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뚫린 경사로, 보여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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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5월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레저버디’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춘천마임축제에 다녀왔다.
‘레저버디’는 장애가 있는 사람과 장애가 없는 사람이 함께 문화를 체험하고 문화접근성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활동이다. 작년에도 레저버디를 통해 춘천마임축제의 난장축제가 열리는 고슴도치섬에 갔었다.
올해로 17회를 맞이하는‘2005 춘천마임축제’는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가 지정한 ‘관객이 선정한 좋은 축제 BEST 5’ 에 뽑히기도 했고, 문화관광부 지정 ‘우수관광문화축제’에 6년 연속 선정되는 등, 공식적으로 국내 대표 축제임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이 축제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난장축제가 열리는 고슴도치 섬에는 편의시설이 전무하다.
작년에 고슴도치 섬에 왔을 때도 장애우 화장실이 없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무척 고생을 했다. 나는 올해에는 고슴도치 섬에 장애우 화장실이 설치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레저버디의 답사를 위해 난장축제가 열리는 고슴도치 섬을 찾았다.
이 섬은 입장료를 받고 있는 유원지로써 춘천마임축제 때에 난장축제가 벌어지는 곳이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장애우 화장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 때문에 고슴도치 섬 관리소 측을 만났다. 이들은 “예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어쩔 수 없다.”며 “앞으로 개선할 계획은 있다.”는 얘기만 늘어놨다.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에는 공중이용시설에서는 편의시설이 설치되어야 한다고 정해놓고 있다. 입장료까지 받는 유원지라면 당연히 공중이용시설이 아닌가.
나는 관리소의 구차스런 변명에 한 발 양보해, 이동식 장애우 화장실이라도 설치 줄 것을 요구했다. 그랬더니 고슴도치섬 관리소 측은 섬 자체적으로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고, 마임축제 측도 “축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고, 예산이 편성되어 있지 않아 지출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나원참, 춘천마임축제가 열린지 벌써 몇 년째인데, 돈이 없어 장애우 화장실 못 만들겠다니…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어쨌든 이렇게 답사를 마치고 별다른 대안도 마련하지 못한 채, 레저버디의 다른 회원들과 함께 고슴도치 섬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막상 도착해 보니 고슴도치 섬 화장실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그 경사로를 보고는 너무 기가 막혀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화장실에 계단 위에 경사로라고 설치해 놓은 것이 뭐였냐 하면, 어이구~
아마 보신 적 있을 것이다. 공사판에 있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넓적한 철판을.
글쎄, 그 철판을 경사로랍시고 화장실 계단 위에 떡 하니 올려놓은 것이다.
그 철판은 구멍도 뚫려 있고, 한 사람만 올라가도 휘어진다.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아예 올라갈 수도 없고, 목발을 사용하는 사람은 구멍에 목발이 낄 위험도 있다.
게다가 장애가 없는 사람도 물기가 있는 신발로 철판에 올라서기라도 하면 주르륵 미끄러져 코 깨기에 안성맞춤이다.
고슴도치섬이나 마임축제 측에서는 나름대로 경사로라고 설치한 모양인데, 더 흉물스럽고 위험한 화장실 입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편의시설에 대해 어떤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까발려 보여준 꼴이다.
문화관광부에서는 매년 문화관광축제를 지원하고 평가하고 있다. 춘천마임축제도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는 축제다.
평가내용 중에 ‘접근성’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방문객들이 축제 행사장까지 얼만큼 쉽고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축제행사장까지 쉽고 편하게 찾아올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은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방문객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화장실이 필요한 것처럼, 장애우들에게 장애우 화장실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현재 문화관광축제가 전국으로 몇 백 개나 된다고 한다. 축제가 많아짐에 따라 축제를 즐기는 사람도 많아졌다. 축제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즐겁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차별 없이 준비해야 한다. 이는 비용의 문제를 떠나서 시민들을 위한‘축제’를 준비하는 기본자세다.
왜냐하면 축제를 즐길 권리는 누구에게나 동등한 것이니까.
글·사진 박성준(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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