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유린문제 제기받은 ‘은혜 사랑의 집’ <br>1년뒤 복지재단으로 변모 >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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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유린문제 제기받은 ‘은혜 사랑의 집’ <br>1년뒤 복지재단으로 변모

인권유린 저지른 시설들의 면죄부인가, ‘미신고 복지시설 양성화’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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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5월, 보건복지부는 미신고 복지시설을 올해 7월까지 법 테두리 안에 넣겠다며 ‘미신고 복지시설 양성화’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의 골자는 미신고 복지시설들에게 3년동안 행정처분을 유예해주고, 그동안 정부의 양성화 지침에 따른 지원을 받아 신고시설로 전환시키되, 신고시설로 전환하지 않는 미신고 시설은 폐쇄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복지부는 작년 7월부터 조건부 신고시설들에게 지원을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사업규모는 약 740억 원.(내년에도 3백 억 가량의 추가 예산을 계획 중)
이 돈의 대부분은 시설의 증개축, 신축에 쓰이고 있다.(관련기사 함께걸음 2005.4)

혹시 ‘은혜사랑의 집’을 기억하시는가.
‘은혜사랑의 집’(충남 연기군 소재)은 2003년 11월 13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운동사랑방 등 ‘조건부신고복지시설 생활자 인권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이하 시설공대위)와 월간 함께걸음 등이 방문 조사를 한 바가 있다.(함께걸음 2003.12)

함께걸음에서 기사가 나간 후, ‘은혜사랑의 집’은 본인 의사에 반한 장기 수용, 폭력, 감금 등 충격적인 인권유린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약 1년 뒤 은혜사랑의 집은 ‘은혜복지재단’으로 변모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그동안의 과정을 함께걸음이 다시 추적했다.

 

은혜사랑의 집에서‘은혜복지재단’으로

▲03년 11월 시설공대위가 방문조사했던
은혜사랑의집. 당시 징벌방에 한 여성생활인이
갇혀 있었다.
충남 연기군에 있는 ‘은혜사랑의 집’은 1986년에 ‘은혜 기도원’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2002년 10월, 정부의 ‘미신고 복지시설 양성화’지침에 발맞추어 조건부 신고시설로 전환,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그리고 2004년 11월, 은혜사랑의 집은 ‘은혜복지재단’으로 위풍당당하게 변모했다.

은혜사랑의 집에는 2002년 초까지만 해도 3백 명에 달하는 생활인들이 살았고, 2003년 말 방문조사 당시에도 131명의 생활인들이 있었다.

그럼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2003년 11월의 상황으로 돌아가보겠다.
당시 은혜사랑의 집을 조사했던 시설공대위 활동가들은 생활인을 상대로 일대일 면접조사를 했다. 그 결과 30대에서 50대인 사람이 제일 많았고, 65.6%가 가족에 의해서 보내졌으며, 5년 이상 수용된 사람이 19명이었다. 20년 이상 수용된 사람도 3명이나 있었다.

은혜사랑의 집 생활인들은 원장(전월순)-총무(양길수, 원장 아들)-총실장-실장(관리인)-방장-생활인으로 이어지는 철저한 위계 속에서 관리됐다. 원장과 총무는 총실장 이하 관리인을 알콜중독자로 뽑아 대우를 해주며 생활인들을 관리토록 했다.

그리고 알콜중독자와 정신지체, 정신장애 등이 있는 장애우들을 함께 수용해 알콜중독자들이 장애우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원장도 안수기도는 물론 말을 듣지 않거나 기도를 게을리 한다는 이유로 생활인들을 며칠씩 징벌방에 식사도 주지 않은 채 감금시켰다. 그리고 방방마다 인터폰을 설치해 감시하는 것도 모자라, 전화나 편지 심지어 가족의 면회까지 통제했기 때문에 생활인들은 외부에 구조요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비상식적인 시설 수용이 ‘일정한 사회적 역할’이라니

▲은혜사랑의집 진월순 원장

작년 3월 시설공대위는 은혜사랑의 집 전월순 원장, 양길수 총무를 형법, 정신보건법위반 등으로, 김종균(ㅅ정신과의원의 전문의)을 허위진단서 작성죄 등으로 처벌하라며 대전지방검찰청(이하 대전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장의 주된 핵심은 다음과 같다.
①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 없이 정신질환자들을 위 시설에 수용하고
② 수용자들의 통신 및 면회 등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③ 수용자들에게 예배와 기도를 강요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④ 의료인의 자격 없이 수용자들을 상대로 신경안정제를 주사하는 등 의료행위를 하고
⑤ 보호실을 만들어 수용자들을 감금하고
⑥ 위 정신요양시설은 정신보건법 등 법령에 의하여 정신질환자를 의료호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자를 수용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3개월 뒤, 대전지검은 “감금죄 부분에 관하여 참작할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처분결정을, 그 밖의 점에 대하여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 결정에 불복한 시설공대위 측은 2004년 7월 대전고등검찰청에 항고를 했고, 같은 해 12월에 대전지검은 정신보건법 위반 부분에 관해서는 기소유예처분결정을, 그 밖의 점에 대하여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결정을 내렸다.

함께걸음은 시설공대위 측의 자료를 받아 대전지검의 2004년 12월에 내린 결정을 살펴봤다.

대전지검은 위의 ①,②항 무혐의: 은혜사랑의 집은 2004년 11월 29일(재단 설립일)까지는 정신의료기관이 아니었음으로 정신보건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
③항 무혐의: 은혜사랑의 집은 대한예수교 장로회 소속으로 기독교적인 의식은 환자가 들어올 때부터 예정된 것.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종교의식에 참석한 것이고 이를 강요한 바는 없다는 취지로 변명. 위 정신요양시설 수용자 83명에 대한 면담조사 내용(기록619정) 등도 위 변명에 부합되고 달리 위 변명을 뒤집을 만한 특단의 증거 없음.
④항 무혐의: 피의자들은 의사의 처방 없이 신경안정제 투약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바가 없다고 변명. 의사인 김종균의 진술, 위 면담조사 내용 등도 위 변명에 부합되고 달리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 없음
⑤항 무혐의: 피의자들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보호실 운영했고, 수용기간 동안 식사를 제공하였으며 그 기간도 1~2일에 불과했다고 변명하고, 위 면담 조사결과 등의 내용도 대체로 위 변명에 부합되며 달리 정신요양시설에 수용하는 것 이상의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였다는 증거 없음
⑥항 기소유예 : 일부 정신보건법위반의 점은 인정됨. 그러나 제도권 밖에서 정신질환자 수용 등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온 점, 양성화를 시도하는 국가시책에 부응하여 정식 허가를 득한 점, 피의자들이 정신요양시설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인권유린적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에 있어 참작할 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설공대위 측은 “2004년 12월 결정에서는 정신보건법 위반 부분외의 부분은 무혐의 결정했다. 법원의 불기소이유고지서에 따르면 위 혐의 없음 처분은 검찰이 진행한 수용자 83명에 대한 면담조사를 통해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검찰의 면담조사는 그동안 퇴소한 생활자들의 증언은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자의에 의한 퇴소가 불가능한 시설 상황을 감안할 때, 검찰이 혐의사실을 입증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면담조사 대상자를 현재 수용자들로 한정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검찰의 미진한 수사에 대해 강한 질타를 했다.

“폐쇄시키려고 했는데 마침 복지부가 지원사업을 한다기에 양성화 시켰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은혜사랑의 집은 작년 11월 29일, 정신요양시설(20인 규모) 허가를 받아 ‘은혜복지재단’이 됐다.
은혜복지재단은 정부로부터 1억 8천만 원을 지원받아 공사 중에 있으며, 미신고 복지시설양성화 지침의 기한인 7월 30일 전까지 기한에 맞춰 완공할 예정이란다.
당시 총무였던 양길승 씨는 현재 원장으로 승진(?)했고, 아직 60여명의 생활인들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인권유린의 문제가 제기됐던 은혜사랑의 집이 어떻게 복지재단이 되었을까.
위 시설을 관할했던 충남 연기군 보건소는 “우리도 폐쇄시키려고 했던 곳이다. 그런데 정부의 미신고 복지시설 양성화 지침이 생겼고, 때마침 사건이 터진 것이다. 시설 없애면 거기 살던 사람들 다 누가 데리고 갈 것인가. 그래서 양성화 시켰다. 우리야 실사만 했고 허가를 내주는 것은 도지사니까 도청에 물어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충남도청 정신보건계 담당자는 “사회복지사업법에 법인설립 조건이 있다. 법대로 조건 맞춰서 올려서 허가해 줬을 뿐이다.”라고 했다.

올해 장애우의 자립생활 관련 예산은 15억, 시설에 쏟아 붓는 예산은 230억

생활인들에게 반인권적인 행태를 가했던 상황들은 변한 것이 별로 없는 듯한데, 외관상으로 이제 은혜복지재단은 미신고 복지시설에서 재단으로 탈바꿈했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지금 복지부가 진행하고 있는 미신고 복지시설이, 이처럼 문제가 제기된 복지시설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걸음 4월호에서도 밝혔듯이 현재 복지부의 양성화 지침은 시설 생활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시설장들이 시설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지원하는 지침이다.

복지부가 시설장들을 지원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수용되어 있는 생활인들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지역사회 안에서 살게 할 생각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복지부의 예산에서도 명확히 드러나는데, 올해 복지부가 장애우의 자립생활에 책정한 돈은 15억원 가량인데 비해 시설의 증개축, 신축 등에 쏟아 붓는 돈은 약 230억원이다.

게다가 대전지검에서 밝힌 불기소이유에서도 나타나듯이 그동안 장애우들을 이렇게라도 수용해준 것이 ‘일정정도 사회적 역할을 한 것’으로 인정되는 판이다.
양성화 지침의 예산 집행을 보면 복지부가 예산 문제 때문에 장애우들을 지역사회 안으로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시설에 쏟아 붓는 어마어마한 돈을 정말 다르게 쓸 수는 없는 것일까.

당신이라면 몇 년씩 사회와 소통할 수 없는 곳에서, 사생활 보장은커녕 반인권적인 상황이 난무하는 곳에서 살고 싶겠는가.

현재 양성화 지침에 쓰이고 있는 천억 넘는 예산을, 대형화된 시설을 쪼개어 열 명 이하의 작은 단위로 만들고, 자립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에 집중투자 한다면 어떨까.

중증의 장애가 있고, 사회에서 버려진 이들이 처한 맞고, 굶고, 갇히고 하는 상황이 적어도,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작성자최희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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