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김지우의 지금 영국에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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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내 공공성을 띠는 웹페이지 대부분이 장애우 접근 애로
한 조사에 의하면, 공공성을 띠는 웹사이트의 80% 이상이 장애우가 인터넷에 접근하는데 요구되는 최소표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장애우권위원회가 지난 1년 동안 런던시티 대학의 ‘인체공학디자인 연구소’와 함께 진행해 온 연구조사를 이번 달에 발표했는데요, 정부기관, 인터넷 쇼핑몰, 레저 관광분야 등을 포함한 1000개의 웹사이트를 샘플로 일일이 점검한 것입니다. 이 조사를 위해서 연구소는 해당 웹사이트가 ‘웹페이지 접근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샘플의 81%가 가이드라인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아울러 홈페이지가 장애우가 사용하기에 불가능하게 만들거나 매우 어렵게 하는 장벽이 평균적으로 108개나 되었다고 합니다. 또 100여개 샘플 웹페이지는 장애우 사용자들이 직접 평가를 하기도 했는데요, 운동장애가 있어 마우스를 원활히 움직일 수 없는 경우, 그리고 특히 시각장애우들이 웹페이지에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래서 샘플로 선정된 웹페이지를 만들었던 프로그램 개발업체에 문의한 결과 단지 9%만이 장애우를 프로그램 개발과정에 참여시켰다는 결과가 나와서 이러한 개발과정에서의 장애우의 적극적인 참여가 담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흔히 복지국가 하면 선진유럽국가들을 떠올리곤 하는데요, 인터넷 하면 우리가 세계강국이고, 선진국 아니겠습니까? 인터넷 선진국인 우리나라가 오히려 이러한 장애를 뛰어넘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접근 가능한 웹페이지를 만들어 참 평등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또 여러 다른 나라에도 수출하는 모범국가로 발돋움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장애와 장애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경찰관 업무집행 지침 시달
경찰관이 장애, 장애우와 관련하여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업무지침이 이번 4월에 시달되었습니다. 박쥐같은 맹인 (Blind as a bat)과 같은 모욕적인 언사를 쓴다거나 화상장애우 등에 대해 빤히 쳐다보는 행위를 함으로써 장애우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성인 장애우를 어린 아이 취급한다거나, ‘핸디캡’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를 쓰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우를 표현할 때 ‘더 핸디캡드 (The handicapped)’라고 흔히 쓰고 있는데요, 이 말은 hand in cap 즉, 모자에 손을 대고 있는 형상을 일컫는 말로써 장애로 인해 먹고 살 길이 막막했던 사람들이 모자를 들고 적선을 구했던 데서 유래가 된 말이기 때문에 단어 자체에서 굴욕적인 뉘앙스가 풍긴다는 이유로 영국 학계에서는 더 이상 이 단어를 쓰지 않는데요, 이번 지침에서 흔히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쓰여질 수 있는 단어 중에서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는 것은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지요. 또 휠체어도 신체의 일부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에 기댄다거나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목발이나 시각장애우용 흰지팡이를 한 쪽에 치워두는 것은 결례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화상장애우에 대해 이상한 사람처럼 빤히 쳐다본다거나 “혹시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어요?”하고 물어보는 것은 절대 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침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그것이 매우 가치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경찰관의 지성을 모욕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해서 본의 아니게 장애우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경우는 없어야 하고, 아울러 장애와 장애우에 대한 자신의 태도와 자세를 점검해 본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지침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휠체어를 탄 교사
얼마 전 휠체어를 타고 강의를 하는 선생님이 BBC 뉴스에 소개되었습니다. 이 교사는 올해 스물 여덟 살인 윌리엄 퍼시(William Percy)라는 분인데 체스터셔에 있는 알사거 학교에서 경영학과 정보통신기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는 약 9년 전에 우리나라로 치면 수능고사인 A level 시험을 본 직후에 군에 입대했다가 낙하산 사고로 인해 휠체어를 타게 되었지요. 이후 끊임없는 노력 끝에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스태포드셔 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사자격증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학교에 지원을 해 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채용면접을 볼 때마다 여러 교장선생님으로부터 “그 휠체어를 타는 몸으로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느냐?”라는 말에 많이 낙담하기도 했었지요. 그러나 이 알사거 학교의 교장은 달랐습니다. “지원자 중에 당신이 가장 적격자이면 뽑도록 하겠다”는 말을 한 것이지요. 그 결과 작년 10월부터 일하게 되면서 점점 이 영국사회에서 좋은 귀감으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일을 하게 된데는 교장선생님 데이비드 블랙 씨가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실력이 있으면 차별하지 않는다’는 소신 있는 철학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이후 일을 하면서 휠체어 사용자에게 맞는 환경 또한 조성되어야 하는데 출입구를 자동문으로 바꾸고, 칠판도 아래위로 오르내리는 것으로 교체하고, 또 여러 복사물을 학생들에게 나누어준다든지 하는 보조역할을 하는 사람도 채용되어 이 선생님을 돕도록 하였답니다. 이렇게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은 정부의 장애우 고용촉진프로그램,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Shaw Trust 라는 장애우단체에서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즉, 그 전까지는 휠체어가 장애가 되고, 사회가 그를 차별하고 배척했다면, 이제부터는 사회 각 기관들이 협력하여 장애우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장애우 참정권 보장 위해 가상투표소 설치
스코틀랜드에 장애우 투표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어떻게 투표하는지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가상투표소’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영국 장애우정책을 맡고 있는 마리아 이글 장관이 발표했습니다. 이는 영국 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인데요,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서 실제 투표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투표장에 입장하는 것, 투표용지 및 관련 설명을 듣는 것, 기표하는 방법 등에 대해 자세하게 그림으로 설명하고 아울러 장애종별로 어떠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를 사례별로 자세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약시자의 경우에는 좀 더 큰 글씨체로 만들어진 설명서가 주어진다든지 정신지체인의 경우에는 그림으로 설명된 보다 알기 쉬운 버전이 주어진다는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이지요. 아울러 기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도우미가 도와주고요. 이러한 조치는 2003년도 장애우 투표의향조사에 의한 것인데요, 스코틀랜드에는 장애우이나 장기질환을 앓고 있는 분이 10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90% 이상이 투표하고 싶다고 밝히면서도 투표하는데 실제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으로 조사된 것에 따른 것이지요.
오는 6월에도 유럽의회 선거가 있는데 이에 대비해서 시험적으로 가동하겠다는 것이 영국정부의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총선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포함해서 각종 선거가 많지 않습니까 이렇게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해주고 아쉬운 부분을 긁어주는 소비자중심 서비스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한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 홈페이지는 비단 장애우뿐만 아니라 선거에 처음 가는 사람들, 선거방식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홈페이지의 주소는 www.vote.org.uk입니다.
글 김진우(영국 버어밍엄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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