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을 해도 노동자가 아닌 보호고용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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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과 4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으로 비슷한 내용의 상담전화 두 건이 걸려왔다.
전화를 건 신모(서울 은평구)씨와 이모(대구 동구)씨는 각각 동생(지체장애1급)과 아들(정신지체3급)이 9시부터 6까지 한달을 꼬박 일하는데도 2년 내내 월급이 5만원 수준이었다며 분개하고 있었다.
현재 법정 최저임금은 64만1천840원. 5만원이라면 최저임금의 십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얼핏 듣기엔 명백한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노동자라면 노동부에 사업주를 고발하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처리됐을 문제를 가지고 이들이 상담전화를 걸게 된 건 이유가 있다.
그것은 그들이 각각 일반사업장이 아닌 장애인 보호작업시설과 장애인근로작업시설(이하 두 시설을 장애우보호고용시설로 통칭함)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 이것이 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다.
현재 보호고용시설은 애매한 위치에 있다.
상품의 생산과 판매라는 영리 행위를 위해 사업자등록을 하면서도 비영리 장애인복지시설로 신고 되어 있고, 그곳에서 일하는 장애인에 대해 ‘장애인근로자’로서 유상노동이 명시(장애인복지법시행규칙 33조)되어 있으면서도 법적으로 이들의 노동자성은 인정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만 인정된다. 보호고용시설과 관련된 문제는 이러한 보호고용시설의 모순적이고 애매한 위치 때문에 발생하고 있었다.
과연 장애우보호고용시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어떠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함께걸음>이 이 문제를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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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장애인보호고용시설은 1989년 보호작업장 설치 및 운영 방식을 규정한 ‘보호작업장운영지침’에 의해 장애인수용시설이나 장애인복지관 등의 이용시설에 부설된 형태로 시작되었다.
이것이 지금의 체계를 갖춘 것은 1999년 중증장애인의 고용문제로 인해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이 법에 의해 보건복지부는 중증장애인의 직업재활을 위한 사업계획을 세우고 장애인고용부담금의 1/3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 용도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당시 이에 따라 개정된 장애인복지법 48조는 기존의 보호작업장 중심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작업활동 등 5개 하위유형으로 세분화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보호고용시설은 이 중 장애인이 생산활동에 참여하면서 노동의 대가를 지급받도록 규정된 보호작업시설과 근로작업시설 두 가지다.
2005년 1월 현재 근로작업시설과 보호작업시설은 전국에 총 165개, 여기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6천 명 가량으로 중증장애인의 일반고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증장애인에게 열려 있는 가장 현실적인 노동의 장이다. 상담전화의 주인공 두 사람이 바로 이 근로작업시설과 보호작업시설을 다녔던 것이다.
2년을 일했는데, 근로자가 아니라 훈련생 신분일 뿐
상담을 위해 대구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이모(50)씨는 두 손 가득 서류를 들고 있었다.
노동부, 감사원,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구수성구청 등에 아들 권모(23, 정신지체3급)군이 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채 2년 동안 5만원이라는 월급을 받아야 했는지를 묻는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ㅁ자립원(근로작업시설)에서 억울하게 퇴소를 당하고 벌써 1년 전부터 시작한 일인데 1년을 돌고 돌아서 그녀가 들을 수 있었던 말은 단지 ‘권군은 훈련생이었다’는 말 뿐이었다.
2년이나 동일한 작업장에서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기관들이 권군을 훈련생으로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 잠시 그들이 제시한 이유를 살펴보자.
이씨의 민원에 대해 대구지방노동청은 “양 당사자 사이에 서면이나 구두로든지 어떠한 형태의 근로계약이 체결된 사실이 없었다는 사실 … 등을 들어 근로기준법 제14조 상에 명시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자로 볼 수 없다”고 회신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구지사 역시 “(권군이) 훈련생으로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기보다 주간보호나 단기 사회 적응훈련 등의 차원에서 시설 작업장에 위탁, 이용하면서 수당을 지급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회신했고 대구광역시 수성구청도 “근로자가 아니라 훈련생의 신분”이라며 민원에 대해 문제사항이 없다는 회신을 보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결국 권군이 ‘노동자’가 아니라 ‘훈련생’이었기 때문에 최저임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긴데, 이에 대해 이씨는 “도대체 누가 9시부터 6시까지 꼬박 2년을 일한 사람을 아직도 훈련생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식을 그곳에 보내는 사람들은 다들 그곳이 장애인 근로시설이라고 생각하지, 장애인 복지시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회신내용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고용촉진공단 대구지사의 회신에는 “직업재활시설의 경우 시설에서 작업하는 일정비율이상의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이상 지급의 권고내용은 있지만 시설내 모든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강제규정이 없고, 직무수행능력에 따른 임금지급에서 차등도 인정하고 있으므로 노동법상의 근로자와 동등한 관점에서 판단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내용까지 있었다.
즉, 권군을 장애인 근로자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한 장애인 근로자는 노동법상 근로자와 다르므로 노동법상 근로자가 가진 권리를 동등하게 요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일은 단지 권군만 겪는 문제이거나 ㅁ자립원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보호고용시설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장애인 근로자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제보한 신씨의 동생(지체장애1급)도 역시 권군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는 목장갑을 생산하는 업체인 ㅇ보호작업시설을 2년간 다녔는데, 9시부터 6시까지 꼬박 일을 하고도 10만원 미만의 돈을 받았고, 신씨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오전 오후로 작업반을 나눠 작업하게 하면서는 5만원도 안되는 돈을 받게 됐다.
점심시간도 간식시간도 없이 꼬박 앉아서 단순작업만을 반복하는 일, 신씨는 동생이 그렇게 일을 하고도 2년 내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돈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장갑공장이면 근로시설 아닙니까? 일반기업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도 환기시설조차 제대로 안되어 있습니다. 적어도 근로환경은 제대로 보장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년을 다니면서 근로능력평가나 작업평가를 받아 본 적도 없고 직업재활과 관련된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며 신씨 역시 이곳이 근로시설이 아니라 복지시설이라고 말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담당구청, 문제가 있더라도 현상을 유지가 최선
실제 보호고용시설들이 어떤 상황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신씨가 제보한 서울 ㅇ보호작업시설을 찾았을 때 그곳에는 관리자와 비장애인을 제외하고 6명가량의 장애우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손모양의 틀에 완성된 면장갑을 차례로 끼워넣는 일. 이는 면장갑을 일정량씩 묶어 포장하기 위한 작업이다. 실제 장갑을 만드는 대부분의 일은 기계가 자동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술이 필요한 경우엔 비장애인들이 투입되었다. 이렇다보니 이 곳의 장애우들은 마치 생산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하찮은 부품처럼 보였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월급이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이곳의 시설장에게 이들의 임금수준을 묻자 “하루 최소한 300~400개를 작업해야 한달에 5만원정도의 임금이 나오는데 우리 작업장에는 작업능력이 없는 사람도 몇 명 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식비도 감당하기 어려워서 전일근무에서 반일근무로 바꾼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는 보호작업시설인 경우 10시간의 직업재활사업을 실시하게 되어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출퇴근 지도하고 작업할 때 한마디씩 해주는 게 전부 직업훈련 아니냐”며 “실제 따로 시간을 내서 프로그램을 준비하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서울 은평구청 사회복지담당자는 “임금수준이 열악한 것은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보호작업시설이 현상유지도 어려운 형편”이라며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 문제는 행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장애인 입장에서 봐야 한다”며 “이곳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최저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해서 보호작업시설을 폐쇄하고 집으로 가라고 할 수는 없다.
장애인 가족의 입장에서도 장애인이 집에 있으면 누군가가 그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므로 다만 몇 푼을 받더라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는 사실에 일차적으로 안도한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문제가 있더라도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보호고용시설, 저임금 단순작업이 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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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보호고용시설들도 엇비슷한 상황이었다.
대략 7평정도의 공간에 35명가량의 장애우들이 빼곡히 앉아 전구소켓이나 색을 맞춰 펜을 상자에 담는 작업을 하던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보호작업시설의 경우엔 작업분량을 맞추기 위해서 작업지도교사도 함께 앉아 일을 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보호작업시설을 담당하고 있는 황철희 직업재활사는 대부분이 하청작업이라면서 “우리에게까지 오는 하청은 대부분 1차, 2차가 아니라 3차 4차 하청이라 사실상 죽어라고 작업을 해도 사실상 얼마 돈이 되지 않는다”며 “하청이라도 윗단계에서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장애인은 이러한 하청을 받는 단계에서 조차 낮은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셈이었다. 이곳 역시 한달을 꼬박 일해도 많은 경우 20만원, 적은 경우엔 3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었다.
기존의 임가공 사업이 사향산업으로 물량이 줄면서 새롭게 저가형 천연비누를 만드는 사업을 벌여가고 있는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보호작업팀에서 근무하는 문태주 사회복지사는 “새로운 작업을 가르치느라 1년 정도 훈련에만 매진했다”며 “아직은 수익이 나지 않는 상태라서 많아야 7만원 심하면 2만원 정도 밖에 지급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이렇게 살펴보니 보호고용시설에서 하고 있는 업종 대부분이 사향산업의 저임금 단순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니 그곳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들은 애초부터 장시간노동을 하지 않으면 생활임금을 벌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나마도 작업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애인 평균 일일 노동시간이 13시간으로 전체평균 11시간보다 2시간이나 더 일한다는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에서 실시한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 실사에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 5명중 2~3명이 장애인 노동자였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업종을 해서 일반고용으로 연계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
남부장애우종합복지관 황철희 씨에 따르면 “현재 일반고용을 나가는 경우 자체도 드문데다가 일반고용을 나갔다가도 얼마 되지 않아서 보호고용시설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
황씨는 이렇게 일반고용이 실패로 끝나는 이유를 보호고용과 일반고용 사이가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었다. 애초에 정신지체인과 정신장애인의 대부분은 배운 것을 일반화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보호고용시설에서 훈련을 받더라도 일반고용의 환경에 놓이면 다시 새롭게 재훈련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고용으로 바로 나갈 것이 아니라 지원고용 단계가 중간에 필요한데 이는 다른 기관에 의뢰를 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그러나 시설평가 항목에 일반고용 연계부분이 들어가 있다보니 실적문제 때문에 의뢰도 쉽지 않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렇게 일반고용에 실패를 하게 되는 경우, 당사자가 상처를 받는 것도 문제지만 되돌아와도 다른 사람들이 이미 비어있는 자리를 채워서 돌아올 공간이 없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예 일반고용으로 가지 않고 보호고용시설에서 짧게는 3년, 길게는 8~10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도 노동자가 아닌 이용자로 남아있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른다면 이 시설을 일반고용으로의 연계에 목적을 두고 운영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져 운영되는 셈이다.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을 하더라도 보호고용시설에 있는 한 ‘복지시설 이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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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유인 즉, 법적으로 두 시설 모두 유상적인 작업을 통해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능과 장애우직업재활과 관련된 제반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동시에 하도록 명시되어 있기 때문.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 시설에서는 외적으로는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받아 일반 영리기업과 동일한 형태로 운영이 되고, 내적으로는 장애인복지시설로 신고 되어 비영리기관으로 운영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모순은 그 안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이 일반기업처럼 사업자등록을 받은 기업의 상품을 생산하는 일에 참여하면서도 또다른 한편으로는 장애인복지시설 이용자의 신분으로 남아있게 되는 모순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이들 시설의 운영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현장 시설종사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들을 ‘노동자’로 보고 있었다.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황철희 씨는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을 노동자로 생각하는지를 묻자 “생산성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노동강도까지 낮은 건 아니다”라며 “이 분들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오는 게 아니라 일을 하러 오는 근로자”라고 답했다.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의 문태주 씨 역시 “월급을 제대로 줄 형편은 안 되지만 근로자라고 본다.”면서 “근로자로서 근로자의 신분을 보장하면 그에 맞는 지원이 있어야 하지만 복지부에서는 이것을 일반고용의 전단계라고 설정하고 지원할 뿐”이라며 근로자로 보지만 근로자로서의 대우를 하기에는 정부의 지원이 열악하다는 실질적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서종열 씨도 “중증장애인에 대한 직업재활서비스가 빠질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근로시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답해, 크게 볼 때 기자가 만난 현장 종사자들은 모두 보호고용시설이 근로시설이며 이 곳에서 일하는 장애인을 노동자라고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서 권군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개별사업장에서 이들을 노동자로 본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노동자의 신분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들 시설에서 일하더라도 확실하게 근로계약을 맺은 사람들은 노동자로서의 신분을 보장받지만, 절대적으로 숫자가 모자라 항상 이들 시설에 들어오려는 대기자가 밀려있는 상황에서 근로계약을 맺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장애인 근로자에게 노동자가 누리는 권리를 모두 보장할 수는 없는 일?
이런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애매한 위치가 만들어 내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장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하여 노동을 하고 있으면서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임금조건, 근로조건, 산재보험, 실업대책 등 노동정책의 전반에서 이들 장애우 근로자들이 배제된다는 것이다.
우선 임금조건의 측면에서 볼 때, 노동자로 인정을 받는다면 우선 최저임금법에 적용을 받아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최저임금법 제7조 1항에 의거하여 최저임금의 적용제외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장애인이아니라 “정신 또는 신체장애자로서 담당하는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 정신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동일 또는 유사한 직종의 최저임금을 받는 다른 근로자 중 가장 낮은 근로능력자의 평균작업능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에 한정하고 있으며 그 인가기간도 1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명시(최저임금법시행규칙 3조1항)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근로작업시설에서 근무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 시설의 장애인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근로조건의 측면에서도 휴가, 사회보험, 근로작업환경 그 어느 것도 보장받기 어렵다. 현재 근로작업시설의 경우 장애우직업재활시설 운영지침을 통해 4대보험 가입과 퇴직금, 제반수당지급을 권고하고 있지만, 그것도 권고일 뿐 강제조항이 아니라 지키지 않아도 사실상 처벌의 방법이 없다.
결국 장애인 근로자들은 주는 대로 월급을 받아야 하고 이들 시설에서 부당하게 처우하고 내쫓더라도 노동자가 아니라 시설이용자 신분이기 때문에 부당해고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보호장치도 없는 셈이다.
더욱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이 시설에서 작업을 하다 다치더라도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을 수도 없고,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보상금을 받는 것도 어려울 수 있는 극히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보호고용시설에서조차 중증장애인 배제될 수 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애매한 위치가 만들어 내는 또 다른 문제는 이들 작업장이 영리인가 비영리인가와 관련되어 있다.
물론 법적으로는 이들 시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익금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근로장애인에게 보다 많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복리후생을 개선하는데 우선적으로 사용되며, 그 외의 수익금은 시설운영 개선을 위해 재투자하는데 사용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들 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의 임금을 지원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이들 작업장이 이윤을 내지 않으면 장애우 근로자의 임금은 낮은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장애인 근로자에게 제대로 된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사업장의 운영상에서 영리를 추구하고 이윤을 남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현행 지원제도상 시설 운영 종사자의 인건비는 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의 임금수준과 관계없이 정부에서 일정하게 지급되고 있어서 이들 시설종사자들이 보다 많은 이윤을 남겨 장애인 근로자의 임금수준을 향상시키도록 할 유인책이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했는지 올해 발간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운영지침(2005년 장애인복지사업안내 참고)을 보면 “보호작업시설의 경우 올해 개인별 평균임금을 확인한 결과 시설설치 운영이 1년이 경과한 이후에도 근로장애인의 2/3이상에 대해 최저임금의 50%이상을 지급하지 못하면 장애인생활시설이나 재활시설 프로그램으로 운영토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근로작업시설의 경우도 “근로장애인의 2/3이상에 대해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장애인보호작업시설로 전환하여 지원한다”고 명시해 이들 시설의 열악한 임금문제에 대해 예전보다 강력한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지침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의 문태주 씨는 “지금도 대부분의 보호작업시설이 사업을 구상하는 것부터 생산, 판매, 심지어 배달까지 한사람이 해야 하는 상황이고 거기에다 보호작업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의 작업지도까지 해야 한다. 보호작업시설 운영에 현실적인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 상황에서 그만큼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하면 두 배로 신경 써야 하면서 그 정도의 생산성이 따라주지 않는 중증장애인는 받기가 어렵다.”고 말해 이러한 지침이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만약 이러한 지침을 통해 보호작업시설과 근로작업시설에서 중증장애인이 배제되는 결과가 초래되면 이는 현재의 장애인고용정책에 역행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일반고용이 어려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직업재활시설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결국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가 계속 일반고용으로의 연계에 목적을 두고 보호고용시설을 운영하는데서 벗어나 영국,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의 국가처럼 보호고용시설을 장애인 고용대책의 일환으로 운영하여 보호고용시설에 고용된 장애인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모순된 현실을 풀기는 어려울 것이다.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노동이지 끝도 없는 훈련이 아니다
최근 세계적인 흐름을 타고 우리나라 장애우정책 패러다임의 초점은 경증장애우에서 중증장애인으로, 그리고 이들의 노동과 독립생활로 옮겨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장애인정책에서 핵심문제는 중증장애인의 노동과 장애연금 등의 소득보장안이 될 것이다.
이때의 노동은 양적 취업의 증가라기보다는 삶의 질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노동이어야 한다.
어떤 경우가 되더라도 중증장애우의 소득을 담보하는 바람직한 노동정책이 세워지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의 독립생활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일지라도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노동권을 포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러한 시각이 곧 장애인 직업재활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 고용과 관련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장애인을 한낱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노동인격체로 인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용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은 사업주나 직업재활실시기관의 편의적 입장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노동자인 장애인 중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노동이지 끝도 없는 훈련이 아니다.
글·사진 조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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