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닫으며] 사회적 약자의 인권과 수돗물 불소화
본문
충치예방을 목적으로 수돗물에 불소를 넣는 수돗물 불소화사업이 계속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하고 있거나 추진중인 지역에서 찬반론이 치열하게 부딪히고 있다. 수돗물 불소화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수돗물 불소화 사업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주장과 함께,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돗물 불소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여기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는 "수돗물 불소화가 과연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적정한 수단인지"의 문제이다. 수돗물 불소화에 찬성하는 측의 논리는, "사회적 약자들은 스스로의 능력으로 불소의 혜택을 보기에는 경제적, 신체적 능력이 부족하므로, 아예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하여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들의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사회적 약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우선 불소투입이 유해하다면 사회적 약자에게는 더 치명적일 것이고, 불소투입이 정상인에게는 유해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약자에게는 유해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까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수돗물 불소화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불소투입량이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적절히 조절되지 않으면 오히려 사회적 약자인 아동, 고령자, 만성질환자, 영양결핍자 등의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하는 것은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자기건강관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충치를 예방하기 위하여 어떤 수단(식습관과 양치습관을 개선할 것인지, 불소정제, 치약 혹은 불소양치 등을 할 것인지 등)을 택할 것인가는 개인의 "자기건강관리권" 보장 차원에서 각 개인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한 문제이다. 그리고 만약 사회적 약자가 충치예방을 위해 불소가 든 식수를 음용하고자 한다면, 불소가 든 생수를 무상제공한다든지 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수돗물 불소화 이외에도 다른 대체가능한 수단이 있는 것이다. 또한 수돗물 불소화 찬성론에서는 수돗물 불소화가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수돗물 불소화가 다른 수단에 비해 비용이 덜 드는 지도 의문이지만, 그 이전에 인권의 문제를 비용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는 없다고 본다.
더욱 중요한 점은 장애우이나 빈곤층에게도 "자기건강관리권"과 "선택권"은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우나 빈곤층들 중에서도 불소가 투입된 수돗물을 먹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들은 경제적, 신체적 장애 때문에 먹고 싶지 않은 "불소 수돗물"을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만약 경제적, 신체적으로 능력이 있다면 생수를 사먹든지 하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나,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위해 실시한다는 수돗물 불소화가 오히려 장애우과 빈곤층의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수돗물 불소화 찬성의 논리 속에는 "우리가 이렇게 좋은 일을 해서 그들이 혜택을 볼 것이다"라는 시혜적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의 인권문제에 접근할 때에 가장 경계해야 하는 논리가 바로 "시혜적 논리"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혜적 접근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인권은 우리가 제한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면 우리가 그들의 문제를 결정해주어야 한다"는 논리에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려면,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수돗물 불소화 논의는 인권의 관점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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