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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생산품 주장하며, 물건 강매하는 장애관련 단체들

불쌍한 장애우들을 도와준다고? 죽 쒀서 개줄라…

본문

▲서울동대문장애인연합회가 있는 건물
“장애우들이 만든 물건이랍니다” 물건 먼저 보내고 돈 달라
지난 12월 초, 〈함께걸음〉에 한 통의 제보전화가 울렸다.
경기도 소재의 ㅇㅇ교회의 목사로부터 걸려온 것이었다.
목사는 “얼마 전 ‘서울동대문장애인연합회’라는 장애우 단체에서 소포를 보내왔다. 슈퍼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커피믹스, 티백 녹차 4박스와 ?차?라는 항목으로 5만원이 적힌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장애우들이 만든 물품들이고, 소외된 장애우들을 위해 쓰겠으니 사달라는 쪽지도 있었다.
그리고 물건을 받았으니 대금을 부쳐달라는 전화가 왔다. 내가 사겠다고 부쳐달라 한 물건도 아니고, 시중의 몇 배가 되는 비싼 가격에, 더구나 물건 먼저 막무가내로 부쳐놓고 돈을 내라니, 이게 말이 되나.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필요 없으니 물건을 가져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왜 돈을 부치지 않느냐며 수차례 전화가 계속 왔다. 대금독촉 전화를 한 여성은 짜증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당신이 목사면서 장애우들 물건 받고도 돈을 안 부칠거냐고 했다. 너무 기분이 나빠서 그 소포 쳐다보기도 싫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목사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우들을 돕겠다는 데 주머니 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너무나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돈을 요구해 정말 이 단체가 장애우들을 위해서 활동하는 단체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확인하고 싶다.”며 제보해왔다.
이외에도 장애우가 만든 물건이니 사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한 신문사 기자의 또다른 제보도 있었다.
‘한국장애인생산품공판장’이었다는 단체도 역시 장애우들이 만든 물건이니 후원해달라고 했단다. 기자는 “어떻게 알았는지, 내 이름까지 대면서 바꿔달라고 전화를 했다.”며 “장애우들이 만들었다는 8천원이라고 적힌 허브류 비누 8개짜리 3세트와 나무로 만든 연필꽂이, 합해서 9만원에 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자는 “내가 선택해서 물건을 받았으니 강매라고는 할 수 없지만, 돈을 보내면서도 찝찝했던 것은 사실이다. 왜냐면 한국장애인생산품공판장은 홈페이지도 없어서 어떤 단체인지 확인도 못했다. 내가 보낸 돈이 정말 장애우들을 해서 쓰일지 의구심이 든다. 괜히 남 좋은 일 한 거 아닌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또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한 글이 올라와있다.
이 네티즌은 “몇 년 전부터 ‘장애인협회’라면서 전화가 옵니다. 한두 단체가 아닌 것 같은데요, 장애우 분들이 만든 물건이라며 후원차원에서 구입해달라는 내용이지요. 생활용품(세제, 비누 등)이 주로 많고요. 건새우, 말린 버섯, 꿀차 등도 있어요. 물건을 받고 동봉된 지로로 돈을 넣도록 돼있는데요. 아무래도 좀 반신반의 하게 됩니다. 제 이웃 분들도 매년 그런 전화를 받는 모양이예요. 어떤 분은 1년에 서너 군데에서 그런 전화를 받기도 한대요. 열심히 살고자 하는 분들 의심하려는 것은 아닌데, 어떻게 전화번호와 이름 알아내어 연락하는 지… 몇 번 도와줬더니 계속 유사한 단체들이 서로 명단을 돌리는지 이곳저곳에서 전화가 와요. 제가 묻고 싶은 건, 정말 이런 후원들이 장애우 분들께 돌아가는지 그게 궁금해요.“ 라며 이 단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돈 안 보내주시면, 회장님이 장애우들 끌고 찾아갈 겁니다.? “
전화번호부 보고 전화, 수익금은 회장님에게
이렇게 요즘 장애우 생산품임을 강조하며 후원 차원에서 구매해 달라는, 자칭 장애관련 단체들의 강매전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화를 받는 사람들은, 정말 믿어도 될지 의심스러워 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어려운 장애우를 돕는다는데… 하는 마음에 지갑을 열고 있다.
이렇게 낸 돈이 정말, 장애우들을 위해서 쓰여지는 걸까.
의혹을 풀기 위해 〈함께걸음〉은 목사가 제보한 ‘서울동대문장애인연합회’를 직접 찾아가봤다.
주소지는 분명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96-26번지 성문빌딩인데, 연합회의 명패를 찾지 못해 동사무소의 도움으로 겨우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사무실에는 연합회 명패는 없고 ‘소망상사’라는 이름만 붙어있었다. 단체 홍보물에는 소망상사가 연합회의 부설후원업체라고 적혀있었다.
그래도 명색이(?) 장애우 관련 단체 사무실인데, 사무실 입구는 물론 4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너무나 작아 휠체어 한대도 못들어갈 듯 보였다.
사무실로 들어가니 칸막이가 쳐진 7~8개의 책상에, 서른 중후반 여성들이 앉아 어디론가 계속 전화를 하고 있었다. 사무실 이곳 저곳에는 화장지며 비누, 치약, 녹차 등이 박스채로 쌓여있었다.
기자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는 한 여성의 어깨를 슬며시 넘겨보니, ‘안녕하세요. 한국장애인협회인데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번에 다름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손수 만든 비누와 생활용품을 판매해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이렇게…’라고 적인 8절 크기 종이가 있었다. 이 종이는 각 책상 앞에 모두 붙어 있어, 아마도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보고 읽는 듯 했다. 그리고 책상에는 대략 20여개의 물품항목과 가격표도 있었는데,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또 하나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두툼한 전화번호부들이었다. 한권이 아니라 책상마다 대 여섯 권씩은 꼽혀있었다.
인터뷰를 한 소망상사 대표인 주명희씨에 따르면 이 연합회는 2003년 10월부터 소망상사를 만들어 통신판매를 해왔다고 한다.
다음은 주명희 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어떤 물품을 파나.
“주로 휴지, 비누, 녹차, 커피 등 생활용품이다”
-어떤 방법으로 판매하나.
“주로 전화번호부를 보고 무작위로 선정해 전화를 한다. 물건을 먼저 보내고 돈은 나중에 받는다.”
-후불제? 그럼 물건은 받고 돈 안주는 사람도 있을 텐데?
“물론 그런 경우도 종종 있다. 계속 전화를 한다. 그래도 안 주면 회장님이 장애우들 휠체어 끌고 찾아간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전화세가 많이 나올 것 같다. 한 달에 얼마정도 쓰나.
“약 3백만원 정도 되는 것 같다.”
-무작위로 전화하는 거라서 판매가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전화 열 통하면 대략 두세 통 정도 건진다.”
-물품은 어떻게 보내나?
“여기서 포장해서 택배로 부친다”
-전화번호부 말고 다른 방법도 있나
“우리는 생활용품 중심의 저가 물건이라 전화번호부를 보고 하지만, 한 건에 몇 십만원씩 하는 것을 파는 곳은 주로 신문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들었다. 신문에 광고를 낸 곳이나, 사설이나 칼럼을 쓴 유명인, 기자 등의 이름을 보고 114나 해당 신문사로 문의해 연락처를 알아낸다고들 하더라. 그렇게까지 치밀하게 하는 곳은 돈 잘 버는 곳이다.”
-수익금은 어떻게 쓰이나
“사무실 운영비 조금 제하고, 수익금은 회장님(장금영)을 드린다. 그러면 회장님이 장애인의 날이나 행사할 때 쓰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통신판매를 하는 장애 관련 단체들이 또 있나
“엄청 많다. 내가 아는 것 만해도 청량리, 마포, 신설동에도 있다. 전국적으로, 제주도까지 있다. 한국기능장애인협회, 한국재가장애인협회 등, 그리고 사단법인 안 된 곳도 통신 판매사업 많이 한다. 잘 되는 곳은 택배비만 8백만원씩 쓴다더라.”
-이 연합회가 사단법인인가.
“그렇다. 동대문구청 소속이다.?”

“불협화음 나지 않게 하라.”
해당 장애인복지과, 수익금 어떻게 쓰는지 모른다.

기자는 서울동대문장애인연합회에 관해 더 알아보기 위해 동대문구청 장애인복지 담당을 만났다. 거기서 기자는 뜻밖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장애인복지 담당자는 “서울동대문장애인연합회에 사단법인을 내 준 적도 없고, 동대문구청 소속도 아니다.”고 못박았다.
또한 “연합회 장금영 회장은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동대문지회장이다. 그래서 사단법인을 갖다 붙인 것 같다. 또한 이 연합회는 기능장애인협회 등 4개의 협회가 만든 연합체인데, 4개 단체의 협회장도 장금영 씨다. 동대문구에는 있는 6~7개의 장애관련단체 중에서 이 단체가 제일 크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담당자는 장애 관련 단체들의 통신판매 때문에 구청으로도 항의전화가 많이 온다고 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장애관련 사단법인 단체라든가 자생적인 단체들이 통신판매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부가 예산 지원을 안 해주니까 그렇게 하는 것을 어쩌겠는가.”라며 사실상 묵인해주고 있음을 암시했다.
또한 “관내에 이러한 판매를 하고 있는 단체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수 없다. 장애관련 자생단체가 너무 많다. 그리고 이들을 관리 감독할 권한도 없다. 다만 불협화음 나지 않게 하라고는 하지만, 수익금을 어떻게 쓰는지는 모른다. 우리가 그것을 조사할 권한도 없다”라고 말해 오히려 사태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우는 아직도 동정 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가 낸 후원금이 정말 ?후원?이 되는지 의심스러워하면서도, 물건을 팔아달라는 전화에 지갑을 열고 있다.
그러나 돈을 내면 그 뿐, 착한 일 한 셈 치지 뭐 하며 더 이상 캐보려고 하지 않고 곧 잊어버린다. 이를 묵인하고 있는 지자체도 관심 없기는 마찬가지다.
사회의 이런 심리를 교묘히 역이용해, 수익금 사용내역을 명백히 공개하지도 않는 단체들이 암초처럼 뿌리내리고 있다. 그 수가 얼마나 될지 헤아릴 수조차 없는 이들은 전국적으로 장애우들을 팔아먹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이웃들이 낸 후원금을 정말 소중히 쓰는 장애관련 단체라면 무작위로 전화 먼저 돌리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받는 이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물건 먼저 보내고 돈을 부치라고 하는 무례함도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사람 사이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단체라면, 일회성으로 돈만 받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기 위한 끈들을 놓치 않고 이어가려 노력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그런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 않는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나와 아무 상관없는, 아니 상관하고 싶지도 않은, 불쌍한 사람일뿐이니까.
장애를 팔아 물건을 강매하는 단체들이 놓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다만 돈 뿐만이 아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동정어린 시선.
이것이야말로 이들의 ‘돈줄’일테니까.

글 사진 최희정 기자

 

작성자최희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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