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계획서는 고용계획 "쇼(?)"
본문
지난 4월 20일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실은 “대기업의 장애우 고용율이 낮은 것은 법 적용을 제대로 하지 않는 노동부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보도자료를 냈었다.
내용인즉 우 의원실이 상시근로자 5천 명 이상 사업장 50곳을 대상으로, 이들이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하 공단)에 제출한 ‘장애인고용계획서 및 실시상황보고서’(2004)를 분석했더니, 고용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이 18곳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단은 이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우 의원실은 노동부가 고용계획서를 내지 않은 기업을 ‘고용계획 없음’으로 자의적으로 분류해 계획서 미제출로 처리하지 않고 있으며, 계획서를 제출하지도 않은 기업에게 변경명령을 내리는 등의 태만한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이 제출한 ‘장애인고용부담금 신고서’혹은 ‘장애인고용부담금 분할납부신청서’를 고용계획서를 낸 것으로 처리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하 직재법) 제 25조에 따르면 “노동부장관은 사업주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장애인의 고용에 관한 계획 및 그 실시상황을 작성하여 제출할 것을 명할 수 있으며, 계획이 부적절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사업주에 대하여 그 계획의 변경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동 법 73조는 위 규정에 의한 명령을 위반한 자는 3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지금까지 과태료를 받은 기업은 없단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장애우 고용에 관해 그토록 계획서를 잘 제출해왔던 것일까.
“장애인고용계획서,
그냥 독려차원일 뿐이다.”
2004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의 개정으로 2005년부터는 장애인의무고용 대상이 3백인 이상의 사업 사업장에서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대폭 확대됐다.
그리고 이 법의 개정으로 고용의무사업체로부터 받던 장애인고용계획서 양식도 바뀌었다.
2004년까지는 장애인고용계획 및 실시상황보고서, 장애인고용장려금 지급신청서, 장애인고용부담금 신고서, 장애인고용부담금 분할납부 신청서가 한 장의 서식에 있어 해당사항에 체크하게 되어 있었으나, 2005년부터는 이들을 둘로 나누었다.
다시 말해 ‘장애인고용계획 및 실시상황보고서’와 ‘장애인고용장려금 지급신청서, 장애인고용부담금 신고서, 장애인고용부담금 분할납부 신청서’가 각각 다른 서식으로 분리된 것이다.
우 의원실에서 제기했던 문제는 2004년까지 쓰던 고용계획에 관련된 것인데, 이에 대해 노동부와 공단이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의 서식에서 직재법 25조의 ‘장애인 고용계획 및 실시상황 보고서’에 해당하는 항목은 25번 ‘장애인고용계획인원 및 예상고용율’인데 이것은 필수 기재항목이다.
그런데 이 항목을 미기재한 기업에 노동부와 공단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우 의원의 김형민 보좌관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천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 47곳의 고용계획서를 일일이 조사해본 결과 25번 항목에 기재를 하지 않은 곳이 19개나 된다고 한다.
(※삼성물산, 엘지생활건강, 대림산업, 신한은행, 국민은행, LG유통, 현대건설, 우리은행, 삼성중공업, 신세계, 주식회사 두산, 풍림산업, 하이닉스반도체, LG CNS, SK건설, 캡스, 한국 까르푸, 삼성중공업)
직재법에 의거해 ‘장애인 고용계획 인원’을 기재하지 않았을 경우 시정명령을 내려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고용계획서가 아닌 장애인고용부담금 분할납부신청서나 장애인고용부담금 신고서로 체크한 것을 고용계획서로 간주한 경우도 위 사업체 중에서 13개나 되었다.
(SK건설은 아예 체크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용계획서를 낸 것으로 간주했다.)
김 보좌관은 “이렇게 4가지 서식 중에서 고용계획이 아닌 다른 것을 체크한 서류도 고용계획서로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25번 항목에 아무런 내용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 공단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 수기로 기재하도 했다. 한마디로 업무를 미흡하게 처리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어쨌든 지금까지 과태료를 받은 기업은 없다.
우 의원실은 2004년뿐만 아니라 2003년에도 고용계획서 제출 업체 가운데 변경명령 불이행 업체가 174개 있었지만, 과태료를 부과한 실적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보좌관은 “아마 3천명 이상 근로자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면 수치는 훨씬 많았을 것이다.”라며 “그동안 노동부는 고용계획서를 안 내면 과태료를 물기 때문에 고용계획서를 내지 않는 고용의무사업체는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노동부는 물론 공단초자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업 이윤에 놀아나는
정부의 솜방망이
이러한 상황에 대해 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지원총괄부 김영근 차장은 “과거에는 장애인고용계획에 대한 것이 25번 한 항목이었기 때문에 크게 관심을 두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과태료는 행정벌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업을 위탁받아 집행하고는 있지만 노동부 소관이다. 공단은 계획서만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이우영 사무관은 “장애인고용계획에 관한 것은 다 공단에서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공단은 노동부보다 사업체의 개별사항을 잘 알고 있다. 과태료를 최종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노동부지만, 업무절차상 공단에서 사업체에 대한 과태료 부과명령을 관할 지방노동사무소 쪽으로 신청해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공단에서 노동부에 과태료 건에 대해 신청조차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관은 “노동부에서는 공단으로 과태료에 관한 지침으로 다 내려보냈다. 그러나 장애인고용계획서라는 것이 어떤 법적인 처벌의 근거라기보다는 장애우 고용을 독려하는 차원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태료를 부과하면서까지 얼굴 붉히면서 업무를 추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솔직히 지금까지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털어놨다.
노동부와 공단 측은 2004년의 고용계획에 대해 지금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없고, 이미 지난 일이니 별 의미가 없다며, 2005년부터는 장애인고용계획서가 분리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러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사회에서 고용은 생존과 직결된다. 이는 장애우에게도 마찬가지며, 이러한 생존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에 더욱 절박한 문제가 된다.
사회에서 가장 약한 자의 생존문제를 쥐고 있는 정부가 ‘기업체와 얼굴 붉히기 싫어서 관행으로 이들의 취업문제를 독려만 해왔다’는 것 자체가 한심한 노릇이다.
근거할 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정부가 먼저 이렇게 솜방망이 같은 잣대를 갖고 있으니 이윤에만 눈이 벌건 기업체가 장애우의 생존에 그나마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것이다.
2005년부터는 서식이 바뀌었으니 그럴 일 없다는 것이 노동부와 공단의 입장이었다. 기업이 장애우 고용에 무관심하고,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개선코자 노력하지 않는 것이 단지 서식 때문이었는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글 사진 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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