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성년후견인제도⑤] 영국의 성년후견제도
본문
구제도 개혁의 필요성
영국에서의 성년후견법 개혁논의는 후견인인 재산관리인(receiver) 선임절차의 경직성, 그 직무에 대한 법원의 개입(모니터?감독) 등이 고령자의 자립자조를 위해 본인의 의사를 가능한 한 존중하려고 하는 고령자 복지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지적 정신적 장애로 인해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자를 위해 법정후견제도를 두고, 법정후견제도에 의해 관할권이 있는 검인법원이나 후견법원은 스스로 신상이나 재산에 대해 책임 있는 판단을 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자에게 무능력선고를 했습니다. 이는 무능력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무능력자 본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부과하는 제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재산관리인의 선임절차와 직무수행은 보호법원(Court of Protection)의 관할에 속합니다. 그런데, 그 선임절차는 보호법원의 통제 하에 있으면서도 매우 복잡하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요합니다. 영국에서 성년후견법 개혁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는 것에서 시작되는데, 후견법 자체의 개혁에는 착수하지 않고, 기존의 후견법은 그대로 둔 채 대리법을 수정하여 재산관리인제도를 대신하는 새로운 대리제도를 창설하고자 했습니다.
대리법의 수정
영국에서 임의대리제도는 본인의 자기결정권에 기해 대리인에게 일정한 재산관리 신상감호를 위임하는 제도로서 법원의 개입도 없고, 본인의 능력제한도 없어서 법정후견제도의 단점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의 임의대리는 대리권수여후 본인(대리권수여자)가 사망하거나 정신적 능력을 상실하면 원칙적으로 당해 대리권을 철회하는 효과를 갖고, 그 결과 대리인은 현실적으로 대리권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이 영국의 임의대리권에 의한 방법이 지니는 한계입니다.
그런데 본인의 사망이나 의사능력 상실과 같은 대리권의 갑작스런 종료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제3자에게는 중대한 손해를 야기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3자에게 대리권 종료의 사실이 통지되지 않는 한, 의사표현 능력을 상실한 본인은 대리인이 본인을 위해 행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가에 관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영국법률위원회에 의하면 이 분야를 「현행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합니다. 이는 대리인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대리관계가 실효 되는 결과가 됩니다. 그래서 영국법률위원회는 대리권수여에 관한 권고를 정리했고, 이 권고에 기하여, 1971년의 대리권수여법(Powers of Attorney Act) 및 1985년의 지속적대리권수여법(Enduring Powers of Attorney Act)이 제정되었습니다. 1971년의 법률은 일반적인 내용으로서, 대리권수여는 날인증서에 의해 행해져야 한다는 영국의 전통적인 원칙을 확인한 것이었습니다(대리권수여법 제1조). 또, 대리권 철회의 결과가 되는 것에 대한 대리인 및 제3자의 보호에 관하여 종래의 규정을 개정한 것이고(대리권수여법 제5조), 중요한 것은 후자의 법률입니다.
지속적 대리권수여법의 내용
지속적 대리권 수여법은 영국 법률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인 「무능력인 본인」(The Incapacitated Principal)에 기초하여 제정되고, 1986년 3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 법은 본인이 사후적 의사능력을 상실한 이후에도 지속하는 대리권을 창설하기 위해서 전통적 보통법(common law) 및 1971년에 제정된 대리권 수여법을 보완한 법률입니다. 즉, 이 법률에 따라 고령자가 의사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 대리인을 선임하여 대리권을 수여해 두면 고령자 본인이 착란상태나 치매 등과 같이 의사능력을 상실하더라도 대리인은 본인(고령자, 정신장애자 등)를 위하여 계속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본인의 의사능력상실 이후에도 지속하는 대리권을 창설함에는 반드시 동법의 규정에 의해야 합니다.
지속적 대리권의 수여는 서면에 의한 요식 행위이고, 본인은 대리권 수여 시에 의사능력이 있어야 하며, 지속적 대리권의 의미와 그 내용을 이해한 상태로, 18세 이상이어야 합니다.
대리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은 18세 이상의 파산선고를 받지 않은 자연인 또는 신탁회사이어야 합니다. 대리인을 복수로 선임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공동대리의 대리인은 단독으로 대리행위를 할 수는 없습니다. 지속적 대리권은 본인이 의사능력상실에 이른 후에 의사무능력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철회될 수 없고, 본인의 의사능력상실이 의심될 때에는 대리인이 대리권의 등록을 법원에 신청해야 합니다. 따라서 본인의 의사능력상실에 의해 대리인의 권한은 효력을 갖습니다. 대리권이 등록될 때까지 대리인은 지속적 대리권을 행사할 수 없으나, 단지 본인의 이익을 보전하고 그 재산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행사가 가능합니다. 이 대리권은 상황에 따라 포괄적이거나 특정적이어도 관계는 없습니다
본인이 희망하면 대리인은 본인이 완전한 의사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때에도 지속적 대리인이 될 수 있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본인의 의사능력상실시에는 보호법원에 대리권의 등록을 신청해야 합니다. 대리인은 보호법원에 등록신청을 하기 전에 본인 및 그의 일정한 친족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등록이 되면, 본인은 법원의 허가 없이 대리권을 철회할 수 없고, 그 포기도 대리인이 법원에 통지하지 않으면 무효입니다. 등록이 완료되면 본인에 의한 대리권의 철회는 지속적 대리권수여법 제8조 3항이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효이며, 대리권의 포기는 대리인이 법원에 그 뜻을 통지할 때까지는 효력을 갖지 않고, 본인이 대리권의 범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습니다. 또한 법원은 지속적 대리권수여법 제8조 1항, 2항에 기하여 대리권의 의미 또는 효과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과 본인의 재산 및 사정에 관해 대리인이 행하는 관리 또는 처분, 대리인에 의한 회계, 대리인의 보수 및 제비용의 지불에 관해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대리인에게 정보의 제공 또는 서면제시요구권한, 대리인의 의사능력이 있는 본인으로부터 얻어야만 하는 대리인의 행동에 대한 동의 또는 허가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습니다. 또한 지속적 대리권수여법 제3조 4항, 5항에 기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리인이 대리인 자신 또는 기타의 자가 이익을 얻는 것을 허가할 수 있는 권한 그리고 대리인의 의무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책임으로부터 그를 면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집니다.
더욱이 법원은 본인이 의사능력을 상실했다거나, 상실해 가고 있는 중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등록신청전이라도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 대리권수여법은 재산관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신상감호는 배제하고 있습니다. 의사능력상실시의 고령자의 신상감호는 여전히 후견제도(guardianship)에 맡기고 있지만, 신상감호 측면에서의 후견제도도 다소 불충분하여 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후견법의 개정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지속적 대리권수여법은 본인 사망 후에도 유효한 대리권에 관해서는 새로운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본인의 사망 시에는 전통적인 보통법의 원칙이 여전히 적용됩니다. 즉, 본법은 본인이 의사능력을 상실한 경우에만 적용되고 사망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지속적 대리인과 재산관리인이 동시에 신청된 경우, 보호법원은 본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지속적 대리인을 우선시키지만, 지속적 대리인이 선임되었다고 하더라도 재산관리인 선임권은 보호법원에 유보되어 본인과 대리인의 이해 상반시 그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이영규(한양대 법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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