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아들, 일어나다
본문
저자: 베리 닐 카우프먼 저 / 역자: 최영희 /출판사: 열린 (2003. 7) /
발행처: 성바오로딸 수도회
『아들 일어나다 : 함께 이룬 사랑의 기적』(원제 : Son - Rise : The Miracle Continues)은 놀랍고 감동적인, 기적이라고 할만한 이야기다.
만약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면, 심각한 질병을 갖고 태어났다면, 가족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 부모는 그 아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그 부모의 삶은 어떻게 될까?
필자 베리 닐 카우프먼과 그 부인 사마리아 라이트 카우프먼은 두 딸을 두고 세 번째 아이로 아들 라운을 얻었다. 한 살 무렵 라운은 마치 청각이 둔한 것처럼 소리에 반응하지 않았고 말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눈맞춤도 하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과의 신체 접촉을 싫어하거나 불편해했다. 또한 동일한 것, 규칙적인 것, 그리고 혼자 집안의 특별한 장소로 가서 한두 개의 물건만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 부부는 라운을 여러 기관에 가서 검사한 결과 ‘자폐증’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부부는 자폐증 아이를 오히려 ‘축복’으로 여기고 아이의 ‘독특함, 기이함, 신비로움’을 보려고 노력했고, 다른 사람들이 현실적인 생각이 아니라고 말할지라도 ‘희망’을 갖기로 했다.
그들은 많은 연구와 준비를 거쳐 그들 나름대로의 프로그램을 세워 집에서 아들 라운과 함께 ‘사랑과 희망의 여정’을 시작했다. 그 여정에는 부부와 두 딸과 몇몇 이웃이 함께 했다. 이 여정에서 그들은 라운에게 절대로 강요하지 않고 라운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북돋워 주었다. 그들은 그러한 여정을 라운을 위해서만 한 것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서 했고, 스스로 그 모든 것을 즐겼다.
처음에는 라운이 빠져있는 세계에 그들이 먼저 들어가고자 했고 그 세계에서 라운을 만나 함께 다시 이 세계로 걸어나오고자 했다. 마침내 그들의 노력은 결실을 거둬 라운은 이 세계로 걸어 나와 자기의 삶을 당당히 살아가고 있다.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문대학교에 진학하여 생의학 윤리를 전공하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자폐증이 있다는 판정을 받는 순간, 당황해하고 좌절하고 슬퍼하고 분노한다. 왜? 왜 나의 아이가? 더욱이 자폐증의 원인과 적절한 치료 방법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는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며, 이로부터 오는 혼란과 좌절은 깊어만 간다.
부모에게 아이의 성장만큼 기쁜 것은 없다. 하지만 자폐증이 있는 아이는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스스로 독립할 수가 없고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행위마저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지 않는다. 따라서 누군가가 언제나,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매일매일 그 아이를 돌보아야 하고 그 아이로부터 잠시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은 부모와 가족을 지치게 한다.
또한 아이에게 자폐증이 생긴 것이 혹시 부모의 어떤 잘못으로부터 오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보통과는 다른, 독특하고 특별한 아이를 이상하게 보고, 그 부모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을 부딪칠 때마다 괴롭다. 부모 자신의 생활과 계획과 꿈은 뒤죽박죽이 되고 깨지기 일쑤다. 그러한 특별한 아이와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부모에게는 고통스럽고 짐스럽게만 여겨지기 마련이다.
라운의 부모는 아이에게 자폐증이 있는 것을 신의 축복으로 받아들였고, 희망을 버리지 않고, 신념을 갖고 라운 자신에 잠재된 능력과 힘을 믿고 그것을 키워주려고 노력함으로써, 결국은 ‘기적’을 일궈냈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의 부모, 특히 자폐증 판정을 받을 무렵의 어린 시절에 부모가 아이와 자신의 삶을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고 긍적적으로 보고 희망을 갖고 미래를 낙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의 잠재적 가능성과 능력을 신뢰하고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고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북돋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강요는 오히려 위험하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방법이 결국은 아이를 이 세계로 걸어나올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자폐증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그만큼 개성도 다양하다. 이 책이 보여준 기적이 모든 자폐아와 모든 가족에게 다 일어날 수 있을지는, 이 책의 저자조차 확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이 얘기하는 바는 자폐아와 그 가족, 그리고 자폐아의 삶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20여 년 전에 미국에서 발행되고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한 이 책이 왜 이제야 소개되었는지 아쉽기만 하다.
이 책은 기적을 얘기한다.
남들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기적이라면 기적이겠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장애가 있는 사람, 난치병 환자, 이방인, 비천한 직업을 가진 여자, 가난한 사람 등 모든 소외된 사람들도 똑같이 인간임을 선포하고 서로 질시하지 말고 서로 배척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라며 살라고 한 어떤 성자의 가르침과 같이, 오늘 우리가 우리와 다르게 보이는 모든 사람을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서 받아들이고 함께 손잡고 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적이리라.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를 보살피고 살리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희망이라는 이름의 별이 계속 반짝이기를 기원하며...
글 채 윤(변리사, 자폐가 있는 하은이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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