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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6월호 표지 이야기]미적 관점에서의 ‘드러내기’시도

다름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지기 위하여

본문

곽진영이 벗었답니다. 역동적이고 충격적인 환상누드라며 어서 빨리 동영상에 클릭을 하라고 야단법석입니다. 곽진영의 누드를 보면, 다른 여자모델들의 누드도 함께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워낙 유명해서라나요?
성현아, 사강, 최혜영, 정유진, 아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인데, ‘누드’라는 검색어를 치니, 유명한 사람들인지, 이름과 기사가 쫙 펼쳐집니다. 근데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보고 싶은 마음은 없더라구요.
물론 ‘누드’하면 올 해 초, 종군위안부를 컨셉으로 해 누드를 촬영하려고 했던 인기 연예인 이승연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가지회견 장에서 끝까지 자신들의 취지와 의도를 밝히며, 잊혀질 수 없는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고 당차게 말했지만, 결국 울며불며 상처투성이의 할머니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죠. 최근에는 할머니들이 계신 나눔의 집으로 동료 연예인들과 자원봉사도 한다는데, 할머니들이 마음이 너그러워 받아주셨지, 그렇지 않겠습니까? 용서와 화해, 새삼 그 대목에서 여성들끼리의 자매애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그런데, 벗는 게 뭐가 잘못되었다고 이렇게들 난리 호들갑일까요?
그 옛날 비너스 상처럼 조각이나 그림, 사진, 등 예술 작품 속의 벗은 몸은 아름다운 그 무엇으로 칭송 받았을 뿐이데 말이죠.


아, 서설이 길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야 겠네요.
그래도, 최근 ‘누드’하면 저희 함께걸음 2004년 6월호, 통권 185호의 표지였던, 조병찬 씨 누드사진이 기억에 남으실 거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우 누드모델 어쩌구저쩌구 소개했었는데요, 실은 평범하게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열심히 장애 차별 운동을 하고 있는 30살 활동가입니다.
실은 내지를 할애하여 표지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꾸미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6월호가 나간 다음 폭발적 반응을 보고서는 금새 후회했습니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사람을 가까이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의 경우, “이 사람이 장애가 있어?”라며 편집부의 의도를 묵사발 내는(?) 생뚱한 반응에서부터, “어떻게 이런 사진을 표지로 할 수 있습니까? 전 보는 즉시 찢어버렸습니다”라는 격앙된 반응까지.
물론 “참으로 용기 있다”“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언젠가는 해보고 싶다. 마음의 준비를 한 후 연락하겠다”며 모델의 용기에 대한 칭송과 “그래, 장애, 꽁꽁 숨기지 말고 드러내자, 어떠냐?”며,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이벤트로, 또 멋진 추억으로, 그렇게 긍정적 시각에서 봐주신 분들도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편집부는 용기를 얻고 신나게 모델 제의를 했죠? 물론 즉각적인 OK를 받는 것은 실패했지만요, “아직은…나중에…”란 기약없는 약속은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 사진은 무려 8통이 넘는 필름을 쓰며, 전문 사진작가 두 명이 3시간의 열정을 쏟아낸 작품이었습니다. 옆에서 내내 지켜보았기 때문에 아마추어 모델과 전문 사진작가들이 한 컷 한 컷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 하하, 고백하자면 지쳐 있다가 전 자겠다고 눕기도 했습니다. 모델이 말 시켜달라고 조르는 통에 잠도 못잤지만요.
책이 나온 후 모델(?) 조병찬 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려야 했습니다. 워낙 유명해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는 터라, 다들 가만히 있지 않았죠. 근데 그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 표지를 찍는 것은 내 선택이었다. 그런데, 막상 책이 나오니 느낌이 좀 다르더라. 난 당당하긴 하지만, 내 벗은 몸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 앞에서 사람들이 이러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약간 감당하기 어렵기도 했다. 의미를 제대로 알고 가십거리가 되지 않았음 하는 바람이다”라고요. 표지모델 제의를 받은 분들이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라는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조병찬 씨의 용기는 대단한 아름다움임을 새삼 느낍니다. 또한 ‘장애 드러내기’란 의미가 제대로 살려질 수 있도록 깊은 고민해야겠구나 , 채찍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취지라고 해야 할까요? 함께걸음에서 장애 가진 사람들의 누드를 찍겠다는 야망(?)을 왜 가졌는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마 2004년 4월호를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당시 특집 주제가 ‘몸을 해방시켜라’였는데요. 지난 해 유명 연예인이었던 이혜영, 권민중 같은 사람들이‘누드’를 찍기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갑자기 ‘누드’라는 문화적 이상 기류가 모든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죠. 그에 더해 몸짱, 얼짱, 웰빙족이라는 단어는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모두 열등감 속에 쳐 넣거나, 오로지 그 길을 향해 달려가는 경주마처럼 되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걸음은 그걸 보면서, 오히려 더운 여름에도 장애 때문에 긴 팔을 입고, 수영장 가는 것도 꺼리고…. 혹시 자신의 장애가 드러날까봐 노심초사하는 장애우들의 현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제나 “장애는 다름일 뿐이야”라고 인식하고 주장해 왔지만, 과연 그 다름을 온전히 까발린 적이 있는지…. 물론 장애가 신체에 국한 된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신장투석을 받는 사람의 팔과 절단된 다리에 의족을 한 사람, 혹은 팔에 의수를 한 사람, 키가 작은 사람, 몸에 심한 경직이 있는 사람, 그렇게 신체적으로 드러내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다양한 사람들의 몸이 있다는 겁니다. 성적 관점이 아니라 미적 관점에서의 몸 드러내기는 외설이 아니라 예술일 수 있고, 아니 예술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양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충분한 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음, 그래도 아마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게, 뭐? 그래서 장애가 다름으로 받아들여져?”라고요.
그 질문에 대해 간단히 답하고 싶습니다. 
“네. 이것 하나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하나의 방식일 순 있겠죠”라고요. 

글 홍여준민 기자 eco-rights@hanmail.net

**함께걸음은 당차고 용기 있게 ‘장애를 가진 표지모델’을 지원하는 분들이 있는 이상, 지속적으로 이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전라의 누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모델과 상의하여 컨셉을 정합니다. 독자여러분의 관심과 연락을 바랍니다.

 

작성자여준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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