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아이를 두고 간다는 사실이 더 두렵다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죽음보다 아이를 두고 간다는 사실이 더 두렵다

성년후견제추진연대 사례발표회

본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데, 그 아이를 세상에 두고 갈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아이를 위해 집을 마련해주고, 결혼도 시키고 싶지만 지금으로서는 배우자가 다른 생각을 품으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생각에 걱정이 크다. 만약 성년후견제가 도입이 되면 내가 죽은 후에도 그 아이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정신지체장애아동의 어머니 김학수 씨


"한 10년전부터 내가 죽고 나면 아이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를 고민했다. 스물두 살에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아 장애우의 가족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 이제까지도 충분히 장애우의 가족으로 힘들었을 딸에게 그걸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딸아이는 자신의 인생을 자유롭게 살기를 바란다. 장애는 사회적인 문제다. 따라서 이 문제도 사회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가 당당하게 사회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이 사람 저사람 챙기면서 아이를 맡기고 갈 사람을 찾고 있다. 성년후견제가 도입된다면 지금 나와 같은 도움을 주기는 어렵지만 피해를 당하는 것만은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걸 생각하니 이 자리가 한없이 행복하다."
- 장애아동 부모 박옥순 씨

"평생을 혼자 살던 친구가 교사직을 은퇴한 후 급작스럽게 치매증상을 보여 정신을 놓을 때가 많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복동생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친구의 퇴직금과 연금을 자신이 관리하겠다고 나타났고, 아무리 봐도 친구가 평생을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그 사람이 함부로 쓰면서 친구는 제대로 돌보지도 않는 것 같다. 친구를 보호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 민덕실 어르신 (한국노인의 전화 상담사례)

▲지난5월24일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년후견제추진연대의사례발표회가열렸다.
지난 5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왜 성년후견제인가?"라는 제목의 사례발표회가 열렸다.

성년후견제추진연대의 주최로 열린 이날의 사례발표회에는 장애아동의 어머니 김학수씨, 박옥순씨, 한국노인의전화 김은주씨,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송경옥씨가 참여해 사례를 발표하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희선씨가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권리확보를 위한 성년후견제 제도화 방향을, 이영규(한양대 법학과) 교수가 현행 성년후견제도의 문제점과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청중석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열심히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줘 성년후견제에 대한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현행 한정치산·금치산자제도 문제 많아
지난 5월 24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성년후견제추진연대의 사례발표회에서는 이와 같은 절박한 사례들이 봇물을 이뤘다.

이날 사례발표를 통해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된 성년후견제도는 이렇게 발달장애, 정신장애, 정신지체, 노인성 치매 등으로 특정한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한 제도이다.
이들이 타인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보증을 서는 등의 경우 후견인의 동의를 얻거나 후견인이 대리하게 함으로써 그의 재산을 보호하고, 보호시설 등에 갈 경우 후견인이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등을 살피는 신상감호를 실시함으로써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보충하는 제도이다.

현행법상 성년후견제에 해당하는 한정치산·금치산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년후견제도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유는 한정치산·금치산제도가 권리의 "보호"보다는 권리의 제한이라는 측면이 크고  잔존능력을 활용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오히려 그들을 소외시키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견인을 지정할 때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배우자 혹은 가장 가까운 가족 중 연장자가 하도록 되어있어 제대로 된 후견의 역할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후견인의 수를 한명으로 한정하여 당사자의 다양한 요구에 응하기 어렵고  후견인의 독단적인 결정을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성년후견제의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다.

성년후견제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아
이날 정신지체 장애우의 성년후견제 제도화방향을 발표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희선 활동가는 "대부분이 성년후견제도를 이야기하면 부모 사후만을 이야기하는데, 핸드폰 060서비스로 인한 피해사례라든지, 정신지체장애우의 양육권 문제에 관한 상담사례를 볼 때 성년후견제가 필요한 시점을 언제로 설정할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알콜중독과 정신장애우의 사례를 발표한 사회복귀시설협회 송경옥 사무국장은 "이들은 증상관리만 잘하면 별 문제없이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에게 "한정치산 선고를 받게 하면 가족의 재산은 보호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영영 재활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해 그 누구보다 이들에게 성년후견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피력했다.

노인도 성년후견제도가 절실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노인의전화 김은주 씨도 "갈수록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며 "2007년부터 어르신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될 예정인데, 이 제도가 도입되면 노인들은 자신의 재산은 물론 신상보호와 관련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본인의 신상보호나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현재까지는 가족이나 자녀가 법적 도덕적으로 책임을 떠맡아왔지만, 이제는 그것을 벗어나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년후견제추진연대는 이 사례발표를 시작으로 각 단체별 교육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또, 입법안을 완성하는 작업을 병행, 내년 즈음에 법이 통과되도록 할 계획이다.

성년후견제에 대한 궁금증 몇가지
다음은 토론회 당시 제기된 질문들을 문답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성년후견제에 대한 정부방침은 어떠한가?
정치성향이 없는 법률이므로 국회통과가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사회에서 이것이 잘 시행될 수 있는가인데, 제대로 사회에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수적인 다른 법적?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해서 시차를 두고 관련법안들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국회는 현재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이은영 의원실에서 성년후견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법무부는 아직 제도에 대한 연구를 한 바가 없다고 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법무부와 소비자보호원에서 관련법안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성년후견제도의 대상은 누구인가?
성년후견에서 보호받는 사람은 민법상 개념이라 장애개념과 다르다. 나이가 20세가 넘었는데도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라면 장애등록이 되어있지 않아도 제도에 포함해 보호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정신장애우와 정신지체장애우간의 구별이 필요하지 않은가?
정신장애우는 개개인마다 개별성이 두드러지는 게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장애우를 동일하게 처우하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아직 법안을 구체적으로 만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법안을 만들 때 이점을 고려할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정신장애우의 금치산?한정치산자제도보다는 바람직하게 될 것이다.

- 후견인에 의한 인권침해 우려는 없는가?
법은 사람을 좋게만 보지는 않는다. 과도한 권한이 주어지면 후견인이 남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후견인 감독관과 가정법원이 이중으로 감독하도록 할 예정이다. 비슷한 이유로 일본에서는 후견인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성년후견제도가 보장하는 것이 재산상의 보호만인가?
아니다. 재산상의 보호와 함께 신상감호도 하도록 하고 있다. 신상감호를 하게 되면 가족에 의해 보호되지 않더라도 후견자는 ▲의료처치에 관한 계약체결 및 비용 ▲본인의 주거를 확보하기 위한 계약체결 및 비용지불 ▲양로원 등의 입주나 이전에 관한 계약체결 및 비용지불 및 ▲그곳에서의 처우 감시나 이의신청 ▲개호를 의뢰하는 행위 혹은 개호생활유지에 필요한 계약체결이나 비용지불 ▲교육?재활에 관한 계약체결 및 비용지불 등을 하게 된다.

- 후견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중간에 후견인을 변경할 수 있는가?
가능하다.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법원을 통해 후견인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후견인 변경은 주로 후견인의 감독관에 의해 행해질 가능성이 높다.

- 후견인을 한명 이상으로 둘 수도 있나?
가능하다. 복수로 설정해두면 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성년후견제도에서는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 유급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의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 성년후견제가 도입되면 누구의 저항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가?
시설의 저항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되면 후견인이 시설의 운영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설장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시설관리인이 후견인이 될 수도 있는가?
시설관리인은 불가능하다. 법제도는 어떤 제도를 시행했을 때 더 좋은 경우를 생각하기 보다는 더 나빠지는 경우를 생각하고 이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도입된다.
따라서 시설관리자에게 후견인을 주면 자기 멋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의뢰자의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시설관리인은 후견인이 될 수 없다.

 

작성자조은영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