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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주장]장애우 운전면허제 소송

“내 몸을 기계에 맞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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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불안한 존재?

현재 장애인이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면 비장애인과 달리 운동능력 측정 검사라는 시험을 꼭 거쳐야 한다. 이 검사는 핸들조작, 기어조작, 액셀조작, 브레이크 조작 등을 실시한다.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핸들조작의 경우 4.8㎏의 수동 핸들을 2.5초내에 580도를 돌린 후 24초간 유지해야 합격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 측정 검사의 기준이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하기에 앞서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 "왜 이 측정을 비장애인에게는 적용하지 않고 유독 장애인에게만 적용하는 것인가?" 이는 장애인은 운전하기에 불안하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신체적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운전하기에 불안할거라는 이유로 장애인에게 운전면허 취득 기회를 제한시키는 것은 술을 마시는 사람도 언제든지 음주 운전을 할 위험이 있으므로 이들에게도 어떤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설령 장애인이 운전하기에 위험하다 하더라도 현재 조건이 과연 얼마나 장애인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고 있는지 되물어보고 싶다.

 

신체조건에 맞는 차량개조와 서비스 제공을 제도화해야

미국과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운전면허 응시하기 이전에 전문가와 장애인 당사자와의 상담을 통해 그 장애인 당사자가 운전하기에 필요한 것들이 무언인지를 정확히 알아내고 그에 맞는 차량 개조와 지원 서비스를 실시하고 그 조건에서 운전 면허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요컨대 장애인이 설사 비장애인보다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 원인이 장애 때문이 아니라 장애인 신체 조건에 맞는 서비스 지원 미비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행 운전면허 제도는 적절한 지원을 통해 더 많은 장애인에게 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외국과 달리 장애인은 운전하기에 불안하다는 전제하에서 운전면허 시험의 기회를 제한시키고 기회 균등에 어긋나는 운전면허 시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관련 부처와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접근하는 시각부터 고쳐야 된다 장애인은 운전하기에 위험하다라는 전제하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처럼 장애인이 운전하기에 최대한 적절한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행 장애인 운전면허 제도는 기회 균등에 위배

현재 장애인들의 운전면허 제도 개선 활동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점이 있다. 우리가 무조건적으로 운전 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 활동을 한다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에게 무조건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운전면허이라는 국가시험을 응시함에 있어서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라는 것이다.
예컨대 차량개조 및 대필 등 장애인에 대한 합리적인 지원을 하고 필기시험이나 실기 시험에서 불합격하는 장애인들은 당연히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문제제기 하는 부분은 장애인에게만 운동능력 측정 검사라는 특별한 절차를 만들어 놓고 그것으로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한한다는 것이다. 즉, 운동능력 측정 검사의 판정 기준에 대해 문제제기 하기에 앞서 그 자체가 차별 제도이므로 당연히 ‘완전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와 전문가에 상담을 통해 그 장애인에게 필요한 장치와 지원을 하고 그런 여건에서 시험에 응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기회 균등’이다.
장애를 이유로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평등한 출발선상에서 시험 볼 기회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당사자 입장 고려하여 운전면허 제도 개정해야

경찰청이 국립재활원에 의뢰해 연구한 「장애인운전면허 제도개선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실망감을 금할 길 없다. 보고서 내용에 의하면 ▲현행 운동능력 측정 검사 기준 완화 ▲뇌병변 장애인의 인지 능력 검사 ▲독자적인 장애인 운전 능력 재활 센터 건립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 세 가지 모두에 대하여 부정적 입장이다.
먼저 운동능력 측정 검사는 판정 기준 완화가 아니라 완전 폐지해야 한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운동능력 측정 검사는 기회 균등 원칙에 위배되며 차별적인 제도이다. 이 측정 검사를 폐지하고 전문가와 장애인 당사자의 상담을 통해 운전 능력을 평가하여 그에 필요한 지원을 하고 그 환경에서 운전면허 시험을 보도록 해야 한다.
둘째 뇌병변 장애인의 인지 능력 측정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뇌병변 장애인에게 획일적인 내용과 기준의 인지 능력 측정은 불필요하다. 인지 능력 측정 검사의 의도가 위험 상황에 판단과 대처 능력을 측정하고자 한다면 한 가지 고려할 것이 있다. 그것은 같은 뇌병변 장애인이라고 해도 근육의 움직임이 개인마다 다르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대처 능력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지 능력 측정이 아니라면 장애인이 운전하는데 또 하나의 장벽뿐 일 것이다.

끝으로 독자적인 장애인 운전 재활 센터 건립은 비효율적인 것일 될 우려가 있다. 예컨대 현재 국립재활원과 잠실의 독자적인 장애인 운전 연습장이 있다. 그러나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한번 교육을 받기 위해 길게는 1년이나 기다려야 되며, 거주지에서 연습장까지 이동하지 못해서 운전면허 취득을 포기하는 장애인들도 많다.

그러므로 우리는 독자적인 재활 센터 건립보다는 현재 각 지역에 있는 자동차 운전 학원에 장애인 운전 면허과(가칭)를 두고 전문가와 장치들을 설치하여 여기에서 재활 센터 기능을 해야 하며 이를 정부의 담당 부처에서 관리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는 "장애인 운전 면허 제도개선 소송 연대"를 결성하여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도로교통법 제 70조 조항은 장애인 운동능력 측정 검사를 규정하는 조항으로서 이 법은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법으로 이 조항은 폐지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 법개정 투쟁을 시작으로 여타의 장애인 운전면허 제도 지원을 요구하는 투쟁까지 전개할 계획이다.

 

글 안형진(장애인자가운전권확보를위한사람들의모임 대표, 서울 DPI)
* 글쓴이의 요청에 따라 장애인을 그대로 표기합니다.

 

작성자안형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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