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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연대] 한.일 가교역할 담당하는 재일코리안청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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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코리안청년연합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북한이냐 남한이냐 국적에 상관없이 씩씩하고 당차게 코리안임을 자부하는 조직이 있다. 「재일코리안청년연합」,「2002 한·일 월드컵 대회」를 계기로 한·일 양국이 과거 배타와 질시의 역사를 청산하고 상생의 관계로 거듭나기 위해 2001년부터 그들이 준비하고 실천한 것은 바로 「한·일 월드컵 경기장 장애우 편의시설 실태조사」활동. 재일코리안이나 장애우 모두 ‘소수자’라는 공통분모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고 필연적으로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들을 만나보자.

〈「재일코리안청년연합」의 존재 이유〉
2001년 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는 한국청년연합(KYC)으로부터 한국과 일본,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교포 청년조직과 함께 월드컵 경기장의 장애우 편의시설을 조사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경기장 설계가 끝난 시점이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고 펀안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설계했는지를 검토하자는 것(barrier-free check). 그 결과에 대해 한·일·재일코리안조직이 함께 공동의 성명을 내고, 세계적 이벤트에서 장애우가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 소외됨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었는데, 거의 1년이 넘는 기간동안 2개국 3개 조직은 전화와 메일, 실제 방문조사를 통해 양국의 20개 경기장 장애우 편의시설을 모두 조사하고 문제점을 양국에 제안하는 등 실제적 국제연대활동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활동을 계기로 한국내 청년조직과 장애우 조직은 서로를 더 깊이 인식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일본 또한 마찬가지로 현재까지도 장애우 단체와 교류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한국의 사법연수원 사회보장법학회 회원들이 일본 장애우 단체를 방문, 홰외 연수의 기회를 갖기도 했다. 이 때 한·일 양국의 가교역할을 한 것이 바로 「재일코리안청년연합」이다.
재일동포 대부분은 ‘고국도 없고 차별 받는다’는 패배의식이 지배적인데, 한국과 일본 양국을 가장 잘 아는 재일동포가 중간에서 교류를 활성화시키며 동북아평화 등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야지만 극복이 가능하고 자신들이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재일동포는 일본에서 억압받는 소수자입니다. 장애우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다른 소수자의 아픔과 고통에 무관심할 수 없고 차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연대해야 합니다.”현재 오사카에서 활동하고 있는 송승재(30세, 한일청년교류센터소장) 공동대표의 말이다. 그는 “함께 활동하던 사람 중에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무실을 구하는데 돈이 없으니까 월세가 싼 것만 고르게 되죠. 그러다 보니 자연히 계단 투성이에 좁은 화장실, 좁은 사무실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장애우 차별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소수자의 문제가 풀려야 재일코리안의 문제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소수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사회는 소수자 그룹끼리 연대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재일코리안청년연합은 이주노동자, 일본 사회에서 핍박받았던 부락인(일명 백정이라 일컬어졌던 사람들)들의 문제도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단다. 2000년부터 매해 가을 고베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주민들과의 인권축제’가 바로 그 맥락에서 얻어진 성과물 중의 하나다.

〈「재일코리안청년연합」이 지향하는 것〉
91년 결성 당시 조직의 이름은 「재일한국청년연합」이었다. 그러다 올 4월 한국 대신 코리안으로 바뀌었는데, 북한 국적, 조선적을 갖고 있는 재일동포들도 함께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 ‘한국’표기는 또 다른 배제를 낳을 수 있다는 회원들의 제안에서 였다.
회원은 대부분 재일동포 2-3-4세로 고등학생부터 30대까지의 청년이다. 중앙이나 본부의 개념은 없고 사무국 역할을 하는 곳에서 각 지역의 활동들을 조절할 뿐이다. 오사카와 도쿄를 비롯해 6개의 지역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재일에 뿌리박고 조국에 참가하고 세계에 연결되는 재일동포청년운동’이란 기치를 내걸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2001년 창립 10주년 행사에서 ▲남북교류 등 통일운동에 적극적으로 결합한다 ▲한일 <가교>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동아시아 시민네트워크 형성에 이바지한다 ▲회원들 각자가 활동가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실천한다 ▲재일코리안 사회의 공동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지역사회와의 결합력을 높여 지역공동체 형성에 역할을 한다는 큰 틀 거리에 합의했다.

〈제대로 알아야 힘이 붙는다〉
이러한 지향점을 갖고 구체적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는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상적인 공부모임, 즉 교육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이들의 노력은 구체적이다. 젊은 세대들일수록 민단이냐, 조총련계이냐 라는 이분법적 갈라섬은 예전보다 줄어들었지만 한국인이냐 일본인이냐의 민족정체성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22살까지 이중국적을 갖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그 후에는 선택을 해야 하는데, 일본 국적을 갖는 사람도 있고, 부모가 일본으로 귀화를 했지만 자신만은 뿌리를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며 한국 국적을 선택하는 젊은이도 있단다. ‘나는 누구인가...’뿌리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매주 요일을 달리해 한국어 강좌, 코리아문화 서클, 역사, 인권강좌, 재일코리안 사이의 관계를 위한 캠프, 한국 답사 프로그램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식과 경험이 어우러지는 공부를 통해 ‘한국·재일·일본청년포럼’‘재일코리안단체와의 교류, 협력’‘동포사회의 화합을 위한 활동’‘역사인식의 공유: 전후보상을 위한 활동’‘재일동포 권익을 위한 활동’‘북한 인도지원활동’‘한국 시민, 청년단체와의 교류’‘해외동포와의 교류’‘일본노동조합, 시민, 청년단체와의 교류’등 폭넓고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운동단체, 한국 ‘빠르게’ 일본 ‘천천히’〉
송승재 공동대표는 “일본 사람들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자신이 먼저 준비되고 알아야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그러니까 공부가 전제될 수밖에 없지요. 제가 보기에도 한국의 시민단체활동가들 보다 공부는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요?(웃음)”
한국의 시민단체가 이슈 따라가기와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회원참여라는 것이 함께 하는 구조와 활동 마련보다는 대부분 회비를 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시민사회조직이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역동적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건 힘이 있다는 거죠. 일본은 행동 전에 자기 인식이 철저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1960년대 일미안보조약 체결당시 몇 백만 명이 모여 반대시위를 하는 등 운동세력들의 역량이 대단했습니다. 70년대 노동조합운동이나 학생운동도 그 맥을 유지해 갔구요. 하지만 운동세력의 분열과 극단적 운동방식 채택 이후, 그리고 헝그리 정신이 사라진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운동이란 것이 부담으로만 작용되는 것 같아요.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운동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사적 경험도 거의 없기 때문에 패배의식도 많습니다. 승리감을 맛보지 못했으니 운동의 당위성과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죠”
일본 사회가 갖고 있는 장점 중의 하나는 보통의 시민들이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더디지만 자신이 변화하도록 노력한다는 점, 그리고 협동조합 운동이 활발한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삶터인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운동이 활발하다는 것인데, 송승재 공동대표는 “전체의 변화는 더딜지 모르지만 풀뿌리운동은 함께 하는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참여하여 함께 고민하는 마당이 필요합니다. 참여연대의 박원순 변호사님이 쓴 일본시민사회 기행이란 책이 일본의 시민사회 조직의 현황과 흐름을 아주 잘 짚어낸 책인데, 일본 시민사회를 알고 싶으면 그 책을 보아도 좋을 것 같네요. 올 해 일본에서 역으로 번역되어 출판되기도 했습니다.”라며 덧붙여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운동 세력들 대부분이 고령층이고 젊은 사람들의 결합력이 낮아 「재일코리안청년연합」회원들의 젊음과 패기를 부러워한다고 살짝 귀뜸했다. 하지만 청년단체라는 특성 때문에 30대에 대부분 은퇴(?)한다나~~~

〈정체성 확립과 한일가교역할 충실히〉
10여 년이 넘는 활동을 통한 성과에 대해 물으니 단연코 학습을 통해 ‘나’의 정체성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약 1500여명 정도의 사람이 「재일코리안청년연합」의 회원으로 활동했는데, 일본 사회에서 코리안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숨기거나 애써 외면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송승재 대표는 “여전히 우리 부모 세대들 마저 그런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가지 한국을 15차례 정도 방문했는데 저희 부모님은 이곳 활동도 못마땅하게 생각하시고, 한국에 한 번도 오지 않으셨습니다. 한국, 북한 이야기 모두 꺼내지 않으십니다. 한국어도 하지 않으시구요. 그것 때문에 마찰도 많았습니다. 제 여동생 또한 그러한 영향으로 일본인과 결혼해 일본 이름을 쓰고 있구요”라며 배타적인 일본 사회에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의 과정은 함께 풀어가야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단체가 고민하는 2-4세들에게 역사와 한글, 북한, 평화, 인권, 동북아 사회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으니 그것만큼 큰 성과는 없겠죠”라고 덧붙이며 활동에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그는 “그 다음엔 한·일 양국간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매해 일본과 한국을 오가면 진행하고 있는 한국·재일·일본 청년포럼(오는 10. 3-6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 그렇고, 성격이 비슷한 장애우 단체나 평화단체와의 교류를 주선하고 맺어주는 역할도 해오고 있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한 현황과 정세를 파악하며 동북아 평화를 위해 양국의 시민사회단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논의의 장을 만들고 교류·협력하면서 정말 눈에 띄게 한일간 교류가 활발해 졌습니다. 저희는 양국을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들은 요즘 점차 우경화 되고 있는 일본 사회에 우려를 표명하며 몇 가지 활동을 준비중이다. 근래 한국의 언론에서도 보도된 바 있지만, 지난 해 9. 17 북일정상회담 이후 일본인 강제납치가 공식화됨에 따라 반북감정이 고조되면서 조총련계 사람들에 대한 노골적 차별과 폭력은 이루 말할 수 없고 평화운동 한다는 단체들도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과는 달리 북한을 보는 시각과 태도는 다른 입장을 취하며 강한 불신을 표명하고 있다.
송승재 대표는 북한 문제가 가장 현실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라며, 일본에서는 북한과 관계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차별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어느 회원이 과외 아르바이트를 신청했다가 나중에 총련계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절당했고, 지나가다 때리고 욕설하며 이번에 조총련 죽이기에 좋은 기회라고 말하는 일본인도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땐 총련의 문제가 아니라 재일동포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시각이 필요한데, 일부 민단 사람들은 ‘민단이라 우린 너무 다행이다’란 생각을 갖고 있거나 공식입장 표명을 꺼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란다. 한국과 북한을 뚜렷이 구분하는 일본 사람들이 늘고 있어 진정한 화합과 평화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때문에 9·17 북일회담 1주년을 맞아 북한과 일본의 화해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는데다. 한국에서의 촛불집회를 보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평화의 기도를 올리는 것이 일반 시민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촛불로 문자를 새겨 평화와 화해를 제안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다.
「재일코리안청년연합」은 일본 사회 내에서 참된 엔지오(NGO)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들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역 차원에서의 총련, 민단의 대립은 거의 없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앙 차원의 대립은 존재하고 있어, 이념과 체제보다 같은 재일동포로서의 입장으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90년대 범민족대회의 참여 여부를 두고 찬반대립이 확산되면서 북한이 또 하나의 조국이긴 하지만 신중히 보고 자신들의 입장과 처지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자 기존 재일동포청년조직에서 그들이 뛰쳐나온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건강한 대중의 참여로 세상의 모든 차별과 맞서고 소수자와 연대. 한·일을 넘나드는 그들의 실천활동을 꾸준히 지켜보자.

글·사진 여준민기자

 

작성자여준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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