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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호 특별기획 (3)| 함께걸음과 나의 인연 ③

나의 십년지기 ‘함께걸음’

본문

 

내가 처음으로 ‘함께걸음’지를 알게 된 것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인연을 맺고서부터이다. 1996년 여름방학인가 겨울방학 때, 나는 당시 다니고 있던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에서 요구했던 실습을 할 장소를 구해야했다. 대학원 입학 당시부터 장애인의 대학생활에서의 어려움에 관한 논문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나보다 선수를 쳐 그것에 관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연구소에 실습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래서 연구소와의 인연은 시작된 것이다.
실습생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는 ‘함께걸음’의 발송 작업을 돕는 일이었다. 봉투에 풀을 바른다든가 뭐 그런 종류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함께걸음’에 접할 수 있었고, 좋은 학점을 위하여 당시 슈퍼바이저였던 신용호 부장(현 사무국장)에게 잘 보여야했던 나로서는 ‘함께걸음’을 정기 구독하겠다고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함께걸음’과의 인연이 다소 자발적이지 못하고 순수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당시 ‘함께걸음’의 내용은 나에게 참으로 신선했고 용기를 북돋우는 것들이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장애우의 삶이 어떠한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30년에 가까운 산 경험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장애우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 용기를 북돋우었다고 말하는 것은, 그동안 나의 ‘운 나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던 내가 장애우들의 어려움을 정책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연대하는 장애우들의 모습을 ‘함께걸음’을 통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나는 장애에 대해 더 공부하기 위해 1999년에 도미하게 되었다. 유학 갈 때부터 나는 반드시 돌아오리라 결심했고, ― 당연히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학위를 마칠 때 쯤 되면 유학생이면 누구나 본인이 귀국해야 하느냐에 대하여 회의를 품게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 나를 알고 있는 사람 중, 아내 빼고는 모두 다 나의 귀국을 반대했다. ― 그렇다면 한국의 장애계 소식을 항상 듣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출국 전 아버님에게 ‘함께걸음’이 오면 3·4개월분을 묶어 한꺼번에 미국으로 보내달라고 부탁드렸었다.
미국에서 접하는 한국 장애우에 관련된 소식은 놀랍게 발전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구태가 반복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박사학위를 따고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동안의 일로 기억한다. 나는 ‘함께걸음’지를 받고 여느 때처럼 정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사 중에 신장장애 때문에 교수임용에서 연거푸 거부당한 어느 분의 기사가 있었고, 그 기사는 우리 부부를 우울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직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가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마치 그 분의 일이 앞으로 내가 당하게 될 일처럼 느껴졌다. 이처럼 유학 당시 ‘함께걸음’은 한국 장애우의, 말 그대로, ‘애환’을 나에게 전해주어 내가 귀국해서 해야 할 일을 가다듬게 하는 귀중한 도구였다.
그 후, 임용에 어려움을 겪으셨던 그 분은 마침내 교수가 되어 지금 한국 장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시고, 나 역시 작년에 귀국하여 대구대학교에 임용이 되었다. 이전에 실습생과 유학생으로서 접했던 ‘함께걸음’은 교수가 된 지금도 나에게는 여전히 소중하여, 내 연구실 책장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업 중 소개되는 자료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이제 ‘함께걸음’이 발간 200호를 맞이하게 된다니 오랜 친구에게 경사스런 일이 생긴 것처럼 기쁘다. ‘함께걸음’의 모든 식구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내가 처음 접한 ‘함께걸음’부터 최근호까지를 훑어볼 때 ‘함께걸음’이 참으로 많이 발전했고, 우리나라 장애우운동을 위하여 없어서는 안 될 잡지라는 생각이 맞았다고 되뇐다.
다만 오랜 친구에게 한마디 해주듯이 한 가지 거든다면, 현재 한국 장애계의 이슈와 소식을 충실히 전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이슈를 만들어내고 한두 발 앞서가는 월간지였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한국 장애우운동과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바를 어느 정도 앞서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더 사족을 단다면, 장애를 바라보는 이념적 기초를 다시 점검하고 그 위에서 색깔이 보다 선명한 잡지가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바람을 표하면서도 이것이 기우일 거라고 확신하는 것은, ‘함께걸음’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잘 해낼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함께걸음’에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글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작성자조한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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