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우표’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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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1일, 특별한 우표가 발행되었습니다. 두 장이 한 세트로 이루어진 이 우표는 휠체어에 앉아있던 사람이 휠체어를 딛고 일어나 가족의 품으로 뛰어가 안기는 감동적인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저 감동만 하고 있기에는 마음 한 구석이 편치가 않았습니다. 이 우표는, 바로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 연구를 기념하는 우표였기 때문입니다.
마침 우표가 발행되던 날, 저는 한 신문에 실린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칼럼을 봤습니다. “특정세포를 만들었다 해도 이것이 실제 치료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많은 전문가들은 상당히 회의적이다. 예를 들어 완벽한 신경세포를 만들어 뇌의 치매 부위나 척추의 손상부위에 주입하더라도 환자의 기억이 재생되거나 하반신 불구자가 일어나 돌아다닐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과학계의 오도된 정보 유포나 언론의 열띤 보도내용이 나중에 생명공학 연구자들에게 거대한 실망으로 되돌아올 수 있으니 섣부른 환상을 유포하는 일은 삼가자는 걱정이었는데, 진작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직은 줄기세포를 필요한 세포로 분화시키는 것이 용이하지도 않을뿐더러,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한편 며칠 전 유엔 법사위원회에서는 인간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되는 기술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인간복제를 금지하자는 선언서가 채택되었습니다. 비록 강제성은 없지만, 황우석 교수 등이 진행하고 있는 인간배아 복제 연구가 가지고 있는 생명윤리의 차원의 문제에 국제사회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위험한 공을 잠시 내려놓자는 취지의 주장에 많은 국가들이 공감을 표시한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에 전력투구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바람’이 필요하다고 보는 듯한 정부와 언론, 그리고 일부 과학계 인사들에게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아직 잘 들리지 않나봅니다. 줄기세포 연구가 당장 치료목적으로 활용되기 어려우며 인간배아를 활용한 연구에 따른 윤리적인 문제 또한 간단치가 않다는 점에 대한 차분한 설명보다는 바람몰이식 분위기 띄우기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 우표’의 발행 역시 그런 활동의 연장선상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간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가 진척되고 이것이 실제로 큰 돈벌이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면 파괴되어야 할 인간배아의 수가 증가할 것은 물론이고 실험대상이 되는 환자 및 장애우의 인권 문제도 부각될 것입니다. 그저 연구의 명분 내지는 핑계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리고 결국은 거대한 의료산업 자본의 돈벌이 수단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연구가 시작되고 있는 지금부터, 장밋빛 환상보다는 줄기세포 연구가 내포한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또다른 측면에서의 문제해결 방식 또한 모두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이 ‘황우석 우표’가 특별한 우표인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이런저런 고민꺼리들을 던져주었으니까요.
글 안성우 (시민과학센터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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