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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오래된 미래와 그 이후>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여사 초청강연회

진보의 개념에 의문을 던져라

본문

 
 

 

12월 10일 서강대 성이냐시오관에서는 <21세기를 위한 사상강좌> 세 번째 강사로 초청된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이하 호지 여사)의 강연회가 열렸다.
그녀는 개발과 성장, 개인주의, 공동체 붕괴, 심각한 빈부 격차, 정신적·심리적 불안의 심화 등 서구 산업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를 보지 못하고, 우리 전통의 것을 놓아버린 채, 발전의 허상만 쫒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과연 행복한가”“어디서 행복을 찾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되물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우리의 삶이 보다 나아지고 있는가 하는 척도는 바로 ‘행복’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호지 여사.
경쟁으로 점철된 개발과 성장으로 진보가 가능할 것이란 우리의 편견에 일침을 놓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보길 바란다.<편집자>

 

행복’이 화두가 되어야
“하던 일을 멈추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 보자.”
미국의 이라크 전쟁 침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호지 여사는 석유문제로 발생한 강대국의 침략이 어떻게 세계 사회에서 정당화되고 있는가를 똑바로 보자 하더니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세계화 시스템은 단순히 경제시스템이 아니다. 자본, 과학기술, 정보 등이 엉켜져 지금과 같은 세계화가 온 것이다. 거대한 규모는 생산의 집중화를 가져왔고, 도시에서의 삶이 성공이라는 환상을 심어주게 되었다.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 시골에서의 삶을 붕괴시켰으며, 생태계를 파괴하고 소농민(小農民)을 몰락시켰다. 우리는 가족과 이웃 사이에서 좋은 관계를 회복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세계화는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기는커녕 더욱 획일화를 강요하고 있으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단절시킨다. 우리의 행복은 지구상의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행복한가? 세계의 변화가 어떤 가치와 흐름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녀는 세계가 진보하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실제로는 체제가 무너지는 위기 상황에 처해져 있다며 그 충격은 더 가열차고 심각하다고 전한다. 그리고 그 본질이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하고 있고, 할 수 있는지, 그래서 과연 행복한지...그녀는 직접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 자기자신과의 근원적 물음을 통해 각자가 깨닫고 발견하길 원했다. 

‘해체’가 아니라 ‘방향전환’이다
호지 여사는 우리가 삼고 있는 경제표를 부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라고 하는 것에 그녀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정부보조금으로 살아가는 도시빈민들이 과연 부단히 애를 쓴다고 벗어날 수 있을까? 그녀의 대답은 역시 ‘아니오’다. 현재의 경제시스템과 구조대로라면, 소농이 몰락하고 문화의 다양성이 사라진다면, 빈곤의 악순환은 필연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자연과 사회적 약자를 위협하는 성장과 발전에 우리는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스로 물과 땅,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으로 지역화 된 경제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세계화에서 지역화로의 방향전환’은 아름답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행동실천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컴퓨터칩 없이는 살 수 있어도 감자칩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그녀의 말이 어쩌면 모든 것의 출발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잘먹고 잘사는 법’이란 TV프로그램이 사람들의 가슴에 꽂혔던 것처럼, 사람이 생존하는데 있어 기본 먹거리 문화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먹거리에서‘누가 어떻게 만들어내고 소비되는가’를 제대로 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즉 직접적인 소농의 생활은 부엌이 가정의 중심이 되고 직접 농사지은 것을 통째로 먹으며, 병원에 의존하는 건강이 아니라 자연치유법을 통해, 명상을 통해 나와 내 몸을 보살피는 것. 또 육체적 노동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가족과 이웃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공동체의 일에 협력하면서 지구적 확산을 꾀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반문한다. “그럼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인가?” 그러나 그녀가 주장하는 것은 ‘해체’가 아니다. 그녀는 이렇게 전한다. “전통사회의 미덕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탈중심화 과정은 사회경제체제 전체의 연속된 변화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해체’가 아니라 변화를 위한‘방향전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인간은 상호의존적 존재, 관계를 통해서만 진정한 의미 지녀
<오래된 미래>를 통해 호지 여사는 “현대 산업화된 사회에서의 사람들은 하루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학연, 지연, 각종 모임 등을 통해 관계를 맺지만 집에 돌아와 앉아 있으면 스스로 외롭다고 느끼며 슬퍼한다. 그러나 라다크 사람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며 사랑한다. 그들은 스스로가 단지 상호의존적인 공동체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관계 속에서 진정한 ‘나’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고 말하며, 인간의 내면이 황폐해져가고 고통스러워 하는 걸 보면서도 경제상장과 발전이라는 산업문명 사회가 ‘거스를 수 없는 우리의 희망인가’되묻고 있다. ‘나’란 존재의 의미는 무한경쟁에서 승리한 ‘존재’로서가 아니라 가족과 이웃, 공동체 그리고 자연과 세계와의 ‘관계’속에서만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미래, 그 후
호지 여사의 주장대로라면, 전통사회의 가난과 물질의 소유에서 파생된 빈곤은 전혀 다른 개념에서 접근되어지고 또 해석되어져야 하지 않을까.
이번 「21세기를 위한 사상강좌」의 주제는‘오래된 미래, 그 후’였다. 그녀는 <오래된 미래>를 통해 라다크의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가난하다 할지라도 보살핌의 미덕으로 지혜롭게 삶의 풍요를 누렸다고 회상하지만, 세계화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서구 문화의 개방 하에서 발전의 환영을 쫒아가는 현상을 목격했다고 한다. 사람과 자연에 대한 존경심 대신 물질적 욕망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우리는 끝없는 경제성장과 물질적인 번영이 정신적·사회적 빈곤, 심리적 불안정 그리고 문화적 생명력의 상실을 대가로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다”며 서구 산업사회의 부정적 요소를 직시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진보의 개념을 새롭게 추구하자고 제안했다.
2시간 남짓한 강연에서 그녀가 줄곧 주장한 것은 ‘행복을 찾아서’
“당신은 행복한가?”란 한 청중의 물음에 그녀는“자연과 친밀한 유대감을 갖고 있으며, 나를 이해해주는 남편이 있고, 현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대안 찾기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운동을 함에 있어 함께 하는 많은 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행복을 만드는 길에 동참하자”는 이야기를 끝으로 강연을 마쳤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는 걸 아는가.
‘우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박스기사
우선 호지 여사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스웨덴 출신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책 <오래된 미래-녹색평론사, 1996>의 저자이기도 하다. 런던대학교동양언어학과에서 공부하던 중 학위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1975년 작은 티벳이라 불리는 라다크를 방문한다. 라다크는 인도영토로 편입되어 있기는 했지만 천년 넘게 독자적 언어를 사용하고 티벳 불교문화에 뿌리를 두면서 경제활동은 자급자족이 기본인 공동체이다. 그녀는 1년만에 라다크 언어를 습득하고 난 후, 자연스럽게 라다크의 전통문화와 삶의 방식을 이해하게 되는데, 75년 시작되었던 서구 산업문명의 침투가 전통 생활방식을 파괴하면서 쓸모 없는 것이라고 가치 절하되는 현상을 보며, 과연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삶이 가능한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다. 16년간의 라다크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서구 산업사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지속가능하고 평등한 삶의 방식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국제에콜로지 및 문화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Ecology and Cluture: ISEC)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글·사진 홍여준민기자

 

작성자홍여준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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