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애우복지정책과 현장의 중심은 발달장애우다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미국 장애우복지정책과 현장의 중심은 발달장애우다

미국 장애우복지현장을 가다1

본문

지난 8월 필자는 미국 일리노이주의 발달장애우복지 현장을 다녀왔다. 이번 연수는 ‘발달장애우복지현장‘이라는 한정된 주제로 일리노이주 정부, 서비스현장, 연구기관, 민간단체 등을 둘러봤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이번 연수에서 보고, 들었던 것을 그 누구보다 발달장애자녀로 인해 노심초사하는 부모님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현재의 미국 발달장애우복지의 기틀 바로 다름 아닌 부모들의 동력에 의해 이뤄졌기에 미국이 완벽한 모델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우리나라 부모운동에 방향은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런 목적으로 필자는 <함께걸음>을 통해 미국 장애우복지정책과 현장의 차이점, 발달장애우자녀를 위한 미국부모들의 미래대책, 미국 발달장애우부모 및 당사자운동을 통해 본 부모운동의 방향성 등을 세 번에 걸쳐 기고할 예정이다.

‘발달장애우전담국‘ 설치로 특별하고 집중적인 지원
미국은 주(State)별로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DHS(Department of Human Services)를 두고 있으며, DHS 산하에는 ‘알코올중독 및 약물남용치료 서비스‘, ‘산모·모자가정·청소년 건강 서비스‘, ‘가정 폭력·청소년 문제 예방 서비스‘, ‘정신 건강‘, ‘일시적인 원조를 필요로 하는 가정과 아동 양육의 복지서비스 프로그램‘, ‘재활서비스‘ 등의 주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Division: 局)을 두고 있다. 이 중 재활서비스국이 우리나라로 말하면 장애인정책과와 재활과에 해당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놀라운 사실 한 가지는 ‘재활국‘ 이외에 여타의 장애유형은 제쳐두고 발달장애우문제만을 전담하는 ‘발달장애인국(The Division of Developmental Disabilities: 이하 DDD)‘을 별도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행정국으로 두고 있다는 것은 미국이 발달장애우문제에 대해 특별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그것도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리노이주 DHS의 장애우복지예산 중 20%가 발달장애우관련 예산이며, 이 예산은 DHS 7개의 국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예산수치에 비해 그들이 제시하고 있는 발달장애우 인구수는 10%, 장애우인구수 중에서 1.8%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1.8%의 장애우들에게 전체예산의 20%가 집중되어있는 것. 그만큼 미국 장애우복지가 어디에 초점에 두고 있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또 이 부분에 대해 일반 사회구성원, 장애우당사자 및 관계자의 합의가 도출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WDSRA에서 발달장애우와 한국인연수단이 게임을 하는 장면


발달장애우복지 정책결정 발달장애우 당사자와 가족이 우선
최근 자립생활운동으로 정책결정에서 장애우 당사자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장애우복지정책 논의 과정이나 결정과정에서 발달장애우의 참여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다만 장애우정책과정에서 부모가 대변인으로 참여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우리 현실과는 다르게 미국은 주정부 산하에 민관협의기구인 발달장애인평의회(Council on Developmental Disabilities: CDD)를 두고 장애우복지정책결정과정에서 발달장애우 당사자 그리고 가족이 정책결정에 참여하고, 중심으로 서고 있다.

이 발달장애인평의회는 발달장애우와 관련된 교육·고용·복지 등 현안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뿐 아니라(5개년 계획을 수립한다), 시스템의 변화가 초래되는 정책인 경우에는 시범사업이나 연구기금(Seed Money)를 조성하여 관련 기관이나 연구기관의 연계로 직접 시범사업이나 대안을 강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선 이 기구 역시 발달장애인전담국과 같이 여타의 장애유형에는 없는 아주 특별한 협의기구라는 점에서 미국 사회가 발달장애우문제에 얼마나 진중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느냐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추구하는 목적이 단순한 문제해결이나 정책결정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실천력을 담보하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게다가 평의회 구성원의 절반이 넘는 60%가 발달장애우 당사자와 가족으로 구성되어있단다.

현재 발달장애인평의회가 추진 중인 시범사업으로는 발달장애우주거시설 등에 근무하고 있는 생활교사(direct service person)의 높은 이직률을 감소시키는 방안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생활교사의 처우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생활교사의 이직률이 결국에는 발달장애우들의 서비스 질과 직결되어있기에 우선순위로 정하게 되었다는 관계자의 설명은 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당사자와 가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평의회 뿐 아니라 발달장애우전담국인 DDD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필자가 미국을 방문할 당시, 발달장애우를 비롯한 다섯명의 장애우들이 시설을 떠나 지역에서 거주하고자 소송을 제기했고, 그것이 일리노이주 장애우복지의 이슈로 등장해 있었다.

주정부가 낯선 한국인들에게 탈시설에 대한 정책방향과 대안을 먼저 제시하면서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것은 주정부 역시 발달장애우 당사자들의 흐름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역력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전생애에 걸친 서비스 지원체계
이미 미국의 장애우복지정책이나 서비스에 대해 여러 차례 소개된바 있기에 중요한 골자만 짚어보면, 우선 발달장애우의 생애를 0~3세, 학령기, 전환기, 성인기, 노령기 등으로 나눠볼 수 때 현재 미국사회에서는 0~3세 사이에 장애가 발견될 경우 우리식으로 하면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DHS에서 지원하는 조기개입프로그램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학령기의 경우에는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장애우를 기다리고 있으며, 전환기, 성인기에는 다시 DHS가 지원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시스템에 대해서도 미국에서는 3세 이후 학령기까지, 학령기 이후의 성인기에 대해 주정부의 명시적인 책임규정이 법에 규정되어있지 않다고 비판하지만, 학령기 이후 성인기에 도래하면 기본적으로 발달장애우가 부모 곁을 떠나 자립을 하고자할 때 소득이나, 주거, 의료 부분에 있어서 자립이 가능하게 해주고 있으며(이 경우 자산조사가 뒤따른다), 다양한 지역사회, 직업재활, 레저, 오락, 봉사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회참여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홈헬퍼(Home Helper)제도 등으로 충분히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여건도 제공된다.

또 한가지의 차이점은 이 가운데 소비자와 서비스제공자를 유·무상으로 매개해주는 다양한 기관, 일명 ‘에이젼시(Agency)‘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주에 따라 이런 에이젼시 역할을 주가 직접 하는 경우도 있고, 전문 에이젼시가 아니어도 민간단체들이 이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다양한 에이젼시가 발달장애우와 가족들에게 적절한 정보와 자원을 연계해줄 뿐 아니라 발달장애우가 전 생애를 걸쳐 받아야 할 서비스와 지원을 찾아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필자가 직접 방문한 에이젼시는 (주)팩트(Pact Inc)와 (주)라이프플랜(Life‘s plan Inc)이라는 기관이 있었는데, 이 두 기관 모두 서비스를 연계해주고 조정해주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발달장애우와 가족을 위한 옹호 및 지원활동까지 전개해주고 있었다. 현재 일리노이주 안에는 이렇게 서비스를 연계해주는 기관이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 18개, 영유아를 대상으로 25개가 있었다. 이들은 쉽게 말하면 개개인에게 맞춤서비스로 사례관리(Casemanagement)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개장한 HansonCenter의 무장벽 어린이 놀이터

장애우복지서비스현장, 발달장애우 소비자의 입맛을 당기는 프로그램으로 승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소비자의 선택권과 결정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선택권과 결정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우선적으로 프로그램의 양에서 드러난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까지의 평등한 즐거움(Equal fun for everyone)‘을 위해 발달장애우들에게 레저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WDSRA(Western DuPage Special Receation Association)라는 기관은 일리노이주 두페이지(DuPage)라는 지역의 발달장애우들을 위해 연간 천여개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는 체육·공예·문화·자연·캠프에서부터 소소한 사교모임까지 모두 포함되어있었다. 그리고 치료나 재활, 사회적응프로그램 국한되어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인 발달장애우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WDSRA가 서비스의 양에 차별화를 보인다면, 장애우와 비장애우의 통합레저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한슨센터(Hanson Center)라는 기관은 질이 높은 프로그램 제공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예를 들어, 승마재활프로그램이나 동물, 원예, 몬테소리, 안내견 및 치료견 훈련·분양, 무장벽 어린이 놀이터 프로그램 등 독특하면서도 질 높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어 우리나라 복지현장과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상호 처한 현실이나 자원이 다르기에 무조건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서비스 현장이 재원이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조직과 소비자의 비탄력성이 이러한 서비스 프로그램 개발을 쉽지 않게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재원의 부족은 역시 미국에서도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는 문제점이었기에 이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일 것이고, 중요한 것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개발하느냐 일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 미국은 기관과 지역, 공공기관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미국 장애우복지서비스 현장의 방문을 통해 느낀 근본적인 차이점은 첫째, 이들은 프로그램 개발이 기관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자연히 장애우들 욕구에 기반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둘째, 장애우의 삶의 질을 풍부하게 해준다는데 프로그램 개발의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아직까지 치료나 재활쪽에 대한 공급조차도 맞추지 못하는 게 우리의 아픈 현실이기는 하지만, 청소년기나 성인기의 발달장애우들이 갈 곳 없어 방황하는 것을 지켜보면 우리가 빨리 뒤따라 잡아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차이점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장애우들의 입맛을 당겨주고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 , 그리고 그 가운데 자신이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서비스현장에서 이러한 기회의 제공은 자연스럽게 발달장애우들에게 자기결정과 선택의 기회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일상의 삶으로 이어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작성자이인영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