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눈으로]장애미아 방지를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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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 주간보호센터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유독 밖에 나가기를 좋아하는 김군은 언제나 담당교사를 골탕먹이기 일쑤였다. 30초 고개를 돌리고 있는 사이를 틈타, 기가 막히게 밖에 나갔다. 교사들 몰래 급하게 나가다보니 늘 신발도 신지 않았다. 근처 과일가게에서, 음식점에서, 슈퍼에서 김군을 찾았을 수 있을 때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도로 한가운데서 김군을 찾았을 때는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1시간 넘게 김군을 못찾을 때면 정말 애간장이 녹는다. 파출소, 가게, 부모님에게 연락을 취해놓고 찾아다니고 있을라치면, 아, 정말 현관문을 김군이 못열도록 잠그던지, 문을 열 때 소리가 나는 것을 설치하던지, 김군과 나를 묶어두면 어떨까 등등의 생각을 한 두 번 해본 것이 아니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
그런데 최근 장애인부모단체와 생체정보회사, 성형외과의사, 또 경찰청은 이러한 장애미아를 조기에 찾거나, 몇 년 후라도 찾을 수 있도록 유전자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또 열 손가락 지문을 입력해 장애아와 부모의 개인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발목 뒤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새기는 반영구화장술, 즉 일종의 문신을 새기는 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장애미아 발생을 조기에 방지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임에는 틀림없다. 악의적으로 유괴하거나, 혹시 보호자가 의도적으로 버리려는 것이 아닌 이상, 위의 방법들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방법들이다. 그러나 과연 이 방법밖에 없을까? 부모들의 현실적 고민을 알지만 말이다.
한동안 경찰청 유전자DB화를 놓고 인권단체들은 “과도한 개인 신체정보를 수집, 관리는 유전자정보의 남용이며, 개인정보유출 위험이 있다”라며 반대했다. 부득이 유전자검사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개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또한 유전자검사의 이익과 위험을 사전에 설명하고, 사전 동의절차를 의무적으로 밟도록 하며, 유전자정보를 관리하는 측과 신상정보 관리를 분리된 형태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문날인반대운동본부에서도 국민개개인을 관리·통제할 목적의 지문DB, 또 예비범죄자화하는 지문날인 등에 반대하고 있다. 이러할진대, 반영구화장술로써 장애아동의 발목에 새겨 넣는 이름과 연락처는 과연 안전한가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안전도 안전이거니와 장애우를 낙인화하지 말자고 하는데, 발목에 이름과 연락처를 새겨 넣는다? 이러한 일련의 방법들을 우리는 과연 어떤 입장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전국에 촘촘히 뻗어있는 인터넷망, 전국민의 대다수가 보유하고 있는 핸드폰(게다가 사진촬영까지 되는 핸드폰이다)과 디지털카메라…, 전국의 관공서, 경찰서, 전화망, 인터넷망과 사이트…, 이 모든 것들을 동원해도 과연 장애미아를 찾을 수 없을까? 혹시 장애를 너무도 모르는 경찰관이 잘못 판단하여 찾을 수 없는 미신고시설로 보내거나 정신병원 등에 잘못 수용되어 찾을 수 없었던 건 아닐까? 장애미아들이 발생했을 때 ‘보호센터 등의 일정한 장소’에 일정시간 머물러 있어 부모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도 못 찾게 될까?
우리 국민정서는 개인정보 유출에 무척 둔감하다. 계약서, 회원가입서, 각종 서류 등에 주민번호를 기재하는 행위는 별것 아닌 자연스런 행위가 되었고, 지문을 찍는 것도 별일 아니라 생각한다. 내 개인정보를 포함한 개개인의 개인정보를 각 기업들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각종 돈벌이에 이용할 수 있고, 바로 하나의 ‘상품’으로써 유통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정부 또한 모든 국민의 생체 등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참 편하리라. 범죄가 발생했을 때, 누군가를 찾아야 할 때, 사람들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성향을 조사할 때, 심지어 국민을 통제·관리할 때. 그러나 우리가 쉽게 흘려버리는 우리 개인정보는 누구에게는 대단한 상품가치로, 누구에게는 편한 통제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장애미아발생을 막기 위해 우리가 쉽게 선택한 길은 개인정보유출, 프라이버시권 침해, 낙인조장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쉬운 길만 찾을게 아니다. 먼저 장애아동에 대한 사회적 인습을 바꾸고, 인권을 기본으로 다시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쉬운 길이 아니어도 말이다.
글 김정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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