다. 게다가 부산 아펙으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이 겪은 인권침해는 한두 건이 아니다. 6천여 곳 부산시 노점상은 아펙기간 전후로 생업을 폐쇄 당했다. 추운 바람을 피해 겨울 지하도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은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넣어두었던 옷가지와 이불을 빼앗겼다. 또한 부산시는 공사용 가림막과 꽃바구니를 조성해 슬래브촌과 판자촌을 ‘손님’들이 볼 수 없도록 ‘분리 장벽’을 설치했고, 해운대 일대 15곳 건설현장의 공사를 중단하게 해 37만 노동자를 실업자로 만들었다.
부산 아펙을 준비한다며 온 나라가 떠들썩하는 가운데 두 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한 농민이 경찰이 휘두른 폭력으로 죽어갔다.
그들이 ‘자유무역의 환상’을 유포하는 동안 전 세계 어딘가에서 혹은 지금 여기에서 굶어죽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안타까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의 자유무역체제는 중심부 국가와 가진 자에게로만 자본의 집중시키고 있다. 그 결과 주변부 국가의 빈곤상황은 심화되고 중심부 국가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공격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아펙과 세계무역기구로 대변되는 ‘세계경제질서’는 가진 자 중심의 자유무역 증진을 낳고,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과 파괴로 드러난다.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하나의 공동체’는 ‘민중의 공동체’가 아니라 ‘가진 자들만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부산 아펙은 끝났지만 대안적인 세계질서를 꿈꾸는 사람들은 다시 홍콩 각료회의로 저항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저항은 폭력과 불평등을 확대하는 자유무역에 맞서 인권과 민주주의로 ‘연대’를 일구어 나가는 소중한 몸짓이 될 것이다. 이제 당신도 이들과 연대를 꿈꾸어보심이 어떨지!
글 최은아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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