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왕국, 무슨 일이 벌어졌나
사설농장에 장애우들 데려다가 강제노역시켜
본문
지난 2월 22일 대구시 동구청 앞에 천막이 하나 쳐졌다.
이는 청암재단의 비리 의혹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청암재단노조(이하 청암노조) 분노의 표출이었다.
청암노조는 올해 초부터 두 번 기자회견을 열어 청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청구재활원과 천혜요양원의 인권유린 및 운영비리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 바 있다.
청암노조는 청암재단이 시설 생활자에 대한 인권유린 및 노동력 착취 인건비는 물론 피복비 등의 정부보조금 횡령 및 수익금 횡령 청암재단을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관련 관공서와의 유착관계 등에 대한 내용을 밝혀줄 것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더욱이 청암재단 사건은 공중파 방송(KBS 뉴스광장 2005.2.3.‘장애인복지시설, 임금착취의혹’/대구 KBS 화요진단 2005.02.22 ‘복지재단 투명경영, 어떻게 가능한가’)에서 보도되면서 더욱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렇게 장애관련 시설이나 기관의 인권유린과 횡령 등의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장애 쪽은‘여전히’,‘아직도’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장애인식과 복지시스템의 헛점을 노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시설 문제.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시설들의 악행에 맞서 싸우려는 이들이 조금씩 뭉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장애역사에서 시설문제는 족벌경영 및 대형화 생활자들에 대한 폭력, 감금, 노동착취 등 인권유린 정부보조금은 물론 후원금, 수익금 횡령 및 착복으로 간추려 볼 수 있다.
그리고 위 사건도 ‘역시나’ 이러한 것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청암재단 사건이 특히 눈길을 끌고 있는 이유는 시설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 특히 사회복지사들이 조직적으로 뭉쳐 시설 비리에 항거해 박차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억누르려는 시설 측의 방법 또한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여전히, 아직도, 역시나 진행 중인 시설 비리와 이에 맞서려는 사회복지계의 흐름, 함께걸음이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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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19일, 경북 경산시에 있는 청구재활원과 천혜요양원의 홈페이지에는 한 통의 익명성 제보가 올라왔다. 그리고 이 글을 21일, 22일 잇따라 대구 시청과 동구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올려졌다.
제보의 내용은 청암재단의 유령직원 존재, 시설생활인들에 대한 노동착취, 부실한 식사와 간식, 감독기관과의 유착관계에 관한 의혹이었다.
이 한 통의 제보로 청암재단은 폭탄을 맞은 듯 숨가쁘게 돌아갔다.
청구재활원과 천혜요양원에 근무하고 있는 재활교사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올해 1월 4일 민주노총 산하 청암재단 노동조합(이하 청암 노조)을 설립해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청암 노조는 경찰에 재단 측의 비리를 고발, 지난 2일과 15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22일에는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동구청 광장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그러는 중에 2월 7일, 청암재단의 원장 김인호 씨가 전격 구속됐다.
도대체 청암재단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개보다 못한 것은?
장애우 목숨!! 밥도 간식도 아깝고, 약도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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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신지체 장애우들은 약 2백30여 명이고, 직원은 70여 명이며 한 명의 원장이 겸임을 하고 있다. 청구재활원은 정신지체 2,3급의 경증 장애우들이 생활하고 있고, 천혜 요양원은 정신지체 및 지체장애까지 중복인 중증 장애우들이 살고 있는 시설이다. 이 두 시설은 대구에서 제일 규모가 큰 정신지체 장애우 생활시설이라고 한다.
청암 노조가 제기하고 있는 재단에 관한 의혹은 크게 3가지다. 생활인 인권유린과 노동력 착취 정부보조금 횡령 생활인의 돈 갈취가 그것이다.
노조 측에 따르면 재활원과 요양원의 생활인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심지어 곰팡이가 생긴 간식을 제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년 말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었던 부실도시락보다 더한 식사를 주었다고 한다.
실제로 노조가 제시한 사진에는 말라비틀어진 비빔국수와 가지무침, 정체를 알 수 없는 멀건 국이 식판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 유통기한이 8일이나 지난 빵을 간식으로 제공해 직원들이 빵을 수거해 개에게 줘버린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일상생활용품이 늘 부족한 것은 물론, 여성 생활인들에게 생리대 대신 후원 들어 온 아기 기저귀를 사용토록 했고, 휴지가 없어 신문지로 뒤처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시설 근처에 있는 김인호 씨(구속된 전 원장)의 개인 농장에서 노역을 시켰다는 점이다.
위 두 시설에서 차로 십 여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김 씨의 개인농장에는 수십에서 수백 마리 의 개, 닭, 오리를 사육했는데, 여기에 시설생활인을 동원했다고 한다. 노조 측에 따르면 신체 건강한 정신지체 장애우들을 동원해 몇 년씩 사육장 옆에서 숙식까지 시켜가며 가축을 돌보도록 했다고. 이 장애우들이 수백 마리의 가축들에게 새벽 5시부터 늦은 밤까지 시설의 잔밥을 날라다 사료를 주어야 했다고 한다.
또한 기자가 이들이 기거했다는 방을 취재했는데, 난방과 세면 시설도 없었으며 바로 개 사육장 옆이라 그 냄새와 소음이 그대로 단칸방에 전해졌을 것이라는 짐작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부려먹다가 병이 나면 다시 시설로 보내고, 다른 정신지체장애우를 데려와 일을 시켰다고 한다. 노조 측에 따르면 올해 1월 초까지 오리 3백여 마리와 개, 염소 7십여 마리가 있었다고 한다.
기자는 청구재활원을 취재하던 도중, 마침 이 농장에서 동물을을 사육했다는 정신지체장애우를 만날 수 있었다. 김철호(가명. 39. 정신지체1급)씨와는 간단한 대화가 가능했는데 그의 증언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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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장에서 정신지체장애우가 생활했던 방 |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개, 오리, 염소들 밥 주고, 저녁은 5시에 먹었어요. 2년 동안 농장에서 살았어요.”
“방바닥 춥지, 물도 안 나와요, 코 시려서 못 자요. 밤에 개들이 다 짖으면 시끄러워서 못 자요.”
“개한테 여러 번 물렸는데 약 발라본 적 없어요. 근데 개들은 주사 맞아요. 예전에 감기 들어서 아파서 다시 재활원 가고 싶었는데 못 가게 했어요.”
“여름엔 이사장님이 개 잡아오래요. 이사장님이랑 손님들이 먹죠. 손님 많아요.”
“장 씨에게 파이프 몽둥이로 맞은 적도 있어요. 머리도 피나고. 제가 말을 안 들어서… 허리가 많이 아팠는데 다음 날 새벽에도 잔밥을 날랐어요.”
농장 입구에는 청구 재활원에 유령직원으로 올라와 있다는 농장 관리자 장 모 씨의 숙소도 있었다. 정신지체장애우들의 움막 같은 숙소에 비해서, 관리자의 숙소에는 모든 가전제품이 갖춰져 있었고, 겨울에도 화초가 무성하게 자랄 정도로 보일러가 가동되었다.
취재 당시에는 농장에는 이미 한 마리의 동물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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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 마리의 개를 키웠던 사육장 |
그러나 재활원 측은 98년 개 두 세 마리로 시작한 농장을 이만큼 불려놓은 것이라며, 그간 가축들을 팔지는 않아 수익금은 없으며, 시설의 장애우를 대상으로 하는 재활 프로그램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암 노조 측은 식용 개는 1년도 채 기르지 않고 파는 것이 상식인데, 그러면 사육장이 모자랄 만큼 많아야 할 것이라며 “농장 수익금으로 잡혀 있는 것이 전혀 없는 것 자체가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강제노역에 대한 의혹은 이외에도 또 있다.
시설 근처의 폐쇄 조치된 장갑공장이 있는데 최근까지 여기서 시설의 장애우들 평균 15명이 일을 했다고 한다. 또한 이 공장을 운영하던 김 모씨와 신 모씨도 허위로 생활재활교사로 기재되어 임금이 지급됐다고 한다.
일가에 시설장 한 명 있으면?
사돈에 팔촌까지 가세가 활짝!! 숨겨주고, 나눠먹고
또 하나 제기되고 있는 중요한 의혹은 청암재단의 정부보조금 횡령과 생활인들의 돈 갈취다.
청암재단은 작년 22억의 국고보조금을 받았다고 한다.
시설에게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은 인건비, 간식비, 피복비, 난방비, 건물 개보수 비용, 기타 잡비 등의 항목에 지출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비리가 있는 시설에서 많이 애용(?)하는 항목도 바로 위 부분들이다.
비리 시설들은 유령직원을 올려 인건비를 착복하거나 피복비나 간식비를 횡령하기 위해 영수증만 갖춰놓고 후원 들어온 식품이나 의류로 대치한다. 게다가 그나마 구입한 물건들에 대해서도 실제 구입비보다 영수금액을 부풀려 중간에서 착복을 하기도 한다. 또한 건물 개보수에 시설 생활인을 이용하고도 비용을 청구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혹은 이상하게도 청암재단에게 제기되고 있는 보조금 횡령 의혹 또한 기자가 앞서 서술한 비리 시설의 수법과 똑같다.
이렇게 인건비를 착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쳐놓아야 할 그물이 필요한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이 친인척이다. 청암재단도 친인척 그물을 쓴 것은 마찬가지.
노조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전(前) 이사장 아들 김 모씨(2년 4개월 허위 기재-3천 9백만원 착복, 환수조치됨), 전 이사장과 사돈지간이 손 모 씨(3년 6개월 허위 기재-6천 6백만원 착복, 환수조치됨), 전 이사장 처의 친인척인 농장 관리자 장 모씨(3년 9개월째-약 7천여만원) 등이 생활재활교사로 올라와 있다. 이도 모자라 시설 생활인 맹 모씨까지 직원으로 올려 본인도 모르는 사이 급여와 퇴직금까지 수령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노조는 전체 직원 중 전 이사장 관련 친인척이 확인된 명수만 10여명이며 전 이사장의 아내인 장 모씨가 운영하고 있는 ㅊ보육원 출신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암재단의 친인척은 재단 이사회에도 포진해 있는데, 동구청에 따르면 이사장을 제외한 이사 5명 중에서 김 전 원장은 전 이사장의 사위였고, 장 모씨는 전 이사장 처의 친척이라고 한다. 또 2명의 감사 중에 한 명은 전 이사장의 처(2001년까지)였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만 보아도 청암재단 또한 전형적인 족벌운영 체계를 갖춘 시설임이 드러난다.
노조 측이 제시한 재단의 보조금 횡령은 이외에도 또 있다.
특히 피복비나 간식비의 경우 실제 구입금액과 영수금액이 서로 다른데, 이는 재단 측이 업자와 결탁해 실제 구입금액보다 더 많은 영수금액을 적어주고, 그 차액을 재단이 다시 받는 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장애관련 시설에는 의류나 간식 등이 지역의 후원이나 푸드뱅크로 지속적으로 후원이 되는 경우가 많아 진정한 후원이 되지 못한 채 비리의 온상이 되어 왔다.
또한 재단의 건축물 개보수를 한 사람과 대금이 지급된 건축회사가 서로 다르며 공사 중에는 재활원 직원과 생활인들도 투입됐다는 의혹도 있다.
그리고 노조 측은 재단이 정부보조금에 눈독을 들인 것도 모자라 생활인들의 돈까지 갈취했다고 밝혔다.
입소 당시 전세금액으로 9백7십여 만원을 가지고 있던 시설 생활인 박 모씨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 그러나 박 모 씨의 돈이 시설 입소 후 모두 없어진 것을 알고 교사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김 전 원장이 잘못을 시인하며 올해 초 다시 입금한 사례도 있다. 그리고 8백여 만 원의 후원금이 모인 통장을 가지고 들어온 신 모씨도 입소하면서 통장잔고는 0원 처리 됐다고.
게다가 재활원 앞, 일반사업장지관에서 2000년 8월부터 약 2년 7개월 정식직원으로 일했던 시설 생활인 김 모씨의 급여(총 2천 4백만원 상당)를 시설의 후원담당 직원이 현금으로 받아 원장에게 전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공장 관계자가 김 모씨 앞으로 통장으로 만들어 입금시키고자 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계속 현금으로만 챙겨갔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모씨에게는 매월 1만원 정도의 용돈만을 주었다고.
실제로 김 전 원장은 경찰에서 생활인 통장에 있던 돈 3백만 원을 장갑공장 운영에 썼다고 시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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