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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가짜 장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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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지하철 안.
지하철 문이 열리자 동전통을 밀면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바닥을 기어들어왔다. 구걸하는 장애우가 낯설지 않다고 하지만, 온몸으로 기어다니는 그는 충격이었다. 머리를 숙인 채 “한 푼만 도와주십시오.”라며 사람들의 발 앞을 기어가는 모습을 보니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때, 근육이 붙은 그의 다리가 나의 눈에 들어왔다.
하반신을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우들은 다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근육이 발달하지 않는 법이다. 그의 다리는 부은 게 아니라 근육이 실하게 붙어는 것이 한눈에 보기에도 그는 가짜 장애우였다.

구걸이 ‘장애우은 곧 동정의 대상’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공고히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된 교육이나 직업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사람들의 동정에 기대 겨우겨우 생계를 꾸려가는 장애우의 슬픔을 그가 그렇게 악용하고 있었다.
저 사람도 오죽하면 그럴까 싶지만, 그들로 인해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버리고 사람들 앞에 나선 장애우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장애우들에게 싸늘한 시선이 꽂히고, 등 뒤로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들린다.

“저거봐~. 동정할 가치도 없어. 죄다 가짜라니까~!”

작성자조은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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