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 국민연금 가입 장애우, 장애연금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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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관리공단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측은 국민연금법 제58조(장애연금 수급권자)를 근거로 장애로 확정된 가입자들의 장애연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입증책임을 떠넘기며 뒷짐만 지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일부 장애계에서는 국민연금제도의 취지가 국민이 질병과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장애를 갖게 될 경우를 대비한다는 것인 만큼 가입 이후에 장애등록이 확정되었다면 장애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구체적 사례를 통해 국민연금에서의 장애연금, 문제점과 대안을 살펴보자.
〈국가의 장애등록제도 믿지 못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지난 2002년 5월 뇌졸중이 발생하여 그 해 8월 뇌병변 장애1급으로 장애등록을 한 박모씨(57세, 남)는 올해 초 국민연금의 장애연금을 신청했다. 기존에 국민연금 가입자였기 때문에 가입 도중 발생한 장애로 지급 받을 수 있는 장애연금을 신청한 것은 그이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공단측은 초진일로부터 2년이 경과되지 않아 완치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장애연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2년을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의료센터 김정애팀장은 “법적인 장애등록이란 충분히 치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남을 경우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장애’가 확정된 것이고 재활과 훈련을 통해 일상생활 동작이 나아질 수 있기는 해도 완치의 개념이나 치료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장애등록은 치료 및 관찰의 기간을 두고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애등록을 했다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장애등록 이후 장애연금을 신청하게 되면 심사 후 바로 장애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거 없이 추측이 지급의 기준〉
또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자. 정모씨는 2003년 3월 양안의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시신경위축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곧바로 시각장애 1급을 판정 받았다. 정모씨는 99년 4월부터 국민연금에 가입했기 때문에 2002년 8월에 장애연금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시신경위축증이란 질환이 서서히 진행되는 것인데, 2000년 1월 잦은 충혈로 찾은 안과에서 의사소견서에 시신경위축의심이라는 기록이 있다는 이유로 이 질환이 가입 전부터 진행되어 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의 장애연금 지급신청서를 기각했다. 질환 시작 시점이 명확하지 않고 그 이전부터 발생했을 것이라는 객관적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단 측에서는 ‘그럴 것이다’는 추측으로 상황을 단정한 것이다. 정모씨는 이 기록을 갖고 다른 전문의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 전문의는 “이 기록만을 갖고 언제부터 진행이 시작된 것인지 밝혀내기 어렵다. 발병시기를 명확히 판단할 만한 근거와 기준이 없어 어느 누구도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객관적으로 납득할만한 사실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이상 더 구체적인 원칙과 근거가 법에 명시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2002년 폐질환이 악화되면서 2003년 새로이 장애범주에 포함된 호흡기 장애 3급으로 장애 등록을 하게 된 이모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는 1999년부터 국민연금 직장가입자로 월 10만원을 꼬박꼬박 납부해왔고, 장애 등록을 한 후 자연스럽게 장애연금을 신청했다. 결과는 역시 기각. 이유인즉슨 99년 이전에 결핵 진단을 받은 기록이 있어 가입 이전부터 호흡기에 문제가 있었다고 간주한 것이다. 결핵이 있었다고 해서 모두다 호흡기 장애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 조짐이 그때부터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공단측 한 마디에 사실로 둔갑한 것이다. 공단은 초지일관 “억울하면 밝혀봐”라는 입장이다. 자신들의 책임을 가입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장애연금 수급권자 기준, 입법취지에도 어긋나〉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국민연금법 제58조에 명시된 장애연금 수급권자 기준을 요약하자면‘완치되었을 경우에도 장애가 존속하는 자’와 ‘초진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여도 완치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2년이 경과된 날을 기준으로 한다’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의료센터 김정애 팀장은 이 58조 자체가 입법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입법취지는 국민의 노령, 폐질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중 누구라도 노인이 되었을 경우에는 노령연금을 지급받고, 가입기간 중 장애를 갖게 되면 장애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또 사망시에는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장애연금이 장기간 질병에 의한 것이건, 급작스런 사고에 의한 것이건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한 것이라면 그 취지에 맞게 실시해야 한다”며 “만일 현행대로 기준을 적용시킨다면,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국민연금에 가입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유전적 문제로 장래에 장애를 갖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면 그들은 나중에라도 장애연금을 지급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애초에 국민연금에 가입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가입시키고 나서 나중에 아무런 보상을 해줄 수 없다면 이는 국가가 합법적으로 행하는 국민적 사기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년 유예 삭제, 장애 등록시 즉시 지급해야〉
김정애 팀장은 “장애 정도 심사와 지급 여부 등을 장애심사위원이나 자문의사를 위촉하여 판단하고 있는데, 의사마다 발생시기에 대해 소견이 다를 수 있고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발생시기가 장애연금의 지급 여부의 주요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질병이 지속되는 경우가 아니라 장애로 판정이 되었을 때로 지급 여부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 장애와 질병을 구분하는 것이 애매모호한 점도 있지만 장애등록을 했을 시에는 더 이상 치료의 개념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지 말고 그 즉시 장애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증장애우의 경우 갑작스런 노동력의 상실로 인해 가정의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있을 뿐 아니라 치료 및 이동 등의 추가비용이 급격히 증가하여 이중 삼중으로 생활고를 갖게 되는 상황으로 보았을 때 현행 법에 명시되어 있는 2년이라는 기간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공단은 장애우들이 제기하는 민원에 대해 현행 법 규정을 충실히 되뇌이에 앞서, 먼저 법의 타당성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글 홍여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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