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말 가동되는 ‘국가복지정보시스템’ 집중조명
본문
2003년 8월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열린 전자정부’를 만들겠다며 ‘전자정부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리고 제17회 국정과제회의에서 이에 대한 세부추진계획을 수립, 31대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추진과제는 ▲국가 및 지방재정 종합 서비스 ▲국가종합복지서비스 ▲식의약품 종합정보서비스 ▲건축·토지·등기 연계 및 고도화 ▲국가 유류 종합정보서비스를 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분야에 대한 세부 과제가 현재 추진 중에 있다.
특히 ‘국가복지종합정보서비스’의 주축인 ‘국가복지정보시스템’은 올해 8월말, 1차로 가동된다.
국가복지정보시스템은 올해는 장애우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내년에는 노인시설, 그리고 아동, 청소년, 여성으로 점차 그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렇게 시스템 가동을 눈 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 장애계에 알려진 내용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공청회조차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가복지정보시스템’을 쉽게 그대로 풀자면, ‘국가’가 ‘복지’를 ‘정보화’하겠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잠깐, 혹시 쉽게 넘겨지지 않는 단어가 있으신가?
한 가지라도 걸리는 것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정보인권에 민감한 사람일 것이다.
국가복지정보시스템, 과연 정부가 어떤 정보를 어떻게 모으겠다는 것인지 〈함께걸음〉이 집중 조명했다.
솔직히 전산화해서 편해질 사람, 누구겠니?
‘국가복지정보시스템’도 크게 보면 정보화 전략의 일환이므로, 먼저 정부의 정보화 추진 과정부터 알아보자.
정부의 정보화 전략은 1996년 6월 ‘제1차 정보화촉진기본계획’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전략의 큰 틀은 ▲1987~1996년에 했던 행정 전산망 사업을 바탕으로 ▲1995~2005년에는 초고속정보통신망을 만들고, ▲2004~2010년까지 광대역 통합전산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1995년 「정보화촉진기본법」이 제정됐고, 96년에는 ‘정보화추진위원회’가, 그리고 2001년 2월에는 ‘전자정부특별위원회’가 일사천리로 구성됐다.
그리고 2001년 5월 정부는 2001~2002년까지 전자정부 단일민원창구, 전자조달 등을 내용으로 한 11대 중점과제를 추진했고, 2003년 8월 발표한 ‘전자정부 로드맵 31대 과제추진’ 사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런 과정을 바탕으로 정부는 2007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열린 전자정부를 만들겠단다.
이 31대 과제 중에 ‘국가복지종합정보서비스’가 하나의 목표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 서비스의 주된 내용은 ▲생애주기별 수혜자 중심 포털서비스 제공체계 구축 ▲복지부 소속 및 산하기관 시스템 연계 및 통합 ▲복지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국민참여 확대 복지종합콜센터 설치 등이다.
‘국가복지정보시스템’(이하 복지정보시스템)은 이러한 국가복지종합정보서비스의 일환으로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시설 생활인들의 개인 정보 모아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웹 서비스 하겠다고?
보건복지부 정보화담당관실에서 진행하고 있는‘국가복지정보시스템’은 2004년 말에 착수된 사업으로 올해 8월말에 1차로 시스템이 가동된다.
이 사업은 2006년까지 3단계에 걸쳐 이루어질 계획인데, ▲1차 년도(2004.11~2005.8)에는 포털 컨텐츠 및 시스템 구축과 장애우 복지시설(약 500개)을 대상으로 복지서비스 이력관리 및 정보공동이용시스템을 만들고 ▲2차 년도(2005~2006)에는 컨텐츠 안정화와 노인복지시설을 대상으로 복지서비스 이력관리 및 정보공동이용 시스템을 구축하며 ▲3차 년도(2006~2007)에는 포털 시스템의 제공범위 확대 및 아동·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복지 서비스 이력관리 및 정보공동이용을 확대한다고 한다.
복지부는 이 사업을 통해 산발적으로 구축·운영되고 있는 복지관련 사이트들을 통합 또는 연계하여 복지정보를 종합적·체계적·one-stop으로 제공하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제공되는 복지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서비스 이력정보를 통합·관리하여 수혜자에게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복지정보시스템이 완성되면 ▲보건(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본부 전자도서관 외 9개 기관) ▲사회복지(한국부랑인복지시설협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외 6개 기관) ▲아동·청소년(전국장애아동보육시설연합회, 한국아동복지시설연합회 외 3개 기관) ▲여성(한국여성장애인연합, 성폭력 상담소 외 3개 기관) 등 최소한 7개 분야 이상, 38개가 넘는 기관 및 사이트와 통합, 연계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복지정보시스템의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자.
이 시스템은 크게 4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복지정보 포털 시스템(수혜자별 서비스/ 컨텐츠 내용별 서비스 등) ▲장애우 복지민원시스템(복지서비스 신청 및 안내, 진행결과 조회 등) ▲장애우 복지서비스 이력시스템(입·퇴소자 정보관리, 자원관리, 통계관리 등) ▲장애우 정보공동이용 시스템(신청서비스 중계, 정보제공 웹 서비스, 복지관 연계관리)이 그 세부 내용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업무담당자가 복지서비스의 이력정보 및 수혜자 개인정보를 제공받으며, 시군구와 복지부가 통계자료로 이용하며, 연계기관들은 서비스 신청내역과 진행 및 처리 결과 등의 내용을 공동으로 이용하게 된다.
또한 위의 내용들은 웹 서비스(위치나 플랫홈에 관계없이 프로그램을 찾고 호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응용구조)로 제공된다.
▲"장애인복지서비스이력시스템"구상도
그런데 왜 장애우가 첫 타자야?지금까지 살펴본 것을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복지정보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복지에 관한 정보나 관련 정책 등을 한 곳에 모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복지 대상자들의 정보를 집적해 그것을 바탕으로 관련 기관과 정부의 행정전산화을 이룬 다음, 인터넷을 통해 복지 서비스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 <함께걸음>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두 번째 내용이다.
특히 올해 8월말 가동될 첫 사업대상인 장애우 복지서비스 이력시스템의 경우, 이 사업이 가동되면 노인, 아동과 청소년, 여성 등으로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이 시스템의 첫 단추라고까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복지정보시스템은 시설을 중심으로, 특히 장애우를 그 첫 번째 대상으로 잡았을까.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하고 급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장애우이고, 이 중 많은 사람들이 시설에 있으니 이들에게 먼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일까.
하지만, 여기에 쉽게 동의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동안에도 많은 장애우들은 시설 입소과 동시에 자신의 개인정보 및 과거력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인척 등의 정보를 시설장에게 제공해 왔다.
혹시, 기존에도 이는 문서로 보관해왔고 이것을 단지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문서와는 달리, 컴퓨터에 집적되는 정보는 언제 폐기될지,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개인 정보라는 것은 제공되는 순간부터 그 정보를 받은 사람과 권력관계를 형성하게 만든다. 정보 접근이 차단되어 있는 시설 장애우들이 본인의 정보가 어떻게 흘러 다니는지를 통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정보를 줘야하는 쪽이 생활인이고, 그것을 1차로 제공받는 쪽이 시설장인 경우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복지부는 개인의 동의를 받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시설장이 기초생활수급자인 생활인의 생계비 통장까지 관리(?)하고 있는 판이 아닌가.
과연 사회와 분리돼 수년간 시설 안에서만 생활한 장애우들이 본인의 개인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자각하고 통제할 수 있을까. 아예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거나, 설명을 해도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잘 안되는 정신지체나 정신 장애 등의 장애가 있는 장애우들의 정보는 그야말로 입에 넣기만 하면 되는 ‘숟갈 위의 밥’이다.
그런데 왜 복지부는 1차 사업 대상을 시설 장애우들로 선택했을까.
혹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그들의 정보를 소중하게 생각할 사람도 별로 없을 거고, 시설 장애우들의 정보를 집적하는 것에 항의할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어쨌든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우들의 정보는 시설끼리는 물론, 지자체 및 관련 기관과 복지부까지 연결될 상황에 처해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 시스템이 모두 구축되는 2007년 이후에는 복지관련 시설이나 쉼터, 상담소 등을 한번이라도 이용한 사람들은 복지정보시스템 안에 기록이 남게 되는 것이다.
개인정보 저장하는 복지서비스, 어디 겁나서 서비스 이용하겠니?
기자는 좀 더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고자 사업을 맡고 있는 복지부 정보화담당관실 박두희 사무관을 만났다.
박 사무관은 “이 시스템의 목적은 복지 대상자의 이력과 서비스 수혜 내역을 파악해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있다.”고 밝혔다.
박 사무관은 “복지정보시스템에 포함될 개인 정보는 기본적인 이력과 서비스 내역 등이 주가 된다. 초기 단계에서는 시설끼리의 통합 연계가 먼저 이루어질 것이고 지자체 등과의 연계는 이 시스템이 안정되면 발전적인 방향으로 추진할 과제다. 이러한 것들이 구축되면 앞으로 인터넷을 통해 복지시설들의 정보를 받아 볼 수 있으며, 복지민원의 요구 등도 관련 기관이나 시군구 등의 인터넷으로 편하게 신청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보호대책에 관해서는 “전자서명으로 인가자를 관리할 것이고, 데이터는 암호화해서 주고받는다. 그리고 현재 국가정보원의 보완성 검사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올해 하반기 대전에 만들어질 정부의 정보관련 센터에 국가정보의 모든 시스템이 모이게 되는데, 이 복지정보시스템 서버도 그 곳에 구축된다. 전체 국가 전체의 정보시스템과 연결될 것이니만큼 보안은 철저하다.”고 덧붙였다.
박 사무관은 “복지관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기 때문에 각각 서버를 두는 것이 가능한데, 시설은 열악하기 때문에 한 곳에 서버를 만들어 웹 서비스를 받는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다.그리고 서버를 여러 곳에 두는 것보다 이것이 훨씬 안전하다. 또한 중앙서버는 정보를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각 시설의 정보를 연계하는 역할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슨 법적인 근거로 생활인들의 개인정보를 모으냐도 묻자, “아직 법적인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박 사무관에 따르면 개인의 정보를 볼 수 있는 인가자는 “시설의 업무 담당자”이며 “개인의 동의를 얻은 담당자가 데이터를 주고받는다.”고 했다.
개인 정보의 보관기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개인이 본인의 정보를 수정, 혹은 폐기를 요구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직은 관련 절차가 없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시설 생활인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지, 데이터를 갖고 나쁜 일 하려는 것 아니다. 시설이 업무를 편리하게 하게끔 지원하고, 시설 생활인들의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도 말했듯이 복지정보시스템은 올 8월 말 1차로 시스템을 가동한다.
하지만 아직 공청회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박 사무관은 이에 대해 “8월말 전에 공청회 할 예정이다. 그리고 장애인복지시설협회를 비롯해 시설 관련자들의 의견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이하 시설협회) 측의 설명은 사뭇 달랐다.
시설협회 권재현 대리는 “복지정보시스템에 대해 정보화담당관실에서 공식적으로 시설협회에 의견을 물어온 것은 작년 말 사업 착수보고회 이후였다. 다시 말해 복지정보시스템의 기획, 구성 등 사업 초기부터 의견수렴을 한 것이 아니다.
현재 정보화담당관실은 시스템을 다 만들어 놓고 어떻게 생각하느냐, 라는 태도다. 이 사업 예산이 30억원이라는데, 정보화 담당관실은 장애 쪽과 논의도 없이 밑그림 다 그려놓고, 실행직전에 의견을 묻고 있다. 실행단계에 와서야 의견을 묻는 것이 무슨 의견수렴이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서 권 대리는 “복지부가 복지정보시스템 1차 사업 대상으로 시설, 특히 장애 쪽을 선택한 것은 복지관과 시설이 이미 C/S(Client/Server)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정착 단계에 있기 때문에, 연계만 시키면 단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속셈 때문이었을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타산지석(他山之石)도 모르나?
2003년 우리 사회를 강타했던 교육부의 ‘네이스(NEIS.교육행정시스템)’를 기억하실 것이다.
네이스는 시도교육청 소관의 학교에 대한 모든 교육행정정보, 학생 정보를 하나의 통합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하고, 초고속통신망을 통하여 서로 연동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였다. 네이스는 27개 영역, 6천개 항목에 달하는 정보를 모아 하나의 서버에 집적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러한 네이스가 사회문제화 된 이유는 학생의 민감한 정보(학사일지, 입전학, 보건 등에 관한 내용)가 상당히 방대한 내용으로 저장되며, 이 정보가 웹 서비스 된다는 것 때문이었다.
네이스는 발표 이후, 전교조 등 진보적 시민단체와 학부모 단체 등의 거센 반발로 표류하기 시작했고 학생들의 불안은 물론 학교의 업무 혼란까지 야기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끼쳤다.
그러나 어쨌든 양 쪽은 2년이 넘는 줄다리기 끝에 학생 개인정보가 담긴 학사일지, 입전학, 보건과 관련해서는 시스템을 따로 구축하기로 했다. 그리고 하나의 서버에 정보를 집적하는 하는 것에 대한 위험을 교육부가 인정, 고등학교와 특수학교들은 학교마다 각각 서버를 따로 만들고 초·중학교는 몇 개씩 묶어 서버를 만들기로 하는 합의안을 도출한 상태다.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정보인권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이은희 간사는 “교육부가 네이스를 처음 발표할 당시, 집에서도 성적부, 생활기록부 등을 편하게 집에서도 볼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며, 학교 내에서도 학생들의 개인정보와 성적 등을 체계화함으로써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행정편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지, 학생들의 정보인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민도 없는 정책이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복지정보시스템은 이러한 네이스와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다.
네이스나 복지정보시스템은 모두 정부의 정보화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들이다. 그리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용을 다 만들고 가동 직전에 발표했다. 때문에 네이스의 경우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가져왔다.
그리고 개인의 민감한 정보들을 집적해 웹 서비스하겠다는 계획도 공통된 것이다. 교육부는 네이스를 통해 학교 및 학생들의 정보를 웹 서비스하면, 편하게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도 이와 같은 논리다. 시설 정보 및 시설 생활인들의 개인정보를 통합하고 연계시켜 인터넷으로 제공하면 복지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자의 취재 결과 복지정보시스템은 네이스의 문제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리고 문제는 복지정보시스템은 네이스보다 상황이 더 열악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네이스는 당사자들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을 사회문제화 시켜, 정부와 협상을 했고,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복지정보시스템이 모으고 있는 개인정보의 대상은 시설 생활인들이다. 특히 1차 사업의 대상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시설 안에서는 원장 및 관리자 등과 상하 권력관계에 놓여 있으며, 한 번 시설에 들어간 사람은 계속 시설을 전전하게끔 되어 있는 사회적 구조 때문에 시설 밖의 관계도 단절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본인의 개인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차단당해 왔으며, 시설에는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복지정보시스템은 네이스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다.
시설 생활인들이 네이스처럼 직접, 오랜 기간동안 끈덕지게 정부와 협상하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막말로 사회가 가족이 버린 장애우들인데 누가 이들의 정보를 소중하게 생각할 것인지, 이들의 정보인권 침해에 대해서 누가 감시할 것인지, 기자는 회의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복지부는 관리자들이 생활인들의 동의를 일일이 다 구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과연 현장에서 가능한 일일까.
복지정보시스템 담당사무관, “개인정보 사전영향평가가 뭐예요?”
복지부는 국가복지정보시스템의 사업목적은 복지정보 단일창구 구축 원스톱 복지서비스 체계기반 조성 복지정보 공동이용기반 마련이라고 밝혔다.
이 중 특히 개인정보 인권침해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이 ‘복지정보 공동이용기반 마련’이다. 왜냐면 이는 ‘장애인 복지서비스 이력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장애우 복지서비스 이력 시스템은 시설 장애우들의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는 물론 서비스 및 진단 내역까지 포함된다. 이를 ‘공동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 김기룡 사무국장은 “한마디로 국가가 장애우 정보뱅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복지관 및 시설 등을 이용하는 장애우들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언제 어디서든 국가가 원하는 방식으로 쉽게 정보를 볼 수 있으며, 원하는 방식으로 통계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은희 간사는 “정보를 컴퓨터에 집적하고 웹 서비스한다고 해서 정보화라고 할 수 없다. 적어도 정보화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그 정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어떤 사람이 그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며,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에 관한 전반적이고 정책적인 방안이 정책실행 이전에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정보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 법률이 없다.
정부 측에서나 민노당, 시민단체 측에서 각각 ‘개인정보보호법’안을 제안하고는 있으나 아직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적인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상대적으로 정보인권이 가장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시설 생활인들의 개인정보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2002년 이후 미국,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는 전자정부 사업에 ‘개인정보 사전영향평가’라는 것을 의무화했다.
‘개인정보 사전영향평가’는 새로운 정보 시스템의 도입과 개인정보의 수집에 앞서 해당사업이 정보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전에 조사하고 검토하는 체계적인 절차라고 한다.
이는 적어도 국가가 국민의 개인정보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펼치기에 앞서 개인정보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아직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기본법도 없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정말 어느 세월에 정부가 그 수준까지 갈 수 있을 것인지 아득하기만 하다.
그리고 OECD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개인정보의 국제유통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는 국가가 개인의 정보를 모아서 정보화할 경우 지켜야 할 원칙들을 제안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수집 제한의 원칙 :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제한되어야 하며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는 적법하고 공정한 수단에 의해야 하며 적절한 상황에서 정보 주체에게 알리거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정확성의 원칙 : 개인정보(데이타베이스)는 사용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목적 명확화의 원칙 :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는 수집시 그 수집 목적이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사용 제한의 원칙 : 개인정보는 정보 주체의 동의가 있거나 법률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수집 당시 목적 이외의 용도로 누출되거나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보안 확보의 원칙 : 개인정보의 유출, 권한 이외의 접근·파괴·사용·수정, 누출 위험에 대비하여 합리적인 보안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공개의 원칙 :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공개정책을 취하여야 한다. 그리고 정보관리자의 신원과 주소를 쉽게 알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
▲개인 참가의 원칙 : 정보 주체인 개인이 자신의 정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삭제·보완·수정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책임의 원칙 : 정보 관리자는 위의 원칙들이 지켜지도록 필요한 제반조치를 취할 책임을 진다.
복지부가 과연 복지정보시스템 기획 전에 이 내용들 중에서 몇 가지나 고려해봤고 실행했는지 의문이다.
장애우의 개인정보 모으기 전에, 장애우의 정보접근권부터 보장해라
우리 사회는 1990년대 이후 개인 PC의 보급과 초고속인터넷통신망의 확산으로 소위 정보화 시대를 맞았다. 그리고 정부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전자정부’를 표방하며 행정업무는 물론 이와 연관된 사회 각 부문을 통합 연계하는 전산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정부가 사회 각 부문의 정보를 모으는데 있어서, 특히 국민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면서 이것이 개인은 물론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어떻게 관리하고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고 자세하게, 그리고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복지정보시스템의 경우 정부는 각종 복지정보를 통합시켜 제공하고,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들의 정보를 집적해 복지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정보의 공유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또 어떤 방식으로 저장하고 폐기할 것인지, 누가 관리하고 책임지는지 등에 관한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고 동의를 구할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정보접근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정보를 모으고 관리해서 더 좋은 질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자체가 관리자적인 입장에서 나온 발상이다.
급속히 변하고 있는 사회에서 정보접근은 이제 기본권으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행정의 효율성을 계산하기 이전에, 장애우들의 정보인권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장애우들이 자신의 정보를 보호받으면서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구조적인 환경을 먼저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장애우들이 다양한 복지서비스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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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재활지원과, “근거법률? 몰라요”, “보안대책? 글쎄요”
복지부는 현재 장애인복지관 쪽에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것이 ‘한국장애인복지관 통합전산시스템’(이하 전산시스템)이다. 전산시스템은 각 복지관에 서버를 두는 C/S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이미 권역별 실무자 교육까지 모두 마친 상태다. 그리고 앞으로 이 전산시스템은 국가복지정보시스템이 구축되면 상호 연계된다고 한다. ‘한국 장애인복지관 통합전산시스템’은 복지부가 주관하고 현재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가 사업(이하 장애인복지관협회)을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다. 오 대리는 “지금까지 복지관은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각종 행정서식들을 수기에 의존해왔다. 전산시스템은 이를 C/S방식으로 복지관내 네트워킹해 관리하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용자 정보보호 보안책, 사회복지사의 양심? 실무자들의 복지 높이자고 전산화하는 것은 아닌지?
문제는 또 있다. 장애인복지관 협회 오영두 대리는 복지관마다 서버를 구축했고 개인정보의 내용은 복지관 안에서만 관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지부에 따르면 앞으로 복지정보시스템이 구축되면 복지관의 데이터도 복지관끼리는 물론, 시설, 관련기관까지 정보가 통합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장애 쪽과 관련해서는 복지관과 시설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아우르게 되는 것이다. 이 사업을 장애인복지관협회에 위탁한 복지부의 재활지원과 담당 한형경 씨는 어떤 법적인 근거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집적하는지에 대해 묻자, “법적인 근거요? 모르겠는데요”라고 답했다. 또한 개인정보 보안책에 대해서는 “그건 기술적인 문제라서… 글쎄요”라고 답했다. 사업을 주관한 정부부서의 실무 담당자가 이러한 상황이니, 전산시스템을 기획하면서 개인의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며, 누가 접근하고 책임질 것인지 고민해 봤을 리 없다. 전산시스템은 예·결산, 인사 부분도 전산화되니 이용료 등의 문제에 있어서 훨씬 투명하게 집행될 것이라는 기대는 받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전국 100개가 넘는 복지관이 이들의 정보를 집적하고 있다. 또한 이 정보들은 국가복지정보시스템이 구축되면 본인도 모르게 웹 상에서 떠돌아다닐 것이다. 이렇게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의식도 없이, 무슨 복지 서비스를 펼치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렇게 되면 업무는 무척 단순해질 텐데, 혹시 관련 공무원 및 실무자들의 복지 높이자고 전산화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글 최희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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