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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왜 에바다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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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사라졌다.
에바다 농아원생 5명이 에바다 구재단 측 인사에 의해 감금 유괴 되었다가 사흘이 넘어서야 경찰서에서 보호중이라고 알려왔다. 아이들을 데리고 갔던 사람들의 진술과 조사가 끝난 뒤에서야, 법적인 보호자인 농아원 원장과 교사들에게 이른 새벽 통보했다.

원장과 교사들이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면서 5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가려했으나 평택 경찰은 아이들이 농아원을 싫어한다며 이들을 평택시로 넘겨 버렸다. 지금 현재 5명의 아이들 중 4명은 가족들이 급히 와서 다시 데려 갔으나 나머지 한 명은 가족들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에바다 구 비리재단의 핵심 인사였던 양봉애 씨(전 에바다 학교 행정실장, 최실자 전 농아원장의 동생 최성호의 처)와 학교예산 7천 8백만원을 횡령한 지난해 8월에 고소된 양봉말 씨(전 회계 담당 직원, 양봉애 씨의 동생)가 25일 오후 수원지검 평택지청 이지원 검사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담당 판사가 특별한 이유 없이 바뀌면서 불구속 입건 수사로 처리되었다.

<아~ 에바다>

 에바다 사건이 터진지 이제 7년을 헤아린다. 어떤 이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설비리라고도 하고, 장애운동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투쟁이라고도 하며, 누구는 청각 장애우 들을 볼모로 벌이는 시설의 운영권 싸움이라고 양비론을 피기도 한다.

 그동안 관련 공식 다큐멘터리가 2편이나 제작되고 국내 언론은 물론 미국 일본 등의 국제언론 등에서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알려진 에바다.
 에바다를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왜 이렇게 해결이 안될까"하고 의아해 하는 이 문제.

 법원이 구 재단 측에 대해 농아원 퇴거 명령을 내렸지만, 이 "명령"을 집행할 의무가 있는 평택 경찰은 지명수배자인 구재단 측 사람들과 웃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아이들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실제 부모에게조차 인계하지 않는 평택 경찰의 현실이 바로 "에바다 문제"다.

 96년 추운겨울 에바다의 청각 장애우 원생들이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농성을 시작했을 때, 당시 재단 이사장과 원장의 진압 요청을 신속히 받아들인 경찰은 권총으로 아이들을 위협하고,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며 마구 두들겨 패고, 노끈으로 줄줄이 묶어 파출소까지 200미터를 끌고 갔다. 누군가가 쇠파이프를 들고 농아원에 들어와 폭력을 마구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재단 내부 갈등이라며 수수방관 했던 그 경찰이 말이다.

 96년 당시 드러난 비리 사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설립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버티다가 농성 286일 만에 물러났던 최성창 이사장. 그는 여전히 에바다 복지회의 이름을 팔고 다니면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지에서 막대한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목사란 지위를 이용, 교회를 통해 세력을 모으고 있다. 이것이 에바다의 본질이다.

 에바다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구재단의 최성창 전 이사장이 비리를 많이 저지르긴 했지만 오랫동안 에바다 복지회를 운영해 왔고 설립자인 만큼 설립자의 몫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또한 에바다의 많은 청각장애우 학생들과 일반 청각 장애우 들은 "우리를 키워준 아버지", "지도자"로서 최성창 씨를 원하고 있다면서 에바다 복지회로의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지금까지 에바다 투쟁을 전개해온 사람들은 이러한 입장 차이 때문에 에바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제자리를 계속 돌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만약에 에바다 문제가 장애우 시설이 아니라 그냥 비장애우 아동 시설 이었다면, 에바다 학교가 농아원과 같은 생활 시설이 함께 있는 특수학교가 아니라 그냥 일반 사립학교에서의 문제였다면, 지금의 에바다와 같은 사건이 논란을 거듭하며 해결되지 않은 채 7년을 끌고 올 수 있었을까?

 청각장애우 학생이 아닌 일반 초등학교 학생이 3일 동안 가출해서 연락이 없다가 3일 만에 경찰서에 등장 했는데 아이들이 학교를 무서워한다고 힉교와 가족들에게 인계하지 않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수십억을 횡령하고 학생들을 인신매매했던 법인 이사장은 학생들이 아직도 자기를 원하고 있다며 버티고 있고, 경기도 교육청은 신입생을 배정하지 않는 등 학교를 정상화 시키지 않고 사실상 문닫게 하려고 했다.  이러한 일들이 일반 사립학교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가.

 상식대로라면 에바다 투쟁을 하는 측의 입장을 제외 하더라도, 기득권을 주장하는 구 재단의 주장을 무시하고라도, 국가는 에바다 복지회를 공립화하거나 국립화 해서라도 아이들의 교육과 기본적인 인권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는 왜 에바다가 해결되지 않는 것인가? 라는 논쟁보다 "왜 국가와 지방 정부는 에바다를 방치 하는가" 아니 "우리 사회는 왜 에바다 문제를 내버려 두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비리의 결탁과 유착이 물론 현실적인 원인이겠지만 에바다와 같은 장애우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태도와 인식에 대해, 전근대적이고 온정주의적이며 방임적인 국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시작 되어야 한다.

 도착한 결과보다 진행해 온 과정이 때론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어쩌면 그 속에 왜 에바다가 해결되지 않는지에 대한 진정한 해답이 있을지 모른다.

작성자김형수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연구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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