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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의 외침, 연대를 통한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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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제4회 세계사회포럼이 지난 1월16일부터 21일까지 인도 뭄바이(옛 봄베이)에서 열렸다. 매년 브라질 포르트 알레그레에서 열리다 올해 처음 인도로 옮겨와서 예전보다 관심이 남달랐다. 그래서일까, 10만 여명 남짓한 참석자들이 모여들었고, 이 중에서 인도 참가자들은 8만 여명에 달했다. 한국에서도 40백여명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행사가 열렸던 뭄바이는 국제상업도시로 인도의 다른 지역에 비해 개발된 곳이다. 그러나 공항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고, 오히려 버스터미널을 떠올릴 만큼 왜소했다. 개발됐다는 이곳 뭄바이에서 제일 먼저 본 것은 다름 아닌, 공항 바로 곁에 자리한 빈민가였다.
게딱지처럼 붙어 있는 시멘트 건물은 대충 짓다만 형태였다. 길거리에서 천 조각 하나 걸치지 않고 매연 속에서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 인도를 소개하는 책자에 빠짐없이 쓰여져 있는 내용, 바로 가난한 이들이 외지인을 제일 먼저 맞았다. 그리고 인도를 떠나는 그 순간까지 가난한 이들은 늘 눈앞에 있었다.
전철역이건 버스정류장이건, 행사장 입구이건, 어디를 가던 지 구걸하는 아이들 때문에 참으로 곤혹스러웠다. 돌도 안 된 아이를 안고 손을 내미는 젊은 엄마, 거리에서 새우잠을 청하는 가족들…. 인도에 머무는 열흘 동안 그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우리의 마음은 내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곳에 그들이 있었다. 희망마저 저당 잡힌 채 살아가고 있는 거리의 사람들이었다.
가난한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그 한복판에서 바로 ‘자본의 지배와 모든 형태의 제국주의를 거부하며 인류 모두가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다른 세상을 향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빈곤은 그 자체가 중대한 인권침해
이번 세계사회포럼의 슬로건은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였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쟁, 여성, 인종차별 등 천2백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주제들이 나흘 동안 행사장에서 토론과 문화행사, 집회 등으로 쏟아져 나왔다.
행사장은 자본의 세계 지배와 극단의 차별과 배제에 짓눌려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사람들의 시위로 연일 흙먼지가 풀풀 날렸다. 인도의 달릿(불가촉천민집단), 티벳인들, 아시아지역에서 온 농민들…. 생존권과 자결권, 인간의 존엄성마저 빼앗긴 전세계 민중들이 연일 자신들의 언어와 몸짓으로 시위를 벌였던 것이다.
인도의 한 활동가는 사실 15년 전에 바로 이곳에서 일자리를 달라는 시위가 열렸다고 알려줬다. 행사장인 네스코 그라운즈는 20여 년 전만 해도 뭄바이에서 상당히 규모가 큰 전기공장이 있던 곳이다. 그런데 외국자본이 들어오고 상업도시로 개발을 하면서 이곳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에 공장주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공장을 닫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 이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달라!”, “생존권을 보장하라!”라 시위를 벌였으나 결국에는 쫓겨나 인근 변두리로 뿔뿔이 흩어졌다. 
포럼 기간 내내, 15년 전 노동자들의 요구는 국적과 피부색이 다른 이들의 입으로 옮겨져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마을 주민들이 충분히 쓸 수 있는 물을 코카콜라 등이 지하수를 마구 퍼가서 고갈시켰다. 우리 주민들이 먹을 물조차 없어졌고, 마을은 황폐해지고 있다.”“다국적 기업이 광산을 개발한다면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우리의 땅을 빼앗아가고 있다. 우리는 먹을 게 없다.”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온 선주민들과 농민들은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고발했다. 행사장 곳곳엔 코카콜라 등 다국적 기업 상품에 대한 불매 포스터가 도배되다시피 붙어 있었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의 슬로건은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였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쟁, 여성, 인종차별 등 천2백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주제들이 나흘 동안 행사장에서 토론과 문화행사, 집회 등으로 쏟아져 나왔다. 행사장은 자본의 세계 지배와 극단의 차별과 배제에 짓눌려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사람들의 시위로 연일 흙먼지가 풀풀 날렸다. 인도의 달릿(불가촉천민집단), 티벳인들, 아시아지역에서 온 농민들…. 생존권과 자결권, 인간의 존엄성마저 빼앗긴 전세계 민중들이 연일 자신들의 언어와 몸짓으로 시위를 벌였던 것이다. 인도의 한 활동가는 사실 15년 전에 바로 이곳에서 일자리를 달라는 시위가 열렸다고 알려줬다. 행사장인 네스코 그라운즈는 20여 년 전만 해도 뭄바이에서 상당히 규모가 큰 전기공장이 있던 곳이다. 그런데 외국자본이 들어오고 상업도시로 개발을 하면서 이곳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에 공장주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공장을 닫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 이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달라!”, “생존권을 보장하라!”라 시위를 벌였으나 결국에는 쫓겨나 인근 변두리로 뿔뿔이 흩어졌다.  포럼 기간 내내, 15년 전 노동자들의 요구는 국적과 피부색이 다른 이들의 입으로 옮겨져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마을 주민들이 충분히 쓸 수 있는 물을 코카콜라 등이 지하수를 마구 퍼가서 고갈시켰다. 우리 주민들이 먹을 물조차 없어졌고, 마을은 황폐해지고 있다.”“다국적 기업이 광산을 개발한다면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우리의 땅을 빼앗아가고 있다. 우리는 먹을 게 없다.”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온 선주민들과 농민들은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고발했다. 행사장 곳곳엔 코카콜라 등 다국적 기업 상품에 대한 불매 포스터가 도배되다시피 붙어 있었다.

▲장애우 단체들이 미디어 센터 앞에서
접근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세계사회포럼조직위에 항의하고 있다.

올해 포럼은 빈곤의 세계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또 누가 주범이고, 그 속에서 누가 고통 받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빈곤은 그 자체가 바로 중대한 인권침해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가장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은 바로 농민, 선주민, 여성, 그리고 인종주의에 의해 차별 받는 이들이었다. 특히 전통적 인종주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결합되면서, 이들의 고통을 훨씬 더 가중시키고 있다.
“뿌리 깊은 인종주의로 우리는 일자리조차 얻지 못했다. 그나마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되면서 적은 돈이라도 벌게 됐는데 외국 자본이 들어오면서 우리는 또다시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며 아프리카에서 온 한 참석자는 “우리는 언제까지 차별 받고 굶주려야 하는가”라고 울분에 찬 목소리

로 성토했다.
인종주의와 빈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집단은 바로 인도의 ‘달릿’이다. 달릿은 인도 전체 인구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행사기간 내내 뙤약볕에도 아랑곳 않고 ‘카스트제도 철폐’를 외치는 시위를 벌였다. 모두가 맨발이었다. 날이 더워서가 아니었다. 달릿은 신발조차 신을 수 없다. 살해당해도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다. 이들은 3천년 동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천형의 고통스런 삶을 감내해 왔다. 이들은 세계사회포럼 기간 동안 자신들의 잔혹사를 그들의 입으로, 춤으로, 연극으로 알려냈다.
세계사회포럼은 이들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물의 사유화, 식량주권, 아동노동, 무역거래의 문제 등이 논의되는 테이블에서 관통했던 주제는 바로 ‘인권과 빈곤’이었다. 특히 자유권영역에서 활동을 해오던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이 식량주권을 논의하는 등 국제 주요 인권단체들이 사회권영역으로 관심을 확장하고 있다.
가난은 경제적 궁핍을 넘어서, 사실상 모든 것으로부터의 박탈이다. 그리고 현재 이 잔혹한 빈곤의 세계화가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올해도 세계사회포럼은 자본의 세계화에 저항하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이구동성 이야기했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이윤이 아닌 인간을, 국가 안보가 아닌 인간 안보를, 차별과 배제가 아닌 평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세상, 자본의 세계화를 넘어선 다른 세계는 쉽게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평등한 질서에서 신음하고 있는 이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말하고, 서로 경청하고, 그리고 참가자들의 마음에 연대의 아름다운 물결이 흘러가는 것을 확인하면서, 자본의 세계화를 넘어선 다른 세계를 향한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글 노영란(다산인권센터 활동가) / 사진 안병주


 

작성자노영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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