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제도, 그것이 알고 싶다(1)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성년후견제도, 그것이 알고 싶다(1)

‘성년후견제도, 일상의 권리를 위하여’

본문

이제 고령화 사회다
UN은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 중 7% 이상일 경우를 「고령화 사회」, 14% 이상일 경우를 「고령사회」라 하고, 20% 이상이 되는 경우 「초고령사회」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 현재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339만 5천명으로 전체인구의 7.2%에 해당되니,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그런데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몇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 사회는 고령화사회로의 진전이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사상 유래 없을 정도로 빨라, 그에 따른 문제점들은 더욱 심각하게 느껴지고 또 예상된다. 즉, 고령자 인구가 7%에서 14%에 이르기까지 프랑스는 115년, 영국은 47년, 독일은 40년, 일본도 24년이 소요되었고, 미국은 71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는 19년밖에 소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라는 곳의 고령화는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이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전됨에 따라 대처하여야 할 우리 주변의 제반 여건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대가족제가 일반적인 우리 사회는 ?늙어 자녀에게 부양 받으면 그만이지? 하는 것이 보편적 정서였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 점차 핵가족화 되어가면서 자신의 노후생활을 대비하지 못한 요보호 고령자가 증가하고 있다. 또 고령자가 되면 거동이 불편해져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더욱 필요하게 되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가족제도는 핵가족화에 의한 가족구성원의 감소, 이로 인한 고령자만의 세대 증가나 보호자의 고령화, 여성의 사회진출로 요보호 고령자를 신상감호 할 개호자 부족 등으로, 가족에 의한 보호를 기대할 수 없는 독신의 고령자가 증가하고 있어 가정내에서 고령자를 보호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재산을 가지고 있는 고령자라 하더라도 노후에 판단력이 저하되다보니, 경솔한 판단으로 인해 재산을 편취 당해 불행한 노년을 보내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또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재택 개호를 필요로 하는 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도 가정 내에서 개호하는 것은 점점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이를 대체할 사회복지시설 내에서의 개호도 아직은 충분치 못한 실정이다. 이렇게 고령자 외에도 보호를 요하는 재가장애우의 수는 1995년 현재 105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약 2%를 차지하고 있다.

자기결정권의 존중과 보편화 이념
이러한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의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들은 이미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우리가 고령화사회를 맞으면서 겪고 있거나 겪게될 문제점들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는 사안들이다. 이러한 국가들의 입법정책은 자기결정권의 존중과 보편화 이념이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처음에 이들 선진국가들 펼치던 제도는 현재 시행되는 우리 민법의 제도와 거의 비슷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령자에 관한 문제를 노인복지라는 측면에서만 다루고, 사법적 측면에서는 정신능력이 불완전한 고령자에 대해서만 한정치산 선고나 금치산 선고를 하고 후견인을 두어 후견인으로 하여금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고령자 문제가 가지는 어려움은 고령자의 능력이 쇠퇴하는 정도가 다양하고 또 연령에 따라 일률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고령화사회에서는 정신적 능력은 괜찮지만 신체적 능력이 결여되니 거동이 불편해 스스로 신변의 일상사를 다 처리할 수 없는 경우, 즉 부동산 매매와 같은 재산 관리 등의 법률행위는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생필품 구매와 같은 간단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법률행위는 충분한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어 그 다양함은 천편일률적으로 규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정치산이나 금치산 선고를 받지 못한 고령자는 방치되고, 선고를 받은 고령자는 그 능력을 제한 또는 박탈당해 우리와 더불어 법률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즉, 한정치산이나 금치산 선고를 받지 못한 자는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한정치산이나 금치산선고를 받으면 완벽하게 보호받지도 못하는 반면 권리마저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단지 재산행위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보호 받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오늘날 매우 중시되고 있는 자기결정권이나 보편화 개념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물론 이 둘은 전혀 별개의 개념은 아니고, 자기결정권은 보편화(normalization)개념의 기초가 된다. 피보호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이란 자신의 법률관계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판단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그 능력에 따라 스스로 결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편화개념은 판단능력이 감퇴한 자를 사법상이나 사회보장법상으로도 일방적인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해서는 안 되고, 그 능력에 따른 활동과 독립을 보장해야 하며, 이것은 본인의 행복에 관계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고에 따라 현대에는 자기결정권이나 보편화(normalization)를 지원하는 사회구조의 구축이 요구되고 또, 한편에서는 실천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령자 중에 정신능력은 있으나 신체장애 등의 이유에 따라서 고령자가 재택생활이 가능할 때에는 일상적인 법률행위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회적 판단력이 감퇴된 것을 이용한 편취 대상이 되는 것을 막아, 노후의 귀중한 생활자금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법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처럼 능력이 박탈되거나 제한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후견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우리 법제는 이러한 자기결정권이나 보편화이념을 실현시키기에는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앞서 내내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에 따른 문제점들만 나열했지만, 실은 이는 정신장애우와 정신지체 장애우들의 그것과 사뭇 다르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성년후견인제도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는 노인단체 뿐 아니라 장애우단체, 장애우 당사자, 가족이 꼭 관심을 갖고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분야라 생각한다.
이번 5월호부터 새롭게 연재되는 「성년후견인제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이후 우리 법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고령화사회를 맞아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진지하게 노력한 선진국들의 입법례를 살펴보고, 우리는 어떻게 입법화하여야 하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이영규(법학박사, 한양대학교 강사)

작성자이영규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