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려금 축소 파동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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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한국장애인연맹을 주축으로 한 ‘장애인고용장려금축소저지를위한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공단 이사장실을 점거하는 등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었다.
그러나 노동부가 고시 철회는 가능하지 않다며, 국가예산을 더 확보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노동부, 복지부, 예산처, 장애계가 함께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와, 일단 범대위는 농성을 풀었다. 그러나 이번엔 중증장애우를 주로 고용하고 있는 소규모 사업장이 ‘이러다간 다 죽게 생겼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고용장려금축소철회를위한중증장애인사업장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구성. 확실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의지를 밝히고 있다.
사업장 문 닫을 판 ‘이대론 안된다’
지난 4월 3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강당에서는 공대위(위원장 김관양, 성남발달장애전환교육센터) 공식 출범식이 있었다. 이 날 출범식을 통해 나눔의 집 등 17개 단체로 구성된 공대위 소속 단체들은 “올 1월부터 적용되는 축소된 고용장려금만으로는 도무지 사업장 운영을 지속할 수 없다. 실제로 내년부터 지급된다 할지라도 매년 수익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긴축재정으로 들어가 사람을 축소하거나 월급을 깎아야 할 형편이다”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공대위는 “1년이나 버티면 다행일까. 쭉 지속된다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문제의 심각성은 정신지체 장애우 등 중증의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만성실업자, 아니 노동시장에서 완전 배제된 낙오된 인간으로 남게 될 형편에 놓여진 것”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노동을 통한 자립과 사회참여’를 장애우 노동정책의 기본 이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가예산 확보나 그 어떤 지원체계 마련 없는 고용장려금 축소는 기만이라는 주장이다.
일파만파 되는 고용장려금 축소 파동
그렇다면, 노동부는 애초 범대위와 약속했던 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수립하고 있는가. 노동부에 따르면, 예산처는 함께 논의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한다. 우선은 복지부와 장애단체만 논의해야 하는 형편인데, 예산배정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예산처가 빠진 상태의 논의구조이다 보니 지금껏 이렇다할 만남은 진행되지 못했다. 대신 사업장공대위가 발족되자 서둘러 복지부를 제외하고 별도의 노동부 주관으로‘고용장려금 축소 후속조치위원회’를 구성, 수습에 급급하고 있다.
‘사업장공대위’는 성명서를 비롯해 각 정부 사이트에 사이버 시위를 진행하며, 대책 없이 고용장려금을 축소한 노동부와 무책임함으로 일관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또 4월 19일에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당사자와 부모, 사업주들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고용장려금 축소 저지를 위한 규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은 사설을 통해 정부의 즉각적이고도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기만적 수습책으로 일관하는 노동부
급기야 19일 노동부는 후속조치안을 발표하는데, 그 첫 번째는 1년에 한번 지급하던 고용장려금을 6개월에 한번으로 나누어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장이 아니라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이었으며 또 단 2년만 시행하고 2007년부터는 현행과 같이 다시 년 1회로 되돌린다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 안은 내년부터 2005년까지 중증장애우 고용 기업에 1인당 월 10만원, 즉 년 120만원을 특별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2006년에는 연간 90만원, 2007년에는 연간 60만원으로 점차 줄여나간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는 다시 지원을 중단하겠으니 알아서 하라는 것인데, 공대위는 “단순 충격완화 요법이지 이게 대책이냐!?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공대위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박옥순 정책부장 역시 ?애들 장난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안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노동부는 아직도 중증장애우들과 그 가족, 함께 하려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우습게 보고 자각은커녕 기만하고 있다.” 며 노동부의 대책안을 전면 거부했다.
노동부, 장애계를 들러리로?
공대위는 즉각 이런 땜질처방의 대책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대책회의를 열어 장려금 축소 원천 무효와 국가 예산 확보를 위해 극한 방법을 써서라도 꼭 쟁취하겠다는 입장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노동부 대책 안은 장애계가 합의해 결정되었다는 뒷소문이 퍼지면서 장애계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한쪽에서는 합의하고 한쪽에서는 거부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 것이냐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장총의 김동범 사무처장은 “회의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합의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노동부가 그 안을 주장했지만 다각적인 접근법이 필요한지라 합의할 수 없었다. 물론 주객이 전도된 형태를 띠는 것도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훈련하는 작업장에서도 취업이라고 하면서 고용장려금에 목을 대고 있는 현실이니 말이다. 자생노력도 안하면서 장려금의 액수만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는데 유통구조 등 다른 지원책을 검토하는 게 합리적 일 것 같다.”며 의견을 제시했다. 장총련 김대성(DPI정책실장) 운영위원 역시 “범대위가 공단을 점거한 이유는 국가가 책무를 다하지 않고 고용장려금 축소만으로 땜질을 하려했기 때문에 다급한 마음에서 였다. 그러나 고시철회는 물 건너 간 사안이라 판단했고, 이후 공고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생각에서 농성을 풀었던 것이다. 이번 노동부가 참여를 요청해왔을 때는 장총련 운영위원 자격으로 참여한 것인데, 결코 이 같은 발표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종합해보면, 노동부가 ‘위원회’라는 장애계와의 논의구조 형식을 빌려 제멋대로 결정하고, 제멋대로 발표한‘장애계를 기만한 노동부만의 대책’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합의하지도 않은 사안을 합의처럼 발표한 이번 대책안은 대표적인 노동부의‘기만적인 쇼’로 역사에 평가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중증장애우 고용은 생존권 문제
복지부 장애인정책과의 김영선 사무관은 “17대 국회가 개원되면 달라진 상황도 있으니까 사회안전망 구축에 별도의 노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제한 후 “그렇지만 이번 고용장려금 후속과 연계되어서는 안되며, 중증장애우 생계보장 차원에서 접근되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부와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전적으로 고용장려금에만 의존했던 사업장은 퇴출 되어야 마땅하고, 사업장의 중증장애우는 생산성이 없기 때문에 고용기금에서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복지 현실 속에서 고용은 단순한 노동의 개념을 넘어, 생존의 문제다. 중증장애우 고용 문제는 개인의 삶을 지속하느냐 마느냐의 생존과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 자체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아직은 적극적인 고용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난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로 해결될까?
한편 청와대 차별시정기획단에서는 고용장려금 축소에 따른 장애계의 반발에 대해 직접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미 4월 중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동천모자와 정립회관 두 곳을 직접 현장 방문, 고용장려금 축소가 어떻게 현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확인하였으며, 며칠 후 공대위 측 사업장도 둘러보고 당사자들을 만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청와대 측과 만난 장애계 관계자는 “청와대 측은 4. 20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하루 전 날 있었던 고건 총리 주재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에서 노동부가 내놓은 후속조치 대책이 좀 더 세심하고 차별성 있게 진행되었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듯 했다”며 이후 청와대 주도의 대책회의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기준 없이 올리고 기준 없이 내린 부분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가볍게 몇 년간의 지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청와대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인데, 청와대가 나서서, 노동부가 평행선쯤으로 인지하는 ‘복지와 노동’의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난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박옥순 부장은 “청와대가 중간에서 어떤 조정역할을 할 지 모르지만 우린 요구만 관철될 때까지 싸울것이다.”고 말해, 고용장려금 축소 파동은 당분간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글 홍여준민 기자 / 사진 이태곤 기자
4월 19일에 있었던 공대위의 규탄집회 현장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구구절절 한 설명보다 백 배 나을 듯 싶다.
“고용장려금 축소 때문에 우리는 벌써 1월 임금부터 삭감했다. 최저임금선 만은 지키고 싶었지만 무너지고 말았다. 이후 살림살이를 걱정해야 하는데, 우리 생리상 사람을 짜르는 일은 도저히 할 수 없고, 헝그리 정신으로 죽어도 같이 죽는다는 심정으로 그렇게 결정했다. 그런데, 언제까지 우리 정신지체 장애우들은 가족과 친구와 지역에서 살 수 없고 자꾸 내몰려야 하는가. 지금도 근근히 꾸려갈 뿐인데, 이제 직장을 잃게 되면, 직장이 문을 닫게 되면 이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다시 방안에 처박혀 있거나
가족과 헤어져 시설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하는 게 이 나라의 책무 아닌가. 정부는 실업문제를 해결하게 위해 수백 억 원의 돈을 쏟아 붓고 카드 빚을 갚아준다고 정책을 마련하면서 왜 유독 장애우만 실업을 당연한 것으로 강요하고 있는가?”/관악 나눔의 집 장애인센터 ‘함께 사는 세상’유찬호 신부(공대위 부위원장)
“더 인상해도 부족한데, 오히려 고용장려금을 축소한다 말이나 되는가. 노동부는 고속철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용장려금을 예산에 편성하라” /권유상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
“고용장려금 축소는 장애우를 안락사 시키는 일이다. ”
/ 이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실장
“어린이 집의 보조교사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본인과 부모들, 모두 반응이 좋아 더 정신지체 장애우 고용을 늘릴 예정이었고, 사람들에게 보조교사로 채용할 것을 선전하려고 했는데, 이제 있는 사람마저 내보내야 하는 형편이다. 기금운영을 방만하게 해서 생긴 문제를 왜 중증장애우 탓으로 돌리는가. 기금 고갈이 한 두해 지적된 문제인가. 이번만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끝까지 싸우겠다.”
/ 윤형용 희망선교회 대표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 것은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장애우를 죽게 만드는 정부의 살인을 막아야 한다”
/ 박경석 노들장애인야간학교 교장
“싸우자”
/ 김춘식(나눔의 집 함께사는세상 장애인센터 회원, 정신지체 3급)
“학교를 졸업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대전의 한 시설로 보냈다. 그곳에서 1년 6개월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혼자 집으로 도망을 나왔다. 너무나 미안했다. 아들에게 죄를 지었다. 아들이 일을 통해 달라지는 상황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일터는 꼭 있어야 한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당당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세금도 잘 낸다. 국가의 보호? 필요 없다. 일해서 떳떳하게 세금 내고 구매활동 하는 시민이 되게 해달라!”
/ 임용옥(함께걸음 재활용사업장 부모대표)
「장애인고용장려금축소철회를위한중증장애인사업장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는 나눔의 집, 노들장애인야학, 능서농산, 디엠상사, 성남발달장애전환교육센터, 일창실업,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충남 R&P, 한국농아인협회,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부모회, 한국정신지체인애호협회, 함께걸음서산농장, 함께걸음재활용사업장, 희망선교회 등 1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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