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해방시켜라(2)
본문
얼짱 몸짱이 된 사람들을 보면 자신을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왜 이쁘니까. 멋지니까 .자신 있으니까. 인정받고 싶으니까. 그래서 40 대 아줌마 몸짱, 13살 화장품 모델 얼짱의 등장이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닌 요즘이다
그렇다면 혹시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장애를 당당히 드러낸 알몸 혹은 장애가 있는 몸의 일부분을 본 적이 있는가. 그 어떤 치부도 아닐터인데 장애우들은 그 더운 여름날 반팔 반바지도 입지 않고 자신의 몸을 옷으로 꽁꽁 싸맨다 드러나지 않게 그래서 아마 그런 모습을 본 기억과 경험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우의 몸은 드러내서는 안될 부끄럽고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그 무엇일까
얼짱 몸짱 신드롬 속에 묻혀진 장애 가진 사람의 몸 을 수다로 끄집어냈다
ꡐ얼짱, 몸짱ꡑ하면 생각나는 것
홍여준민: TV에 나온 얼짱, 몸짱들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내 몸과 얼굴을 들여다 본 경험 혹시 없으세요? 전 그 사람들에게서 자극을 받아 앉아서도 다리 벌리고 운동하고 서서 허리도 돌리고 스트레칭을 합니다. 그러다가 들어갈 줄 모르는 배를 보면서 한탄을 하죠. 여러분은 얼짱, 몸짱이란 단어 혹은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나요?
윤두선: 짱이란 단어가 참 재밌어요. 아이들이 은어처럼 쓰던 단어죠. 근데 근래는 표준어가 된 것 같아요. 잘생겼다. 멋있다라는 표현은 이미 식상하다고 느끼는 거예요, 요즘 애들 정말 조어력(단어 만드는 능력) 대단하지 않아요? ꡐ짱ꡑ은 다른 차원의 이미지를 주는 것 같기도 하구요
박하연: 재밌죠. 신세대다운 말이라 생각해요. 짱, 당근(당연), 짱나(짜증나) 같은 말들을 보면, 말을 풀어하지 않아요. 또 굉장히 강한 감정이 개입되어 있기도 하구요. 그런데 대화를 하다보면 이런 단어들의 특징이 묻어나요. 그게 끝이죠. 더 이상 말이 이어지지 않아요. 대화는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자연히 거품이 빠지고 주제로 깊게 들어가기 마련인데, 단편적인 단어로 자신의 감정을 다 표현했다고 하니 그 이상의 토크(대화)를 진행하기 어렵죠. 물어보면, 촌스런 어른으로 취급받아요. 싫어하는 게 아니라 거부하는 거로 보여지기도 하는데, 얼짱, 몸짱이란 단어도 그런 속성이 묻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것은 보지 않죠. 그저 얼굴과 몸만 이쁘면 무조건 그 사람을 좋아하고 따라가요. 그래서 파편화되고 관계성이 단절된 감각적인 단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주현: 예전에 의사소통의 매개체는 텍스트 중심이었어요. 그러나 요즘은 TV나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이미지를 강하게 표출하는 것만으로 두각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죠. 사람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보여지는 대로 받아들이고 평가하니까 중간단계가 결여되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홍여준민: 대체로 얼짱, 몸짱이란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만 하는 것 같군요
김주현: 부정적 평가가 아니라 현상을 말하는 거예요. 어쩌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란 생각도 드는데, 전체적 파악은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순간 순간에 예민하고 솔직한 건 긍정적이지 않나요? 사람의 몸이란 보여지는 이미지예요. 얼짱, 몸짱이 규격화 된 것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어 그걸 갖지 못하는 사람은 뒤쳐지는 구조를 만들고 있지만요.
몸을 통해 나를 보다
윤두선: 몸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커진 것 아니겠어요? 인간이 육체를 탐닉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인데, 또 한편으론 천시해 왔어요. 어쩌면 몸짱, 얼짱은 몸에 대한 당당한 선언이고 예찬이지 않을까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도전이란 생각도 드네요.
그런데, 실은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건 장애우의 시각에서 한번 살펴보자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 몸은 정말 다르죠. 일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ꡐ짱ꡑ이 과연 될 수 있을까요? 그 전에 전 우리 스스로가 이쁘고 개성있는 몸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왜냐면, 그건 웃기는 사치였거든요. 주체적으로 자신을 인식할 기회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미를 찾지 못했어요. 제가 아는 친구는 서른이 넘었는데, 항상 아줌마 같은 옷만 입어요. 젊은 친구가.그래서 옷이 잘 안어울린다고 했더니 그럴 수박에 없는 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기 옷을 스스로 사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밖에 나가기도 힘들고 경제권도 없으니까 항상 할머니가 시장에서 사오셨대요. 미를 추구할 수단이 없었던 거죠. 여러 측면에서 주체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몸을 가꾸는 것도 모르더라구요. 또 한 친구는 어렵게 취업이 되어 첫 출근을 했는데, 평상시대로 까치집 머리에 추리닝을 입고 나갔대요. 근데 사장님이 여기는 직장인데, 옷과 머리가 그게 뭐냐, 고 다그치더래요. 처음에 원래 이렇게 다녔다고 이야기하고는, 별걸 다 갖고 야단이야, 생각했지만 사장이 시키는 대로 좀 신경을 쓰기 시작했더니 점점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로 인식되어졌대요. 그냥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서, 그리고 그 누구와의 관계맺음도 약하다보니까 멋을 부리는 일에 관심이 없었던 거죠. 장애를 가진 자신은 예쁜 것을 추구할 자격이나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스스로 규정해 온 겁니다.
박하연: 맞아요, 내 몸을 보기 시작하면서 나를 새삼 다시 보게 되는 계기는 되죠.
김주현: 그런데 문제는 너무 획일화, 규격화되는 게 문제 아닌가요? 얼짱, 몸짱은 모두 비슷하쟎아요.
윤두선: (친분을 드러내며 갑자기 반말로 나온다) 꼭 그런 건 아니던데? 얼마 전 얼짱이란 친구가 나왔는데, 전혀 얼짱 같지 않은 거야, 너무 평범해. 알고 보니 인터넷에 올린 사진이 사람을 밑에서 올려 찍은 건데, 그러면 사람이 좀 더 잘 생겨보인다나? 있는 포즈 없는 포즈 다 잡고 그렇게 기술적으로 하면 누구나 얼짱 처럼 보인데. 근데, 그 팬클럽 친구들은 또 그러더군, 한번 얼짱은 영원한 얼짱이다라고. 하하 암튼 장난기도 있고 해서 재미난 놀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게 선정주의적으로 확대재생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된 것 같아. 그래서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아닐까?
ꡐ짱ꡑ을 따라야 하나?
홍여준민: 그렇죠. 자신의 몸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은 관심과 애정이란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ꡐ짱ꡑ이란 말에서도 드러나듯 이미 몸은 권력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 아닐까요?
윤두선: 미국에서 조사한 거에 의하면, 키 큰 사람이 작은 사람보다 더 많은 부를 차지한다고 그래요. 뭐, 예쁘고 날씬한 여성이 취업 더 잘되는 건 공공연한 사실 아닙니까? 아마 시대가 지나면 또다른 양상이 나타나겠죠.
박하연: 시대마다 미의 기준은 달라지는 거죠. 그렇지만 그냥 지나치는 거다 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없어요. 주현씨가 이야기한 것처럼 규격화되는 것이 문제예요. 얼마 전 40대 몸짱 아줌마가 TV에 연예인들과 나왔는데, 체구가 작고 군살이 없더라구요. 날씬한 몸매에 근육까지 붙었는데, 그건 전형적인 미의 기준이 아니었어요. 변형된 정상이라고 해야 하나? 그 프로그램에서 조갑경 등 연예인도 같이 나왔는데, CT촬영기로 근육분포도 비교하더라구요. 조갑경이 자기 지방살을 보더니 충격받았다고 막 쓰러지면서, 물론 오버하는 측면도 있지만, 자신이 얼마나 미개한 인간인지 분개하고, 또 몸짱 아줌마를 막 시기하더라구요.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실제, 이건 몸으로 사람과 사람을 분리시키고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갖게 하죠. 이제 몸짱 아줌마가 정상적인 몸으로 받아들여지는데,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또 강화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 같아요. 탄력있는 근육질의 여성 몸매가 이제 새로운 정상성을 차지했고, 그에 따라 비정상적인 것을 다시 만들어내죠. 비정상적인 것은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전 장애운동진영에서 이러한 문화적 기류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내가 표준규격화 된 몸이 아니라고 주눅들고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지 말이예요.
다름의 가치 인정 위해 비판하고 저항해야
윤두선: 근데 몸짱, 얼짱 신드롬이 저에겐 큰 문제가 아니예요. 전 관심 없어요. 또 그들을 존경하지도 않구요. 많은 사람들은 표준에 집착하는데, 우리 장애우들의 문제가 바로 그거예요. 자신을 자꾸 맞추고 위만 보니까 자신에 대해 불쾌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다가 사회 또한 다른 신체적 구조를 갖고 있는 장애를 인정하지 않죠. 정상적이지 않은 것은 다 잘못된 거다라고 보니까요. 얼마 전에도 거리에 나갔는데, 모르는 사람이 들어가세요, 왜 돌아다녀요? 라는 말이 서슴없이 나와요. 보기에 민망하고 볼쌍스러우니까, 힘들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란 생각보다 장애 몸만 먼저 보고 그런 소릴 하는 거예요. 이것도 다 우리 몸을 인정하지 않는 거 아닙니까?
박하연: 정상, 비정상이란 개념은 교육에 의해 일순간에 정리되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예요. 여러 경험들, 혹은 TV나 영화 등 미디어 매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몸으로 체화 되는 거죠. 정상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장애우 등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일상의 폭력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홍여준민: 어? 바로 중요한 논의지점을 짚어 주신 것 같은데요, 배제와 외면으로 나타나는 차별은 일종의 폭력이거든요.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얼짱, 몸짱이란 이미지가 장애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혹은 저항해야 하는 문화적 기류인 것 같아요.
박하연: 부지런히 몸 놀려서 만든 몸짱의 몸에는 긍정적인 가치부여가 많이 되어 있어요. 은연중에 이걸 인정하고 습득하게 되면 문제를 문제로 느낄 수도 없죠. 장애 몸은 비정상적인 몸으로 자리잡게 되는 겁니다.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치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라도 몸짱, 얼짱 신드롬에 대한 비판적 관점은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두선씨 말도 일리가 있지만 내 몸은 아름다워 100번을 외친다고 그렇게 되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전 서로가 모여 몸의 경험을 나누고 비판하고 고통과 쾌락에 대해 솔직히 말할 수 있을 때 주체성, 자기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봐요.
드러내기, 누가 먼저 할래?
김주현: 하하, 형 먼저 누드집 한 번 내보세요.
윤두선: 니가 낫다. 니가 해라
홍여준민: 아니 전체 누드가 아니라도 좋아요. 부분만 해도 얼마나 편견이 해소되는데요, 장애가 있는 손, 팔, 발, 다리 등을 자꾸 보여줘서, 이런 몸도 있다, 다양하다,를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겠어요? 아, 우리 함께걸음의 표지 컨셉이었는데…하하
박하연: 아니, 정말 장애를 그냥 드러내는 거예요, 다 벗지 않고서라도 장애가 있는 부분만 말이죠. 손에 장애가 있는 분들의 손만 모아서...손도 다 똑같은 손이 아니다, 다 다르다를 보여주는 거죠.
윤두선: 아니, 뭐, 누드는 찬성하는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내가 달기는 싫어. 난 아니야.
김주현: 그건 잘못된 거예요. 자신이 없다니…. 형이 먼저 해봐요.
윤두선: 실은 배가 좀 나왔거든. 나 거기 콤플렉스 많아. 글쎄 그래서 요즘 아내가 그것 때문에 허리에 차는 무슨 기계를 사왔는데, 잘 때마다 하라고. 그게 또 비싸요 20만원이 넘는데, 8주 후면 효과가 난다니까 한 번 두고 봐야죠.
김주현: 비포(before), 애프터(after)로 해요. 지금 사진 찍어 놔야겠다. 하하 (모두 웃음)
몸짱이 아니래도 좋다. 운동의 기회만이라도
윤두선: 몸짱이란 것을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보면, 정말 인정해요. 장애우도 살이 많이 찌거든요.
홍여준민: 좋은 지적 해주신 것 같은데, 문제는 몸매 짱을 만들기 위해 다들 헬스장과 수영장을 찾지만, 건강을 위한 운동조차 할 수 없는 게 장애우들 아닌가요? 여기서 또 소외되죠.
윤두선: 휠체어가 이용 가능한 수영장이 서울시내 39개 공공 수영장 중에서 4개에 불과해요, 동서남북으로 하나씩. 서울시는 목표를 달성한 거라고, 앞으로는 계획이 없다고 하는데, 참나 기가 막혀서. 오히려 장애우들에게는 접근성이 정말 중요한데 말이죠. 운동 한번 하려면 왔다갔다 시간 다 잡아먹고 온전히 하루를 전세 놔야 해요. 운동만 하고 살려면 할 수는 있겠죠.
홍여준민: 비장애우들은 시간을 소비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는데 말이죠.
김주현: 한번 하려면 독하게 맘 먹어야 해요. 거부하는 곳도 많아서 싸울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요.
윤두선: 설문조사를 보니까 장애우 70%가 자신의 몸이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대요. 비장애우는 약 20%정도인데…. 참 한번은 수영장에 갔다가 거부를 당했는데, 수영복 입은 제 몸을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불쾌해 하겠느냐는 겁니다.
장애 있어도 ꡐ내 몸ꡑ
홍여준민: 자신의 몸을 당당히 드러내야 장애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또 다양함을 점차 인정받게 되지 않을까요? 어떤 식으로든지 드러냄이 많아지면 좋겠는데, 한 번 먼저 하시죠? 그럼, 자신의 몸 중에서 자신 있거나 없는 부분 먼저 이야기해볼까요?
윤두선: 제가 왼쪽 손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쟎아요, 그래서인지 왼쪽 팔뚝에만 유일하게 알통이 있어요. 한번은 조카에게 삼촌도 여기 알통 있다, 만져봐라 했지요. 신체 중 제일 자신 있는 부분이거든요, 하하. 여름에 반팔과 반바지를 입게 된 것도 실은 최근 몇 년 전부터예요. 이제는 신경이 안쓰여요. 누가 뭐래든. 어떻게 일일이 다 참견하고 다닙니까? 그러면 생활 못해요, 한번은 고등학생 조카랑 나갔는데, 왜 사람들이 삼촌을 째려보지? 라고 물어요. 대놓고 쳐다보지 못하니까 그 친구 눈에는 곁눈질이 그렇게 보였나봐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른 것이 신기하지 않겠어요? 이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장애를 받아들이고 인정했다고 해야 하나? 제가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로 자기를 부정하고 허위의식 속에 사는 장애우예요. 자신을 스스로 인정해야 그게 밖으로 표출되는 거니까요. 고백하자면, 저두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란 생각도 들어요.
홍여준민: 아, 네 누드모델 하나 나왔습니다. 약속하신거죠?
박하연: 먼저 일부분만이라도요.
윤두선: 아, 그건~ 일부분은 하죠, 뭐, 하하. (김주현씨를 가리키며) 근데 넌 어디가 자신있냐?
김주현: 뇌성마지의 특징이 에너지 소비가 많아 날씬하죠. (모두 웃음) 허리도 가늘고 근욱도 있고, 여름에 반바지 입으면 여자들이 부러워해요. 전 워낙 날씬하니까 싸이즈가 안맞아서 엄마가 싸게 파는데서 안팔리는 거 사오세요. 주로 그런 걸 입고 다니는데, 그래도 옷 잘입고 다닌다는 얘길 들어요.
모두: 와, 자기 자랑부터 시작하네, 그럼 벗어라. 찍어보자. 하하
윤두선: 주현이도 나름의 멋을 부리는 것 같아요. 머리도 안경도. 너 컨셉을 맞춘 거냐? 난 멋부리는 장애우가 좋더라. 실은 제 아내에게는 귀도 못 뚫게 할 정도로 치장을 싫어하는 스타일이지만요.
김주현: 실은 이번 색안경이 5번째 바꾼 거예요. 뭐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박하연: 몸의 느낌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차별이란 것을 제도적인 거로만 이야기하지 말고, 몸의 고통에 대한 드러냄, 그리고 서로 그걸 나누고 소통하는 것.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느낌을 그대로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해야 내 몸을 긍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비슷한 장애라면 경험을 통한 느낌이나 생각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야기를 꺼내보면, 참 많이 다양하고 달라요. 욕구도 방식도 말이죠. 몸으로 경험한 것들에 대해 느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때, 일상의 차별이라는 것도 발견될 수 있습니다. 그게 폭력이란 것도 인식하게 되구요.
윤두선: 전 내내 인내 해왔어요.
박하연: 대체로 그렇죠. 털어놓지 않으면 규명되지 않으니까요. 고통스러우면 소리질러야 하는데…. 특히 장애우에게 참는다는 건 몸이 병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윤두선: 아, 그러면 우린 맨날 소리 지르고 다녀야해요, 으악~! 으악~! 그래서 차라리 인식하지 않으려고 한 측면도 있죠. 화병 나니까. 참 주현이 넌 더 얘기해봐라, 니 몸에 대해
김주현: 전 잘생겼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하하. 어릴 때 눈동자가 몰려 있어서 그게 싫었어요. 그래서 눈동자 돌리기 운동도 많이 했는데. 근데 최근에 사진을 보면서 내 눈이 평범하게 퍼져 있으면 그게 과연 나 김주현일까?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윤두선: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만일 오른 손을 슬 수 있다면 얼마나 귀챦을까? 이걸로 또 뭔가를 해야하니까. 하하 (모두 웃음)
김주현: 오른 쪽 마비가 심한 편인데, 오른 팔의 모든 힘이 오른손 엄지손가락부터 나온다는 느낌이 들어요. 뻣뻣한 느낌이 팔 전체로 쫙 퍼지는 느낌 때문이죠. 그래서 경직이 더 심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엄지손가락을 짜를까?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윤두선: 안돼, 그냥 둬. 그게 나아. 실은 내 친구가 사지를 모두 절단한 친구가 있는데, 나보고도 다 자르라는 거야. 귀챦게 뭣하러 달고 다니냐고. 그 친구 보면서 처음에는 편하겠다, 그런 생각도 해보았는데, 변기 위에서, 차 의자에서 자꾸 떨어지더라구, 중심을 잡기 어려운 것 같아. 운동으로 해결이 좀 가능하겠는데, 여건이 되어야 말이지. 장애우에게 운동은 인간다운 생활을 이어지게 하는 중요한 건데, 어쩌면 생존의 문제지. 나이가 들면서 장애는 더 심해지고 합병증 증세도 오니까. 목발 짚다가 살만 조금 찌면 온 몸이 다 힘들어져셔 휠체어를 타게 되쟎아.
몸은 이미지
김주현: 그런 생각 접었어요. 자꾸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가끔 보면 당혹스러우니까.
박하연: 몸이란 이미지일텐데, 장애우들이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거리에서 구걸하시는 분들 중 두 다리를 감싼 채 기어다니시는 분들도 계시쟎아요. 조카랑 가는데, 왜 그러냐고 물어요. 참 난감하더라구요. 그 분은 완전히 대상화되었죠. 받아야 하는…. 피해자적 이미지가 덮어지는 건데, 그걸 벗어나려는 시도들이 필요하겠죠.
김주현: 맞아요. 다니다가 그런 사람 보면, 아직도 엄마가 아이에게 말 안들으면 저렇게 된다고 하죠. 그 때 장애우의 몸은 죄를 받은 벌의 대상일 뿐입니다.
윤두선: 병원이 심해요. 환자는 난데, 내가 성인인데, 의사가 같이 간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요. 삼각대화가 돼버리죠.
박하연: 맞아요. 어리다고 생각하죠.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걸로 오해하기도 하고. 장애 몸 자체로 순간적이고 일상화된 차별이 부지불식간에 진행되는 현실인 것 같아요.
홍여준민: 과거 투쟁현장을 보면 장애의 몸은 무기이기도 하지 않았나요? 의족 의수를 벗고 집어던지면 다들 도망가거나 협상을 받아줬죠.
김주현: 당시 극한 상황에서 돌출된 행동일테지만 지금은 그런 행동이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를 더 심화시키는 것 같아요. 아직도 그런 장애 몸을 보고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죠.
홍여준민: 몸짱, 얼짱이란 말이 판을 치고 있는 이 때에, 장애 몸을 당당히 드러내고 또 사회는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담겨진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이런 사회․문화적 현상을 가볍게 보지 않고, 나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수다떨기에 참여한 사람들
윤두선 :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박하연 : 석사학위논문-뇌병번장애우 여성의 차별
군포여성민우회 교육, 연구위원
김주현 : 몸과 장애운동에 대한 주제로 논문 준비
한국뇌성마비연합회 정책교육팀장
홍여준민 : 본지 편집차창
그냥 관심만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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