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장애범주확대, 그 본질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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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는다양한영역을포함해야한다. |
장애범주확대,그 본질을 찾아서(1)
예산에 뒷덜미 잡힌‘장애범주확대’
우리 나라는 2000년 1월에 1단계로 장애범주를 확대한 것에 이어서 2003년 7월 만성 중증의 호홉기, 간, 안면, 장루(요루 포함), 간질을 장애로 인정했다. 이에 15개 장애영역을 인정하게 됐다. 이는 과거 신체적 기능 손상만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장애개념에서 벗어나 내부질환을 포함한 사회적 장애까지 인정하려는 시도다.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장애범주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정말 의미가 큰 변화다. 국가가 장애를 어떻게,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는 장애에 관한 사회적, 국민적 합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범주확대는 장애 관련 정책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장애에 대한 개념은 개별적인 모델에서 사회적 모델로 바뀌고 있다.
확대되고 있는 장애범주, 그 의미와 현황을 〈함께걸음〉이 짚어봤다.
〈신체적 기능 장애에서 사회적 장애로 〉
우리 나라는 1981년도에 「심신장애자복지법」을 제정하면서 법적으로 5개 장애범주를 인정해왔다.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정신지체가 그것이다.
이 범주는 20여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협소한 장애 범주는 20년이ㅎ라는 긴 세월동안 ‘장애는 신체의 외형적 기능손상으로 인한 개별 문제’라는 인식을 굳어지게 했다. 그래서 1995년까지 우리 나라 장애인구 비율은 겨우 2.35%였다. 이는 세계 인구 중 10%가 장애우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추정치와 비교해 매우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러다가 2000년부터 장애범주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 시작된‘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서 2000년 1월에 기존의 5개 장애범주에 뇌병변장애, 정신장애(정신분열증), 발달장애(자폐증), 신장장애, 심장장애가 추가로 포함됐다. 이에 2002년 한국 장애인구 비율은 3.09%까지 늘었다.
그리고 2003년 7월, 2단계로 장애범주가 확대됐다. 2단계로 확대된 범주는 호홉기장애, 간질환장애, 안면장애, 장루(요루 포함)장애, 중증 간질장애다. 이제 우리 나라는 15개 장애범주를 인정하게 됐다.
앞으로 장애범주는 3단계까지 확대될 계획이다. 3단계로 확대될 장애범주에 대해서 제1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 때는‘치매, 비뇨기계 및 피부질환’라고 밝혔고, 2차 5개년 계획에서는 ‘소화기 장애, 중증 피부질환, 기질성 뇌증후군, 기타 신체적 정신적 장애 중 중증 장애를 중심으로’라고 발표했다.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장애범주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의미가 큰 변화다.
국가가 장애를 어떻게,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국민적 합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범주확대는 장애 관련 정책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외형적인 신체의 기능 손상만을 장애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내부 질환이 장애라는 것이 낯설 수도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이미 내부질환의 다양한 영역을 장애로 인정하다. 또한 더 이상 장애를 개별적인 모델- 장애는 개인의 기능 손상 혹은 결함에서 비롯되는 문제-로 치부하고 있지 않다.
‘장애’는 단순히 기능 손상에서 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동권이 보장된 사회에서 휠체어 장애우는 이동에 있어서 더 이상 장애우가 아니다. 장애는 사회 환경에 따라 일상생활 안에서 다르게 나타난다.
세계적으로도 장애의 개념은 개별적인 모델에서 사회적인 모델로 바뀌고 있다. 사회적 모델은 장애우가 살아가는 사회 환경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각이다. 다시 말해 장애문제를 해결하는데 사회적 장애의 개선을 더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1981년을 ‘세계 장애인의 해’로 정하면서 발표한 장애개념에 대한 기준 ICIDH(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Impairment. Disability and Handicap)에서 개인의 손상(impairment)과 그로 인한 기능적 능력장애(disability), 그리고 장애의 사회적 결과인 불리(handicap)를 구별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다가 90년대 발표한 ICIDH-2에서는 장애에 있어서 사회환경과 개인의 상호관계를 더 중요시하게 된다. 그래서 손상(impairment), 활동(activities), 참여(participation)의 장애라는 개념을 선택한다.
세계보건기구는 2001년에 ICF(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를 발표했다. 이는 기존의 ICIDH-2에 사회환경적인 측면을 보다 더 강조하여 수정보완한 분류체계다.
ICF의 장애개념에 대해서 권선진(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과)교수는 “개인들의 기능수준은 건강상태와 상황적 맥락의 상호작용의 결과다. 결국 ICF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제한되어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건강에 관련된 요소들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보편적인 적용이 가능한 틀”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장애’는 사회와의 상호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장애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장애, 건강할 권리로 확대되어야〉
앞서 말했듯이 2003년 7월 정부는 장애범주 확대 2단계로 만성 중증의 호홉기, 간, 안면, 장루(요루 포함), 간질을 장애로 인정했다.
이렇게 내부질환으로 장애범주가 확대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먼저 사회적 차원에서 본다면 국가가 전통적 장애 기준을 넘어서 만성의 내부질환이나 희귀난치성 질병 등 다양한 영역을 장애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장애는 일부 특정한 사람의 독특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념으로만 정리할 수 없게 됐다. 질병이나 질환을 장애로 인정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건강할 권리’로 장애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체적 기능 손상만을 장애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 손상을 더욱 장애로 만들고 있는 사회적 장애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세계적인 추세를 받아들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그동안 보이지 않는 차별 때문에 장애를 드러낼 수조차 없던 장애우들에게 사회적 차별 해소와 국가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이러한 기대와는 조금 다른 듯하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2단계 범주 확대시 총 11만 8천여명이 추가로 법정장애우로 등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호홉기장애 2만명/ 간장애 2만1천명/ 안면장애 2만명/ 장루 및 요루장애 1만5천∼ 3만명/ 간질 2만6천명)
그러나 2003년 7월부터 11월 현재까지 보건복지부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새로 장애 범주에 포함된 장애우들의 등록인원은 1만9천8백5명에 불과하다. (호홉기장애 6천7백4명/ 간장애 3천2십9명/ 안면장애 6백5십명/ 장루 및 요루장애 6천3백7십4명/ 간질장애 3천4십8명)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이창섭 담당 사무관도, 등록실시 5개월의 잠정 집계이기는 하지만, 적은 등록율이라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유를 묻자 “이번에 확대된 장애범주 자체가 워낙에 중증장애를 대상으로 했고, 당사자들도 내부장애를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쨌든 아직 평가를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는가. 좀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새로이 장애를 인정받은 이들의 장애등록율이 이렇게 생각보다 저조한 까닭은 뭘까.
여기에 현재 장애범주 확대 정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장애등록 해봤자다?〉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장애우 등록 해봤자 받을 수 있는 지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장애범주를 내부장애와 정신장애까지 확대시키면서 그에 따른 지원책까지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통적 장애 특성-아예 선천적이라서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질병이나 사고로 치료가 끝남과 동시에 장애가 평생 시작되는-과는 다르게 내부 및 정신 장애우들은 장애와 질병을 동시에 평생 짊어져야 한다. 때문에 당사자들에게 장애와 관련된 서비스와 더불어 의료서비스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중증질환자나 희귀난치질환자들은 막대한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가계파탄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의료비는 곧 생계의 문제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에는 이들의 의료비를 절감해 주거나, 지원해줄 지원체계가 없다. 내부 장애 당사자들에게는 기초생활수급자만 받을 수 있는 의료급여나 장애수당 5만원이 별 도움이 안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자신의 장애를 구태여 드러낼 마음이 없을 것이다.
또한 등급간 판정기준도 엄격해 그나마 있는 다른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고 한다.
이번에 확대된 장애범주의 판정기준에 대해서 김정애(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의료센터)팀장은 “호홉기 장애 1급은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상태다. 간장애도 특히 1급 만성간뇌증은 식물인간과 비슷하다. 그리고 안면장애는 등급 판정의 기준인 안면부가 얼굴을 포함한 목 앞부분까지 해당하는 것이어서 2급인 안면부 90%이상의 변형이나 코 2/3이상이 없는 경우는 드물다. 마찬가지로 월 8회이상 중증 간질 발작이 6개월이상 지속되는 2급 간질장애는 일상생활에서도 늘 보호자가 필요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는 기존의 전통적 장애개념, 그러니까 걷거나, 보고, 먹고, 듣는 기능만을 중시하는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판정 기준이라고 비난했다.
〈장애판정에 대한 엇갈린 평가들〉
현재 장애인정 및 장애등급사정기준, 장애진단방법에 관한 사항은‘중앙장애인판정위원회(이하 장애판정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장애판정위원회는 1991년도부터 활동해 왔으며 현재 강세윤 위원장을 포함해 1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집Ⅲ에서 장애판정위원회 강세윤위원장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장애판정위원회는 장애판정을 너무 의학적인 기준으로만 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다.(장애판정위원 중에서 특수교육학 교수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은 모두 의사다.)
의학적인 판정 기준은 장애를 수치나 증상으로 나타낼 수 있어 장애등급을 객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수단일수는 있다. 하지만 의학적인 판정기준은 신체의 기능손상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당사자가 겪는 사회적 장애가 소홀히 다뤄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에 대해 변용찬(한국보건사회연구원)박사는 “외국은 의학적인 것을 포함해 사회학적인 관점이나 직업재활적인 관점으로도 장애를 판정하고 있다. 또한 판정위원도 의사나 사회복지사 등이다. 장애판정위원회가 거의 의사만으로 구성된 것은 장애판정시 한쪽으로 기울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 서동우(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애판정위원)박사는 “장애판정위원회는 장애우 복지정책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주로 장애등급 기준, 그러니까 다소 의료적이고, 전문적이며 기술적인 것을 심의하고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범주 확대 기준 중에서 객관적인 장애등급기준을 만들 수 있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다. 의료적인 측면에서는 피검사, 엑스레이, 씨티, 엠알아이 등의 검사를 통해서 장애등급의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기가 쉽다.
그러나 사회적 장애, 예를 들어 실업이냐 아니냐 등의 기준을 만들기는 무척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사가 많기 때문에 의학적인 측면만 고려된다는 것은 편견이라며 “안면 장애는 의료적인 측면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직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장애가 있다는 것이 고려됐다. 또한 간질은 발작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일상생활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밖에서 한번 발작을 하면 그 사람이 직장에서 견디기 힘들고 왕따를 당하기 쉽기 때문에 이것도 사회적 장애를 많이 인정한 것이다. 장루도 실제 의학적인 문제보다는 냄새나 편견 등 때문에 생기는 사회적인 측면이 고려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인영(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홍보팀)팀장은 “장애는 의료적으로 객관화시킬 수 없는 부분들도 많다.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사회적 장애까지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결국은 당사자 문제인데, 이번 장애범주 확대는 이미 관련공무원들끼리 기준을 만들어 놓고 의견수렴을 했다. 이것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장애범주의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장애 당사자 의견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현실적으로 장애판정과 등급에 대한 기준은 정부의 예산과 직결된다.
한국장루협회 유재희 사무국장은 “협회는 전체 장루 장애우들을 1만∼3만으로 예상했지만,정부는 등록할 장루 장애우들을 그만큼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추정치를 최대한으로 잡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인원 수를 적게 잡으면 1인당 지원금액 커진다. 그 상태에서 만약 등록인원이 늘어나면 감당이 안되니까, 아예 최대 인원을 산정해 1인당 산정 금액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등급도 3급이상 중증 장애우가 많아지면 예산이 많이 늘어나니까 기준을 엄격히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이창섭 담당 사무관(장애인정책과)도 “장애범주 확대에 별도의 예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추가로 확대된 내부 장애우들의 등록율에 따라서 기존의 복지서비스에 예산이 추가되는 정도로 예산이 잡힐 것”이라고 밝혀, 내년에도 이번에 추가된 장애범주에 별다른 지원책이 없을 임을 암시했다.
글 최희정 기자
장애범주확대 그 본질을 찾아서 (2)
‘장애’ 그게 도대체 뭐야?
〈확대되고 있는 장애범주, 어디로 가야하나〉
이렇게 장애범주 확대와 관련된 판정기준이나 지원책에 대한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범주는 확대되고 있지만 현재 이를 뒷받침할 지원책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장애범주가 전통적인 장애급여-특히 장애우를 대체적 취약계층으로 보고 획일적으로 무료이나 감면혜택 정책을 하고 있다-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범주만 확대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이는 한정된 복지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인가와도 연결돼 있다.
현재의 장애우 복지 서비스는 소득정도나 중증도, 유형별 등에 상관없이 지원된다. 엘피지나 자동차 관련 세금, 비행기 요금 할인 등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장애우들은 최소한 몇 십만원 정도를 할인받는다. 그러나 오히려 저소득층 장애우는 장애수당외에 이용할 서비스가 거의 없다. 티브이 수신료 감면이나 전화세 할인 받아도 6∼8만원정도 수준이다. 역차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내부질환을 가지고 있는 장애우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의료비 지원책도 없다.
현실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세분화하면 행정비용에 부담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범주 확대로 예상되는 재정 부담을 줄이고, 더 효율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 복지 서비스를 장애의 유형, 중증도,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 장애범주는 확대되고 있지만 장애 개념은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장애범주는 내부질환이나 질병으로까지 확대했지만, 장애개념은 아직도 외형 적 신체 기능 손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내부 장애를 판정하는 기준도 이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일방적인 지원 일색인 현재 복지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는 장애범주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장애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이에 대해 권선진 교수는 장애범주 확대에 앞서서 장애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장애 개념 자체가 아직도 의료적, 개별적 모델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장애가 몇몇의 특수한 문제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 개념은 더 넓은 의미로 확대되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더 이상 신체적인 문제만 장애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들도 사회적인 편견이나 잘못된 인식 때문에 사회적으로 활동하거나 참여하는데 장애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장애는 신체적인 것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사회적인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장애 개념은 신체적인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장애까지 포함시키는 더 보편적인 개념으로 합의되어야 한다.”라고 못박았다.
변용찬 박사는 “선진국과 우리 나라는 장애 개념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우리 장애인복지법은 장애로 인해서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고 있으면 장애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미국은 물건을 드는데 어려움이 있느냐, 걷는데 어려움이 있느냐, 또는 쇼핑하는데 문제점이 있느냐 등등을 기준으로 한다. 신체적인 장애와 직업적인 장애를 포함해 장애로 인정한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물론 지체, 시청각, 언어 장애 등은 기본이다. 그래서 장애 등록인원 20%중에서 대략 8%정도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애우라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암, 알콜중독, 에이즈도 장애다. 스웨덴에서는 그 나라 말 못하면 장애우다.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스웨덴에서 언어소통이 안되는 것을 사회적 장애로 인정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사회적 장애에 많이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개념은 앞으로는 사회적 장애 쪽으로 발전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정애 팀장은 사회적 장애로 장애범주를 확대시키기 위해서 “사회적 장애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내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판정 기준을 어떻게 도구화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개념의 장애는 시대적 요구〉
장애범주의 확대는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장애’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한 문제를 계속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신체적인 장애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장애 해결에 대한 욕구도 높아질 것이다.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서 이제는 팔다리의 기능과 보고 듣고 말하지 못하는 기능의 손상만으로 장애를 설명할 수는 없다. 신체의 기능을 대신해줄 보조기구들이 발달하고 있으며, 신체적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당하는 교육이나 결혼, 취업 등의 차별, 활동이나 참여의 제한 등의 사회적 장애가 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2차적인 장애가 두려워 정작 자신의 장애를 드러낼 수 없는 현상은 앞으로 내부 질환이 장애범주로 계속 확대되면서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부의 지속적인 홍보와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신체적인 장애와는 상관없이 가난, 성(性), 외모,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 인해 고통과 차별을 받고 있는 사회적 장애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최근에 사회에서 각종 기이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빚을 감당할 수 없어 친족을 살해하거나 유괴하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으며, 외모지상주의인 사회에서 현저히 비만이거나 왜소한 신체조건은 사회참여에 심각한 제한을 받고 있다. 학교나 직장에서의 의도적인 집단 따돌림을 당한 당사자들의 자살, 동성애자의 인권문제 등은 우리 사회에서 이제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이제 ‘장애’는 신체의 기능 손상에서 출발해서 모든 국민의 건강할 권리로 확대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는 개념으로 거듭나야 한다.
장애가 결국 개인에게 생존의 문제를 강요하는 사회라면 아마 누구도 그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글 최희정 기자
장애범주확대 그 본질을 찾아서(3)
‘자’로 잰 듯이 등급 판정할 수 있나요?
-중앙장애인판정위원회 강세윤 위원장 인터뷰-
중앙장애인판정위원회(이하 장애판정위원회)는 장애인정 및 장애등급사정기준, 장애진단방법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기구다. 2000년도부터 확대되고 있는 장애범주와 그 등급판정 기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서 장애판정위원회 강세윤 위원장을 만났다.
함께걸음(이하 함께)-장애범주 확대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강세윤(이하 강)-1997년도에 장애인복지 5개년 계획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계획 중에 ‘장애범주 확대’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2000년도에 1차 범주 확대시 5개 장애영역이 추가됐고, 올해 7월에 2차로 확대됐죠. 장애범주 확대는 누구나 필요하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선진국처럼 다 포함시킬 수는 없죠. 당사자들은 자기 장애가 가장 급하다고 하지만, 정부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선정을 한 겁니다.
함께-앞으로 3차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계획이 어떻게 되어 있나요?
강-2005년에 장애인 실태조사가 있잖아요. 제2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이 2007년도 까집니다. 그래서 2005년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2007년 말쯤에 또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내용들이 좀 조정될 것 같은데, 아마 확대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함께-확대가 어렵다는 이유는 뭐죠?
강-장애범주 확대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확대할려면 법도 개정해야 되고, 한 몇 년간 관련 민원을 모아서 내용을 수정하고... 2∼3년 안에 개정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이번 장애범주 확대에는 큰 범주만을 포함시킨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간장애에도 간질환에 관련된 것을 다 포함시킨 것은 아니거든요. 호홉기 질환만해도 지금은 만성일때만 포함됩니다. 급성은 빠져있어요. 정신질환도 조울증 같은 것은 포함되지 않아요. 그래서 범주 안에서 좀 더 자세히 추가되는 상황이지 않을까라고 생각된다는 거죠.
함께-장애범주와 등급을 결정하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강-장애범주는 보건복지부가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결정하는 겁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장애판정위원회가 등급판정을 합니다. 장애판정은 각과 전문위원들과 관련된 학회, 보건복지부와의 조율 등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각 분야 위원의 개인적인 의견만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원들은 말하자면 코디네이터라고 할 수 있죠. 자기가 맘대로 하다가 큰일나게요. 사실 등급을 결정하는 것이 제일 어렵습니다. 예전에 어떤 청각장애우가 전화를 했었는데요, 양안 실명자는 1급인데 두쪽 다 못듣는 우리는 2급이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떨 것 같아요? 그냥 우리가 얼핏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못보는 것이 조금 더 어려울 것 같잖아요? 그러나 당사자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사실 의학적으로도 어떤 장애가 더 중하다고 결정할 수 있을 만한 기준이 없습니다. 기능 손실에 대한 보상에 대한 기준은 있어도. 자료를 보면 1급은 대개 85%이상의 기능 손실 기준이 있어요. 그렇지만 이것에 대해서도 정확히 판단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아이구 한사람이 한번은 양안실명도 되고, 또 얼마동안은 듣지 못하고 이런 경우라면 비교가 가능할려는지 모르죠. 그래도 또 그 사람이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서 장애는 훨씬 달라지는 거여서...어렵죠. 또 장애등급간에 형평성 문제도 있는데 이것을 맞춰야될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안된다고 하죠. 왜냐면 장애범주가 몇 개일때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한참 들어가다보면 완전 허부적거리게 됩니다. 아까 같이 그런 것은 얼마나 쉬워요. 양안실명이나 청력손실이냐는 좀 나아요. 지체장애만해도 조절한다는 것은 정말 복잡하거든요. 마지막에는 늪에 빠진 것 같이 돼요. 그러니까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죠. 옛날 기준은 그저 눈으로 짐작한 거라서 어수룩하지만, 새로 만든다고 해서 만족하게 이것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냐하면 절대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어렵다는 얘깁니다. 우리가 보통 장애우를 생각하면, 머리 속에 1,2급은 좀 중증이고, 3,4급은 중간, 5,6급은 좀 경증이라는 개념이 있잖아요. 1급 장애면 많은 시간 집에서만 있을 수 밖에 없고, 거의 많은 시간 누가 도와줘야 됩니다. 그런 개념으로 2급은 일부 조금 도와주면 되고, 3급 정도 되면 어쩌다 도와준다던지, 대개 그런 것을 중심으로 해서 등급을 나눕니다. 그런 개념으로 새로 들어온 장애도 거기다 맞추는 거죠. 미국은 절단 장애의 장애등급이 낮습니다. 미국은 의족 발달했고, 거의 자동차 타고 타니고 주위환경이 좋다보니 절단장애가 심하게 다가오지 않는 거죠. 그렇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달라요. 환경이 틀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외국 것을 기준으로 하기도 힘들죠. 따라서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세계적으로 하반신 마비왔다하면 다 1급이예요. 아마 상징적인 것 같아요. 장애판정 기준이 아무래도 옛날에 지체장애 쪽을 중심으로 시작된 거 아니겠어요? 아무래도.
함께-판정위원회가 의사가 대부분이어서 의학적 관점만 고려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보건복지부에서는 다른 사람도 좀 넣라고는 합니다만...예전 경험담을 좀 말할께요. 미시간 대학교에서 보니까 환자가 입원했을 경우, 치료를 위해서 팀이 만들어졌을때는 재활학과 의사가 리더고, 이 사람이 퇴원할때 리더는 사회복지사가 됩디다. 저는 그 업무에 가장 핵심적인 파트를 누가 가장 많이 아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최소한 장애 판정하는데 있어서는 최소한도 의사가 80∼90%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장애범주에서 우선순위를 정할때는 의사 아닌 사회복지사나 관련 종사자들이 들어올 수 있지만, 일단 장애로 인정된 것에 대해서 판정할때는 전문적인 것이 필요합니다.
함께-이번에 확대된 내부 장애의 기준이 엄격하다는 비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물론 당사자들은 자기의 장애는 다 중하다고 말하죠. 이건 제가 아까 말했던 얘기와 같은 맥락입니다. 현재 3급과 4급에서 그런 비판들이 많은데요, 그거 하나가 더 내려간다고 칩시다. 그러면 4급하고 5급 사이에 또 갈등이 생겨요. 그렇죠? 지금 우리나라 경제라든가 복지시책 때문에 부득이하게 장애등급을 매기는 것뿐이지, 진정한 의미로는 그 사람이 장애가 있느냐 없느냐, 또 외국 같은 경우는 전통적인 개념에서의 장애우가 아니어더도 장애범주에 넣는데, 실은 여기까지는 가야 진정한 목적을 이뤘다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전체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가 좋아지고 이 등급 기준도 자꾸 완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함께-내부질환이 장애범주로 확대되었다는 것의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강-우리가 신체적인 기능 쪽에서부터 시작해서 사회적인 활동 쪽으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추세에 가까이 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비춰봤을 때, 경제적으로 살만한 때는 80년대 후반부터 아닙니까? 한 10여년 밖에 안됐어요. 기본적인 것을 갖추고 있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그 사람은 필요한 거 사면 되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는 거부터 장만해야 되잖아요. 돈이 좀 있어야 인간이 기본적 생활을 위해서 투자 하는 거 아니겠어요?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국가가 장애우 쪽을 완전 등한시했다고는 생각 안합니다. 그렇지만 국가한테는 잘못했다고 자꾸 아우성쳐야 돼요. 자꾸 그래야지 뭔가 정책이 만들어지니까요.
인터뷰 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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