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단체, 여성 비하발언 물의 일으킨 지체장애인협회 장기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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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장기철 회장 전주 강연회 발언, 타 단체, 여성 비하 등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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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광주민주항쟁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진행되는 기간에 지척의 거리인 전주시청 강당에서 벌어진 한 강연회에서는 “박정희, 전두환도 5명이 했다. 우리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강연이 열리고 있었다.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회장 장기철·이하 지장협).
스스로 장애계의 대표라고 말하는 이 단체는 최근 들어 산하 조직의 사건 사고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지난 4월말 <오마이뉴스>가 제기한 시흥지회 지회장의 비리는 조직에 큰 타격을 주기도 했다.
지장협, 산하지회 순회교육 실시
지장협의 시흥지회 비리와 관련한 사건이 보도된 후 장애우 인터넷신문 <위드뉴스>에는 몇 건의 유사한 제보가 들어왔다. 수도권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제보가 들어왔다. <위드뉴스>는 제보 처 중 하나인 전북 지장협 취재를 위해 5·18 기념행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5월 19일 전주로 향했다.
오후 1시경 전주를 향하는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오후 2시 전주시청 강당에서 지장협 장기철 중앙회장의 특별강연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기자는 그동안 지장협의 중앙회장이며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 회장을 비롯해 자신도 기억하지 못할 많은 단체의 장을 맡고 있는 장 회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일단 강연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오후 1시 40분, 전주시청 강당 주변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가슴에는 명찰이 하나씩 달려 있었는데 의아하게도 ‘신분증’이라는 이름의 패찰이다. ‘신분증’이라는 명칭 밑에는 이름, 소속 등이 적혀있었다.
오후 2시, 예정된 시간이 되자 지역의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지역 사람들을 구분해 앉히느라 소란스럽다. 어림잡아 150여 명 정도 모인 것 같다. 단상에는 10여 개 지회 깃발이 설치되어 있었고, 맨 앞자리는 다른 일반 참가자들과는 다르게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자리했다. 이들은 전북지장협의 산하 지회장들이었다.
딸랑딸랑~,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2시 10분경, 뒤쪽 출입구 쪽에서 사회자에게 신호가 전해졌다. 장 회장이 도착했다는 것이다. 사회자는 힘차게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장기철 중앙회장님이 입장하십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몇 명의 수행원을 대동한 장 회장은 오른손을 치켜들고 좌우를 살피며 마치 개선장군처럼 입장했다. 청중들은 열띤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장 회장이 단상으로 올라가자, 사회자는 중앙회장의 방문을 축하하는 꽃다발 증정식이 있겠다고 말했다. 한 여성이 단상에 올라 장 회장에게 꽃다발을 증정했다. 이어 국민의례가 이어졌다.
국민의례에 이어 전북 지장협 산하 지회장들을 소개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첫 번째 지회장을 사회자가 소개하자 지회장은 일어나 뒤로 돌아서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앉았다. 그러자 사회자는 “먼저 중앙회장님께 예를 표하고 회원께 예를 표하라”라고 말했고, 그 지회장은 다시 일어나 단상의 장 회장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나중에 청중들에게 인사를 했다.
지회장 소개에 이어 본격적인 장 회장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장 회장은 먼저 2002년 장애우인 등소평의 아들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만남을 예로 들며 “중국도 장애우 문제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우리보다 발전하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장애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가?”라는 말과 함께 “여러분만 똘똘 뭉치면 간단하다, 여러분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조직적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해 나갔다.
박정희 대통령도 5명, 전두환도 5명이 했다
장 회장은 이어 “박정희 대통령도 5명, 전두환도 5명이 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라고 발언 해 박정희와 전두환이 5명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듯이 우리도 단결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이어나갔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기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박정희, 전두환의 예를 들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같은 시각, 24년 전 전두환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을 규탄하고 그로 인해 촉발된 광주민주항쟁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진행되는 순간에 지척에서 전두환의 쿠테타를 예로 들며 단합을 촉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청중들은 이러한 발언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장 회장은 이어 “우리 협회가 엄청난 일을 했다. 회원들에게 무엇을 주는가가 아니라 법과 제도를 만들고 있다”라며 최근 여러 사건들로 인해 지장협의 이미지가 손상된 것에 따른 회원들의 동요를 막으려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장 회장은 “나도 모르게 조직이 방대하게 커졌다. 그러나 지도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등의 발언을 통해 지역 지도자들의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집단행동이 자랑(?)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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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2000년 포항, 2003년 목포 등에서 시장, 기관장들이 도 협회를 홀대했으나 전국에서 모여 항의를 해 변화를 이뤘다. 그래서 지금은 홀대하지 못한다”라며 집단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했다. 포항과 목포의 예는 해당 지역에 장애인복지관을 수탁 받는 과정에서 지장협이 선정에서 탈락하자, 중앙회 차원에서 지자체로 몰려가 집단시위를 펼친 곳이다.
장 회장은 또한 지난 4월 19일, 고건 총리가 주관한 보건복지조정위원회의 예를 들며 “그것도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타 영역의 장애우 문제에 대해서는 “시각, 청각, 정신지체 단체들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무엇을 했는가? 그들은 문자와 언어가 다르다. 이 사람들이 아무리 오랫동안 조직을 했다고 해도 지체장애우가 움직이지 않아 변하지 않았다. 1986년 지장협이 만들어지면서 장애우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사람 수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장애우 문제가 이 정도라도 된 것이다.”라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 회장은 “비행기 50% 할인도 내가 조중훈 회장 만나서 만든 것이다. 정부가 한 것이 아니다.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해달라고 했다. 이번에 고속철도도 우리가 강력하게 요구해서 50% 할인 한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집단 행동을 해왔다. 얼마 전 목포 장애우 가족 화재사건이 났을 때도 한전에 즉시 가서 요구해 장애우 요금할인을 받아낸 것이다”라며
내내 “지역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중앙에서 이렇듯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편의시설지원센터」 타 장애우단체 배제해야
장 회장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시행하고 있는 「지체장애우 편의시설지원센터」에 대해서도 “지체장애우 편의시설지원센터를 위해 장·차관도 들어가기 힘든 예결산위원장실에 내가 들어가니까 위원장이 꼼짝 못한다. 370만 지체장애우가 전부 표로 보이기 때문에 물리력으로 끌어내지 못한다. 난 적당히 그것을 이용한다. 그래서 정부 위임사업을 맡았다. ‘지체장애’라는 말을 보건복지부는 ‘장애우’라고 하자 했지만, 내가 꼭 넣었다. 98∼99%가 지체장애우란 말을 요구해서 관철했다. 실제는 다른 이유가 있다. 궁극적으로 공단을 만들 것이다. 그 때 다른 장애우들이 들어올까봐,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지체장애우 센터로 만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지회장 다닐 때 여자는 꼭 데리고 다녀라
장 회장은 지장협의 중장기 과제를 말하며 홍보를 강조했다. 그 가운데 지회장의 활동 부분에서는 “지회장이 시장, 경찰서장을 만나러 갈 때 혼자 가지 마라. 2~3명이 함께 가라. 여성 관련자는 꼭 데려가라. 여성과 같이 가서 만나면 좋다. 얼굴이 이쁘면 좋고. 절대로 부인은 안된다. 밝힐 수는 없지만 어느 시는 효과를 보고 있다. 혼자 다니면 신뢰를 잃는다”라는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장 회장은 시급히 해야 할 일에 대해 “9월 4일까지 지자체에 지방장애인복지위원회를 만들어야 되는데 그 곳에 장애우가 50% 들어가게 된다.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 해, 지역 장애우 관련 모든 분야에 진출해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하고 나아가 장애우 이용시설, 복지관, 회관 등도 앞으로 장애우 당사자가 운영하게 되는데 이런 곳에 참여할 인프라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우 관련 시설은 전부 우리가 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장 회장은 “장애인복지관은 반드시 전부 우리가 해야 한다. 우리보다 잘 할 사람은 없다. 정부에서 100% 운영비를 다 주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한다. 대전시장을 잘 아는데 몇 달 전 대전시장이 전화를 걸어서 복지관을 한다고 맡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어떤 복지관이냐고 물었더니 사회복지관이었다. 그래서 안 한다고 했다. 우리는 장애인복지관만 한다. 유성장애인종합복지관도 거의 우리에게 주는 것으로 했다. 안 주면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자존심 문제다. 우리 집에 우리가 들어가야 한다. 우리 문제를 우리보다 잘할 사람이 없다”는 발언을 통해 전국의 모든 장애인복지관은 지장협이 운영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장 회장은 장애우의 정치세력화를 강조하며, 2006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출마해 당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를 마치며 장 회장은 “앞으로 협회가 강력하게 할 것이다. 룰에 따르지 않으면. 오늘 안 온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다. 참여 안 한 사람은 자격 박탈이다” 등의 발언을 통해 조직의 뜻을 거스르지 말고 명령에 따를 것을 강조했다.
강연을 하는 동안 150명의 참가자들은 중간 중간 박수와 연호로 이어갔다. 그러나 기자의 눈에는 장애계를 대표한다는 인물의 역사인식은 물론이고 2시간 동안 이어진 강연의 대부분이 답답함으로 다가온다. 거대 장애단체의 대표이고, 공인인 장 회장의 발언은 아무리 자체 조직원을 위한 강연이라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하는 도를 넘은 것 아닐까?
글·사진 이철용(위드뉴스 편집장)
위 글은 장애우 인터넷신문인 위드뉴스 http://www.withnews.com 6월 2일자에도 실린 기사.
위드뉴스는 2002년 12월에 창간했으며, 장애우 비장애우가 함께사는 세상을 추구하는 언론을 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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