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장애진단과 관련된 일련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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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ꡐ장애우ꡑ라고 불리는 것조차 꺼리던 우리 사회다.
그런데 왜 몇 년 사이 장애우 되겠다고 편법을 동원해 몇 십, 몇 백만원의 돈까지 주며 안달하는 사람들이 적발되고 있는 것일까.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기라도 한 것일까. <함께걸음>이 그 현상을 짚어봤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실려고?
지난 3월초 전주지방검찰청은 허위장애진단서 발급과 관련된 의사와 브로커, 허위 진단서를 발급 받아 장애등록을 한 사람 등 165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여기에는 몇 십만원에서 많게는 5천만원이라는 돈이 오갔다.
이렇게 허위장애진단과 관련해서 많은 사례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에도 보건복지부는 전면적으로 부정수급 장애우 실태조사를 벌였다. 당시 복지부는 자동차 관련 혜택 부정 사례 5천 2백 여건과 부적정 장애 판정 사례 5백 여건을 적발한 바 있다. 또한 허위 장애진단과 이로 인한 부정 수급자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고육지책을 써오고 있다. 작년 7월부터는 장애진단서 용지에 전문의 과목과 의사 면허번호를 적도록 했고, 장애우자동차표지의 형식과 내용도 바꿨다.
하지만, 허위 장애진단서 발급과 관련된 사건들은 잊을 만하면 한번 씩 터진다. 이런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렬 소장은 ꡒ어느 순간부턴가 우리 사회는 공짜를 너무 좋아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면 편법도 거리낌 없이 동원하고, 이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이것은 단순히 장애계의 일만은 아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위해 재산 명의를 바꾸거나, 일을 하지 않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우리 사회 전체에 퍼져 있는 비도덕성과 이기주의가 문제다.ꡓ라고 지적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ꡐ장애우ꡑ라고 불리는 것조차 꺼렸던 우리 사회다. 그런데 왜 몇 년 사이 장애우 되겠다고 편법을 동원해 몇 십, 몇 백만원 돈까지 주며 안달하는 사람들이 적발되고 있는 것일까.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기라도 한 것일까.
들키지 않으면 장땡?
IMF 이후 장애등록율은 급상승했다. 96년에는 36만 여명이던 등록장애우 수는 IMF를 지나면서 99년에는 75만명을 넘어섰다. 당시 갑자기 형편이 어려워진 차상위 계층의 장애우들이 그나마이 혜택이라도 받기 위해서 대거 장애등록을 했다. 그러나 IMF 이후 생계를 위해 불법으로 허위 장애진단서를 발급 받아 장애등록을 한 사례도 같이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오죽 어려웠으면 하는 맘으로 봐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번 사건만 봐도 브로커가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몇 십에서 몇 천의 돈이 오갔다. 의사는 허위 장애진단서 발급으로 잘하면(?) 몇 천만원도 번다. 경증 장애를 중증으로 둔갑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아무 장애가 없어도 장애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의사끼리 눈감아주고 명의도 빌려준다.
이들이 이렇게 장애우가 되려고 안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자동차 관련 각종 세금면제 및 할인, LPG 사용, 임대아파트 가산점 부여, 의료비 지원 및 경감 등을 장애관련 복지혜택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 서비스 등과 같은 일련의 사회적 안전망은 그야말로 추락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한 안전망일 뿐이다. 가장 긍적적인 것은 자립하는 것이다. 다만 도저히 자립할 수 없는 상황일때 사회적 안전망이 자립을 지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가진 돈을 몇 푼이라도 아껴보고자 이를 악용했다.
이러한 현상은 장애 관련 복지 서비스를 장애유형이나 정도, 소득 등과는 상관없이 ꡐ면제 혹은 할인ꡑ이라는 획일적 선심정책으로 일관해온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기자가 짐작컨대 이들은 ꡐ들키지만 않으면 장땡 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러한 ꡐ장땡ꡑ들은 사회 곳곳에 있을 것이다.
가짜 장애우라니?
현재 장애등록은 의사 한 사람의 장애 진단을 받아 관할 동사무소에 제출하는 절차로 되어있다. 현 장애인복지법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장애유형별 해당 전문의가 있는 곳에 장애 진단을 의뢰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정병원이 아니어도 진단서는 발급 받을 수 있다. 또한 의사 1인의 진단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ꡐ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ꡑ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전동완 사무관은 ꡒ우리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있을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제도 개선 측면으로 접근하면 될 것 같다. 규제 개혁위원회에서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장애진단 거점 병원을 지정하자는 안을 냈으나, 그러면 장애우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반대에 부딪혀 개선하지 못했다.ꡓ며 일반인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 할 것인지는 장애우들 선택할 몫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인영 대리는 ꡒꡐ가짜 장애우ꡑ 운운하며 마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사태를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확히 말해서 사문서를 위조한 ꡐ불법 시민ꡑ들이지 장애우와는 상관없다. 장애 진단 과정 및 절차를 허술하게 만들어 불법 시민을 양성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잘못이 크다.ꡓ며 장애 판정을 의료진에만 의존하는 것보다는 관련 분야의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된 장애진단팀이나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능력들을 인정받지 못하며, 신뢰받지 못하고, 소외당하고 있다. 게다가 이렇게 일부는 짐을 나누어 들기는커녕, 자기 짐까지 더 얹어서 짊어지고 가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요즘 ꡐ몇 년 안에 10억 벌기ꡑ, ꡐ억대부자 만들어주는 재테크ꡑ등의 책들이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설마 이 방법에 ꡐ복지 서비스 이용하기ꡑ가 포함되는 것은 아니겠지.
글 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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