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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방-“우리, 이제는 좀 까발리고 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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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여성장애우들의 성은 없는 듯 숨겨져 왔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무슨 섹스냐고들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 장애판에서는 이러한 편견을 깨뜨리려는 여러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성은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기 때문이다.
이번 달 수다방에서는 이러한 껍질을 깨고, 이젠 스스로 먼저 솔직하게 드러내보자는 세 명의 여성 장애우가 뭉쳤다. 이들의 성에 대한 솔직하고 유쾌한 수다.
그녀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함께 수다 떤 사람들

미경: 휠체어에 앉은 후, 어떤 시련도 견디어 낼 자신이 생겼다는 미경 씨.
        그녀는 여성장애우 관련 인권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미경 씨는 이제 장애우의 성담론은 진중해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주연 : 만족스런 섹스를 위해서는 대화가 제일이라는 주연 씨.
         그녀는 특히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솔직히 밝혀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잘 안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를 배려할 줄 안다는 
        것이라고.
현정 : 8개월 전에 교통사고로 척수 장애우가 되었다.
        너무 힘들어 죽고 싶은 생각도 많았지만, 쑥쑥 자라나는 딸들을 보면서 맘을 다잡
        고 있다는 그녀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몸에 손 대는 것 자체가 싫다는 현정 씨.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아픔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배어나온다.

 

 
 
“내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 그것이 제일 소중해요.”
함께 : 어슴프레 해가 지는,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인데요. 오늘 주제인 ‘섹스’에 대한 얘기를 하기에 썩 괜찮은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오늘 오신 세 분의 여성들은 척수 장애가 있는, 비장애우의 삶과 장애우의 삶 모두를 경험하신 분들이고 모두 휠체어를 이용하고 계십니다.
그럼 섹스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몸에 관한 얘기부터 가볍게 시작해 볼까요?
여러분들은 자신의 무엇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이유는요?
주연 : 제 별명이 미스 몸짱이거든요. 뭐 남들이 그렇게 불러요. 척수장애우들은 몸이 많이 망가져 있어요. 사고 후유증이 있기도 하지만, 실은 이미 망가진 몸이라고 자포자기 해 버리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배고 많이 나오고 비만해지는 사란들이 많지요.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장애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소중한 내 몸을 포기할 필요 없잖아요.
현정 : 저도 몸짱, 얼짱인데…
미경 : 아유, 오늘 다들 왜 이러셔. 목마르게. 저기요 여기 물 한 컵 부탁해요. 푸하하.
저요? 음…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요?
주연 : 뭐야, 한 술 더 뜨네.
미경 : 호호. 저의 매력은 분위기예요. 내가 만드는 내 분위기. 몸짓 하나, 손짓하나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 만들어진 거예요. 휠체어 때문에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저는 내면을 드러내면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아무 때나 드러내면 푼수죠.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할 건지 잘 가려아죠. 
함께 : 세 분 모두 자신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내 몸을 관리한다는 것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주연 : 저는 간식도 거의 안 먹고, 워낙에 한식 위주로만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가리는 것이 많아 살이 찔래야 찔 수가 없어요. 그래도 굳이 한다면 다리가 더 굳지 않게 스트레칭을 하는 정도입니다. 그치만 내 몸을 관리한다는 것은 ‘자신감’이예요. 비장애우들은 걸어다니고 척수장애우들은 휠체어를 타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휠체어를 타도, 화장실을 갈 때나, 차를 탈 때, 어디를 가도 내가 내 엉덩이를 들지 못하면 곤란한 상황이 되죠. 민폐를 끼치게 되니까… 관리를 좀 해야죠.
미경 : 저는 ‘만족감’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릴 수 있다는 만족감 말이에요. 남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가 더 중요하죠. 남의 기준을 무조건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내 기준을 내가 스스로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섹스는 나를 위한 배려예요.”
함께 : 세 분은 모두 중도 장애우신데요. 장애 전과 후, 성인이 되서 장애를 입게 되셨으니 각각 성경험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장애가 생긴 후 첫 섹스를 하기까지 가장 걸림돌은 무엇이었나요?
주연 : 저는 80년대 후반에 교통사고로 척수 장애우가 됐지요. 저는 다친 지 한참 후에야 소변에 대한 느낌을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장애가 생긴 초기에는 남자랑 하다가 실금이라도 할까 싶어, 아예 생각조차 못했어요. 남자와 같이 있어도 대소변을 실수할까 두려워 집중이 잘 안되죠. 상대편은 막 흥분해서 진도 나가는데, 나는 머리 속에 혹시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잘 되겠어요?
그러다가 점점 장애를 인정하개 되고, 익숙해지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죠. 섹스라는 것이 삽입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 신체적 상황에 맞는 것을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척수장애는 허리 혹은 목의 뼈들 중에서 어디를 다쳤느냐에 따라서 신체를 얼만큼 쓸 수 있으며 감각이 얼만큼 남는지가 결정되는 장애예요. 그리고 같은 레벨, 그러니까 같은 곳을 다쳤다고 해도 잔여 감각은 개인의 신체적인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죠.
미경 : 저는 보여지는 내 자신이 어떤 모습일까하는 생각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지요.
장애우가 되기 전에야 옷을 벗는다는 것이 별로 상관없지만, 장애가 생긴 후에는 신경이 많이 쓰이더군요. 내 모습이 어떻게 보여질지 고민스러워 집중이 잘 안되더군요. 혹시 상대방이 억지로 성욕을 느끼는 척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가능한 모든 체위를 할 수 있잖아요. 몰라서 못하는 거지. 하지만 장애가 생기고 난 후에는 마음만큼 몸이 못 따르죠. 그 체위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알고는 있지만 장애 때문에 안되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그럴 때 속상하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열심히 연구하고 응용(!)중이랍니다.
제가 예전에 3년 동안 소변줄을 끼고 있었던 때가 있었거든요. 섹스? 못하죠. 옷 벗기가 싫은 걸요. 어떤 사람이 소변줄 낀 성기를 상대방에게 보이고 싶겠어요? 그러니 섹스에 대한 환상만 극대화되죠. 그렇지만 그 상황에 막상 놓이게 되면 피하게 되요. 욕구는 있지만 누릴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슬펐어요. 작년에 남자친구 생기면서 소변줄을 뺐는데, 그건 여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어요. 나에게 달려 있는 기구 하나가 내 여성성을 빼앗은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기구 때문이라기보다는 장애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신체적으로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를 차단했던 것 같아요.
현정 : 저는 사고난지 8개월 됐어요. 경추 부분을 다쳤기 때문에 팔에는 힘이 있어도 손에는 힘이 없죠. 사고 후 몸 추스르고 나서 남편이 하도 졸라서 몇 번 해줬는데… 그냥 우울했어요. 느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 느낌조차 싫었어요.
주연 : 저는 한 40%정도 감각이 남았죠. 그러니까 우리끼리 얘기로, 들어오고 나가는 정도는 느끼지요. 그리고 미경이 같은 경우에는 의료사고로 척수 장애가 생겼기 때문에 감각이 90%이상 살아있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척수장애가 있는 여성들은 무조건 아무 느낌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척수장애가 있는 여성들이 섹스를 할 때 신음소리를 내면 뻥치는 거라고들 하죠.
정말 웃겨. 배우가 아닌 이상 그게 어느 정도지, 할 때마다 억지로 소리를 어떻게 냅니까? 그러면 점점 더 강도 높은 소리를 내야 할 텐데 그게 억지로 매번 된답디까?
미경 : 감각이 거의 온전하기 때문에 괴로울 때도 있어요. 감각은 있지만 장애 때문에 잘 안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현정 : 저는 소변줄을 끼고 섹스를 한 적이 있는데, 나는 소변줄이 빠질까봐, 남편은 자기가 혹시 소변줄을 잘못 건드려서 내가 아프지 않을까 서로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얼마나 짜증나던지…
미경 : 그런 상대방의 모습을 본다는 것이 더 괴롭죠.
주연 : 그래서 장애가 있는 많은 사람들이 섹스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현정 : 전 앞으로 섹스 안 할 거예요.
미경 : 현정아, 그러지마. 너가 지금 힘들어서 그런 거지. 넌 나이도 젊잖아. 그리고 난 포기 안 할꺼야.
주연 : 그래 미경아, 파이팅이다. 넌 감각이 있는데, 포기하면 안되지.
미경 : 나는 내 가능성을 믿어요. 아까도 말했듯이 내 방식대로 응용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내가 비장애 여성였을 때처럼 섹스를 할 수는 없겠지만, 상대방을 내 방식으로 길들이면 되죠. 상대방이 흥분하는 핵심을 놓치지 않고 공략할 수도 있는 거고요. 다른 방식으로 개발하면 되는 거죠. 가능하다고 생각하니까 전 더 노력할 거예요. 섹스는 나를 위한 배려니까요.
현정 : 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무섭고 두려워요. 내가 원한다고 마음대로 다리를 벌릴 수도 없고, 내 맘대로 몸이 따르지도 않고…섹스는 솔직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몸이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 섹스가 싫어져요.
저는 달라면 그냥 줄 거예요. 예전엔 제 몸에 대해서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어요. 그 사람은 저를 보호하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상처 줄 수 없죠. 자신도 없고.
주연 : 현정아, 그러면 너만 상처 받는다. 더 힘들어져요. 언니가 하는 말 새겨들어라. 응?
온 몸으로 하는 섹스도 좋지만 반쪽 몸으로 하는 섹스도 해 볼만 해.
미경 : 그럼, 그럼. 우리 아니면 못 느끼는 것들이 있으니까. 제 주변의 남성들은 휠체어에 앉은 여성들에게 성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들을 털어 놓던데. 경험해보지 못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나 봐요.
주연 : 그래요. 제 친구들도 그런 얘길 종종 하더군요. 우리가 오히려 자극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나 뭐라나. 척수 장애가 있는 여성들에게는 비밀스러운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섹스야 다 비슷하겠지만, 그 과정이 어떨까하는 호기심이라는 거죠,
현정 : 이런 예가 적절할 것 같아요. 제가 저번에 신발을 사러 갔었거든요. 신발은 신어봐야 치수를 아는데, 신발 매장 남자가 제 발을 못 만지는 거예요. 신발 신기다가 혹시 아프게 하지 않을까 싶어서.
미경 : 그렇지. 조심스러워 하는 거죠. 그리고 섹스 후에는 괜찮냐고 물어봐요. 보통은 남성들이 섹스 후에 자기가 잘 했냐라는 뜻으로 슬쩍 물어보는 말이잖아요. 근데 우리에게는 그 뜻이 아니라, 내가 혹시 아프게 하지는 않았느냐라는 뜻으로 물어보는 거죠. 그래서 섹스를 할 때는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가르쳐 줄 수 밖에 없다니까요. 후후.

“파트너와의 신뢰, 속궁합보다 더 중요하죠.”
함께 : 장애가 생긴 전과 후에 느끼는 성적인 흥분은 어떤가요? 장애라는 요인에 영향을 받기는 하겠지만… 많이 달라지나요?
주연 : 장애 없을 때 느꼈던 오르가즘은 사실 힘들지만, 감각이 없는 부분을 만질 때 감각이 남아 있는 부분과 함께 자극하면 흥분되죠. 척수 장애우들에게 잔여감각이 얼만큼이냐가 관건이거든요.
미경 : 저는 장애가 없을 때에도, 지금도 분위기에 좌우돼요. 장애와 상관없이 분위기가 아니다 싶으며 몸이 안 열리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에서 뭔가 통할 것 같은 사람. 그러면 기대되죠.
함께 : 섹스를 잘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지 않을 때 달아오른 상대방을 잘 거절하거나, 반대로 내가 땡길 때 확 끌어오기도 잘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런 경우 어떻게 하세요?
주연 : 저는 그냥 “짜다니까. 짜. 목욕 안했단 말이야.”라고 거절하죠. 그러면 알아 듣던데요.
함께 : 푸하하. 정말 재밌다.
미경 : 큭큭큭. 저는 “자기, 싫거든~.”하고 말해요. 그런데 이 말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거라서 상황에 따라서 전달을 잘 해야 해요. 그리고 상황에서 벗어나죠. 나 일해야 돼하고 그 공간에서 나오는 거죠.
반대로 내가 하고 싶을 때는 나도 모르게 나오는 몸짓들이 있어요. 상대방이 그것을 알아채죠. 어떨 때는 상대방이 흥분되는 지점들을 슬쩍슬쩍 건드려주기도 하고. 쉽게 말해 쏠리게 만드는 거지. 후후.
그런데 원하지 않을 때 거절해도 서로 상처 받지 않을려면 그동안 두 사람이 얼마나 원만하게 성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는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만큼 신뢰가 있는냐는 거죠.

‘최고의 밤’을 위하여!
함께 : 사람들은 살면서 그 안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들을 추억하면서 힘을 받곤 하는데요. 섹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꼽는 ‘내 생애 최고의 섹스’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네요.
현정 : 전 다치고 나서 남편의 손길이 싫어지더라고요. 자신이 없어져서 그런지, 아무튼 내 몸에 손대면 죽어버린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루는 남편이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너는 다치기 전이나 후나 내겐 예쁜 아내라고. 그런데 그 날은 몸이 열리는 거예요.
그 날이 제 생애 최고의 섹스였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섹스는 테크닉이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서로 어떻게 교감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주연 : 저에게는 섹스의 전과 후가 중요해요. 백가지 체위로 열나게 섹스하고 나서 싸우면 뭔 소용 있어. 안 그래요? 마무리가 안 좋으면 최악의 섹스로 기억되는 거 아닌가요? 사실 섹스를 하는 행위야 잠깐이잖아요. 기분 좋게 기대를 하면서 섹스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하고, 섹스 후에는 서로의 느낌으로 보듬어주면서 다음 날 아침까지 기분 좋게 상대방을 볼 수 있는… 그런 섹스가 좋아요. 섹스 후 기분 좋아서 잠들어야지, 기분 더러워져서 잠이라도 안 오면 정말 최악이죠. 하하.
미경 : 맞아요. 그리고 섹스 끝나고 등 돌리는 남자 정말 싫어.
주연 : 그러게. 자기 볼일(?) 끝낸 것처럼 등 돌리고 잠들어버리는 남자랑 다음에는 섹스 하고 싶지 않죠.
미경 : 섹스 후에 머리라도 만져주고, 안아주고 그래야죠. 굳이 별 말 하지 않아도 말이죠.
주연 : 암 그렇지. 남자들이 정력에 연연해하는데, 그건 정말 뭘 모르는 남자들이 하는 말이에요. 행위는 2차적이라니까. 특히 우리에게는 더욱 그래요. 최고의 밤, 죽여주는 밤을 위해서는 정력이 아니라 교감이 중요하죠.
미경 : 상대방이 나와 성적으로 맞느냐 맞지 않느냐는 속궁합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나의 치부를 보여줘도 괜찮을, 그런 사람인가가 중요해요.
장애가 있기 전에는 사실 ‘아니면 그만이지. 뭐’이렇게 단순히 생각해버릴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혹시 상대방이 나의 신체적인 것 때문에 저러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장애가 비슷하면 서로 불편하니까 그려러니 하고 이해하면 되지만, 상대가 비장애 남성일 경우는 조금 달라요.
현정 : 저는 남편이 내가 불쌍해서 한 번 집적거려보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주연 : 에이. 현정이 너는 지금 몸이 힘드니까 그런 생각이 자꾸 드는 거야.
미경 : 그래, 넌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아.
함께 : 그렇다면 유경험자로써 장애가 있는 여성들이 섹스를 잘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지, 한 수 가르쳐 주시죠.
미경 : 저는 몸을 나눌 때도 장애유무를 떠나서 서로 동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진정한 섹스가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에요. 제 경험으로는, 장애가 없을 때는 그런 생각 별로 안하지만, 장애가 생기면 자꾸만 위축이 되거든요. 그래서 일부러라도 자신감을 키워야 해요. 난 괜찮아, 지금은 힘들지만 좋아질꺼야하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지요. 하지만 내 몸의 소중한 느낌들을 놓치 않으려는 의지만 있다면, 계속 연습하면 되요. 아까도 말했지만, 나만의 방법을 개발하면 되니까.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것이 더 섹시하지 않나요?
섹스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삽입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섹스를 하게 되는 전 과정에서 자신이 행복할 수 있도록, 또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가 계속 노력한다면 정말 괜찮은 파트너인 거죠. 자기가 정말 성을 누리고 싶다면 자신감을 가져야 해요. 그리고 이건 장애가 있거나 혹은 없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주연 : 그렇죠. 홍의 말이 동감입니다.
거기에다가 제가 덧붙이고 싶은 말은 대화를 많이 하라는 거예요. 장애가 없을 때야 뭐 굳이 말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들은 섹스를 잘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대화가 필요해요. 이렇게 하면 좋다, 싫다, 아프다,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 괜찮다는 대화를 많이 해야 해요. 그것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대화를 어떻게 서로 나누느냐에 따라서 섹스가 가능해지기도 하고, 불가능해지기도 하니까요.
섹스를 위한 대화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의 장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게 하는 지름길이기도 하지요.
함께 : 섹스는 한 개인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그리고 맘이 맞는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소통이라는 것은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겠죠. 오늘 세 분의 얘기를 들으니 섹스에서 중요한 것은 장애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신뢰와 배려라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하고 재밌는 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행·정리 최희정 기자

 

작성자최희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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