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애우 작업장 실태보고
본문
일본의 장애우, 특히 중증장애우는 무엇으로 사는가?
일본은 ‘장애인차별과싸우는전국 공동체연합(이하 공동련)‘이 주최가 돼서 한 일 장애우 국제 교류대회가 8월 20일부터 24일까지 일본 관서지방인 시가현 오쯔시와 일본 제 2의 도시 오사카시에서 열렸다.
참관기는 이미 9월호에 실었고, 이번 호에서는 일본의 소규모 장애우 작업장 얘기를 좀 더 세밀하게 싣는다.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일본 공동련은 소규모 장애우 근로시설 연합체인데, 이 단체는 장애우가 아무리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일을 통해서 자립해야 한다는, 즉 장애우도 노동의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이념을 가지고 있는 단체다. 장애우가 시설에서 나와서 지역 사회에서 살아야 한다며 70년대부터 작업장 갖기 운동을 시작했다는 공동련, 이 단체 산하 소규모 작업장 몇 곳을 둘러봤다.
대졸 초임보다 더 수입이 많은 일본 중증장애우
일본은 전국적으로 수산시설이라고 부르는, 규모가 큰 보호작업장과 근로시설이 3천 여개가 있고, 공동작업소라고 부르는 소규모 근로시설 6천 여개가 있어 합쳐서 9천 여개의 장애우 작업시설이 있다는 것이 공동련 관계자 얘기다. 공동련은 후자 즉 6천 여개 작업소 중 일부가 따로 모여서 만든 연합단체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인가 시설이라도 소규모 작업소 한 곳 당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연 1천만엔, 우리나라 돈으로 약 1억원 가량을 지원해서 운영된다.
그리고 일본 장애우들은 생활의 기반이 장애연금인데, 장애 1급의 경우 8만3천엔을 받고 여기에 더해 중증장애우 수당으로 3만엔을 더 받아서 월 11만엔에서 12만엔 정도의 돈을 일본 정부로부터 받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약 11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기본 생활을 영위한다고 보면 되겠다.
이런 전제 아래 지금부터 일본의 소규모 작업장들을 살펴보자.
먼저 일본 작업장들이 인상적인 것은 우리나라에서 장애우 자립작업장으로 구분되는 시설들이 생산시설 뿐만 아니라 서점 식당 빵집 등 규모가 작은 조그만 가게 운영도 장애우들이 모여서 일하면 작업장으로 인정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 준다는 점이다.
그러면 왜 이런 지원이 가능한 걸까, 일본의 소규모 장애우 작업장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일본 오사카시와 시가현 등 관서지방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벌어졌던 장애우 해방운동을 만나게 된다. 운동의 중심은 그 당시 시설에 수용되어 있던 일본 장애우들과 집에 방치되어 있는 장애우들을 구해내 지역사회에서 살게 해주자는 것이었고, 장애우가 지역사회에서 살려면 필연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소규모 작업장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장애 비장애우가 함께 어울려서 일하는 장소 만들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던 것이다.
이때 일본 장애우 해방운동 그룹은 우리나라에서 장애우 생산시설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전자부품 조립 같은 단순작업 시설은 애초에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중증장애우가 지역사회에서 살려면 지역과 밀착한, 지역사회가 소비하는 물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빵 과자, 인쇄, 식당, 재활용품 판매점 등을 장애우 작업소로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 오늘날 일본 지역사회에서 뿌리깊게 자리 잡은 장애우 작업소들의 면면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전통 때문인지 일본도 지역적으로 장애우 복지의 특색이 있다는 것이다. 즉 작업소 만들기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던 오사카 등 관서지방에서는 복지의 중심을 작업소가 담당하고 있고, 동경 등 그 밖의 지역에서는 자립생활 등 지원 프로그램이 장애우 복지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지금부터 앞에서 언급했듯이 30년 전 작업장 만들기 운동이 처음 벌어졌던 일본 관서지방의 소규모 작업장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시가현 오쯔시에 있는 ‘생활의 보물 창고‘라는 이름을 가진 재활용품 판매 작업장, 모두 15명의 직원이 일 하고 있는데, 장애우가 9명이고 비장애우가 6명이다. 이 작업장은 하루에 5-6만엔 정도의 재활용품을 판매해 한 달 120만엔에서 130만엔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연간 수입이 1600만엔이라는 게 이 작업장 관계자 얘기다.
그리고 이 작업장에 대한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연간 3천3백만엔이고 그 중에는 오쯔시가 매월 지원하는 매장 임대료 180만엔도 포함되어 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시급 682엔을 받는다는 게 관계자 얘기다. 시가현이 정한 최저임금이 652엔인데 최저 임금보다 약간 더 받는 셈이다. 이 매장 운영자는 장애우들이 받는 월급에 대해 물어보자 "한 달 평균 9만엔에서 10만엔이 기본 임금이고, 그 외에 수당 형태로 임금을 더 지급하는데 가령 혼자 살고 있는 장애우는 주택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임금을 더 지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본 대졸 초임자 임금이 18만엔 정도인데, 이 작업장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우는 기초연금으로 8만3천엔을 받고 있고, 여기에 더해 임금 약 10만엔의 소득이 더 있기 때문에 장애우들이 대졸 초임자보다 소득이 더 높다는 게 운영자 얘기였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 하나, 물론 일본내 모든 소규모 작업장이 이 작업장이 책정한 수준의 임금을 장애우에게 지급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본 중증장애우들이 일본 대졸 초임보다 더 소득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은 새삼 연금의 위력을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졸 초임이 평균 2천만원 정도라고 한다면 거기에 비해 중증장애우들의 소득은 과연 얼마인가, 비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언급한 일본내 중증장애우들의 수입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건 엄연히 현실이고 일본과 우리나라 장애우 현실을 비교할 때 가장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이다.
장애우 욕구를 바탕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작업장
▲과자만드는작업장에서일하고있는정신지체장애우들
다음은 역시 시가현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공생 심포니라는 작업장을 방문했다. 전체가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자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이 작업장은 일본에서 수산시설로 분류되는 비교적 규모가 큰 작업장이었다.
장애우 비장애우 합해서 모두 8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장애우 직원만 27명이다. 법인 산하에 과자 공장과 레스토랑, 그리고 두 개의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시설 관계자 설명이었다.
이 법인의 중심 작업장은 과자 공장이었다. 과자를 만들기 시작한 지 20여년이 됐다고 하는데 손익분기점을 넘은 게 꼭 10년 전 이라는 게 작업장 관계자 얘기였다. 작년 4천3백만엔(약 4억원) 매출을 올렸고, 올해 6천만엔 매출을 예상하고 있단다. 일본 장애우 작업장들이 만드는 빵과 과자는 방부제를 전혀 쓰지 않고, 재료로 일본 밀을 쓴다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작업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작업장에서 만드는 과자의 시세는 일반 과자보다 10%가 더 비싸다. 그럼에도 높은 수준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영업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 얘기였다.
이 과자 작업장의 영업활동은 장애우 4명과 비장애우 4명이 같이 하는데 관공서 유치원 학교 등을 돌아다니면서 주문을 받는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영업에 나서고 있는 장애우 4명이 모두 심한 정신지체인이라는 것이다. 정신지체 장애우가 영업활동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겠지만 일본은 이게 가능하다. 그리고 이렇게 정신지체인이 영업을 해서 생기는 매상이 1년 과자 작업장 매출액의 반을 차지한다는 게 법인 관계자 얘기였다.
임금은 6만원에서 많으면 19만엔 까지 지급하고, 이 작업장 역시 부양 가족이 있는 장애우의 경우 한 달에 2만엔을 더 지급하고, 월세를 사는 장애우의 경우는 월세의 50%를 작업장에서 지급하는 독특한 임금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 하나, 아무리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땅덩어리가 크다지만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소규모 장애우 작업장이 많은 것에 대해 놀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일본은 왜 이렇게 작업장이 많을까, 장애우 현실에서 특히 중증장애우들이 갈 곳은 수용시설 아니면 지역사회일 것이다. 선택의 폭이 좁다는 말이다. 이런 전제를 하면 아무래도 장애우들은 시설보다는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살려면 지역에 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작업장들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장애우들의 특성상 한 번 작업장에 들어가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작업장을 그만두지 않는다. 소개한 이 과자 작업장도 마찬가지였다. 장애우가 한 번 들어오면 나가는 경우가 없어 신규채용이 거의 없다는 게 작업장 관계자 얘기였다. 지역에서 장애우가 들어갈 수 있는 작업장은 한정되어 있는데, 신규 채용이 없으니까 또 다른 작업장들이 지역에 생길 수밖에 없고, 그래서 일본내 작업장 숫자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중증장애우를 지역사회에서 끌어안는다는 전제 아래 작업장이 생겼고, 이 작업장들이 장애우의 욕구를 바탕으로 도미노 현상처럼 급격하게 늘어난 건데, 우리와 비교하면 역시 큰 차이점의 하나로 지적될 수 있겠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가져간다는 원칙 실천
세 번 째 방문한 작업장은 시가현에 있는 렛꼬, 일본말로 뿌리를 뜻한다고 하는데, 인쇄 작업장이었다. 이 작업장은 이름처럼 일본 소규모 장애우 작업장의 효시 역할을 한 작업장이다. 즉 일본 관서지방에서 생기기 시작한 작업장의 시조 역할을 한 작업장이다. 그래서 역사가 3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작업장은 장애우들이 일하는 게 사회 참여 수단도 되지만 일을 통한 보람도 느끼게 해주자는 취지아래 설립 이후 장애우와 비장애우 가리지 않고 동일 임금을 지급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단다. 30년전 경험이 전혀 없는 장애우들을 모아 처음 시작했는데 그 때는 임금으로 월 1만엔을 지급했단다. 25년전부터 정부 보조금을 받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게 작업장 관계자 얘기였다.
작년에 9천만엔의 매출을 올렸고, 현재 직원 30여명이 일하고 있는데, 임금으로 월 12만엔에서 30만엔을 지급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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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활용품을전문적으로파는매장내부 |
여기서 다시 주목되는 점, 렛꼬의 운영방침은 일본 공동련의 작업장 운영의 길잡이가 되고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가져간다는 사회주의 사상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우 작업장에 웬 사회주의 사상? 하며 의아해 하겠지만 일본 공동련 산하 작업장은 대부분 이 원칙을 충실하게 지켜나가고 있다는게 관계자 얘기였다. 가령 이 인쇄 작업장은 월급으로 장애 비장애 상관없이 12만엔에서 30만엔을 지급한다고 했는데, 그럼 차이가 나는 임금 지급의 원칙은 뭘까, 그건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판단해서 임금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최저 임금인 12만엔을 받는 직원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가정에서 다니는 직원이고, 반대로 30만엔 가까운 고임금을 받는 직원은 부모를 모시고 있다거나, 셋방에서 사는 등 생활형편이 어려운 직원인데, 가족수당과 주택수당을 많이 지급하는 형태로 고임금을 지급한단다.
즉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직원이 살고 있는 형편을 고려해 필요에 따른 임금을 지급한다는 말이다. 이런 임금 원칙은 장애 비장애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적용된다고 하는데. 이쯤에서 의문 하나,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같이 일하는데, 아무래도 장애우는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런데 임금을 사는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비장애우보다 더 받는다면 당연히 비장애우 직원들이 반발하지 않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작업장 관계자는 비장애우를 채용할 때 미리 원칙을 밝혀서 동의를 받기 때문에 비장애우들의 불만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우리의 경우 장애우 비장애우가 같이 일하는 작업장에서는 통상 장애우가 비장애우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게 상식으로 되어있다. 장애우 자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운영자 쪽에서 생산성의 차이를 들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두 다 그렇지는 않지만 살펴본 것처럼 일본내 공동련 산하 작업장은 작업장을 공동체 정신에 입각해서 운영하고 있다.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어울려서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가지고 간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쉽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언제쯤 이런 공동체 정신에 입각한 작업장이 생길까, 일본 작업장들에서 정작 배워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이런 공동체 정신이 아닐까,
생활 권리 보장해 준다는 보상 차원에서 작업장 지원
다음은 장소를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로 옮겨 뽀뽀라는 이름을 가진 빵을 만드는 작업장을 방문했다. 2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이 작업장을 방문해서 왜 하필 빵을 만드는 작업장을 만들었냐고 물어보자 빵은 먹으면 없어지니까 회전율이 빠르고, 빵을 만드는데는 공정이 많아서 장애우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작업장에는 12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장애우 7명 비장애우 5명이 일하고 있다는 게 운영자 설명이다. 역시 무첨가제에 일본밀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고, 임금은 7만엔에서 14만엔 사이인데, 임금 차이가 있는 것은 부양가족이 있다든지 하는 가정상의 이유 때문이지 능력의 차이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사카시로부터 연운영비로 9백만엔을 지원 받고, 장애우고용 보조금으로 정부로부터 연 150만엔을 지원 받는데, 결과적으로 운영비와 인건비로 지출하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 작업장 관계자 얘기였다.
뽀뽀 근처에 있는 기지무나라는 이름을 가진 무첨가물 유기농 식당 작업장도 마찬가지였다. 이 작업장에는 장애우 3명 비장애우 4명이 일하고 있는데, 오사카에서 유명한 식당이라고 하지만 음식 팔아서는 적자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아서 겨우 운영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었다.
여기서 살펴볼 점 하나, 일본 작업장들을 둘러보면서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건 어떻게 운영이 가능한가란 질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없으면 운영이 힘들다는 답변이었다. 단 한 곳의 작업장도 예외가 없었다. 즉 일본 작업장은 거의 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 기대 운영되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우리와 다른 것이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작업장 지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본 지자체는 대부분 작업장의 임대료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작업장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지는 않는다. 우리와 다른 점이다.
그러면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왜 작업장을 지원할까, 공동련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우 작업장을 지원하는 것은 노동현장에서 탈락된 중증장애우의 생활권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무슨 말인지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면, 작업장에 있는 장애우는 대부분 중증장애우고 이들은 기업에서 채용을 꺼리기 때문에 노동현장에서 밀려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노동 할 권리를 확대해석해보면 생활할 권리와 바로 연결된다. 쉽게 말해서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장애우들이 생활 할 권리라도 보장해 주기 위해, 보상 차원에서 연금을 지급하고 작업장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어떤가, 하다못해 장애우 작업장의 몇 푼 안되는 월 임대료를 지원하는 자치단체라도 있는가, 장애우들의 생활 할 권리를 누가 보장해주고 있지, 이건 국가 소득, 나라가 돈이 많고 많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차이이다. 노동현장에서 밀려난 중증장애우들에 대한 보상 개념을 머리에 떠올리는 정부 당국자나 지자체가 과연 있을까,
지원책으로 장애우의 선택권 보장한다
일본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작업장은 역시 오사카시에 있는 고라쿠라는 이름을 가진 작업장이었다. 일본말로 서로 즐기자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 작업장은 산하에 과자 만드는 작업장도 있지만 중심은 중증장애우 개호 지원 사업이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유료 도우미 파견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고, 하루에 3-40명의 중증장애우들이 이 센터를 이용한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었다. 쉽게 말해서 케어 대상자가 되는 중증장애우가 센터에 등록해서 도움을 요청하면 케어 자격증을 갖고 있는 도우미를 연결해 주는 것이 이 작업장이 하는 일이었다.
도우미 파견 사업에 드는 비용은 지자체가 전액 지급하는데 장애우들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도우미가 받을 수 있는 비용이 차이가 난다. 오사카시의 경우는 가령 장애우들이 가사 도움을 받을 경우 한 시간에 1300엔을 지급한다. 목욕과 식사에 대한 케어는 시간당 1천7백엔을 지급하고 전신마비 장애우에 대한 케어는 시간당 4250엔의 비용을 지급하기도 한다는 게 센터 관계자 얘기다. 센터는 장애우와 도우미를 연결해 주고 약간의 수수료를 받아 운영한다.
일본은 대학마다 2년제 케어 복지학과가 있어서 반드시 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유료 도우미로 활동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와 달리 생활시설 보육사도 케어 자격증이 있어야 취업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여기서 다시 살펴봐야 할 점 하나, 일본내 중증장애우는 이렇게 연금외에 개호 지원이라고 부르는 유료도우미 파견 사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게 시사하는 건 뭘까, 결국 중증장애우가 시설에 보내지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는 점의 확인일 것이다.
물론 일본에도 장애우 수용시설은 존재하고 있고 다수의 장애우들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장애우가 시설에 갈지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선택은 지원제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런 지원이 없다면 선택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본 장애우들이 작업장에서 일 하는 것도 선택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중증장애우들은 사회에서 비장애우와 더불어 살기 위해 선택해서 작업장에서 일 하지 우리처럼 오로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업장에서 일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아무리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작업장에서 임금을 받고 일 할 수 있고, 연금이 나오고, 개호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데 누가 시설을 선택할까, 따라서 궁극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 장애우 현실의 차이는 바로 이 선택이 가능한가 불가능한 건가의 차이일 것이다.
그밖에 작업장들을 둘러보는 와중에 관계자들에게서 일본 장애계 현안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일본 장애계는 국회에서 제정이 유력시되는 자립지원법 문제로 시끄럽다고 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쉽게 얘기해서 이 법이 제정되면 그 동안 장애우들이 무료로 이용하던 서비스를 비용을 내고 이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일본 정부의 법 제정 이유는 이대로 가면 일본 장애우 복지예산이 파탄 난다며 말하면서 여러 가지 이유를 대지만 결국 장애우 복지 예산의 삭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관계자 얘기다.
내친김에 일본의 복지예산을 살펴보면 일본 전체의 1년 예산이 약 40조엔이라고 하는데 이 예산의 42%가 의료와 사회보험을 포함해서 복지에 쓰이는 돈이라고 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장애우 복지예산은 연금을 포함해서 1년에 7천억엔, 우리나라 돈으로 약 7조원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이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장애우자립지원법 제정이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장애우 고용장려금 삭감을 떠올리면 일본 정부의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일본 장애우 복지 예산은 독일의 10분의 1, 미국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데 여기서 더 줄이려는 건 무리라며 일본 정부를 강하게 성토하고 있었다.
글 이태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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