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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인 줄 몰랐어요. 결혼하고 싶어요

피플퍼스트 운동: 정신지체, 발달장애우의 자기권리찾기운동

본문

안녕하세요?
저는 가양 2호 그룹홈의 이정근이라고 합니다.
저는 35살이고 한국음향에서 11년째 일을 하고 있으며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는 없습니다.

그러나 회사에 좋아하는 여직원 희정(가명)씨가 있고 희정씨는 남자친구와 내년 봄에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저는 희정씨처럼 착한 여자가 좋습니다. 그런데 희정씨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전 착하고 남자친구가 없는 좋은 여자가 나타나면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살고 있는 그룹홈에서 11년을 살았습니다.
11년 동안 그룹홈에서 여행, 나들이를 많이 하고 볼링장, 63빌딩, 유람선 타기 등 여가활동을 많이 하여 많은 경험을 했고 여러 곳을 여행해보았습니다. 또 그룹홈에서 햄 같은 것, 동그랑땡 같은 것 부치는 것을 많이 해보았고 세탁기 돌리는 것, 양복 와이셔츠, 바지 다림질도 많이 하여 스스로 잘합니다.

선생님은 일주일에 두 번이나 세 번 정도 오시고 나머지 자립의 날에는 우리 넷이서 청소, 세탁기 돌리기, 밥하고 국 끓이는 것을 다합니다.
내년부터는 그룹홈에서 나가서 살게 되는데 그룹홈에서 살아오던 것처럼 생활용품, 음식, 간식을 내가 알아서 사고 한달에 한번씩 월급 주는 날은 은행에서 돈 찾고 자동화코너에서 입금도 할 것입니다. 우리 매형이 00은행 차장이니깐 매형에게 배우겠다고 생각합니다.

또 회사에도 열심히 다녀서 바쁠 때에는 혼자 야근을 할 때도 있고 노조회의, 집회, 회식하고 늦게 들어오거나 회사 사람들 집에 초대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저는 회사에 열심히 다니고 그룹홈에서 열심히 생활해서 내년에 그룹홈을 나갑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에게 결혼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볼 때도 있습니다. 결혼은 좋은 여자가 없어서 하지 못합니다. 희정씨처럼 착하고 좋은 여자와 결혼하고 싶지만 희정씨는 저를 싫어합니다.
제가 회사에서 박희정씨에게 혓바닥을 보이며 놀리고 얼굴을 만지면서 귀찮게 하거나 희정씨 집에 쫓아가서 희정씨가 총무과 과장님에게 가자고 하고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이야기한다고 하고 저에게 스토커라고 합니다. 희정씨 남자친구가 레슬링을 한다고 하고 경찰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파출소에 고발해서 감옥에 가게 한다고 합니다.

제가 희정씨를 놀리고 귀찮게 하는 것은 희정씨가 거짓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집이 어디인지 물었을 때 잘 안가르쳐 주고 여기저기 계속 거짓말을 합니다. 그래서 집에 쫓아간다고 하고 얼굴을 만집니다.
선생님은 희정씨가 집을 안가르쳐 주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내가 쫓아가서 귀찮게 하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또 희정씨를 괴롭히거나 쫓아가거나 혓바닥을 내미는 행동을 하는 것이 나쁜 것인 줄 알면서 고치지 않는 것이 더욱 잘못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잘 그러지 않고 앞으로도 안쫓아가겠습니다. 괴롭히지 않고 잘 지내겠습니다. 맛있는 것도 가끔 사주겠고 친하게 지내겠습니다. 회사 동료로서 예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혜경씨는 저와 11년동안 회사에서 친구로 지내왔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줍니다. 김혜경씨처럼 희정씨에게도 잘 하겠습니다.
나중에 착하고 좋은 다른 여자를 만나도 괴롭히지 않고 잘 지내겠습니다. 이성친구와 만날 때에는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매너를 지켜야 합니다. 저는 깔끔하고 멋있는 모범적인 사람입니다. 좋은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글 이정근

 

자기 소개글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직접 써서 보내주었다. “저는 한국 음향에서 12년째 열심히 근무하고 있고, 그룹홈에서 맡은 역할도 열심히 하는 깔끔하고 멋있는 신사입니다.”라고….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된다고 하니 뛸 듯이 기뻐하며, 그룹홈 식구들에게 맛있는 거 사준다고 벌써부터 자랑이란다.
정근씨는 정신지체 3급의 장애우다. 단지 읽는 이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밝힐 뿐이다.

 

 

장애우 먼저? NO, 사람이 먼저다

누구에게도 라벨을 붙일 자격은 없다
<함께걸음>은 2003년 9월호부터 김치훈 교사가 연재하고 있는 ‘정신지체 장애 뒤집어보기’를 통해 지능검사를 기준으로 한‘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일반화된 개념 부정하기를 시도하고 있다. 지능검사가 어떤 역사적 상황과 맥락 속에서 나온 것이며, 궁극적으로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왜 우리가 지능검사의 역사적 배경과 그 숨은 의도를 알아차려야만 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지능이 낮다고 하는 사람, 그러니까 우리가 일정한 기준선을 대고 ‘IQ 70이하는 정신지체장애우’라는 등식 아닌 등식을 적용하며, 결과적으로 소외와 차별을 일상에서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지능은 낮아 일반적인 사회 속도와 생활방식에서 조금 다른 양상을 갖고 있다할지라도 ‘낮은 지능보다 사람이 먼저’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라”

이것이 바로, 피플퍼스트 운동(People First Movement)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정책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장애우’라는 개념과 범주를 정하고 있지만 일상에서 우리는‘장애’보다 ‘사람’임을 먼저 인지하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체로 정신지체나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가 단체를 만들어 자신들의 교육권, 복지권, 노동권, 생존권 주장을 펼치는 운동이다. 스스로 자기 권리를 배우고, 자기권리를 주장하며, 그 권리를 찾아가는 운동, 그것이 바로 자기권리 주장하기, 피플퍼스트 운동이다. 자기-권리 주장 운동은 스스로가 회원들에게 동등한 사회 시민으로써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한편, 그들이 생각하고 활동하는데 있어서 가능한 자립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삶의 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피플퍼스트 운동의 시작
피플퍼스트운동은 1960년대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작의 발단이 되었던 것은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여가활동을 하는데 있어 항상 사회복지사나 부모들이 무엇을 할 지, 어디를 어떤 방법으로 갈 것인지 등을 결정하니까 재미도 없고 끌려 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아, 스스로 여가에 대한 계획과 진행을 하면서부터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도 스스로가 원하는 것들을 주장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출발은 ‘원하는 것을 표현하면서부터’시작된 것이다.

정부와 단체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그래서 철저히 정신지체나 발달장애 장애우들을 대상화시켰지만,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 높이기’를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전국적인 흐름을 타게 되었고, 1968년에 이르러 정신지체, 발달장애우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조직을 갖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회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처우를 받고 싶은가에 대한 성명서를 작성해 발표하기도 했다.

그후, 이러한 정신지체장애우 자조조직은 1972년 영국과 캐나다, 미국으로 퍼져나갔다. 1973년에는 캐나다에서 정신지체장애우 세계대회가 열렸지만 미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역시나 정신지체, 발달장애우들이 진행과 결정과정에서 뒤로 물러서 있고, 그들을 앞세우는 것은 아직까지 ‘전문가 집단’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후 자기 지역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자신들의 ‘장애’는 있는 그대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 전에 ‘사람’임을 먼저 인정하라는 의미에서 「피플 퍼스트」라 부르기 시작, 이것이 향후 「자기권익옹호의힘」이라는 전국 기구를 탄생하게 하였고, 자기권익옹호 운동은 미국 전역에 퍼져나갔다.

미국의 자기권리 주장 운동은 오레곤 주에서 1974년 처음 시작되었다. 그 운동의 시작 후 1년만에 16개의 단체가 생겨났다. 1994년 AAMR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505개의 자기권리 주장 단체가 43개 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권리 주장 단체에는 11,600명 이상의 발달지체우가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자기권리 주장 단체 수의 증가는 주 연맹 수를 증가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1994년 조사에 의하면, 15개 주가 주 자기권리 주장 연맹을 결성, 1991년에는 전국연맹인 「미국 발달지체인의 자기권리주장연맹(Self-Advocates Becoming Empowered)」이 결성되기도 했다.


글 홍여준민기자
도움 전현일(미국 IFDD: International Friends for the Developmenally Disabled, 대표)

작성자이정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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