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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칼럼-DNA와 관련한 위험한 상상

경찰청의 미아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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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화일`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X화일은 미국 FBI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정리한 미해결 사건의 목록으로, 시리즈의 초반부에는 돌연변이나 기현상이 주된 소재로 등장해 사람들로 하여금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도록 한 영화다. 하지만 일부 사건 뒤에는 미국정부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실험대상으로 쓰인 소로부터 얻은 우유를 먹은 아이들의 이상행동, 마을 전체를 상대로 한 생체실험, 실종된 사람들의 생체정보가 모여있는 비밀공간, 외계인의 피를 주입받은 지구인, 실종된 아이를 복제한 감정없는 복제인간 등. 정부가 국민들을 실험대상으로 이용한 것이다.  
지난 4월 7일 경찰청은 ꡐ미아 유전자데이터베이스(DB)ꡑ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 보호시설에 수용중인 아동들과 미아 부모들을 대상으로 DNA를 채취한 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아이와 부모를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21일부터 보호시설의 무연고 아동들과 미아 가족등 1만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시료채취를 시작했다. 첫 채취는 예장동의 N보육시설에서 초등학교 3학년의 남녀학생 2명이었다. 2~3회 정도 아이들의 구강 내 점막을 긁어 시료를 채취한 후. 과학수사연구소의 유전자센터에서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할 예정이다.
불과 1~2년 사이 신문을 읽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ꡐ생체정보ꡑ라는 말이다. 생체정보란 지문․홍채․얼굴․목소리 등과 같이 사람과 사람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정보다. 영화 `마이너리리포트`에서는 미래세계의 신분확인 시스템으로 사람의 홍체를 이용한다.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진 전 국민의 홍체 정보를 가지고 지나가는 사람과 비교해 신분을 확인하는 것이다.
9.11테러로 이후 미국에서는 자국을 방문하는 모든 외국인들에게 생체정보를 입력한 바이오비자와 여권을 만들도록 강요하는 `애국법(Patriot Act)`과 `국경보안 강화 및 비자개혁법`을 제정했다. 우리 정부 역시 2005년부터 바이오 여권을 발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제 여권을 발급 받고자 하는 국민은 누구나 지문을 찍고, 얼굴을 들이대고 홍체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것이다. 각종 생체인증시스템을 위한 산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생체정보`라는 말만 쳐봐도 이미 상용화된 생체정보인증시스템에 대한 설명과 상품이 줄을 잇는다. 영화 속의 미래사회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찰청이 추진하고 있는 유전자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은 법적 근거조차 없는 상태다. 미아와 부모들의 DNA 수집 근거에서부터 이를 분석․이용․보관․데이터베이스 구축․정보보호에 관한 아무런 대책도 없다. 모아진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이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사고(도난, 유출, 오남용 등)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책임을 물을 것인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생체데이터베이스 작업만 활발해지고 있다.
한술 더 떠서, 정부는 치매노인이나 장애우까지 데이터베이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상태라면 시민사회단체가 우려하는 전 국민 생체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도 올지도 모르겠다. 이미 우리 정부는 전 국민의 지문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영화 `X 화일`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결론을 맺지 못한 채 미해결 사건으로 남겨진다. 혈액형과 피부조직, 가족관계 등이 담긴 비밀공간은 사라져 버리고 그 사실은 X 화일에만 존재하는 것이 돼 버린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미아유전자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지고 집으로 돌아간 아이의 정보와 식별유전자는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정부에 남아 있는 서류 속에는 `폐기처분`이라는 마크가 찍혀있다. 누가 알 것인가.
글 서현주(진보 네트워크에서 발행하는 월간 네트워커 전 편집장)

작성자서헌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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