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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와 빈민장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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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속의 저소득층의 생활안정 시급

IMF라는 경제적 위기는 온 국민의 단결과 국가적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IMF가 공식화된 경제위기였기 때문이었을까? 당시 가난한 사람들의 버거운 삶에 대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서 저소득층에 대한 생활안정 정책과 제도가 재정비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이 IMF보다 더한 경기침체라 함에도 불구하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한 정부의 별다른 조치는 없는 듯 하다.
오늘의 경제 위기 속을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 거리로 나가봤다.

신용카드 만능주의의 덫

신용카드 1억여 장이 사람들의 지갑 속으로 들어가면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구분은 없어진 듯 했다. 카드 한 장이면 당장의 어려움은 해소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살 수 있으니 경제능력이 없는 청소년, 저소득계층에게 신용카드는 매력 있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정한 소득이 없는 그들에게 당장의 행복감을 전해주던 신용카드는 신용불량자라는 이름을 덧씌었고 그들의 경제적 삶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신용카드 덕으로 소비가 하늘을 찔러 경제성장은 잠시 높아지는 듯 했지만, 400만 명의 신용불량자가 발생하고 급기야 개인 파산까지 하게 되는 경우들이 사회 문제화되면서, 카드회사는 소득기준을 엄격히 제한했다. 구매자가 줄어들면 소비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지사. 결국 경제가 어려워졌다고들 다시 떠들어대고 있다. 뾰족한 방안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취업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더욱 하늘을 찌르고 있고 일정한 월급으로 성실하게 살면 잘 살 수 있다는 기대는 오래 전 없어져 모두 부동산이나 복권 등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사회 전반에 우울과 침체의 분위기가 감돈다. 그나마 IMF 시기에는 국민과 국가가 뭔가 다시 시작하자는 분위기도 있고 해서 다들 의지를 모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침체는 그 동안 쌓였던 거품경제가 줄어들면서 생긴 것, 그러니까 이제서야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게 바로 현실이구나’하는 절망감도 겹쳐져 기대심리 자체가 일소된 듯 하다.

경쟁 탈락자, 거리로 내몰려 장애 양산

물가상승으로 인한 생활고, 구인 사업장 감소, 실업자 증가, 정리해고 위험 노출은 당연히 서민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지하철 내에서 음악을 틀거나 노래를 하면서 다니는 장애우들의 모습도 많이 늘었다. 횟수도 빈번해졌다. 지하철공사는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8년 째 용산역에서 점심때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는‘하나님의 집’관계자 또한 하루 평균 160여명에서 100명이 늘어난 26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며 하루가 다르게 노숙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12시부터 1시까지 제공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사람들은 작은 트럭 앞으로 몰려들었고, 누가 보든 말든 상관없이 길거리 아무데나 앉아 혹은 서서 그 누구와 눈길도 마주치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은 채 5분도 채 되지 않아 식사를 끝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무료급식 트럭도 정리를 하고, 이제 아무도 남아있지 않자 도시의 날아다니는 쥐라고 하는 비둘기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떨어진 밥알과 반찬이 그들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거리로 내몰리는 노숙인 또한 지낸 해 보다 거의 1/3이상 증가했다.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최근 몇 개월 사이 서울역이나 용산역에 몰려드는 사람들을 상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올 해 초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거리의 차가운 바람과 밥 대신 술로 연명하는 그들에게 질병은 필연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그리곤 제때에 치료하지 못해 심신의 장애로까지 확대된다.
애초에 장애를 갖고 있지 않았다 해도 거리로 사람들을 밀어내는 사회 구조는 필연적으로 장애를 재생산하고 있다.

서울역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의 무료진료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류정미 간호사는 “장애 가진 분들이 많죠. 질병이 발생했을 때 그때그때 치료하지 못하면 합병증이 발생되고 결국에는 장애를 갖게 되는 거죠. 처음부터 장애우는 아니었지만 질병을 방치하면 곧 어떻게 손 서볼 수 없는 영구적 장애로 남게 됩니다. 그래서 장애 등록을 권유하고 지원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해드리고는 있죠”라며 이미 장애를 갖게 되면 어느 병원이나 시설에서도 받아주려고 하지 않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상당수의 노숙인들이 질병과 장애를 동반하고 있다. 알콜릭 환자가 대부분이지만 최근 들어 정신장애나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며, 영양부족으로 시력장애나 심장, 신장 질환, 호흡기 장애, 당뇨로 인한 전반적인 신체 능력 감소 등이 이후 장애로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노숙인이 장애우 혹은 예비장애우라는 것이 류정미 간호사의 의견이다.

그나마 노동능력이 존재할 때는 어디서든 필요로 하는 곳이 나타나기 때문에 공공근로나 일용직으로 갈 수 있지만 장애를 갖게 되면 몸이 재산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는 것이다.

중증장애우는 시설에서도 안받는다

이렇게 되면 결국 시설로 보내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등에서는 상담을 통해 그들이 입소를 강제가 아니라 선택할 경우에만 적절한 시설을 연계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시설과의 정보공유의 부족과 정부 자체의 시스템 구축 미비로 네트워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그나마 환경이 좋은 시설을 알아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이곳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오신부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는 꽃동네에서도 정기적으로 나와 사람들을 데리고 가기도 했어요. 그리고 요즘 자유의 집은 시의 지원이 축소되어 가고 싶어도 더 이상 사람을 받지 않는다. 미신고시설에서 종종 오기도 하는데, 특별히 여성, 정신지체 장애우 등 이렇게 특정한 요건을 갖춘 사람을 요구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미신고시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에 노숙인이나 장애우들이 정말 편안히 지낼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거다.

운영을 잘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미신고시설이 보조금을 받고 후원을 받는데만 급급해 인권침해의 소지가 많다는 걸 알지만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대안없이 연결하게 된다. 당장 아프거나 심한 장애가 있는 분은 시립병원 등으로 옮겨지기도 하지만 간병이 필요한 경우에는 병원에서도 대안이 없어 또 금방 내보내려고 한다.” 라며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사각지대에 놓여져 소외되고 방치되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수급권자, 경기침체 감지 못한다?

경기침체는 장애를 가진 저소득층과 어떤 함수관계가 있을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구인 사업장이 늘어도 취업이 어려운데 구인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취업전선에서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또 경기불안은 곧장 정리해고로 이어져 어려움은 그 어느 계층보다 클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 재활지원과의 조향현 씨는 “실제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차상위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다. 일정한 금액을 갖고 빠듯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경기가 좋지 않아 물가가 상승하거나 갑자기 많은 금액의 교육비, 의료비가 지출되는 상황이면, 그들은 즉시 가장 밑바닥으로 하락하게 된다. 따라서 경기 불안으로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해져 있는 사람들은 수급권자도 아니고 많은 월급을 받지도 못하는 중간에 놓인 사람들이다.”고 말한다.
그는 “수급권자의 경우 정부에서 일정금액을 받아 생활하기 때문에 실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막대한 교육비, 의료비가 지출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국가에서 책임진다”며 결과적으로 빈곤층의 장애우들은 현재의 불경기를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권기성지사장 또한 같은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정확한 통계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구인이 줄어듦에 따라 장애우 구직자들간의 경쟁력은 더 심화됐다. 그러나 지금의 6-9월은 계절적 요인도 있을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등에서 노동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감지해내고 있지만 장애우에 대한 통계나 연구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 경기침체와 장애우 고용 현황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데이터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수급권자들의 경우 노동능력이 거의 없거나 원래의 경제활동 인구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라며 가장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을 저소득 장애우 가정은 경기가 좋을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구 일원동, 일명 수서지역의 임대아파트에 아들과 둘이 사는 황00 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경기가 나빠졌다는 것을 실감하죠. 특히 장마 이후에는 더 해요. 실은 가진 돈이 몇 푼 있는데, 지금은 그걸 까먹으면서 살고 있죠. 왜냐면 상반기 때만해도 아들 녀석이 아르바이트 한다고 과외를 몇 개 했는데, 지금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러니 자연 수입은 떨어지죠. 제가 수급권자이기 때문에 생활보조금으로 20만원 정도 국가에서 나오는데, 그냥 반찬 몇 가지 사면 끝이예요. 두 식구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냥 하루 종일 전 집에 있어요. 나가면 돈이니까.”

그이는 그나마 복지관 등에서 후원 연결해주어서 간혹 쌀이나 밑반찬 걱정은 별로 안했지만 요즘은 그것도 일절 끊겨 더 힘들다고 했다. 하상장애인복지관의 지역사회재활팀의 관계자도 “원래 저희 복지관은 후원 사업을 잘 하는 건 아니예요. 그래도 가끔 규모가 큰 회사나 병원 등에서 후원물품을 종종 주는 데 요즘은 그런 것도 끊겼습니다.” 전반적인 경기하락이 미세하지만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가슴을 더 답답하게 만드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경제활동 인구가 아니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이 안전지대에 놓여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확연히 빗나갔다. 경기가 불안하면 물가상승과 각박해지는 분위기 때문에 덩달아 수급권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는 긴급보호가 필요한 극빈 가구에 긴급 생계급여 및 건강보험 지원대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생계의 문제로 자살이 빈번하고 빈곤문제가 다시 대두되면서 차상위 빈곤층에 대한 특별홍보 및 일제 조사를 실시하고 수급권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또 수급권자가 아니더라도 긴급급여 투여가 필요한 세대라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과 한순간에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있는 의료문제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에 제외되는 장기체납세대중 저소득층에게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것이 정부 발표의 요지다.

그러나 거리로 내몰리는 장애우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내몰린 사람들은 장애를 갖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는 쉽게 끊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급권자 또한 벗어날 수 없는 빈곤이라는 스티그마로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보낼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는 듯했다.

지금의 경기침체가 그 동안 억지 소비강요가 낳은 폐해라면, 그래서 지금의 침체가 거품이 바진 원래의 상황이라면, 이들은 이대로 지내야 한다는 걸까.
빈곤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 그들이 이 ‘빈곤’과 ‘상대적 박탈감’을 헤어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작성자여준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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