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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휠체어 리프트에 딴지 걸기

세심함이 평등세상 구현한다

본문

요즘 서울의 많은 지하철 역사에서는 장애우 편의시설인 엘리베이터 공사가 한창이다.
그래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우들은 내년부터는 느리고, 고장도 자주 발생하는 휠체어 리프트를 이제는 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면? 아~ 그 때부터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나는 이제 훨씬 자유인에 가깝게 갈 수 있다.

핑계는 역시 돈. 돈. 돈.
그런데, 그게 착각이란 걸 알았다.
서울의 대부분 지하철 역사가 애초 시공할 때, 엘리베이터 설치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측에서는 “만들려고 해도 공간이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상가가 밀집해 있는 지역의 경우, 상점 간판을 가릴 가능성이 있어 상점의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 반대가 너무나 거세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고, 또 하나는 어쩔 수 없이 보행로를 가로막아야 하는 상황인데, 그것도 애초 보행로가 넓지 못하고 좁은 곳이라면, 가능하지 않다나? 그리고 어떻게 설계가 되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 설명해줘도 모르겠지만, 서울시는 아예 구조적 문제로 공사 자체가 불가능한 곳도 여러 곳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핑계는 역시 돈, 예산 문제다. 이제 9개의 노선을 갖추게 될 지하철이다보니, 두 노선이 만나는 환승 역이 많은 건 당연한 것. 이 경우 출구가 많고 설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대규모 공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보통 4개 이상의 출구를 갖고 있는 역사라 할지라도 역사 한 곳 당 단 하나의 엘리베이터만을 설치하는데만 드는 비용도 4억원 안팎인데, 이렇게 복잡한 곳은 그 몇 배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니, 그래도 이왕 하는 거 모든 곳에 다해야 하지 않나? 편의시설 설치에서 중요한 건 바로 ‘연계성’이란 것인데, 아무리 내가 출발하는 지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나갈 수는 있다고 해도, 내가 도착할 목적지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내가 그곳을 갈 수 있고, 또 완벽하게 자유의 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사진에서 본 육교의 모습이 떠오른다.  한쪽은 경사로고 한쪽은 계단이었던…. 그 육교를 이용할 수 있는 휠체어 장애우가 과연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떠있는 리프트, 목숨걸고 타는 휠체어 리프트
암튼, 다시 돌아와서. 그래서 이런 곳은 앞으로도 상당기간을 불편한 휠체어리프트를 이

 
용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더라도 리프트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느림, 잦은 고장, 안전 문제 등)중에 시급히 고쳐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리프트를 타고 내리는 지점의 안전문제다. 지하철 역사에 설치돼 있는 대부분의 휠체어 리프트는 계단 상단에서 탈 때 리프트의 한쪽 끝 경사판만이 계단 끝에 걸쳐져 있고 나머지 부분는 공중에 붕 떠 있어서 리프트 탈 때마다 불안감이 든다. 물론 리프트 운행 중에는 안전보호대를 내리고 운행해서 그나마 불안감은 잠시 쫓을 수 있다. 하지만 타고 내릴 때는 보호대를 치워야 하기 때문에 잠시 허공에 붕 떠있는 리프트를 타게 되는데, 그때 난 한번도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마치 다이빙 선수가 휠체어를 타고 수영장 다이빙대에 오른 것 같은 아찔함을 느낀다. 차이점이라면 다이빙 선수는 실수하더라도 물에 떨어져 다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고, 나 같은 휠체어 이용자는 조금이라도 흔들리고 실수하면 곧바로 콘크리트 계단으로 떨어져 자칫 이 세상과 영영 작별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흔히들 휠체어 장애우들이 리프트를 ‘죽음의 리프트’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이들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1999년도 혜화역 사고나 2002년 발산역 사고도 계단 상단에 위치한 리프트 탑승 지점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리프트 경사판이 낮고 완만해서 요즘 보급이 늘고 있는 전동스쿠터나 전동휠체어는 리프트의 작은 결함이나 장애우의 운전실수로도 경사판을 쉽게 넘어가서 큰 사고를 부를 수가 있는 것이다

미관과 관례가 만든 ‘죽음의 리프트’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리프트 경사판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계단 상단의 리프트 탑승 지점을  계단 끝에서 3미터 이상 떨어진 곳으로 옮긴다면 리프트 탈때의 불안감도 없어 질 것 같고, 혹시 운전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계단으로 추락할 가능성은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 대부분의 리프트는 계단 끝부분에 설치 돼 있는데, 아마도 주변 환경과 조화를 위해서 그런 것 같다. 리프트가 위의 사진처럼 에스컬레이터나 계단 사이에 있을 경우, 리프트가 몇미터 정도 뒤에 설치된다면 미관상 좋지 않고, 사람들이 통행 할 때도 방해가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도시철도의 담당자의 말은 달랐다. 계단 끝에서 몇 미터 띄어서 설치하려면 바닥에서 리프트가 20센티 이상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여유를 두고 길게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담당자 말은 설득력이 없어 보이는데, 그 이유는 남부터미널역이나, 삼성역 에는 이미 그렇게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기술적인 문제라고 하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관상 혹은 관례상 그러는 건 아닐까.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든다. 미적 조화로움이 먼저일까? 장애를 가진 ‘시민’의 안전이 우선일까? 만일 비장애우들의 시선에 많이 거슬리고 약간의 불편을 초래한다고 해도, 그건 몇 발자국 돌아가면 되는 문제다. 하지만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우들에게는 생(生)과 사(死)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나 같은 장애우의 안전을 위해 리프트를 계단 끝에서 몇 미터 정도는 뒤에다 설치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게 구구절절 길어졌다.
그래도 마지막 말은 해야겠다. 제발 설계하는 사람, 설치하는 사람, 편의시설을 만드는 사람들은 편의시설 수요자인 장애우를 모든 단계에 참여시켜야 한다. 그래야 정말 유용하게 안전하게, 웃으며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이 될 수 있다.

 글 심승보(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기자단 ‘엎어’소속)

장애를 갖고 살아가면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불편함이 곧 ‘차별’임을 그이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그이의 쓴소리는 우리 모두가 언제나, 늘, 항상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다.


 

작성자심승보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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