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인의 성, 이제 드러내놓고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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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 장애우 성교육, 사실적이며 생애 전반에 걸쳐 반복되어야 한다
지난 10월 2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대한성공회 나눔의 집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주최로 ‘성인정신지체인의 올바른 성(性)이해와 성문제해결 방안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날 심포지엄은 서울시 그룹홈지원센터 유병주 소장의 사회로 (사)경원사회복지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이현혜 상담부장, 미국 Ray Graham Associational 전현일 이사, 일본 릿쿄대 사회복지학부 가토다히로시 교수의 주제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토론자로는 이번 심포지엄을 주최한 함께사는세상 대표인 유찬호 신부, 장애여성공감 박영희 대표, 성베드로 학교 박용숙 특수교사, 성인정신지체 장애우의 어머니인 송태숙 씨가 참여했다.
특히 심포지엄에서는 ‘함께사는세상’에서 근무하고 있는 성인 정신지체 장애우들을 상대로 그들의 성인식과 성문제를 영상으로 풀어낸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우리들의 성’이 참석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정신지체인의 성행동 실태와 성교육프로그램’을 발제한 이현혜(경원사회복지회 부설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상담부장은 “이 날, 13세 이상 청소년과 성인 정신지체 장애우 4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정신지체장애우들이 인지한 성행동 유형으로는 ‘키스나 포옹을 한 적이 있다’가 61.9%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성관계 유무를 묻는 질문에 38.1.% 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자위행위는 장애 정도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남녀 상관없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성행동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는 부모와 교사를 가장 당황케 하는 성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현혜 상담부장은 “정신지체 장애우가 성폭력에 많이 노출되는 이유는 이들이 장애 특성상 친밀감과 성폭력을 인지하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대처방법이 미숙하며 한 번 성폭력에 노출되면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속적인 성폭력으로 성을 알게 된 정신지체 장애우의 경우 또다른 성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현일(Ray Graham Associational) 이사는 “발달 장애우의 성적인 면이 잘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많은 발달 장애우들은 그들의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고, 상대방을 만날 기회가 적으며, 소속기관의 방침이나 규칙이 그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현실 때문에 발달 장애우가 성교육을 접할 때에는 이미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저질렀거나, 지나치게 성적 행위에 몰입되어 있거나, 성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됐을 때”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전 이사는 “미국에서조차 과거 10년 전부터야 발달장애우들이 당하는 성적 피해에 관한 논의들이 시작됐다. 그 이유는 피해자가 꺼려하는 것도 있지만, 지역사회 한복판에 있는 시설들이 후원이 끊길까 두려워 이러한 성폭력 사건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극히 꺼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달 장애우가 당하는 성적 피해는 겨우 3%정도만 보고 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가토다히로시(일본 릿쿄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일본에서는 1996년 6월까지 지적 장애-일본에서는 정신지체를 일컫는 용어-가 있는 사람들의 섹슈얼리티(Sexuality)나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우생보호법(優生保護法)이 존재했으며,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시행되고 있는 ‘지적장애자 복지법’에는 성인 지적 장애우 입소시설의 방을 남자용과 여자용으로 따로 설치하며, 더욱이 그 사이에 통로는 야간에 통행할 수 없도록 차단할 수 있다는 조문을 포함하고 있다.”며 정신지체 장애우의 성은 아직까지도 터부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토다히로시 교수는 “사회에는 성에 관한 정보가 무수히 쏟아지고, 그들을 성적 유혹으로 이끄는 여러 가지 장치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은 끊임없이 과소평가되고 유아 취급되어 섹슈얼리티와 섹스로부터 멀어지고 무지의 재생산으로 취급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란 정신지체 장애우들은 자신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게 되며 섹슈얼리티나 섹스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증폭시켜 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배우지 않고는 이해가 곤란한 인간의 몸이나 성, 대인관계에 대해 발달장애우들의 이해도가 극단적으로 낮은 이유는 체계적이고 계속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며, 장애 특성상 추상적인 사고가 곤란한 이들을 위해서는 사실적이고 체험적인, 그리고 생애 전반에 걸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신지체 장애우들의 성, 문제가 아닌 자연스러운 욕구
유병주(서울시 그룹홈지원센터)소장은 “정신지체 장애우에게도 성욕이 당연히 있다. 성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데, 안 가르쳐주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다만 사회적 규범 때문에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이들에게 배울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방법과 교제의 문제다. 또한 이들의 성적인 행동을 자연스럽게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소장은 현재 남녀 혼합 그룹홈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실제로 이들의 변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의외로 자연스러운 성교육의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신지체 장애우들에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성교육을 할만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유찬호 신부는 “이번 심포지엄을 위해 정신지체 성교육 관련 전문가를 찾아내는 것조차 무척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유병주 소장은 “관련 단체나 복지관 등에서 산발적으로 실시하는 정신지체장애우들을 위한 성 관련 프로그램 등이 있고, 메뉴얼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네트워킹이 잘 안되어 있다. 정신지체장애우의 성관련 분야는 재활 가이드에도 없을 정도로 아직 체계화되어 있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정신지체 장애우들과 함께 생활하며 단체를 이끄는 사람들도 관련 정보를 얻기가 이렇게 쉽지가 않은데, 정신지체 장애우를 자녀로 둔 부모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정신지체 장애우 당사자들을 위한 성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성교육 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들과 학교, 시설 종사자들의 성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임을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신지체 장애우 당사자, 그리고 부모와 교사들이 필요할 때록 이용할 수 있는, 접근하기 쉬운 정보와 교육의 장이 시급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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