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최대 현안, 고용장려금 축소파동
본문
서두에서 명확히 밝혀야겠다. 공교롭게도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에관한법률’ 제정 목적과 장애인 고용장려금의 목적은 동법 제1조(목적)와 제26조(장애인고용장려금의 지급)에서 밝히고 있듯 분명히 같다. 장애우 고용촉진과 직업안정이다.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등에관한법’이 제정될 당시 장애인 고용장려금의 지급단가는
“고용장려금 인하 조치는 장애우를 고용하고 있거나 앞으로 고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업주로 하여금 정부를 믿을 수 없는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 부적절한 결정이다”
금번 고용장려금의 인하조치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부적절한 정책결정이라는 사실을 주지하고 싶다.
첫째,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참여자, 특히 사업주와 장애우의 네트워킹(networking)을 철저히 무시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다원화사회에서 정책결정과정은 정책의 관계구조나 행위자의 상호방식에 따라 달라지며 결정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은 충분히 반영되어야만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금번 고용장려금 인하 결정은 정책행위자에 포함되는 장애우 당사자와 고용주의 의사가 철저히 소외되고 상호작용 없이 혼란상태에서 결정된 정책이다. 이는 Cohn, March, Olsen이 주장하는 정책결정의 쓰레기통 모형(Carbage Can Model)적 결정, 즉, 극도로 불합리한 집단적 정책결정이라 볼 수 있다.
둘째, 정책행위자들의 신뢰성과 책임성을 잃게 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번 경우와 같이 불합리한 결정은 고용주와 장애우 모두에게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함으로써 후속조치나 유사한 정책의 입안에서 이들에게 극도의 불신이나 불안감을 갖게 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고용장벽으로 작용해 이후 장애우의 신규고용과 직업안정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고용장려금 지급의 정책 목적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용장려금의 지급목적은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에관한법률’과 마찬가지로 장애우 고용촉진과 직업안정이다. 그러나 실제 이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되었는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성과와 한계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없었는데, 어떻게 그 다음 정책이 나올 수 있는지 말이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고용장려금을 당초 객관적 기준 없이 과도하게 책정한 것이 원인이라면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정책결정자는 솔직하게 정책의 과오를 인정하고 정책행위자들에게 합의를 구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고용장려금 축소의 원인은 장애우고용의 모든 문제를 장애우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에만 의존해온 정부의 탓이 크다 “
노동부는 고용장려금 축소 이유를 직·간접적으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의 고갈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00년 직업재활법 개정과 동 개정안에 따라 기금의 2/9를 보건복지부가 직업재활에 사용하고 있는 것도 기금고갈의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의 근본 정신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제고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기금고갈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다음 두 가지 측면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첫째, 기금고갈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턱없이 부족한 정부출연부분(일반회계예산)이다.
예산집행의 효율성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효과성과 능률성을 따져보아야 하지만, 현재 중요한 것은 기금사업이나 예산의 효과나 능률을 평가하기보다 모든 장애우 노동정책을 일방적으로 민간에 떠넘기는 정부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예를 들어 장애우 고용의 주무부처라 하는 노동부는 연 250억 원 이상의 일반회계 예산을 장애우 직업재활사업에 사용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에 비해 과연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더 이상 주무부처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연 내 해 10, 20, 30 억 원의 일반회계 예산을 따놓고, 비장애인의 노동정책에 비해, 장애를 가진 국민들을 위해 어떤 책임을 이행했는지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장애우 노동정책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정부, 즉 노동부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라며, 이에 대해 어떤 방식이든 책임을 이행할 것임을 천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장애우의 직업능력 개발과 고용안정, 실업예방과 관련한 사업을 일방적으로 장애우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에만 의존해 온 결과이다.
‘고용보험법’ 제1조(목적)는 동 법률의 제정목적을 실업의 예방, 고용의 촉진 및 근로자의 직업능력의 개발, 향상을 도모하고 국가의 직업지도·직업소개 기능을 강화하며 근로자가 실직한 경우에 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실시함으로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구직활동을 촉진하여 경제, 사회발전에 이바지한다고 표방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직업훈련촉진법’이나 ‘고용정책기본법’도 국민 개개인의 능력개발과 고용안정 등의 사업을 목적으로 표방하고 여기서의 근로자는 사업주에게 고용된 자와 취업할 의사를 가진 자(노동이 무엇이며 노동자란 누구인가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확인시켜주는 지점이다)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동 법률의 적용에서 과연 장애를 가진 국민들에게 얼마나 책임성을 가져왔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고용장려금 후속조치로 발표한 고용보험 기금활용은 고용장려금 축소와 관계없이 진작 고려되었어야 할 부분임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노동부는 장애를 가진 국민 등 취업할 의사가 있는 장애우들에게 앞으로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 분명한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지식·정보화 사회를 주지하면서 아직도 ‘신체적 장애=능력의 장애’로 보고 이들을 사회보장 수급권자로 치부하는 엄청난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고용장려금 축소의 가장 큰 피해자는 현재 실직상태에 있는 장애우이다”
장애우 노동정책의 목적은 장애우의 고용기회를 막거나 해고시키거나 차별하는 행위를 조장하는 정책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우 고용장려금 인하조치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장애우 당사자이며 특히 아직은 실업이나 취업할 의사를 가지고 훈련 중인 장애우들의 고용기회의 접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을 정부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즉, 정부가 장애우 노동정책을 시행하는 목적은 장애우의 고용촉진과 직업안정인데, 이 부분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면 당연히 이 계획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현재 무엇이 가장 시급한 문제인지,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하는지 우선순위는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고용장려금 축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우의 직업적 제능력을 아직도 신체적 장애로 판단하는 인식의 개선과 고용장려금 축소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는 방법만이 가능한 대안이 될 것이다”
고용장려금 축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정책결정이나 집행이 바텀-업(Bottom-Up)방식으로 접근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대안을 만들어 가는 가운데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고용장려금의 지급목적과 축소이유에 대해 분명한 목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고용장려금 지급목적은 분명히 장애우의 고용촉진과 직업안정이다. 만약 이 목적이 달성되었다든가 목적이 바뀌었다면, 고용장려금 축소는 분명히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목적은 바뀌지 않았고 고용장려금이 당초 과다 책정된 것이 문제라면 정책당국자는 먼저 사과를 한 후에 정책행위자들과 충분히 합의하여 최저임금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재논의해야 할 것이며반드시 직업재활시설에 종사하는 많은 중증장애우들이 최저임금이상의 임금보전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럴 때 고용장려금 축소는 명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고용장려금의 지급목적과 관계없이 현재의 축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부족 분을 보전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고용장려금을 원상태로 회복시켜 놓고 과연 어느 정도의 고용장려금이 지급되어야만 고용촉진과 직업안정이 이루어질 것인지 객관적인 외부용역을 토대로 제안되어야 한다. 만약 현재의 기금에서 재원이 부족하다면 부족한 재원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일반회계에서의 기금출연의 증대를 통해 충당하는 방안도 당연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근로자직업훈련촉진법에서 도저히 서비스가 제공될 수 없는 장애우를 대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타 법의 개정 또한 필요할 것이다.
셋째, 장애우 고용촉진과 직업재활에 대한 정부예산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헌법에 근거한 인간다운 생활권은 사회보장 수급권과 근로권의 상호 연대적 보장을 통해 가능한 것이며 여기서 어떤 권리가 우선적으로 작용하느냐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 할 의욕을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따라서 장애정도가 노동권을 박탈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져서는 곤란하고 장애우 당사자가 취업할 의사가 있다면 국가는 그의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국가적 책무를 당연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예산은 국가책임 하에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마지막으로 고용장려금 인하조치에 대한 문제가 다시 발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행위자 특히, 관련 공무원의 장애우 고용과 직업재활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많은 토론회나 세미나에서 노동부나 정부 당국자들은 “장애가 심한 사람은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차원의 사회보장수급권 대상이지, 왜 고용이나 직업재활의 대상이 되느냐?”라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그러나 만약 그런 논지라면 장애를 갖지 않은 많은 실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은 왜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그런 중증장애우들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좋은 대학을 졸업하여 검사와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어떤 설명을 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 이제 장애우 고용과 직업재활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장애우 고용과 직업재활분야에서 준 전문가 역할을 해야 한다. 적어도 고용이나 직업재활에서 중요한 것이 그들이 갖고 있는 장애가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인적자본을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에 대해 주지하고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길 바란다.
많은 선진국에서 정신지체, 발달장애 등 장애우 고용과 직업재활이 사회보장보다는 훨씬 비용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는 사실과 ‘노동의 대상은 장애가 기준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 문제는 쉽게 가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글 나운환
(대구대학교 직업재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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