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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신지체장애우들의 성이야기

‘우리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본문

성(性) 이야기. 모두들 아닌 척하지만 귀가 솔깃해지고 눈이 슬금슬금 돌아간다.
왜? 본능이니까! 그러면서도 모두들 뒤로 호박씨만 까고 있는 건 우리를 둘러싼 사회가 아직도 성을 감추고 억압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에 정신지체장애우들은 ‘뒤로 호박씨 까는 법’ 조차 배우지 못했다. 정신지체장애우라고 해서 성에 관심 없을 리 만무하건만 성을 이해하고 표현하고 행위할 능력이 없다는 편견 속에서 그들의 성은 그렇게 방치되어 버렸다.

지난 10월 21일 열린 ‘성인정신지체인의 올바른 성이해와 성문제 해결 방안을 위한 심포지엄’(지상중계 참고)에서는 관행과 편견을 깨기에 충분한 영상물 한편을 상영했다. 정신지체장애우들의 성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우리들의 성’. 단지 15분짜리 영상이었건만 사람들의 호응은 대단했다.
그래서 그랬던가? 기자는 영상물 상영 이후 전문가와 관련 종사자들이 정신지체장애우의 성문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음에도 ‘전해주는 이야기’가 아닌 정신지체장애우 당사자들로부터 ‘직접 듣는 성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결국 심포지엄을 주최했던 ‘나눔의 집’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에 연락을 했고, 그곳에서 정신지체장애우들을 만나 그들의 성과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39)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 중 가장 맏형.
시골총각처럼 솔직 담백하고 털털한 성격의 그는 현재 목하 열애 중이다.
그녀와 결혼도 하고 싶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라 고민이 많다.

여자친구 있다면서요?
네. 2002년에도 한번 사귀어 본 경험이 있고, 요즘도 연애 중이에요. 여자친구랑 공원에도 가고 영화도 보고 노래방이나 비디오방도 가요.

여자친구 만나면 안고 싶고 만지고 싶지 않으세요?
그렇죠. 만나면 손도 잡고 다니고. (잠시 침묵) 그러면 안되는데…, 공원 같은데서 만져달라고 그러기도 해요. 내가 여자친구에게 입으로 해봐도 되냐고 물어보고 실제로 하기도 하고 그래요. 그러면 여자친구도 좋대요. 저도 기분이 좋아요.

혹시 여자친구랑 같이 자본 적도 있나요?
아니요. 샤워를 같이 해본 적은 있어요. 지난 여름에 어디 갔다 오다가 너무 더워서…. 여자친구 집에 들렀다가 같이 샤워를 했어요. 이전 여자친구와는 손잡고 뽀뽀 정도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꼭 이 여자를 잡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날 느낌이 너무너무 좋았어요. 여자친구도 참 좋아했구요.

샤워하고는 뭘 했나요?
그냥 안고 있었어요. 아기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샤워만 하고 안고만 있었어요. 그러나 몇 가지를 더 질문하자, ‘아기가 생길까봐 걱정이 돼서…’라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여자친구에게 5분만 하자고, 아니 1분만 하자고 얘기했어요. 몸 밖으로 (정액이) 나오지도 않았어요. 부모님이 언제 들어오실지도 모르고, 아기 생기면 안되니까…. 여자친구가 미혼모가 되면 안 되잖아요. 그 뒤론 한번도 안했어요. 또 해보고 싶긴 한데, 아기가 생길까봐….

피임은? 콘돔 말이에요.
아니요 사용 안했어요. 사정도 안했고…. 1분만 잠깐 넣어본 거예요.

성교육 받아보신 적 있으세요?
아니요. 하지만, 상담선생님이 까만 포장지에 담긴 걸 가져와서 해봤어요. 처음엔 끼워보다가 찢어졌는데, 선생님이 그러면 큰 일 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새 걸 뜯어서 해봤는데 두 번째 했을 땐 제대로 잘 했어요.

그럼, 성에 관한 정보는 주로 어떻게 얻으세요?
주로 영화를 통해서 배워요. 집에서 야한 영화를 보다가 부모님께 혼난 적도 있어요. 이런 거 보려면 집에서 나가라고 하시더군요. 내가 이젠 성인이니까 이런 거 봐도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집에 (누나네) 조카들도 있어서 교육상 안 좋다고 무척 화를 내셨어요.

혼자 있을 때 여자와 자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옛날엔 여자인형을 안고 자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뭐라고 그래서 지금은 안하지만…. 요즘엔 야한 영화 보면 하고 싶고 아침에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자친구랑 샤워할 때 생각을 하면서 혼자 (자위를) 하기도 해요. 할 땐 기분이 좋은데 하고 나면 아쉽고 그래요. 실제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상담선생님이 너무 자주하지 말라고 해요. 정신도 멍해지고 힘도 빠져서 안 좋다고. 실제로 너무 많이 해서 (성기에) 피가 난 적도 있어요. 나도 하지 말아야지 하는데 그렇게 잘 안 돼요. 가끔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때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럼 그냥 참기도 하고, 혼자 화장실 가는 척 하고 화장실에 가서 혼자 (자위를) 하기도 하고, 아니면 바람을 쐬러 나가기도 해요.

혹시 돈을 주고 해 본적도 있어요?
아니요. 그렇게 자고 싶긴 했는데 성병 걸린다고 그래서 못 갔어요. 전 그런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근데 요즘 말이 많잖아요. 가보고 싶긴 한데, 그게 나쁜 거라고 사람들이 그러니까.. 안가요.

부모님이 여자친구 있는 걸 아세요?
네. 근데 별로 안 좋아하세요. 집에서 자꾸 뭐라고 그래요.

부모님이 여자친구를 맘에 안 들어 하시나봐요?
네. 이전 여자친구는 너무 말랐다고 싫어하셨고, 지금 여자친구도 맘에 안 들어 하세요. 부모님은 제가 혼자 살았으면 좋겠대요. 전 싫어요. 혼자 있으면 밤에 외롭잖아요. 결혼도 해보고 싶고…. 그래서 제가 부모님을 협박한 적도 있었어요. 확 사고를 쳐서 아이를 낳아버리겠다고. 그랬더니 엄마가 그러고 싶으면 집에서 나가 혼자서 살라고 하시더라구요. 쌀도 니가 직접 사먹고, 교통카드도 니가 혼자 알아서 하라고. 집에선 절대로 안도와 준다고. 수도세, 전기세 이런 거 다 어떻게 내고 살꺼냐고. 엄만 장애우끼리 살면서 또 장애 있는 아기 낳으면 어쩌냐고도 하시고, 그렇지 않더라도 둘이 어떻게 아기를 기르면서 사냐고 안 된대요.

그런 말씀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섭섭하세요?
네. 섭섭해요. 하지만 부모님 말씀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즘엔 경기도 나빠서 동생도 장사가 안 된다고 하는데 전 돈도 없잖아요. 아기 낳으면 우리가 키우기도 어렵고…, 우리 둘이 따로 살면서 수도세, 전기세 이런 거 내기도 어렵고….
하여튼, 보통 사람들이 장애우는 이런 거 잘 모를꺼다, 감정이 없을꺼다, 뭐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아니거든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최**(26)
최씨는 연애를 했었다. 아니, 지금도 연애 중이다. 다만 여자친구 승*씨가 양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당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현재는 보호를 위해 쉼터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여자친구를 만날 수 없는 상태이다.

처음 승*씨가 나눔의 집에 왔을 땐 아무도 그런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아버지와 한 방에 잔다는 얘기를 듣고도 대부분 집이 가난해서 단칸방에 사나보다 하고 넘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게 아니었단다. 놀라운 사실은 승*씨의 어머니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모른 척 눈감아버렸다는 사실이다.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승*씨는 양아버지가 자신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 잘 모른다. 단지, 그런 행위가 다만 사랑을 표현하는 한 행위라고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달리 보호를 할 방법이 없는 상태이기에 일단 양아버지와 승*씨를 떼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나눔의 집은 승*씨를 성폭력 쉼터로 보내게되었다.

그러나 최씨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 다만 여자친구가 바빠서 만나지 못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기자 역시 최씨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채 인터뷰를 했다.

여자친구가 있다고 들었는데 만나면 주로 무슨 일을 해요?
뭐…, 영화도 보고 노래방도 가고 비디오방도 가고….

여자친구와 자본 적 있나요?
아니요. 키스도 해본 적 없어요.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여자친구도 싫어할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제가 쑥스러움이 많아서 말을 못했어요.

그럼 성경험이 전혀 있나요?
그건 아니고…. 고등학교 때 아는 후배랑 자본 적이 있어요. 그 후배가 내 것(성기)이 커서 좋다면서 같이 자자고 했거든요. 그래서 후배 집에 가서 같이 잤었어요. 기분이 무척 좋았어요. 그 후배도 좋았다고 하긴 했는데 그렇게 딱 한번 잔 게 다에요.

피임은 했어요?
여자후배가 콘돔을 미리 준비해서 콘돔을 사용했어요.

성에 대한 관련 자료는 대체로 어디서 얻나요?
고등학교 때 전 일반학교를 다녔는데, 대부분의 친구들이 누구누구랑 자봤다느니, 여자 가슴이 어떻다느니 하는 얘기들을 하고, 야한 잡지를 돌려봤어요. 지금은 그냥 야한 영화를 봐요.

부모님도 여자친구 있는 걸 아세요?
네. 부모님도 여자친구를 맘에 들어 하세요. 여자친구 부모님도 별 말씀이 없으셨고. 지금은 그룹홈에서 생활하지만 나중엔 여자친구와 결혼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신**(32)
장난끼 있는 얼굴에 웃음이 많은 신씨는 지난 봄에 사랑하던 여자와 헤어지고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인연이 닿는 사람과 부부싸움도 해가며 알콩달콩 살고 싶단다.

민철씨, 여자친구 사귈 때 얘기 좀 해주세요.
네. 지난 봄까지 한 6개월 사귀었어요. 좋았지요. 같이 노래방도 가고 비디오방도 가고…. 작년 송년 모임 땐 부모님도 여자친구를 봤어요. 아버진 좋아하셨는데 엄마는 여자친구 성격이 너무 터프하다고 싫어하셨죠. 지금은 여자친구가 제가 싫어졌다고 해서 헤어졌어요. 여기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있어서 아쉽지만, 여기 선생님이 10월이나 11월 중에 미팅을 시켜준다고 했어요. 여기 있는 다른 형이랑 둘이 나갈꺼예요.

성경험이 있으세요?
이런 거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멋쩍게 웃었다.) 그 여자친구 사귈 때 같이 자봤어요. 비디오방이나 여관에서…. 여자친구는 몸매가 예뻐서 그냥 벗은 모습 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좋았어요.
근데 여자친구가 실망을 많이 했어요. 제가 긴장을 해서 그런지 발기가 잘 안됐거든요. 커지긴 하는데 잘 빠지고…. 학교 다닐 땐 성에 대해서 전혀 몰랐어요. 친구들 중에도 그런 얘기하는 애들은 없었거든요. 졸업하고 알게 됐죠.

혹시 돈을 주고 해 본적도 있어요??
수원역 근처 여인숙에서 여자를 불러본 적이 있어요. 친구가 얘기해줘서 호기심에 찾아가 봤는데 아줌마가 왔더라구요. 조금 실망하긴 했는데 괜찮았어요. 그날도 발기가 안 되서 잘 하진 못했어요. 발기가 잘 안된다고 했더니 여기(성기)를 만져주더라구요. 근데 결국 그게(정액) 나오진 않았어요. 그래도 좋았어요. 또 해보고 싶은데 요즘은 성매매방지법 때문에 못 가겠더라구요. 전 그 여자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은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난 그것도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성교육을 받은 적이 있어요?
네. 난자, 정자, 질, 콘돔 그런 걸 배웠어요. 여자친구랑 잘 때, 콘돔 생각이 나긴 했는데 사용해보진 못했어요. 발기도 안 됐으니까.

결혼하고 싶지 않으세요?
귀엽고 착하고 저만 사랑해주는 여자를 만나서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고 싶어요. 부부싸움도 해가면서….

주제가 ‘성’인 만큼 뭔가 쑥스러울 줄 알았는데 인터뷰를 하는 동안 어색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 글쎄…, 원래 성이라는 것이 완전히 드러내는 것보다 언뜻언뜻 보이는 게 더 야하고 자극적이지 않던가.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정신지체장애우들은 성에 아무것도 덧씌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었다. 아마도 그래서 어색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는 정신지체장애우의 성과 비장애우들의 성이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었다.
인터뷰하는 동안 기자가 느낀 것은 단지 그들도 보통 사람이 가진 욕구와 고민을 똑같이 가지고 있다는 것 뿐이다. 혹여, 다른 점이 있다면 성으로부터 차단하려고 한다거나 지나치게 간섭하려는 주변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정신지체장애우가 성을 이해하고 표현하고 행위할 능력이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인터뷰 중에도 나오지만 그건 정신지체장애우의 부모 역시 마찬가지로 보인다.
과연 그러한가? 혹시 솔직한 그들의 성적 표현과 행동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악용하는 것은 그들을 둘러싼 사회가 아닐까?

작성자조은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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