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너희가 편의시설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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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은행은 가도 되고 안가도 되는 선택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단지 돈을 저축한다는 의미보다 각종 보험과 대출, 세금 납부를 하는 곳으로 바뀌어 일상의 필수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하루에 한 번은 아니더라도 아마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는 그런 곳이 아닐까.
대부분의 은행은 1층에 있다. 그러나 1층이라도 꼭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이는 비단 은행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 건물 자체의 문제고, 어쩐 일인지 우리나라 건축물 대부분이 계단과 턱이 없는‘천연 1층’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 아무 불편 없으니까. 늘상 그런 것들을 보아왔으니까.
하지만 지체장애우, 특히 휠체어를 타는 장애우들에게는 장벽이나 다름없다. 그걸 어떻게 올라가는가. 장정 4-5명이 그 무거운 전동휠체어를 들고 오른다? 전동휠체어에 올라타 땀을 뻘뻘 흘리며 낑낑대는 장정들을 보고 있는 심정은 그리 편하지 않다. 자칫하면 추락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이 힘을 못쓰면 모두 넘어질 위험도 있다. 게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휠체어 이용자에게 쏠려 있다. 무사히 올라왔다 해도 휠체어 이용자는 자기가 큰 잘못이나 한 듯, 미안해하며,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연발한다.
이 모든 것이 ‘계단과 턱, 휠체어 이용자’라는 함수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다
물론 많은 은행들이 경사로를 설치하는 등 성의는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모양만 경사로다. 나는 내가 사는 동네인 답십리 근처의 은행들을 중심으로 진입로 경사로 현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다. 편의시설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서일 뿐이다.
답십리 은행들에 설치되어 있는 경사로를 보면서 장애우 편의 시설이 많이 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대부분 ‘장애우 입장’에서 설치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 은행이 “장애우를 위해 이런 설치를 해놓았다”고 자랑하는 선전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왜 그렇게들 생각하고, 또 돈을 낭비하는 것일까? 누가 좋아한다고.
그래서, 나는 주장하고 싶다. “장애우에게 필요한 설비를 갖추는 걸 낭비라고 말하는 건, 바로 이런 경우에나 해당되는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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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사로가 설치 되어있지만 각도가 워낙 가파르고
미끄러운 철판이라 곡예사가 아닌 다음에야 도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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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타고 오를 수 없어 보인다. 위 경사로를 설치한 00은행 관계자는 휠체어 타는 장애우들을 서커스단 ‘곡예사’로 생각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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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경사가 완만해서 휠체어가 오르기 쉬워 보이지만 막상 오르려면 그렇치가 않다.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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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심승보 기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 문화기자단 「엎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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