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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필리핀·베트남 장애우 민간교류

“신짜오!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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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4일부터 30일, 베트남에서는 한·일·필리핀·베트남 장애우들의 풀뿌리 만남이 있었다. 이번 만남은 오는 2007년에 열릴 ‘제2회 한·일·필리핀·베트남 장애우단체 국제교류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가진 것이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995년부터 민간차원의 장애우 교류확대와 한일 양국 장애우 운동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서 지난 10여 년 동안 일본의 ‘장애우차별과싸우는공동체전국연합’과 민간교류를 계속해 왔다. 그러다 아시아 장애우 연대의 지평을 넓히는 것을 목적으로 작년에는 필리핀 장애우들과의 교류를 갖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올해 2007년에는 베트남에서 4개국의 장애우단체 교류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함께걸음〉에서는 이 대회 준비차 베트남 장애우들을 만나고 온 베트남의 장애관련 정책들과 단체들을 미리 소개하고자 한다.

전쟁의 아픔이 사라지지 않은 나라 ‘베트남’
인도차이나 반도 동부에 위치한 베트남은 면적은 33만2천501제곱킬로미터, 인구는 8만150만 명이다. 이 나라의 정식명칭은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Socialist Republic of Vietnam)’이다. 수도인 하노이는 2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도시로 베트남 북부를 지배한 중국의 역대 왕조의 도읍이었다. 그리고 베트남의 경제수도라고 할 수 있는 호치민시는 1975년 남북베트남이 통일 될 때까지 사이공이라고 불렀으나, 76년에 호치민특별시로 개칭했다.
한국이 참전한 베트남 전쟁의 1975년 종식이후 베트남은 1986년 개혁개방정책을 도입하여 지속적으로 경제발전을 해오고 있다.
전쟁 당시 매설된 지뢰 및 폭발물과 고엽제로 인해 장애우도 속출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에 의하면 장애우는 510만에 달한다. 그 중 많은 인원인 19만5천360명(27.36%)이 전쟁으로 인해 선, 후천적으로 피해를 입은 장애우라고 한다. 또한 많은 인원들이 고엽제 피해로 2, 3세대까지 장애의 고통을 받고 있으며, 지뢰사고로 뒤늦게 장애우가 발생하는 등 전쟁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의 전쟁피해 장애우에 대한 지원은 상이용사에게 3년에 1회 의지보조기를 지원해주고 약간의 지원금을 주는 것에 그치고 있다. 고엽제 피해자들에게는 중증환자들에게는 매달 10만동Dong(한화 7천5백원) 경증환자들에게는 4만5천동(한화 3천4백원)을 지원하는 것이 전부다. 그나마도 전쟁에 참여한 참전군인에게만 지원된다고 한다. 고엽제 피해자 2세, 3세대인 청소년, 어린이들에게는 고엽제 피해 유무를 밝혀야하는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정부지원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청소년, 어린이 고엽제 피해자를 위한 병원, 재활시설이 부족할 뿐 아니라 전문적인 프로그램도 없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베트남의 대중교통수단은 오토바이다. 필자가 베트남의 "미래를 위하여"센터를 방문했다가 본 휠체어. 이 세넡의 간사가 타고 다니는 것인데, 뒷부분을 내리면 경사로가 되어서 수동 휠체어를 탄 채 오토바이를 탈 수 있게 개조했다.

전체 인구중 510만 명이 장애우
베트남은 대략 510만 명이 장애우이며, 총인구의 6.34%이다. 130만 명은 중증장애우며 이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장애우의 87%는 지방에서 살고 있으며, 13%는 대부분 도시 빈민이다. 장애우의 64%는 남성이고, 연령은 66.8%가 48세 이하이다.
장애의 원인은 선천성이 35.87%, 질병이 32.49%, 산업재해가 3.49%, 교통사고 1.16%, 전쟁피해가 25.56%, 기타 1.57%이다.
장애유형은 시각장애 13.84%, 청각장애가 9.33%, 언어장애 7.08%, 지체장애 29.41%, 정신지체(발달장애포함) 16.82%, 정신장애 6.25%, 기타 17%이다.

장애관련 법은 갖추었으나 실행은 미비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의 헌법은 1992년에 국회의 상임위원회에 의하여 채택되었고 장애우와 상이군인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는데, 전쟁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을 우대하고 있다.
1998년에 장애우 가족, 정부, 사회적 책임을 언급하고 장애우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장애인법이 채택되었다. 여기에는 공공의료, 문화, 교육, 직업훈련과 고용, 접근권, 체육, 스포츠, 건설교통 등을 규정하여 장애우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실천되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교육분야에서도 장애우가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법으로 규정은 하고 있으나, 전체적인 교육 수준이 낮고 장애우는 더욱 열악한 상태였다.
현재 학교에 등록되지 않은 장애아동 중 대략 15.8%는 중퇴, 38.6%는 미취학 상태이다.
취학 장애아동의 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6~17세 장애아동의 일반적인 교육수준은 매우 낮고 50%이상이 문맹이다.
베트남에도 통합교육이 국제교육연합과 유네스코에 의해 1985년에 처음으로 소개되었고, 국가교원양성과정에 특수교육이 있으나 전문적인 훈련의 부족으로 지식과 기술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수교사가 늘어나고 교육 프로그램이 향상되고 있지만 장애학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현실이다. 다양한 장애유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술이 없고 특성에 맞는 개별지도를 위한 교보재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청각장애우의 경우 보편적인 수화가 없으므로, 수화보급과 함께 수화가 가능한 교원 양성이 필요한 것 같다.
베트남의 장애우 단체들은 “통합교육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단기적으로 특수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베트남 510만 장애우의 대략 69%는 16~55세의 노동 연령이며, 이중 30%만이 고정적인 수입이나 직업을 가지고 있다. 장애우 총수입의 30%는 경제활동으로부터, 70%는 가족의 지원으로부터 나온다.
장애우 대부분은 수공예 생산공장이나 센터 등에서 자수, 도자기, 종이공예 같은 수공예품을 만들거나, 시각장애우의 경우에는 이쑤시개, 나무젓가락 등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장애우 부양은 가족과 이웃에게 의무가 있으며, 가족이 없는 무연고 장애우(17.3%)만이 한달에 4만5천동(대략 2.80 달러)의 수당을 받는다.
노동상이사회부(MOLISA/Ministry Of Labor-Invalid and Social Affairs)와 재무부 규칙에 따라 기업에게 장애우 의무고용율을 규정하고 있으며, 전기생산, 야금학, 화학, 지질, 석유/가스, 광업, 건설, 운송 산업에는 2%, 그 외 산업에는 3%의 의무고용율을 정해놓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월간 일정금액의 기부를 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은 낮다고 한다.
노동상이사회부는 노동자, 상이군인, 사회복지를 위해 설립되었다. 과거에는 상이군인과 장애우를 위해 국가 부처가 나누어져 있었으나 1987년 2월 노동상이사회부가 설립되면서 통합되었다. 노동상이사회부는 전국 178개의 직업훈련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장애우를 위한 직업훈련센터는 10개이다. 이어서 베트남의 장애관련 기관들에 관한 소개다.

베트남전국장애인조정위원회
(NCCD/The national coordinating committee on disability of vietnam)
‘베트남전국장애인조정위원회’는 노동상이사회부 산하의 장애우 복지업무를 전담하는 국가기관이다.
이 위원회는 장애우 교육과 고용, 생활 그리고 여가에 있어 장애우들의 평등을 촉진할 책임이 있는 모든 장애우 조직을 관리하고, 장애우의 경제적 사회적 독립과 지역사회로의 통합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효과적인 장애우 지원을 위한 정부나 국제 NGO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정책 및 프로그램 수행 상황 평가, 장애우들을 위한 정책 기준 원조 기타 규정 조정과 정책적 제언, 국제 또는 지역 조직, 정부와 비정부기구, 개인들의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조정, 국제교류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이다보니 민간 장애우 단체와의 의사소통에 있어서 다소 문제가 있으며, 장애우를 대변하기 보다는 행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 내 장애인정책과나 재활지원과의 역할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장애우와 고아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정부
조직인 "베트남장애인및고아지원협회"의 모습
베트남장애인및고아지원협회
(The association for the support of vietnamese handicappde and orphans)
‘베트남장애인및고아지원협회’는 장애우와 고아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1992년 설립되었다. 이 협회는 나이 성별 종교 정치적 견해에 관계없이 장애우와 고아들을 지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과 조직들을 모은 자선 및 비정부 조직이다.
장애우와 고아들의 보호/보육 재활 직업훈련 학교교육 그리고 직업창출을 위해 개인과 조직으로부터 인력, 지식, 현금 등을 기부하는 활동을 국내외에서 진행하고 있다.
장애우와 고아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를 통합시키기 위한 개인과 조직들의 설득, 재활원조, 휠체어보급, 학교건립, 직업교육, 정신적인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문화스포츠 조직들과의 연계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미래를 위하여" 센터의 교육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
미래를 위하여 (Hold the Future)센터
‘미래를 위하여’는 장애아동 및 청소년의 직업훈련과 직업창출 센터로서 시각, 청각, 정신지체, 발달장애(자폐), 정신장애의 아동들이 생활 또는 통근하고 있다. 주로 다양한 전통재료로 독특한 디자인을 개발하여 직접 생산하고 방문객이나 바이어를 통해서 판매하고 있다.
4층의 일반주택에 1층은 강의장, 2층에는 장애아동 및 청소년이 작업하는 공간, 3층은 숙소, 4층에는 비장애청소년과 청각장애우가 함께 작업하는 공간이다.

밝은미래그룹
(The Bright Future Group for People with Disabilities/BF Group)

‘밝은 미래그룹’은 1988년 하노이 대학 지체장애학우로 결성된 하노이의 대표적인 장애우 자조단체다. 40여명의 회원들은 각자 직업을 갖고 있으며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관리 운영을 하고 있으며, 독립적인 삶을 살면서 사회의 이익에 기여해 장애우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다.
주요활동으로는 컴퓨터와 영어습득의 직업훈련과정 운영, 다른 사회조직들과의 연계 활동, 장애우 정책의 수정과 조정을 위한 제언,  사회적 의식계몽을 위한 문서 발간, 이동권 증진을 위한 대정부 건의 및 휠체어 수리 등이다.
밝은미래그룹의 대표인 두옹티반 씨는 교통부 공무원으로 25년간 일하고 있는데, “정부에 장애인권익향상을 위한 투쟁이 가능합니까?” 라는 질문에 아주 밝은 표정으로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것들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므로 큰 무리가 없다”고 대답했다.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인데 너무 쉽게대답이 나와서 의아했다. 공무원이면서 자조단체를 결성해서 활동하고 있는 부분도 우리의 현실과는 사뭇 다른 부분인 것 같았다.
밝은미래그룹은 ‘하노이장애인연합회’ 결성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우정마을(Vietnam Friendship Village)
‘우정마을’은 조지미조(베트남참전미국인)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전 세계 다양한 국가의 참전군인들의 집합적인 노력을 통해 조직되었다.
우정마을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로부터 대략 16km 떨어진 하테이도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엽제로 인해 장애를 가진 참전군인과 아동들이 생활하는 센터이다. 100명의 장애아동과 50명의 참전군인 그리고 43명의 직원이 거주하고 있다.
이 곳은 입주순환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참전군인들은 2~3개월, 아동들은 1~2년 동안 의식주는 물론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가정으로 복귀한다. 참전군인에게는 의료서비스와 요양, 아동들에게는 의료, 재활치료, 일반교육 및 특수교육, 직업훈련 등이 제공되며 지역사회 적응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우정마을에서는 다른 장애우에 비해 고엽제 피해 참전군인과 장애아동들에게는 그나마도 나은 대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 지원 없이 베트남 제향군인회와 국제NGO의 지원만으로 운영되는 점, 장애의 회복과 완전한 자립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많은 인원에게 한시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현실 등으로 미루어 보면, 국제적인 상징물로서의 역할이 더 큰 것 같아보였다.

▲우정마을에서 운영하고있는 장애우 생산품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우들

한-베 센터의 지구촌 나눔운동
지난 50년간 세계 NGO들의 최대 관심사는 ‘빈곤과 개발’ 이었다. 그 중 한국의 개발 NGO로 시작된 지구촌나눔운동 첫 번째 개발협력사업이 바로 ‘한-베센터’다.
이곳은 1인당 GDP가 275불(베트남 전역 542불)에 불과한 하떠이성 지역의 가난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목공작업훈련, 봉제과정, 컴퓨터교육 등 직업훈련을 통하여 폭넓은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또한 주민 도서관 운영 및 초등학교 설립 등의 지역개발, 소득증대를 위한 암소은행(암소구입비를 저리로 대출)사업, 민간 봉사단을 활용한 민간교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장애인재활센터 건립을 추진해 왔는데 2006년 4월에 완공 예정이란다. 재활센터에서는 6세에서 19세의 어린이, 청소년 장애우 100명을 3~6개월간 센터에서 생활시설에서 생활케 하면서 개별적인 재활치료를 제공할 예정라고 한다.

베트남과의 외교 정상화 이후 많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베트남을  단순히 시장으로만 인식하는 것보다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을 주고 민간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이번 교류에서 한국과 일본, 베트남은 2007년 5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필리핀을 포함한 4개국 장애우단체 국제교류대회를 갖기로 했다.
대회의 주제를 비롯한 세부적인 사항들은 차차 논의키로 했으며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베트남 장애우단체들의 활발한 활동과 참여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2007년 4개국의 장애우 단체 국제교류대회가 전쟁 때문에 더 열악해진 베트남 장애우들의 인권보장을 촉구하는 뜻깊은 장이 되길 기대한다.

글 박진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기획관리부 팀장)

작성자박진제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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