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미아방지책으로 선호받는 반영구화장술의 허와 실
본문
사랑으로 둔갑한 ‘문신’
지난 7월 31일자 중앙일보에 ‘아름다움을 심던 의술로…너의 발목에 사랑을 새긴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내용인즉슨, 500여 명의 성형외과 전문의로 구성된 대한임상반영구화장협회(회장 최은봉)가 출범을 하면서 정신지체를 가진 이의 발목에 이름과 전화번호 등 주요 인적사항을 새겨, 집을 잃어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반영구화장술을 시술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장애아동시설 등을 방문하여 무료시술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란 것이었다.
기사는 내내 의사들이 사랑으로 펼치는 무료시술행위를 인술이라며 높게 평가하고 있었고, 미담으로 포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19세 청년을 아무런 호칭 없이 그저 ‘광수(가명)’라 표현하며,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은 물론, 의사소통이 어려운지 당사자의 인터뷰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 |
| ▲자폐를 가진 장애우의 발목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새기고 있다. 이 시술을 주최한 의사들은 사랑으로 했단다. 이 장애우가 과연 반바지를 입을 수 있을까 |
미아가 되는 상황은 장애여부를 떠나 모두 자기 의사표현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경우다. 미아란, 집을 잃어버려도 자기 이름이 뭔지, 주소가 어떤지, 부모님 이름이 뭔지 몰라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 즉, 8세 미만의 아이들 혹은 그 나이 정신연령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해당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한 해 평균 4-5천 여명의 미아가 발생하고, 3백명 이상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실정이란다. 또 전체 미아 중 67%가 비장애아동이고, 장애우는 33%에 해당한다. 그런데, 유독 반영구(3-5년 지속)시술이란 방식을 장애 가진 사람에게만 적용하려 한다. 그러면서 강제성은 전혀 없고 신청자에 한해서며 평생을 가는 것이 아니라 3-5년 지속되는 반영구적 시술이라 “괜찮다”고만 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일반 아동에게 더 적절한 것 아닐까. 일반 아동은 일정정도 성장하면 자기 의사표현은 확실하니까. 하지만 장애우의 경우는 다르다. 정신지체나 자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그 자체로 인정되어져야 한다. 온전히 사회적으로 인정되어져야 하는 것이‘장애’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한시적인 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평생 가능한 방법이 더 적절한 것 아닐까?
너도 나도 좋다! 전국으로 확대
대한임상반영구화장협회가 미아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반영구화장술 시술을 생각해 낸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매일 무슨 미용실 취급하며, 누구누구의 입술, 눈썹으로 해주세요 란 말에 익숙해져 있던 터에, 어느 날 문득 장애아동 부모가 “그 기술로 우리 아이에게 이름 좀 새겨주시면 안 될까요. 아이가 너무 극성이라 목걸이고 팔찌고 소용없어요.”란 전화를 받고, “바로 이거다. 전지현 눈썹을 그리던 그 기술로 집 나가 길 잃기 쉬운 아이들의 발목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예쁘게 새겨주는 거야”란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아동의 경우 3년 후면 자동으로 지워지고, 부모들은 그 기간동안 잠시라도 마음놓을 수 있을 수 있을테니 장애아동의 미아방지책으로 손색이 없을 거란 판단이었다. 실제 어느 부모는 시술이 끝난 후 매우 기뻐했고, 협회는 멀리 타국으로 봉사활동을 가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이 방식이 매우 유효하다고 결론 낸 것이다.
이에 한국미아예방협회와 한국장애인부모회에 이 사업을 제안, 대한임상반영구화장협회의 창립에 맞춰 일종의 홍보성 시술로 충남 당진 장애우 공동체에 살고 있는 광수 씨(19세, 정신지체 장애1급)가 선정(?) 되었다.
이 활동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서도 추진중이다. 한국의학원에 30개 보건소 3천만 원 지원금 신청을 해 논 상태인데, 비공식적이지만 10개 보건소 1천만 원 지원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의미있는 일 아니겠냐?”며 이곳 역시 부모가 원할 경우 다양한 디자인으로 시술을 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앞으로 이 활동은 지속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의 빈틈을 대신?
일반적으로 8세 이하의 아동이 있는 가정에서는 집 잃을 것을 대비해 목걸이나 팔찌를 착용시킨다. “갑갑해 해서 자주 벗는다”는 부모도 있지만, 대부분은 명찰달기와 함께 이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장애아동 혹은 장애를 가진 성인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장애 정도가 심해 스스로 몸에 상해를 입히거나 부착되어 있는 것은 모두 떼어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이럴 경우 옷 안쪽에 연락처를 박음질한다거나 안쪽 주머니 깊숙이 메모지를 항시 착용하도록 하는 방식도 이용한다. 하지만 대한반영구화장술협회는 부모들의 욕구가 있는 만큼 이 방식 또한 의미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협회 전영순 부회장은 “복지정책 인프라나 미아방지 시스템 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이상 부모를 잃은 아동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부모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겠어요? 국가가 그걸 못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나서고 있는 거죠”라며 “필요한 사람이 있고, 그 필요한 부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기꺼이 나선 것 뿐”이라고 무료시술의 배경을 설명했다.
구분을 위한 낙인의 가능성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 대해 장애계와 인권단체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장애 가진 사람들을 또다시 낙인찍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영구화장술’이란 낯선 용어 때문에 새로운 것으로 인식되지만 사람들에겐 보통 몸에 직접 새기는 ‘문신’이란 이미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몸에 새기는 ‘문신’이란 보통 죄를 짓거나 특정집단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된 방식으로 부정적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주홍글씨’, ‘아우슈비츠 수용소’등을 연상하면, 약한 처지에 놓여져 있는 사람들에게 ‘문신’이 곧 ‘낙인’이었기 때문이다. 특정집단을 ‘구분’하기 위한 장치들은 ‘인권침해’로 이어지기 쉽다. 인간다운 생활을 가로막는 시설 생활자들이 과거 머리를 모두 스포츠로 깎은 것도 하나의 이미지가 되었는데, 대체로 그들은 ‘주체’로 인정받기 보다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상자’로 취급되기 일쑤다. 구분을 위한 방식은 인격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의미 있는 일’이라 주장하는 반영구화장술이 각광을 받고 있는 듯 하다. 이 협회는 9월 12일 다시 10여명의 장애우에게 시술할 계획이라는 데, 과연 무료이며 선택사항이고, 3-5년 한시적이나마 부모들의 근심을 덜 수 있다는 명분을 주장하며, 앞으로도 쭈~욱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영구화장술, 관리자 입장의 쉬운 방식
우선 서울시그룹홈센터의 유병주 소장은 “무엇을 해도 사람을 잃어버리는 경우는 흔해요. 신고하고 밤늦도록 찾아다니면서 결국 찾기는 하죠.”라며 현실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집을 잃는 경우가 아주 흔함을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제가 독일에서 공부해 그런지 우선은 나찌의 유태인 학살이 먼저 연상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부모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어쩌면 편한 방법만 추구하려는 경향일 수도 있죠. 관리자 입장이라고 해야 하나요?”라며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부모들의 고충이 심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봐야겠지만 아무 문제 인식 없이 이러한 방식을 받아들이고 따라가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교남 소망의집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중인 노규금 씨 역시 “글쎄요, 저도 많이 경험하는 것이지만 미아발생은 보편적인 경우죠. 아무리 반영구적인 것이지만 직접 몸에 새긴다는 것이 예방법의 하나로 금새 받아들여지지는 않네요.” 반영구화장술이 낯선 방식이기 때문일까. 그는 “부모님들 입장은 이해하지만 또 하나의 낙인, 스티그마로 작용될 소지가 많다고 봐요. 그런 식의 구분이 과연 필요할까요? 누군가 나쁜 맘 먹고 덤벼들면 어쩔 수 없는 건 모두 같은 상황이예요. 미아발생 문제는 장애여부를 떠나 보편적 문제라고 봅니다.”라며 장애를 가진 사람의 문제에 대해서는 인간으로서의 품위, 인격 보장이라는 보편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주장했다.
미아 정책,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먼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김정하 간사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아야 하는 근본적인 현실 인식이 선행되어져야 함을 주장했다.
“미아예방을 위한 방식이 왜 이래야 하냐는 거죠. 지금 현재의 시스템에 많은 문제가 있어요. 경찰청과 복지부 산하 한국복지재단의 미아신고센터가 있는데, 이원화되어 있는 구조죠. 사람을 잃어버리면 우선 파출소나 경찰서에 신고를 하죠? 그 후 접수를 하고 잠시 기거할 중간단계의 임시보호소 등을 만들어 보호하면 됩니다. 찾으려고 하려는 사람들은 결국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구조죠. 하지만 지금은 접수 즉시 미신고시설 등으로 보내집니다. 아무도 몰라요. 신고가 되어도 그 아동이 어디에 가 있는지 그 후부터 행방이 묘연해지죠.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 본질을 두고 개인에게 문신을 새기다니요, 또 하나의 스티그마(낙인)만 주어지는 것뿐입니다.”라고 일축했다. 김정하 간사는 또 “청소년가출 문제와 관련해서도 아이들을 보호할 만한 쉼터에서도 장애학생들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미신고시설로 보내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중간단계의 보호, 복귀시설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왜 장애를 가졌다고 항상 정신병원이나 미신고시설을 전전해야 하는지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인다. 미아가 발생되었을 때 속수무책인 결과 때문에 부모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쉬운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전교조 특수교육위원회 도경만 교사도 마찬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글쎄요, 워낙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라 부모님들의 심정은 이해하죠. 하지만 미아가 발생되는 근본 구조의 문제를 먼저 보아야 합니다. 하루 24시간 내내 부모가 아니면 보호해 줄 사람이 없는 형편에서 문제가 발생되면 오로지 부모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니까요. 이러한 근본 구조 개선책 없는 방식은 철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부모 등 관련자들이 국가적 책임을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꼭 물건에 바코드 찍는다는 느낌인데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요.” 라며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래서 향후 어떤 식으로든 공론화 할 필요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들, 이해하지만 공론화해야
그렇다면 이 행사 주체로 참여한 한국장애인부모회의 입장은 무엇일까?
부모회 권유상 사무국장은 “부모 아니면 몰라요, 그 심정, 난 내 아들 시술시키려고 했는데? 실제 강남 쪽에 사는 부모들은 사비 들여가면서 이미 하고 있다는 소문이예요. 장애정도가 심한 아이들에게는 효과적일 수 있어요.”라고 환영했다. 부모가 필요에 의해 선택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간접 부착식 방식이 아니라 직접 몸에 새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 혹은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서는 “아니 부모가 하겠다는데, 무슨 인권침해란 말입니까?”란 대답으로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단 한 명 시술했고 아직까지 더 확대할 것인지 여부도 논의된 바 없어요”라며 확신을 갖지 못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여성학자로 널리 알려진 오한숙희 씨, 자폐를 갖고 있는 딸아이를 두고 있는 그는 개인적으로는 문신에 대한 반감이 있다고 한다. 인권침해 여부를 떠나서 몸에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도 있단다. 하지만 “물론 부모들이 한시적으로 안심할 수는 있겠네요. 필요에 의해 부분적으로 선택한다면 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봐요.”라며 그 방식을 택하는 부모들의 심정이 우선 이해되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 사회문제화 되지 않은 시점이라 방식의 적절성 여부는 추후 다양한 논의를 통해 합의되어져야 되겠죠”라고 덧붙여 계속 확대 시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경남장애인부모회 윤종술 회장은 “부모들의 안타까운 심정이야 저와 비슷하겠죠.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가는 중요합니다. 사실 그 시술 후 결과와 영향에 대해서도 미심쩍지만 결과보다 접근 자세를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혹은 쉬운 방식이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장애인부모회의 임원이면서도 한국미아예방협회와 한국장애인부모회가 결연을 맺어 이 같은 행사를 치른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며 한 번도 부모회 차원에서 논의한 바 없기 때문에 중앙에 확인하겠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취지 의미 있지만, 차별 가능성 여전히
이번 행사의 또 다른 주체였던 한국미아예방협회의 문갑수 사무국장.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적극적으로 추진할 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지만요. 제안이 들어와 신청자에 한해서 하고 있을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미아협회는 지문인식 시스템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특수한 상황에 놓인 정신지체 장애우들의 경우는 좀 다르죠. 이게 방식의 전부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보편화될 가능성이 있는가, 좀 더 지켜볼 문제입니다.”라며 반응을 지켜보고 결정할 사항이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아직 시행초기라 일각에서 우려하는 ‘구분이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도 인정하고 있는 듯 했다.
이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인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병렬 정책이사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추후 분명히 공론화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료적, 법적, 인권적, 효율적 측면에서. 그러나 그는 “저도 기사를 보고는 약간 의아했습니다. 시술하시는 분이 부위를 선택하는 것이지만 그게 꼭 발목일 필요는 없어요. 잘 보이지 않는 발바닥 등도 가능하고, 또 요즘 페이스페인팅 하는 것처럼 예쁘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할 수도 있죠.”라고 말해 화장술 자체에 대한 문제인식보다 어떻게 눈에 거슬리지 않게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이면 상관없다는 말일까? 그래도 이름과 연락처라는 주요 인적사항이 ‘드러남’은 마찬가지일텐데.
의술? 인술? 상술?
하지만 그는 인터뷰 도중 이 문제를 보다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는 지점을 슬쩍 흘리기도 했다. “이 문제는 의료계에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최근 일명 문신이라 불리는 화장술이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결 남에 따라 이제 의료인이 아니면 시술 할 수 없죠. 상해죄에 해당됩니다. 이를 두고 대한임상화장술협회 회원들이 모두 개원의다 보니까 아마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성형외과 의사들의 잇속 차리기도 포함된 것 아닌가 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무료 시술이 긍정적으로 사회에 알려지면 또 하나의 소비자 계층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것. 사랑으로 봉사하는 집단이란 이미지와 반영구화장술의 긍정적 인식변화, 화장술은 의료행위라는 자연스런 선전 효과, 수요층 확보 등 이 사업으로 대한임상반영구화장술협회가 취할 수 있는 이득은 여러모로 다양하다는 의미 아닐까.
이러한 주위 반응에 대해 대한임상반영구화장술협회 전영순 부회장은 이런 염려를 전면 부정했다. “잘 모르고 그러는 것일 수 있어요. 시술진행상태에 따라 앞으로 범위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치매노인 가정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인데, 당사자 아니면 그 고통 모르죠.”라며. 그는 인권이란 지켜줄 때 보장되는 것이고 그런 맥락에서의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사회를 위한 것이고, 약자를 위한 것이고, 사랑의 정신으로 펼치는 인술이라고.
그러나 인권운동사랑방 최은아 상임활동가는 “DNA 유전자로 미아를 찾아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부모님들이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셨어요. 하지만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드리자, 금새 이해하시더라구요. 약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서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당장의 결과에 주목하기보다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합의해야 합니다.”라며 신중한 접근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우슈비츠의 유태인 학살 당시 몸에 숫자를 새겨 관리했던 모습이 연상된다”며, 사람의 몸에 직접 새기는 시술이 역사적 맥락에서 갖는 의미를 되짚어보고,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어떠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누가 누구를 위하여’란 일방적인 언론의 태도
또 하나. 이 기사를 본 사람들 대부분은 시술 자체뿐만 아니라, 이를 보도하는 주류 언론의 태도 또한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를 살펴보면, 구성과 내용에서, 시술과 관련해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주최측 인터뷰와 시술 방식 등을 자세히 다루며, 단지 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의 정의로운 무료시술 활동을 중심으로 삼고 있다. 온전히 온정주의적 시각으로 장애우를 대상화하고 있었다. 정작 당사자는 온데 간데 없고 ‘애끓는 부모와 시설 종사자의 마음’만 존재했다. 헤드라인 제목도 그러하거니와 사진을 설명하는 캡션에서도 ‘사랑의 이름표’를 달아주는 의사들이란 표현을 쓰고 있었다. 당사자인 광수씨의 의견을 묻는 인터뷰 내용도 없다.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의 방식이 그릇될 수도 있으나, 그런 오류를 뒤로 한 채, 철저히 전문가와 비장애우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었다. 장애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사랑’과 ‘봉사’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기사는 애타는 부모와 시설관계자들에게 ‘유혹’이 될만해 보였다.
사안을 지극히 단순화시키고, 일방적인 긍정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미아방지’인가 ‘감시’인가 되새겨야
이번 ‘반영구화장술’은 멋을 내기 위한 패션 문신과는 목적 자체가 다르다. 아무리 미아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른바 문신은 특정집단 혹은 개인을 ‘감시’하기 위해 사용되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이름, 연락처 등 나의 주요한 개인정보를 몸에 새기는 일을 당연시하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날 발목에 반영구화장술을 시술한 이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대중과 함께 있을 때 그의 모습이.
김정하 간사는 “우리가 너무 쉬운 방법만 택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사집단, 언제나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장애아동 부모, 그리고 잃어버린 미아를 찾아주는 민간단체, 이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반영구화장술’을 여지없는 사랑의 의술로 받아들여야만 하는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글 홍여준민기자
사진출처 대한임상반영구화장술협회 홈페이지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