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희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시흥지회장의 교언영색 사기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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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초 경기도 시흥에 살고 있는 한 장애우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전병희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시흥지회장의 사기행각, 공금횡령, 이권개입 등 장애우 단체의 파행운영에 대해 고발하고 싶다고 했다. 몇 가지 문서를 들고 나타난 그가 전해준 정보는 소위 ‘카더라’ 수준의 내용이었다. 더욱이 장애우 단체의 비리문제는 섣불리 다루기 쉽지 않은 주제라 기자를 굼뜨게 했다. 그러나, 취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 회장의 ‘비리행각’에 대해 고발하겠다는 제보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그 동안, 전 회장에게 당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전병희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 시흥지회장은 지난 4월 20일 ‘올해의 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김화중 복지부장관이 수여한 표창이다. 복지부는 “그가 장애우 복지증진을 위해 헌신적으로 기여했기 때문에 상을 수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 회장을 둘러싼 흉흉한 소문은 시흥시에 파다했다. 시흥시청의 한 공무원은 “한 마디로 조폭”이라고 비난했고, 티켓다방 A양은 “다방 아가씨들 사이에 소문난 변태”라고 말했다. 시흥지역 장애우들은 전 회장을 일컬어 ‘독재자’, ‘사기꾼’이라며 흉을 봤다.
복지부로부터 장관상까지 받은 그에게 이렇게 심한 욕설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는 제보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한달간 지장협 시흥지회의 운영에 대해 밀착 취재했다.
시흥지회 공금을 사금고처럼 운영
지장협 시흥지회의 관계자 A씨에 따르면, “전 회장의 말 한마디가 예산집행의 기준이자 법”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입수한 지장협 시흥지회 회계장부의 일부에는 석연치 않은 지출내역이 여러 군데에서 포착됐다. 전 회장은 ‘차입’이라는 형식을 빌어 회계장부를 작성했다. 기업후원금 등 지장협 시흥지회 공금으로 들어온 수입을 무조건 전 회장 장부에 기입하고, 전 회장의 장부에서 시흥지회로 빌려주는 방식으로 회계관리를 해온 것이다. 제보자 A씨의 말을 들어보자.
“하루에 회장 개인이 쓰는 돈은 기본이 백만원이다. 놀음하는 날은 백만원 가량 더 추가된다. 이뿐 아니라 부인 생활비, 부인 신용카드 이용료, 애인 원룸 임대료(매달 30만원씩), 애인용돈, 애인의 핸드폰 구입과 이용료, 아들 등록금, 아들 학원비, 자택구입 부족분, 자택 양주 장식장 구입비, 개인 빚 탕감, 개인보험료…. 하다못해 세차비와 구두 닦는 푼돈까지 모두 지회 돈으로 처리한다. 회장이 수 차례에 걸쳐 2백만원 가량의 개인 벌금이나 천5백만원을 웃도는 개인 변호사비용까지 지회 돈으로 내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전 회장은 2003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1년만 해도 7억원 규모의 시흥지회 재정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장협 시흥지회 공금이 전병희 회장 개인의 도박 판돈, 애인 선물비 등으로 쓰인 것이다.
이뿐 아니다. 전 회장은 시흥시에서 결정되지도 않은 관내 공공시설의 매점운영권 등을 가지고 사기행각을 벌여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제보자 B씨는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20일까지 세 번에 걸쳐 계약금 7천만원 중 5천5백만원을 전 회장에게 줬다. 그러나 그 뒤로 몇 달이 지나도 전 회장은 옥구공원 매점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기다리라고 말할 뿐이었다.
참다 못한 C씨는 시흥시청 공원관리과 공무원에게 문의했다. 시흥시청 공무원은 B씨에게 “옥구공원 매점설립 계획은 없다”고 말해줬다. B씨는 이 공무원을 통해 전 회장의 사기행각을 알게 됐고, 관련내용을 수원지검 안산지청 특수부에 고소했다.
장애우 명의로 공공시설 매점, 주차장 등 운영권 입찰 받은 뒤 비장애우에게…
전 회장은 또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회원 C씨 명의로 시흥 정왕동 TV경마장 매점운영권을 딴 뒤 여러 사람에게 되파는 방식으로 돈을 불렸다. 전 회장의 사기 수법은 주로 장애우용 공영 주자창, 장애우 자립장, 관공서 매점, 자판기, 지하철 자판기 등 입찰로 시작된다. C씨의 말을 들어보자.
“전 회장은 관공서가 장애우 자립을 위해 우선 제공한 시설 입찰에 나선다. 입찰이 시작되기 전부터 ‘ D D동 동사무소 자판기’ 운영할 사람을 모집해 미리 돈을 받는다. 그 다음 시흥지회 명의나 시흥지회 회원(장애우) 명의로 입찰을 성공시킨다. 이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집회신고 해서 장애우들을 동원하고, 완력도 쓴다. 입찰 뒤에도 제2, 제3의 인물을 찾아 이중삼중 계약을 통해 사고 판다. 부르는 값에 더 얹어주겠다는 사람에게 계속 되파는 형식으로 자산을 불리는 것이다. 관공서는 장애우 단체와 장애우 명의로 돼 있으니 안심할지 모르나 대체로 비장애우에게 임대 혹은 판매한다. 이건 불법행위로 알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 입은 장애우들이 한둘이 아니다.”
전 회장은 장애우를 이용해 매점 등의 운영권을 따낸 뒤 비장애우 등에게 팔기도 했으며, 심지어 현직경찰과 짜고 주차장 운영권을 넘기기도 했다. 경찰 B모씨(서울시경 교통안전과)는 비장애우이다. 그는 지난해 신천리 주차장 1억원, 은행동 주차장 5천만원 총 1억5천만원을 주고 전 회장으로부터 주차장 2곳에 대한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장애우 복지를 위해 위탁된 주차장 운영권이 비장애우인 현직 경찰에게 넘어간 것이다. 이에 대해 B모씨는 “지장협 시흥지회가 운영하는 것”이라며 “그쪽으로 문의하라”고 일축했다.
시흥시 장애우자립장도 마찬가지다. 양승학 시흥시 사회복지과 장애우복지 담당은 “장애우자립장은 빈곤 장애우들의 급여생활을 위해 시흥시가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4월 3일 금요일 오전 11시20분경 시흥시 정왕동 1381-9 67블럭에 자리한 장애우 자립장에는 폐전선, 폐랜선 등 각종 전선들을 고르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현장에서 일하던 40대 남자들은 “우리는 장애우가 아니다”라고만 말할 뿐 일체 언급은 하지 않았다. 실제 하루 수입이 십만원도 채 안 되는 자판기를 너끈히 백만원 정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거짓말해서 넘어간 사람은 시흥에 한둘이 아니다. J씨는 전 회장의 말만 믿고 빚으로 자판기를 임대했다가 생각한 만큼 수익금을 올리지 못해 더 큰 빚을 져 이혼위기에 놓였다.
이권개입, 불법야시장, 지자체보조금 사기행각
전 회장은 시흥 지역사회에서 크고 작은 이권에 개입해 돈을 챙겼다. 대기업, 중소기업, 무허가 장터 등도 가리지 않았다. 야시장은 불법이다. 그러나 시흥 시화신도시에는 자주 벌어진다. 시흥시청 사회복지과 양승학 계장은 “우리 관내 야시장은 없다”고 말했지만, 지난 4월 25일 밤 시흥 정왕동 수자원공사 공터에서는 야시장이 벌어지고 있었다.
야시장 사람들은 ‘장애우 돕기’ 차원에서 장터를 열었다고 말했지만 이 역시 전 회장 작품이다. 야시장은 지장협 시흥지회가 주최하는 것으로 돼 있다. 계고장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러나 시청이 철거에 나서기 전인 10일간 장터를 열고 닫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장이 설 때마다 3천만원에서 천2백만원씩 금전이 오간다. 야시장이 무사히 설 수 있도록 도와준 대가다.’대하구이’ ‘조개구이’ 등 크고 작은 포장마차들이 설 수 있도록 하는 데는 2백만원∼3백만원을 받기도 한다.
장애우고용촉진공단(이하 공단)은 장애우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장애우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고용장려금’을 준다. 전 회장은 이 기금을 타내기 위해 가짜로 임금수령 확인서를 만들에 공단에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간 지장협 시흥지회에서 일했다고 꾸민 8명의 임금수령 확인서는 모두 거짓이라고 밝혔다.
제보자 B씨는 “시흥지회 회원 중 기초생활 수급대상자가 아닌 장애 1급∼3급 사이 사람들을 찾아 서류를 가짜로 꾸민 것이다. 고용장려금 명단에 오른 사람들은 본인이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서류에 쓴 자필 서명과 직인은 임의로 이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애우고용촉진공단 서울지부 고용장려금 담당 차정훈 차장은 “시흥지회에서 신청한 지급총액은 7천만원 수준”이라며 “만일 가짜로 꾸며진 서류라면 재조사를 벌여야 하고 사실로 밝혀질 경우 지급한 금액을 모두 회수하고 검찰고발 조처를 밟게 된다”고 말했다.
장애우 복지에는 관심 없는 장애우 단체장
시흥시청은 지장협 시흥지회에 장애우용 리프트 차량을 제공하고 3개월에 한번씩 운영경비로 690만원, 기사 2인 급여로 매월 각각 110만원과 80만원씩 준다. 전 회장은 운영경비 뿐만 아니라 기사급여까지도 가로채 유용하고 있다. 방식은 매우 교묘하다. 이 또한 가짜로 만든 서류를 시흥시청에 제출했고, 기사 통장은 본인들에게 만들게 한 다음 현금카드로 빼내 함부로 썼다. 시흥지회에는 장애우용 리프트차량 운행을 위한 기사가 없다. 제보자 B씨는 “정식기사로 등록된 사람은 시흥지회 회원이고, 다른 사람은 주차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며 “명목만 시흥시청에 제출해 돈만 해먹는 것 아니겠냐”고 개탄했다.
제보자 B씨는 “전병희 회장의 지시로 명절 때마다 각 기관에 갈비세트, 굴비세트 등을 선물한 적이 있다”며 “지장협 J모 중앙회장, P모 중앙회 사무총장 등 중앙 임원들에게도 웅담, 상황버섯, 보약, 현금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J모 지장협 중앙회장은 “글세 잘 모르겠다”며 “그런 질문에 내가 왜 답을 해줘야 하느냐”고 말하고 “바쁘다”고 끊었다. P모 지장협 사무총장도 “시흥지회로부터 보약이나 현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또 “이런 지시는 처음이 아니라 그 동안 몇 차례 있었다”며 “2002년 추석 때는 당시 시청 사회과장 등에게 갈비세트를 선물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시흥시청 사회과장이었던 P모씨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며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전 회장의 전방위 로비와 관련해 B씨는 “지장협 중앙회에 잘 보여야 자기 자리를 보전 받을 수 있고 그 자리를 기반으로 세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시흥관내 주요기관에 선물을 돌리는 것은 지역사회 기반마련을 위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 회장이 지역사회의 어려운 장애우들이 극복할 수 있도록 자활에 도움을 줘야 하는데 전 회장은 그런 점에 관심이 없다”며 “오히려 장애우들을 빙자해 경륜장 매점, 자판기 등으로 이문을 얻고 잘못된 운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회장의 비리행각이 드러나자 검찰은 지난 4월말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그를 구속했다. 그로부터 1개월여가 지났지만 지장협 시흥지회장 자리는 공석이다. 문제는 아직도 파헤치지 못한 비리뭉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 회장으로 불거진 장애우 단체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금도 기자의 이메일 박스에는 장애우 단체 비리제보가 줄을 잇는다.
글 장윤선 오마이뉴스 기자 / 사진 오마이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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