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뒤 진실찾기]내년도 사회복지예산 지방이양을 둘러싼 장애계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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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애계는 내년부터 실시될 사회복지예산의 지방이양을 둘러싸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정부는 작년 12월 29일에 통과된 「지방분권특별법」을 근거로 재정분권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보건복지부 138개 사업(4조9천368백억원) 중에서 67개 사업(5천959억원) 지자체로 넘긴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접한 장애계는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는 분위기다. 사회복지전반에 걸친 인프라조차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가 지방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장애관련 사업이 가장 많이 지방으로 이양되는 터라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실시될 사회복지 예산의 지방이양을 앞두고, 지방이양 반대를 주장하며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장애계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지방이양되는 보건복지부 사업중 장애 관련 사업이 제일 많아
올해 7월, 국무회의에서는 「지방분권특별법」을 근거로 현재 국고보조로 운영되는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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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9일 서울 여의도 구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장애우 복지 예산의 지방 이양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제공 에이블 뉴스) |
그렇다면 어떤 장애 관련 사업들이 지방으로 이양되는 걸까?
지방으로 이양되는 보건복지부 67개 사업 중에서 장애우 관련 사업은 모두 24개(약 1천760억원)로 가장 많다.
지방으로 이양되는 장애관련 사업은 장애인복지관, 장애인재가복지센터, 장애인주간보호시설, 장애인단기보호시설, 공동생활가정, 의료재활시설, 장애인체육관, 시각장애인심부름센터, 시각장애인재활지원센터, 청각장애인수화통역센터, 정신지체인자립지원센터, 장애인해피콜봉사센터, 지체장애인편의시설센터, 장애인정보화지원센터 등의 운영사업이다.
그리고 장애인 특별운송사업, 청각장애아동 달팽이관 수술 지원, 여성장애인 가사도우미 사업, 장애인생활시설 운영사업,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운영사업, 장애인복지관 기능보강 사업, 장애인체육관 기능보강 사업, 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시설 차량사업, 장애인 생활시설 치과유니트 사업 등이다.
그리고 국고보조로 남게 되는 사업은 재활보조기구교부사업, 장애인 의료비, 장애인 자녀학비, 장애인 수당, 장애아동 부양수당, 장애인등록진단비, 장애인생산품 판매시설 운영 및 설치 및 신축, 장애인생활시설 기능보강, 장애인체육대회, 장애인특별운송사업 차량구입, 의료재활시설 기능보강,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기능보강, 권역별 재활센터 건립 등이다.
이와 같은 지방이양에 대해서 장애계는 물론 사회복지계에서도 국무회의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야 사업계획을 알았다고 한다. 왜냐면 정부가 지방이양과 관련해 지자체는 물론, 시민단체와도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장애계에서는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는 분위기다.
당장 내년부터 보건복지부는 국고보조로 운영하던 사업의 절반가량을 지방으로 내려 보내게 된다. 이에 사회복지분야에서는 또 한번의 지각변동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가 알아서(?) 쓸수 있는 지방교부세 형태로
그럼, 지방으로 이양할 사업을 나눈 기준은 뭐였을까.
분권위원회에 따르면 명백히 국가 사무가 아닌 경우 주민밀착형 사무 반복적 집행 성격의 시설물 경상운영비 지원사업 단순한 지방재원 보전 성격의 보조사업 국고보조의 실익이 낮은 소액 보조사업 등이 그 기준이었다.
이에 따라 크게 두 가지의 틀로( 기능이관 : 경찰, 교육, 특별지방행정기관 사무이양 : 중앙부처 조정기능, 국고보조금 정비, 지방양여금 정비)로 지방분권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전국적, 통일적인 사무를 중점 수행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보건복지부가 해왔던 국고보조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지자체로 넘어가게 되는 걸까.
기획예산처 황해석 기획예산담당 사무관에 따르면, 행정자치부의 최종안은 아니지만,“지방교부세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고보조사업이란 말 그대로 중앙정부의 돈으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국고보조금은 국가가 사업예산을 확보하고 지자체에게 신청을 받아, 직접 배분해온 사업비다. 그리고 국고보조금을 받은 지자체는 여기에 지방비를 더해서 해당사업에만 지출할 수 있었다. 따라서 해당분야에 예산이 얼만큼 책정되었고 쓰였는지를 명확히 판별할 수 있다.
그런데 ‘지방교부세’는 국고보조금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지방교부세는 국고보조처럼 해당 사업에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지방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업에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다시 말해 국고보조금은 장애우, 여성, 아동, 노인 복지 등의 사업꼭지마다 예산 금액이 정해져 있어서 반드시 그 사업에만 써야 했지만, 지방교부금은 지자체가 교부받은 전체 금액한도 안에서 지자체가 알아서 집행하고 책임지는 형태인 것이다.
좀 안 좋은 예를 들면, 그동안 A지자체에서 국고보조금으로 장애 관련 복지사업에 100원을 썼다고 치자. 그런데 이것을 지방교부세 형태로 받으면 장애관련 사업에는 80원만 쓰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주민에게 선심 쓸 수 있는 다른 사업에 쓸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내년부터 전체 국고보조금 12조7천억 중에서 약 1조 1천억이 지방교부세 형태로 지자체에 넘어간다. 또한 남아 있는 보조금도 가급적 포괄지원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지자체에 내려 보냈던 중앙 정부의 예산편성지침 시달제도는 폐지되고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게 된다.
이에 대해 황 사무관은 “재정분권은 지자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황 사무관은 “장애우 관련 사업 꼭지가 가장 많다고들 하지만, 사업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사업자체가 금액적으로 소액인 국고보조사업이거나 관례적으로 운영해 오던 사업들이라서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황 사무관은 당장 내년부터 사회복지예산의 많은 부분이 지자체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지자체가 그동안 진행해오던 복지 사업들을 갑자기 축소, 폐지시킬 수는 없을 테니 큰 변화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지방교부금을 분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재정분권을 한 이상, 이제 지자체에 시시콜콜 간섭할 수는 없지만, 지자체의 사정에 따라 복지수준의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평가틀을 개발해서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재정자립도가 1순위인 서울시(2004년 재정자립도 94.5%)에서도 시기상조라고 말하고 있다. 서울시청 장애인복지과 박 근 과장은 “행정자치부에서 교부금 형태로 예산을 책정하면 재정여건이 나은 지자체는 기존보다 교부금을 덜 받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아무래도 서울은 지방보다 재정형편이 좋으니까 그런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 “재정분권은 하기는 해야 하는데, 좀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다. 도회지와 농어촌은 복지 사정이 많이 다르다. 농어촌 같은 경우 복지관련 기반이 아예 없는 곳도 있어서 돈을 줘도 못쓰는 지자체들도 있다. 또한 돈을 포괄적인 형태로 주게 되면 아무래도 어느 한 곳에 치우쳐 사용하게 된다. 장애 관련 복지는 다른 복지 분야보다 더 열악한데, 보건복지부가 좀 더 책임지고 가야하지 않겠는가”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장애계 아직은 시기상조, 유예기간을 달라
이런 상황에서 9월 9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는 ‘장애인예산지방이전반대를위한대책위원회(이하 지방이전반대대책위)’주도로 장애우 2천여명이 모여 장애우 관련 복지 예산 지방이양을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또한 지난 15일에는 한나라당 정화원 위원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53명이 “보건복지부 소관의 장애우 관련 사업은 그 성격상 충분한 여건 조성을 바탕으로 최소한 5년간의 유보기간을 통해 지자체로 이양되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 장애우 사업의 지방이양 유보건의안을 발의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장애계가 사회복지예산의 지방이양을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 측은 “장애우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이나 사회 인프라 등이 아직도 후진적인 상황에서 국가가 장애우 관련 예산까지 지자체로 넘긴다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이는 국가가 복지에 대한 책임을 지자체로 떠넘긴 것”이라고 밝혔다.
정화원 의원실의 윤종오 비서관은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장애우 복지에 대한 것을 찬성하기는 하지만, 우리 동네에 장애우 복지관이라고 생기면 반대하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 관련 복지는 국가가 책임을 지고 여성이나 아동, 노인복지 수준정도로 궤도에 올려놓은 다음에 지방이양을 실행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방이전반대대책위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두현 실장도 “지방이전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장애 쪽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사회복지예산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자체의 일선 공무원은 물론, 관련단체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 이럴 지경인데 예산을 집행하게 될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나 지방의 복지관이나 시설, 단체들이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당장 내년부터 지자체로 넘기겠다는 것은 너무나 갑작스럽다.”고 주장했다.
지방이전반대대책위 측에서는 “지방자치제도가 잘 발달하고 거의 모든 사업들이 주정부 예산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미국도 장애우 관련 예산은 그 중요성을 인식해서 연방정부에서 80%를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우리 사회처럼 지방의 사회복지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지방으로 사회복지 예산을 이양하는 것은 사실상 장애우 복지를 지방으로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OECD 가입 국가들은 평균 정부예산의 25%를 사회복지 예산으로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10%를 맴돌고 있다. 그나마도 정부가 사회복지 관련 예산을 대폭 지방으로 이양하겠다는 것은 이러한 우리 나라의 사회복지 현실에서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한국장애인복지관 김종민 사무처장은 “기대할 것도 없다. 사회복지계는 이제 박살났다” 며 한숨부터 쉬었다. 김 사무처장은“장애우 복지정책이 본격적으로 실행된 것은 88년부터인데, 지방의 장애우 복지가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국가가 겨우 15년 책임지고 지방으로 떠넘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노무현 정부 들어서서 사회복지계에서는 나아진 것이 없다고들 하고 있다. 보편적이고 국민이 참여하는 복지,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하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럴 수 있는가”라며 한탄했다.
또한 김 사무처장은 “지방에서는 국고보조금을 받아도 지방비를 확보하지 못해서 사업비를 반납하는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런데 장애 관련 복지 사업을 확대할 지자체가 몇 개나 되겠는가.”라며 “일각에서는 지방으로 이양되는 사업 중에서 보건복지부 관련 사업이 제일 많은 것은 보건복지부가 정부부처 중에서 가장 힘이 없거나, 아니면 노무현 정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기습적으로 다 바친 아니냐라는 말들도 한다.”고 전했다.
또한 지방이전반대대책위는 그렇지 않아도 이미 재정자립도가 좋은 서울, 경기 지역의 장애관련 복지수준과 재정상황이 좋지 못한 지역의 복지 수준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별로 예산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서 그 편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장애인복지관 김종민 사무처장은 “별수 있습니까? 이제 지역에 사는 장애우들은 자기가 살던 지역사회에서 버티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서라도 장애우 복지가 잘 되고 있는 지역을 찾아서 바리바리 짐싸서 떠날 수 밖에요.”라고 덧붙였다.
민선으로 당락 결정되는 지자체 장, 주민들의 장애관련 님비현상 이겨낼 수 있을까
이들의 말대로 국가가 사회복지 관련 예산집행의 권한을 대폭 지방에 넘김으로 해서, 이제 지자체는 사회복지에 대한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갖게 되었다.
그러나 장애계는 다른 사회복지분야보다 님비현상이 심했던 과거의 경험으로 비추어봤을 때 장애관련 복지사업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차 축소되거나 폐지될 위험에 놓여있다고 말하고 있다.
내년부터 지자체의 장의 권한이 더 커질 것이고, 아무래도 지자체 장의 관심과 의지에 예산 집행이 좌지우지되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이다. 지역주민에 의해서 당락이 결정되는 지자체 장이 주민들이 반대하는 장애관련 사업을 굳이 하겠느냐에 대해 장애계에서는 이미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장애관련 전문가들은 장애관련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무서워, 단체 장들은 아예 장애관련 공약조차 하지 못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전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허주현 소장은 “우리가 그간 했던 지자체 예산감시 활동의 경험으로 보면 예산이 없어서 장애우 관련 예산을 책정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자체가 하도 돈이 없다고 하니까, 일선 장애우 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아예 예산을 올릴 엄두조차 못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사회복지 예산을 뭉뜸그려서 지자체로 내려보내면 이런 상황은 더 심해질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내년부터 장애 관련 신규사업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허 소장은 “전남은 재정자립도 전국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다.(2004년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도(道)별 재정자립도에서 전라남도는 14.2%로 최하위였다.) 이렇게 재정자립이 취약한 지방에서는 그나마도 장애우 관련 복지 사업을 엄두도 못내고 있는데 이렇게 포괄적인 예산으로 주면 상황은 불 보듯 뻔한 것 아니겠냐.”고 전망했다.
덧붙여 허 소장은 “그동안 지역에서는 장애 관련 사업을 하기 위해서 지자체, 해당 광역시, 보건복지부 등 여러 루트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사회복지 예산이 대폭 지자체로 이양되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로 축약된다. 과거에는 절차는 복잡했지만 그래도 노력해볼 여지가 여기저기 있었는데, 이제는 지자체가 돈이 없어 죽어도 못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면 별다른 방법이 없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지자체의 예산집행 권한이 강화되면 지자체와 예산을 따야하는 해당 지역의 복지관, 단체들은 지자체와의 관계에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이에 대해 대구에 있는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국장은 “국가 전체의 복지에 대한 비젼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제 지자체가 마음대로 사회복지 예산을 주무르게 됐다. 운동단체 쪽에서는 지자체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 공무원을 그 대상으로 보고 있었는데 이들이 돈까지 만지게 된 것이다. 지자체는 기본적으로 사회복지에 대한 장단기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하는 지자체도 있겠지만, 지자체가 맘대로 써도 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크게 생길 것이다. 또한 지역 토착세력의 로비가 사회복지예산 집행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본다.”며“앞으로 지역의 운동단체들은 지자체 감시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한정된 예산을 지자체로부터 확보하기 위해 좁은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 분야별로는 물론, 같은 분야의 복지관이나 단체끼리도 예산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쨌든 지역의 시민단체나 복지관들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역량을 키울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정부를 상대로 예산을 따서 지역의 각 지부들에 사업비로 내려준 중앙의 협의체들의 위상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사실 장애계 굵직굵직한 단체는 중앙 협의체와 지역의 지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지부들은 중앙의 인지도에 기대어 활동을 해 온 면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제는 각 지부들이 스스로 예산을 확보하고 또 집행하는 구조로 가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두현 실장은 “이제 예산과 사업들이 지자체로 직접 내려감에 따라서 중앙도 변화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앞으로는 해당 지역에 있는 단체들이 지자체의 관련 공무원과 직접 접촉해 사업을 벌여야한다. 그러면서 중앙과 지역 지부들의 밀접했던 관계들이 좀 흐트러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반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손복목 사무총장은 “현재 열악한 지역의 지부 사정으로 지금까지 훈련이나 별 준비 없이 그런 것을 어떻게 갑작스럽게 하겠는가. 따라서 앞으로 중앙 단위 협의체들은 지부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에너지를 쏟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장애계에서도 지방분권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계가 이번에 발표된 사회복지 예산의 대폭적인 지방이양을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지방이양의 논의 과정에서 당사자 및 관련 시민단체들과의 논의가 전혀 없었으며 지자체들이 이에 대한 준비도 없는 상황에다, 관련 공무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이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조차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자체가 장애우 복지를 얼만큼 책임성을 갖고 추진할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복지 예산의 지방이양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지자체는 정부의 예산을 받아다 관련 복지관이나 단체들에게 주는 역할만 했기 때문에 지역 복지에 관한 책임을 중앙정부에게 미루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지자체가 지역 주민들에게 “우리 소관이 아니니 보건복지부에 가서 물어보라”고 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한 지역주민의 욕구에 대해서 중앙 정부보다는 더 잘 알고 있는 지자체가 예산을 집행할 수 있게 되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지역의 복지수요에 대해 긴밀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겠냐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있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앞으로 복지 수준의 차이가 더욱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자체끼리 선의의 경쟁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법.
사회복지 예산의 대폭적인 지방이양이 사회복지계에, 특히 열악한 장애우 복지를 얼만큼 발전시킬 할 것인가, 혹은 후퇴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아무도 성급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열쇠는 장애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 속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국민일 수 밖에 없는 장애우를 주민으로 인식하는 지자체의 결정에 달려있을 뿐이다.
글 사진 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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